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조선)반도 정세가 제기한 여섯 가지 주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주제 1 - 북(조선)이 새로운 미사일발사장치를 배치하였다는 보도에 대해서
주제 2 - 주한미군사령부의 '작전계획 5027-04'와 한·미 동맹에 대해서
주제 3 - 6자회담의 장래에 대해서
주제 4 - 이른바 '탈북자문제'에 대해서
주제 5 -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가능성에 대해서
주제 6 - 이른바 '양안문제'에 대해서

 

주제 1 - 북(조선)이 새로운 미사일발사장치를 배치하였다는 보도에 대해서

물음 - 영국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ce Weekly)』는 북(조선)이 러시아 미사일을 개조하여 새로운 미사일발사장치를 개발·배치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그로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로운 미사일발사장치란 군함이나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 보도에서 북(조선)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조선)반도에 형성된 조·미 사이의 군사상황에서 북(조선)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력을 보유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정치·군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응답 - 모든 나라는 자국의 군사기밀을 철저하게 유지합니다. 준전시상태에서 미국의 침략적 군사력에 맞서 임전태세를 취한 북(조선)에서 군사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더 이상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만큼 자명합니다. 군사기밀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볼 때, 북(조선)이 새로운 형의 해상미사일발사장치와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최근 언론보도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나는 북(조선)의 공식발언을 해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북(조선)이 천명한 대로, 조선인민군은 미국의 핵공격력에 맞서는 핵억제력(nuclear deterrence force)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의 핵억제력 보유라는 말에는 중요한 정치·군사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보유했느냐 또는 보유하지 못했느냐에 따라서 한(조선)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달라지게 되며, 북(조선) 핵억제력 보유의 정치·군사적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한(조선)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정세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북(조선)의 핵억제력 보유 발언을 군사적 측면에서 해석하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며, 더 정확하게 표현해서 미국의 한(조선)반도 핵전쟁도발에 맞서는 대응핵전쟁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한편, 북(조선)의 핵억제력 보유 발언을 정치적 측면에서 해석하면, 미국의 아시아지역 핵확산금지체제가 붕괴될 위험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며, 그 위험을 암시함으로써 주한미군 철군을 강제하는 정치적 압박공세를 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백하게도, 핵무기는 방어무기가 아니라 공격무기입니다. 더욱이 핵무기는 단순한 공격무기가 아니라 적국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최강의 전략공격무기입니다. 그러므로 핵무장은 군사정세와 전쟁상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북(조선)의 핵억제력 보유 발언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전략공격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지, 핵무기를 만드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북(조선)이 보유한 핵폭탄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미사일 탄두부에 탑재하기는커녕 웬만한 폭격기에 싣기도 곤란해서 거대한 화물수송차량에나 가까스로 실을 수 있는 핵폭탄이고, 그런 원시적인 핵폭탄을 한 두 개 보유한 것으로 주장합니다만, 그런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원시적인 핵폭탄은 미국을 타격하기는커녕 미군 첩보위성의 집중적인 공중감시체계 아래서 은밀히 이동할 수조차 없으며,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핵폭탄은 무용지물이 아니라 자살흉기입니다. 왜냐하면 원시적인 핵폭탄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이 발사한 장거리 정밀유도무기의 타격에 의해서 보관장소 또는 이동지점에서 핵폭발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북(조선)이 자살흉기밖에 되지 못하는 원시적 형태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핵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만만한 공개발언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궁지에 몰아넣었겠습니까?

북(조선)은 미국의 심장부를 파괴하는 전략핵무기를 실전배치한 뒤에 핵억제력을 보유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2004년 8월 16일 평양방송은 "우리 나라에서 핵버섯구름이 피어오를 때 조선반도만이 핵전쟁의 피해를 보고 미국땅은 무사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무지는 없을 것"이라고 방송하였습니다. (『연합뉴스』 2004년 8월 19일자 보도에서 옮김)

2004년 8월 10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군사위원장 커트 웰던(Curt Weldon)은, 핵무기 개발에 열중하는 이란이 북(조선)의 핵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3개의 연수반을 북(조선)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북(조선)은 다른 나라에 핵기술을 전수할만한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심장부를 파괴하는 전략핵무기를 실전배치하였다는 말은,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를 파괴하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러 기를 실전배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만 가지고 있고, 그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지 못했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도 역시 원시적인 핵폭탄 보유설과 마찬가지로 언어도단입니다. 핵탄두는 반드시 장거리미사일과 함께 개발되는 무기이며, 반대의 경우도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을 가진 나라는 반드시 미사일 탄두부에 탑재하는 핵탄두를 생산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핵탄두와 미사일의 밀접한 연관관계는, 이를테면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기 보유국이며, 동시에 미사일 생산국이라는 사실에서도 입증됩니다.

