2차 6자 회담을 보고

최철운

 

미국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2차 6자 회담이 7개항의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2월 28일 폐막되었다.
의장성명의 내용을 보면, 실질적인 합의 없이 선언적인 내용을 서로 공감한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이번 2차 회담이 1차 회담에 비해 발전된 것은 서로 회담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의를 보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차 6자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리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던 일이었다.
그 이유는 이 회담의 실질적인 당사자 중의 한쪽인 미국이 아직 회담에서 합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데 있다.

6자 회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동북아지역의 평화구축에 있다.
동북아지역의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대결상황에 있는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평화적인 상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이다. 즉, 준 전시상황에서 대치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이 두 당사자로서 서로 평화를 합의하는 것이 필수요건인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평화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를 의미하게 된다. 동북아시아의 긴장, 특히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통해 많은 이득을 취하고, 패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시절 미국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북한의 제의를 마지못해 받아들이게 되었고, 북한, 러시아, 일본 각 국은 동북아 경제활성화를 통한 평화적 번영의 출발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을 다시 뒤틀기 시작했다.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이 서로 평화적 번영과 경제활성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입지와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겨우 싹트기 시작한 북미간의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동북아에 다시 긴장상황을 불러왔다.
그것이 소위 "북핵문제"라고 불리우는 북미간의 긴장상황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긴장상황은 곧 북한의 반격을 불러일으킨다. 즉, 미국의 무력에 대응하는 핵억제력의 확보라는 명분을 주어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공식적으로 재개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으로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제외하고는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뿐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매우 특별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인도와 파키스탄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두 나라는 서남아시아에 위치하면서 국경분쟁으로 사이가 별로 좋지가 않는 상태이며, 두 나라 모두 내정이 그리 안정된 상황이 아니다. 파키스탄이야 이번 아프카니스탄 침공당시 탈레반 정권과의 문제로 미국편을 들긴 했지만, 두 나라 모두 미국과 그리 친하지 않다.
즉, 다른 지역의 경우로 본다면 미국이 얼마든지 개입을 하여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두 나라를 그대로 놔두고 있으며, 그런 이유에서 서남아시아는 미국의 영향력 밖에 있다.
이렇듯 핵무기의 보유는 미국으로 볼 때 매우 성가실뿐더러 자신들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동북아의 경우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거점으로 하는 미군이 그에 맞서 군사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핵무기보유를 선언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중국과 러시아는 덩치가 크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위치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보유를 한다는 사실은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 대국의 위치에 있는 일본으로서 매우 흥분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우익의 요구를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되면 핵을 개발할 충분한 경제적,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만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은 그들을 막을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핵을 보유하는 상태의 동북아를 미국이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고 지금처럼 패권을 유지할 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노릇이며, 이런 상황은 지구의 다른 곳에 영향을 주어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전체에 큰 지장을 주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북한의 반격을 받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해졌다.
북한에 다시 평화의 제스쳐를 쓰면서 동북아의 평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철수를 전제로 하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다시 채택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와 함께 부시를 둘러싼 네오콘의 정서에 결코 맞지 않는 것이지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군사적 패권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요소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궁리 끝에 제안한 것이 6자 회담이라는 나름의 묘수였다. 동북아의 각 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미국은 동북아 각 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려한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성립된 1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은 크게 창피만 당하고 말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한반도 평화구축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나온 반면, 미국은 전혀 준비 없이 나와 그 전에 하던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지껄여 댔으니, 참석한 각 국의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북한은 매우 화가 나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 1차 회담의 실제 결과였다.

그 후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진행시켜가면서 미국을 압박하여 들어갔고,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북한 핵 개발의 진행을 막아야하는 절박한 심정에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확실한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는 한 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였고, 2차 회담은 예정한 시간이 되어도 열릴 수가 없었다. 미국은 양자사이에서 제대로 정책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북한은 좀더 유연한 제안을 하면서 미국이 좀더 쉽게 접근해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래서 2차 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미국의 고민은 아직도 끝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2차 회담의 진정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부시는 금년 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자칫 이 문제를 잘못 처리했다가는 대선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복잡한 문제의 결정은 대선 이후로 미루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의 핵 개발 일정을 조금이라도 늦춰서 대선 이전에 핵무기보유선언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6자 회담이 지속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6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내놓을 카드가 전혀 없다.
1차 회담에 이어 2차 회담에서도 미국이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듯이, 북한의 제의와 다른 나라들의 중재가 아무리 있어도 미국이 결정을 못하는 상황에서 6자 회담이 성과를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올해 하반기에 열리기로 예정되어있는 3차 회담에서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민족통신 / 민족운동론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