1998년 8월 31일 북(조선)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 백두산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고 미국과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군사정보를 미국에게 의존하는 남(한국)은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한 채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에 상황이 끝났습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의 성공적 발사로 입증된 북(조선)의 지상미사일체계에 대해서 '대포동 1호형의 북(조선) 대륙간탄도미사일체계(type Tae-Po-Dong 1 North Korean ICBM system)'라는 자기 식 이름을 붙여놓았습니다. (2002년 10월 24일 미국 연방상원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사일방어체계에 관한 토론회에 미국 국방차관 폴 월포위츠[Paul Wolfowiz]와 함께 참석한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차관보 제이 디 크로취[J. D. Crouch]의 발언)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수준이 인도와 파키스탄보다 앞선 것은 분명합니다. 파키스탄의 전 총리 베나지르 부토(Benazir Bhutto)는 런던에서 일본 언론과 대담하면서 "1993년 12월 북(조선)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입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아사히신붕(朝日新聞)』 2004년 7월 18일자), 이것은 북(조선)이 1993년 이전에 장거리미사일 생산능력을 보유하였음을 말해줍니다. 북(조선)이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서 세계 6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970년대 초 이후 북(조선)은 20여년 동안 국력을 집중하여 1996년에 마침내 핵억제체계를 완성하였습니다. 핵억제체계를 연구·개발하고, 유지·관리하고, 개량·발전시키는 매우 복잡한 공정에 한 해 평균 5억 달러씩 투자하였다고 추산할 때, 20여년 동안 북(조선)은 1백억 달러나 되는 천문학적 자금을 동원하여 핵억제체계를 완성한 것입니다. 북(조선)의 핵억제체계 수립을 1970년대 초에 발기하고. 20여년 동안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지도하여 완성시킨 전략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입니다. 핵억제체계의 완성은 한(조선)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사변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시제품이나 미사일 시제품을 개발한 뒤에는 그 실제성능을 알아보기 위하여 폭발실험과 발사실험을 실시하고, 실험의 성공여부에 따라 성능기준에 맞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실전배치한 뒤에도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서 그러한 실험을 계속 실시합니다.

그런데 북(조선)은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사막에 있는 차가이 핵실험장에서 지하핵실험을 한 차례 실시하였고, 같은 해 8월 31일에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우주발사기지에서 우주발사체를 한 차례 발사하였습니다. 북(조선)이 지하핵실험과 우주발사체 발사를 각각 한 차례밖에 실시하지 않은 것은, 다른 핵강국이 실험을 반복하여 실시하는 상례와 비교할 때 의아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북(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지 아직 실전배치는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의아한 느낌은 사라집니다.

첫째, 북(조선)은 지하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을 실시하기에 매우 불리한 지정학적 조건에 있습니다. 북(조선)의 영토는 동서길이가 비좁은 데다가, 미군 첩보위성의 집중적인 공중감시를 받고 있으며, 또한 전략무기 실험으로 일본과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는 안 되는 처지에 있으므로 다른 핵강국들처럼 마음놓고 지하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을 실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북(조선)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의실험능력을 개발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서 자료를 얻을 수 없는 실험도 있는데, 그런 실험은 실제로 실시해야 합니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언론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북(조선)은 고폭실험과 연소실험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폭실험이란 핵무기 내폭장치의 작동을 확인하고, 고밀도, 고폭속도, 고폭압을 확인하는 핵폭발 성능실험이며, 연소실험은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로켓장치의 점화와 작동을 확인하는 미사일 성능실험입니다.

셋째, 한 차례 실시한 지하핵실험이 성공적이었고, 한 차례 실시한 우주발사체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북(조선)의 핵무기개발 공학기술과 미사일개발 공학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줍니다. 만약 1998년에 실시한 지하핵실험과 우주발사체 발사에서 실패하였다면, 북(조선)은 성공할 때까지 하는 수 없이 몇 차례 더 실험을 실시해야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조선)은 한 차례 실험으로 성공하였습니다. 그것은 성능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이라기보다는 미국에게 핵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음 - 그런데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조선)에는 로미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이 없으므로, 대형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상반되는 의견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답 - 북(조선)의 잠수함 전력에 관해서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북(조선)은 재래식 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고 있습니다. 잠수함은 해군전력을 평가하는 전력에서 순양함, 구축함 보다 우선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가장 위력적인 공격무기입니다. 따라서 북(조선)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힘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생각됩니다.

재래식 잠수함 보유수를 보면, 중국 61척, 북(조선) 49척, 일본 22척, 인도 18척, 독일 14척, 러시아 11척, 프랑스 3척입니다. 남(한국)은 1993년부터 독일에서 도입한 재래식 잠수함을 실전배치하여 현재 9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해군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인민군 해군사령관 김일철 대장은 1997년에 차수로 승진하면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직책을 맡았습니다. 그는 인민무력부를 인민무력성으로 이름을 바꾸었던 1998년 9월에 인민무력상이 되었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직을 겸임하였습니다. 그가 해군 출신의 인민무력상으로 있던 시기인 1999년 6월 15일에 제1차 서해교전이 일어났고, 같은 해 9월 2일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면서 서해 5개 섬에 대한 통항질서를 발표하였으며, 2002년 6월 29일 제2차 서해교전이 일어났습니다.

조선인민군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가운데서 배수량 1천4백75t의 로미오급(Romeo-class) 잠수함은 22척, 배수량 1천80t의 위스키급(Whiskey-class) 잠수함은 4척입니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길이 1백40m, 높이 9m입니다. 한국군 해군은 1천2백t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4년 8월 3일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북(조선)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두 종류의 새로운 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개발(developing) 중이 아니라 개발을 이미 끝내고 실전에 배치(deployed)하였다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 보도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2003년 9월 12일에 나온 『에이피통신(Associated Press)』 보도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os Angeles Times)』 보도, 그리고 9월 17일에 나온 『교도통신(共同通信)』 보도와 대동소이한 것입니다. 『로이터통신(Reuters)』 2003년 9월 18일자 워싱턴발 기사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북(조선)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에쓰에쓰-엔(SS-N)-6 미사일을 토대로 하여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주장은 『로이터통신』 보도 직전에 나왔던 『조선일보』 보도내용을 미국 관리의 발언을 빌어 구체화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북(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지상미사일발사장치를 보유하였다는 것인데, 위의 언론보도는 해상미사일발사장치와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까지 보유하였다고 지적한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해상미사일발사장치란 군함에서 전략공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장치를 뜻하며,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란 바다 속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에서 전략공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장치를 뜻합니다.

전략공격미사일 발사장치를 군함이나 잠수함에 실으려면 미사일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축소설계를 해야 하고, 발사관(launch tube)과 안정화장치(stabilization system)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상미사일발사기지에서는 사거리가 훨씬 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만, 군함이나 잠수함에서는 사거리가 짧은 중거리탄도미사일(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이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을 가진 북(조선)이 중거리탄도미사일도 생산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관심이 가는 문제는 북(조선)이 과연 해상미사일발사장치와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개발하였을까 하는 것입니다. 옛 소련이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갖춘 잠수함을 처음으로 실전배치한 때는 1963년이었습니다.

우선 북(조선)의 해상미사일발사장치 보유가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인민군 해군이 보유한 프리깃함(frigate)은 배수량 1천5백t의 나진급 군함과 배수량 1천6백t의 소호급 군함입니다. 이 군함들에는 스틱스(Styx) 함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발사관이 2문씩 탑재되어 있습니다.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은 옛 소련이 개발한, 당시로서는 유일한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이었습니다. 스틱스 미사일의 본명은 에쓰에쓰-엔(SS-N)-2인데, 사거리 80km, 길이 5.8m, 무게 2천3백kg입니다. 그 미사일은 1967년 10월 중동전쟁에서 이집트 군함이 스틱스 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여 이스라엘 구축함 한 척을 격침시킨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에 자극 받은 미국이 서둘러 개발한 미사일이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하푼(Harpoon)입니다.

그 뒤에 옛 소련은 스틱스 미사일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량하여 새로운 미사일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싸이렌(Siren)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에쓰에쓰-엔(SS-N)-9입니다. 이 미사일은 해상발사나 잠수함발사가 가능하며, 재래식 탄두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싸이렌 미사일은 사거리 1백10km, 길이 9.15m, 무게 2천5백kg입니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북(조선)이 에쓰에쓰-엔-6 미사일을 개조하여 해상발사미사일장치 또는 잠수함발사미사일장치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보도하였습니다. 옛 소련에서 사용하였던 에쓰에쓰-엔-6이라는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은 사거리 1천4백30km의 1단계 추진형 액체연료 미사일인데, 무게 19.5t, 탄두무게 1천1백79kg이고, 길이 13-14m입니다. 에쓰에쓰-엔-6 미사일 3기를 한꺼번에 장착하는 디(D)-4 발사장치의 길이는 약 16m입니다.

옛 소련의 재래식 잠수함들 가운데서 팍스트롯급(Foxtrot-class) 잠수함은 길이가 91.3m, 폭 7.5m밖에 되지 않아 에쓰에쓰-엔-6 미사일을 탑재할 수 없었고, 어뢰만 탑재하였습니다. 그 미사일은 옛 소련이 처음으로 실전배치하였던 핵추진 잠수함인 골프급(Golf-class) 잠수함에 탑재되었습니다. 옛 소련이 14척 보유하였던 골프급 핵추진 잠수함은 1990년에 퇴역하였습니다. 에쓰에쓰-엔-6 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은 배수량 9천-1만t의 양키급(Yankee-class) 핵추진 잠수함입니다. 그 잠수함에는 에쓰에쓰-엔-6 미사일 16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북(조선)이 러시아의 에쓰에쓰-엔-6 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였을 경우, 그 미사일발사장치를 탑재하려면 현재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보다 두 배가 큰 배수량 3천-4천t급 잠수함이 있어야 합니다. 북(조선)이 새로운 잠수함을 계속하여 건조하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지만, 3천-4천t급 잠수함을 건조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원래 에쓰에쓰-엔-6 미사일은 대형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크고 무거운 미사일이므로 소형 잠수함만 보유한 북(조선)이 그처럼 크고 무거운 잠수함발사미사일장치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언론보도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소형 군함이나 소형 잠수함에 탑재하는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였다면, 싸이렌 미사일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량하여 군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싸이렌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한 해상발사 중거리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 중거리미사일은 북(조선)이 보유한 배수량 1천5백t급 프리깃함과 1천6백t급 프리깃함, 그리고 배수량 1천4백t급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북(조선)이 순항미사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2004년 2월 24일과 3월 10일 함경남도 신상리 동해안에서 사거리 1백60km로 추정되는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관련보도를 통해, 북(조선)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보도하였습니다. 러시아 『인터팩스(Interfax)통신』은 2004년 8월 4일자 보도에서 옛 소련의 흑해함대사령관이었던 이전 해군 제독 에두아드 발틴(Eduard Baltin)의 말을 인용하여 러시아가 북(조선)의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 개발을 지원하였을 가능성을 부인하였습니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들이 북(조선)의 해상미사일발사장치 개발문제에 관하여 보도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입니다. 2001년 10월 21일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있던 미국 국방장관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깡패국가'들 가운데 어떤 한 나라가 군함이 아니라 화물선 안에 은밀히 탑재할 수 있는 해상미사일발사장치 개발을 완료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는 그 나라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문맥을 보면 북(조선)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2002년 10월 24일 '자유전선(Frontiers of Freedom)' 주최로 미국 연방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사일방어체계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국방차관 폴 월포위츠는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깡패국가'들이 해상미사일발사장치를 개발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물음 - 한(조선)반도 군사정세를 인식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들이 말한 북(조선)의 미사일 정보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보다 그러한 정보공개행위 속에 들어있는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들이 한(조선)반도 군사정세에 관련된 민감한 군사정보를 언론에 흘려주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행위가 아닐까요?    

응답 - 그렇습니다. 자기들이 상대에게 가하는 군사적 위협은 감추고, 자기들의 위협에 대응하는 상대의 정당한 억제력을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과장·왜곡함으로써 미국의 침략전쟁을 합리화·정당화하고 군비증강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제국주의세력의 상투적인 수법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영국 언론을 통하여 북(조선)의 해상미사일발사장치나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에 관하여 말한 것은 미국이 북(조선)에 가하는 군사적 위협을 감추면서 그 위협에 대응하는 북(조선)의 정당한 억제력을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고 과장·왜곡하는 것입니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중시키면서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가중되는 군사적 위협은 북(조선)의 기존 미사일전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책동입니다. 미국의 그러한 책동을 미사일방어체계(MD) 수립이라고 부릅니다.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이 북(조선)의 미사일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북(조선)의 핵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만일 북(조선)의 핵억제력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에 의해서 무력화된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요? 북(조선)의 핵억제력에 의해서 마지못해 조·미 정치회담에 끌려나왔던 미국은 제멋대로 모든 회담을 중지할 것이며, 동시에 한(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전쟁도발책동에 더욱 열중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다그치는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을 주시하면서 최근 동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동해는 미·일 동맹군의 해상작전구역으로 되었습니다. 미국 제국주의세력은 군사분계선 가까운 전방지역에 배치하였던 주한미군 2사단을 감축, 개편, 재배치하면서, 지금까지 군사분계선에 집중되었던 한(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동해까지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3년 3월 2일 북(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미군 정찰기 알씨(RC)-135-에쓰(S)와 일본 해상'자위대' 정찰기 이피(EP)-3을 향해 조선인민군 공군 미그(Mig)-29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조준하여 쫓아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동해에서 미·일 동맹군의 합동정찰작전이 위험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지금 미국 제국주의세력은 '여름박동(Summer Pulse) 2004'라는 이름으로 세계해상실전훈련의 동북아시아 지역훈련을 동해에서 맹렬히 벌이면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중입니다.

둘째, 2004년 8월 미국이 동해에 9천9백t급 이지스 순양함 카우펜스호(USS Kaupens)를 배치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순양함은 항공모함 키티호크호(USS Kitty Hawk)를 중심으로 편성된 항공모함 전투단(Battle Group)에 배속된 3척의 순양함 가운데 1척인데, 페르시아만에서 이라크 공격임무를 수행하다가 동해에 이동배치되어 일본의 니가타(新潟)항에 기항하면서 북(조선)에 대한 해상작전에 나섰습니다.

원래 이지스함이란 8천-9천t급 구축함 또는 순양함에 이지스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탑재한 군함을 말하는데, 이지스함에는 미사일 요격능력, 항공기 요격능력, 전자정보수집능력을 갖추어져 있습니다. 미국 해군은 이지스전투체계를 탑재한 순양함과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해상'자위대'도 공고(金剛)급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지스함은 선체를 자체 기술로 건조하고 이지스전투체계는 미국에서 수입하여 설치한 것입니다. 중국 해군도 이지스전투체계를 갖춘 신형 구축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여 실전배치하였습니다. 남(한국) 해군도 2008년부터 2011년의 기간에 이지스함 3척을 보유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 일본, 남(한국)의 이지스함들은 북(조선)의 미사일전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동해를 작전구역으로 삼고 해상미사일방어체계를 작동하게 된 것입니다.

셋째, 미국은 동해에 배치한 이지스함의 해상미사일방어체계를 알래스카에 배치한 지상미사일방어체계와 통합시켜 북(조선)의 미사일전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2004년 7월 22일 알래스카 내륙에 있는 포트 그릴리(Fort Greeley)에서는 지상미사일방어체계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하는 마감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연합뉴스』 2004년 7월 23일자)

이처럼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 완공을 서두는 것은,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에 미사일방어체계를 완공하여 '깡패국가'로부터 오는 미사일 공격위험을 성공적으로 제거하였음을 과시하고, 부시 정부의 군사적 업적을 미국 인민들에게 과시하여 표를 더 많이 얻어내려는 계략이기도 합니다.

넷째, 미국은 2004년 8월초 태평양군 소속 제7함대(U.S. Seventh Fleet)의 전력을 강화하였습니다. 『에이에프피(AFP)통신』 2004년 8월 11일자 워싱턴발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군 사령관 토머스 파고(Thomas B. Fargo)는 최근 국방장관 럼스펠드에게 하와이와 괌 사이에 고도의 출동태세를 갖춘 항공모함 전투단을 추가로 배치할 것을 건의했으며, 그 건의는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미국이 2007년부터 서태평양에 해상군사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붕』 2004년 7월 21일자 보도와 일맥상통합니다.

『아사히신붕』 2004년 8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존 씨 스테니스호(USS John C. Stennis)가 일본 나가사키(長崎)현에 있는 사세보(佐世保)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평화운동가 이시우 씨가 2004년 8월 16일 서울의 인터넷언론 『통일뉴스』와 진행한 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의 8만4천t급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8월초에 동해에 배치되었으며, 지난 8월 6일 사세보항에서 유조선과 보급지원함이 각각 한 척씩 동해로 이동하였다고 합니다. 이시우 씨의 말에 따르면, 지난 3월 '독수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평택항에 들어간 미국의 사전배치선단(Maritime Prepositioning Ship)이 부산 하야리야(Hayaria) 부대의 군사시설과 군사장비를 사세보항에 하역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 해군이 동해에 집결하여 북(조선)의 미사일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북(조선)에 대한 공격력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주일미군기지는 미국 태평양지배체제의 전력투사거점(Power Projection Hub)으로 전변·보강되고 있습니다.

 다섯째, 미국의 주도로 미·일 동맹군의 합동작전능력이 증강되고 있습니다. 최근 부시 정부가 추진하기 시작한 주한미군 감군조치는 미·일 동맹군의 합동작전능력 증강책동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주일미군이 해상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하는 것에 발맞춰 일본 해상'자위대'도 해상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붕(每日新聞)』 2004년 8월 2일자는 일본 방위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도하였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미국의 주도로 오는 10월말에 열리게 될 이른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에 일본이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2004년 7월 26일자) 일본 방위청 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의 지휘 아래 '자위대'는 북(조선) 미사일기지에 대한 공격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붕』 2004년 7월 26일자)

주제 2 - 주한미군사령부의 '작전계획 5027-04'와 한·미 동맹에 대해서

물음 - 얼마 전 북(조선)은 언론을 통해 미군이 한(조선)반도 침략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04'를 수립하였다고 폭로·규탄하였습니다. 미군의 '작전계획 5027'에 관한 문제는 1990년대 말에 이미 남(한국)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조선)이 제기한 문제는 세상에 공개된 '작전계획 5027'의 일반적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2004년도에 수정·보완된 특정한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그 특정한 내용은 미군의 북침공격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며, 따라서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응답 - 어느 나라 군대나 나름대로 군사작전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사작전계획은 1급 군사기밀이므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적들이 군사작전계획을 파악하는 경우, 그 작전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2004년 7월 12일 『교도통신』은 미국 국립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에 보관된 기밀해제된 문서들 가운데 냉전시기 미국의 군사작전계획이었던 '단일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s Plan)'에 관한 문서를 공개하였습니다. 그 군사작전계획은 미국이 1960년대에 사회주의진영과 전면적인 핵전쟁을 벌이기 위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주목하는 것은, 그 작전계획이 3천2백기 이상의 핵무기로 소련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사회주의 동맹국들에 있는 목표물 1천개를 공격하는 선제공격계획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핵전쟁으로 지구 전체를 파괴하고 인류를 전멸시키는 대재앙을 불러오려는 군사작전계획입니다. 만일 미국이 그 군사작전계획이 실행에 옮겨졌더라면, 한(조선)반도는 미국의 핵공격으로 폐허가 되었을 것입니다. 미국 제국주의세력은 핵전쟁의 대재앙을 꿈꾸는 악의 화신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의 군사정세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냉전시기에 사회주의진영을 공격하려고 작성하였던 '단일통합작전계획'은 쓸모가 없어져 폐기되었고, 기밀해제되어 문서보관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냉전시기의 '단일통합작전계획'이 문서보관소에 들어갔다고 해서, 미국이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미국은 한(조선)반도를 파괴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작전계획 5027(Operation Plan 5027)'을 가지고 계속 전쟁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군사작전계획의 목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차별 전력배치목록(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에 따라 북(조선)을 침공하는 다섯 단계의 작전을 전개하면서 군사점령과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 군사작전계획은 2년에 한 차례씩 주기적으로 수정·보완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곤 합니다.

주목하는 것은, '작전계획 5027'은 재래식 전쟁계획이고 미국의 새로운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은 핵전쟁계획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이 핵전쟁 군사작전계획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은 냉전시기의 '단일통합작전계획'과 마찬가지로 선제공격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입니다. '시차별 전력배치목록'에 따라 몇 달 동안 단계적으로 벌어지는 재래식 전쟁에서 그러한 선제공격전략을 수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작전계획 5027'은 한(조선)반도 핵전쟁에서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언론에 공개한 '작전계획 5027'은 기밀해제된 다른 군사작전문서와 마찬가지로 폐기되어 문서보관소에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미국의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은 1급 군사기밀이므로 외부에서는 알 수 없으며, 작전명조차도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미국의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에 관해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내용들입니다.

첫째, 미국의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은 '단일통합작전계획'과 마찬가지로 선제공격전략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 둘째, 북(조선)에 대한 군사점령과 북(조선)의 정권교체를 작전목표로 하여 진행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에 따른 실전기동훈련이라는 것. 셋째, 주한미군 재배치 역시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에 따라 추진된다는 것. 넷째,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은 미·일 동맹군의 합동작전계획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는 것. 다섯째,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은 미국 본토에 대한 북(조선)의 전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미사일요격작전계획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왜 폐기된 '작전계획 5027'을 언론에 흘려준 것일까요? 작전계획을 언론에 흘려주는 행위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들의 정치적 의도는,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공갈을 지속하는 한편, 주한미군이 마치 '전쟁억제력'인 것처럼 위장하여 남(한국)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미국 제국주의세력이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북(조선)이 '작전계획 5027'을 거론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거기에는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을 폭로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책동을 파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책동은 이전의 '작전계획 5027'이 새로운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으로 교체된 것과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북(조선)은 세상에 알려진 '작전계획 5027'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책동을 폭로·규탄하는 것입니다.

주목하는 것은, 북(조선)은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책동을 폭로·규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 대응에 핵억제력이 포함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적극적 대응에 관한 공식발언은 2004년 7월 22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가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인민군측은 핵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공회전으로 시간만 끌고 있는 6자회담의 막뒤에서 지금 미국이 맹렬히 벌리고 있는 무력증강놀음에 대하여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미국측이 공격준비를 끝내고 출발진지를 차지할 때까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엄숙히 선언한다는 것을 각하에게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통일신보』 2004년 7월 31일자에서 다시 옮김)

물음 -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계획과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한·미 동맹체제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마 전 노무현 정권이 전민족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이라크 추가파병도 역시 한·미 동맹체제에 의해서 강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답 - 한·미 동맹체제의 성격은 일차적으로 군사동맹체제라는 데 있습니다. 미국 제국주의세력의 한(조선)반도 핵전쟁계획을 상설제도화한 전쟁체제가 한·미 동맹체제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여, 한·미 동맹은 핵참화를 예고하는 전쟁동맹입니다.

그러므로 한(조선)민족을 미군의 전략핵무기로 몰살하려는 끔찍한 전쟁동맹을 반대하는 것은 모든 한(조선)민족 성원의 정당한 권리이며 숭고한 의무입니다. 한·미 동맹을 반대하고, 그 동맹체제를 해체하는 정치투쟁은 단순한 정치투쟁이 아니라 한(조선)민족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의로운 투쟁이며, 조상이 물려준 신성한 강토를 핵참화의 위험에서 구하는 구국투쟁입니다.

중시하는 것은, 2004년 8월 남(한국) 민족민주운동이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저지투쟁을 전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 동맹을 반대하는 투쟁구호를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족민주운동은 주한미군을 철군하라는 투쟁구호를 넘어서 한·미 동맹을 반대하는 최고 수준의 전략구호를 들고 미국 제국주의세력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타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하라는 미국 대통령 부시(George W. Bush)의 요구가 청와대에 전달되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라고 해서 어찌 침략전쟁의 사지에 한국군을 내몰아 민족적 저항을 자초하고 싶었겠습니까. 어떤 자료를 보니까, 부시의 파병강요 때문에 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국 노무현 정권은 한·미 동맹을 위해서 한국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파병하는 근본원인은, 한·미 동맹이라는 올가미가 그 정권의 목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한·미 동맹이라는 올가미를 끊어버리지 못하면, 남(한국)은 영영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현과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책동이 상극인 것처럼, 민족공조와 한·미 동맹이 양립할 수 없음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북(조선)을 공격하기 위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계속 동원되면서, 입으로만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이율배반입니다. 이제 노무현 정권은 민족공조의 길로 나서든지 아니면 한·미 동맹에 예속되어 자승자박의 함정 속으로 굴러 떨어지든지 두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주제 3 - 6자회담의 장래에 대해서

물음 - 최근 북(조선)은 6자회담에 대하여 사실상의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부시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지 6자회담을 재개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시 정부가 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애쓰는 의도가 '핵문제'를 성실하게 해결하려는 데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6자회담을 벌여놓고 지난 2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어오다가, 이제는 자기들의 국내문제인 대선에 6자회담을 이용하려고 6자회담이 진전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작하려는 혐의가 보입니다. 지금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얽힌 6자회담의 장래문제는 조·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응답 - 6자회담에 기대를 걸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수명을 다한 6자회담은 천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부시 정부도 알고 있으며, 북(조선)도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6자회담은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불우한 운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핵문제'는 조·미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당연히 조·미 정치회담으로 해결하여야 하는데도, 부시 정부는 '핵문제'를 다자회담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것은 부시 정부에게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음을 입증합니다.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부시 정부를 상대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북(조선)은 처음부터 6자회담에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걸 수 없는 6자회담에 북(조선)이 참가한 까닭은, 6자회담으로서는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국)이 깨닫게 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6자회담이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온 것은 부시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지연전술을 구사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클린턴 집권시기에 미국 정부는 4자회담을 벌여놓았던 적이 있습니다만, '핵문제'는 4자회담에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4자회담은 몇 차례 열리다가 흐지부지해지더니 결국 막을 내렸습니다. 4자회담의 확대복제판인 6자회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올해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부시는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 마치 자기가 '핵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선 이전에 부시 정부는 자기 손으로 6자회담의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백하게, '핵문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조선)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적대정책 포기와 핵무기 개발 포기는 한 물체의 두 면과 같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경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이미 오래 전에 부시 정부에게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경우, 자기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관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결정적인 장애요인입니다.

그렇다면 부시 정부는 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는 것일까요? 그 까닭은 명백하고 간단합니다.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방안을 차마 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방안이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철군하며, 조·미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 세 가지 사안 가운데서 어느 것 하나도 부시 정부가 실행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과 복잡성이 있습니다. 그 세 가지 사안 가운데서 결정력을 가진 사안이 주한미군 철군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핵문제'는 주한미군 철군에 의해서,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지배세력들이 이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2004년 8월 17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가 끝난 직후, 그 청문회를 주재한 상원의원 군사위원장 존 워너(John Warner)가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변이 눈길을 끕니다. 기자는 주한미군 철군은 북(조선)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는데 현재 주한미군을 감군하는 조치가 북(조선)과 진행하는 회담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조건으로 될 수는 없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군사위원장 워너는 북(조선)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조선)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군조치를 협상조건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고려하였으나, 부시 정부는 주한미군 감군을 협상조건으로 내놓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연합뉴스』 2004년 8월 18일자) 이들 사이에 오간 짧은 발언에는 다음과 같  은 두 측면이 드러나 보입니다.

첫째,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 감군조치를 조·미 정치회담의 협상조건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검토하였다는 것입니다. 군사위원장 워너는 고려하였다(consider)는 표현을 썼으나, 나의 판단으로는 내부검토를 거쳤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 감군조치를 협상조건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검토하였던 때는, 베이징에서 제3차 6자회담이 열렸던 2004년 6월 23일 이전의 어느 시점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부시 정부는 주한미군 감군조치를 조·미 정치회담의 협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군사위원장은 부시 정부가 내부검토까지 하였던 협상조건을 왜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그 협상조건을 거부하리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감군이 아니라 철군입니다. 감군조치는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므로, 북(조선)이 감군조치와 '핵문제' 해결을 맞바꿀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한미군 철군은 미국이 다른 어떤 협상조건을 내놓는다고 해서 북(조선)이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철군하며, 조·미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것은 서로 연결된 사안들로서 연속선상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안을 추진하는 과정은 미국이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는 과정과 일치합니다.

지금 부시 정부는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클린턴 정부와 그 뒤를 이은 부시 정부는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핵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헛수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협박도 해보고, 정치회담도 해보고, '인도주의적 지원'도 해보고, 경수로를 건설해주겠다고 약속도 해보고, 전쟁위험을 고조시키기도 해보고, 다자회담도 해보고, 물질적으로 보상해주겠다고 약속도 해보았으나, 이루어진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행동은 주한미군 철군과는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속수무책입니다.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던가 아니면 '핵문제'를 해결하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핵문제'의 올가미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시 정부는 올해 대통령 선거국면에서 '핵문제'의 올가미에 걸려있는 자신의 모습을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만일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패하고 케리(John F. Kerry)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핵문제'의 올가미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 올가미는 부시의 목에서 케리의 목으로 옮겨가는 것일 뿐, 상황과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과연 미국이 '핵문제'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됩니다.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는 미국의 태평양 지배체제의 일부입니다. 미국이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는 것은 태평양 지배체제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지만, '핵문제'의 올가미에 걸려 목이 졸리면 그것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상이 됩니다. '핵문제'의 파탄은 아시아지역에서 핵확산금지체제의 붕괴를 촉발시킴으로써 태평양 지배체제에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조선)이 궁지에 빠진 미국으로 하여금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하도록 강제하려면 '핵문제'의 올가미를 더 힘껏 조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북(조선)이 '핵문제'의 올가미를 조이는 목적이 미국의 목을 졸라 죽이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시키는 데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다시 말해서, '핵문제'를 파탄시켜 아시아지역에서 핵확산금지체제를 붕괴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포기시키는 게 목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북(조선)이 아무 때나 무턱대고 '핵문제'의 올가미를 조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기간 중에는 '핵문제'의 올가미를 조이는 것을 피할 것입니다. 별반 효과도 내지 못할뿐더러, 자칫 잘못되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제 4 - 이른바 '탈북자문제'에 대해서

물음 - 최근 노무현 정부는 베트남에 머물고 있던 북(조선)의 불법월경자 4백68명을 남(한국)으로 데려갔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달리, 노무현 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이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6.15 공동선언을 저해하는 탈북공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탈북자문제'는 '인권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로 위장된 대북공작이라는 점이 점점 더 뚜렷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응답 - 우선 '탈북'이라는 개념이 귀순, 망명이라는 개념과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 남(한국) 정부당국과 언론은 '귀순'이란 말을 썼습니다. 원래 '귀순'이란 적이나 배반자가 반항심을 버리고 돌아오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지난 시기 남(한국) 정부는 북(조선)의 군인이나 주민이 남(한국)으로 넘어갔을 경우, 그를 '귀순용사' 또는 '귀순자'라고 불렀습니다. 반면에, 북(조선)에서는 남(한국) 주민이 북(조선)으로 넘어갔을 경우, 그를 '의거입북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대북비밀공작을 담당해온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은 '귀순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 해외체류자에게 접근하여 포섭하고 남(한국)으로 데려가는 '요인귀순공작'을 벌였습니다. 그러한 '요인귀순공작' 대상은 해외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교관, 대외무역회사 관계자 등 '요인'들이었습니다. 이한영, 김덕홍, 황장엽 같은 사람들이 '요인귀순공작'에 걸려들었던 대표적인 인물들입니다.

망명이란 정치적 탄압을 피하여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하는 것을 뜻합니다. 남(한국) 정부는 북(조선)을 이탈하여 남(한국)으로 넘어간 사람을 망명자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의 관계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북(조선) 주민이 남(한국)으로 넘어간 것을 다른 나라로 망명해온 것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떠도는 북(조선) 주민은 정치적 탄압을 피하여 중국으로 간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탄압, 종교분쟁, 전쟁, 기근, 자연재해 등을 피하여 다른 나라로 대피한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부릅니다. 난민지위는 유엔에 의하여 국제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중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가서 중국에서 떠도는 북(조선) 주민들에게는 국제법상 난민지위를 줄 수 없습니다. 만일 그들에게 난민지위를 주어야 한다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온 남(한국) 불법체류자들이나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간 남(한국)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난민지위를 주어야 합니다. 남(한국)에 들어간 중국 국적의 조선족 불법체류자들이나 동남아시아 출신 불법체류자들에게도 역시 난민지위를 주어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1990년대 중반부터 남(한국) 정부당국자들은 이른바 '탈북'이라는 해괴한 신조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말의 뜻인즉 북(조선)을 이탈하였다는 것입니다. 주목하는 것은 '탈북'의 원인입니다.

함경남북도에 사는 동포들 가운데는 만주에 사는 조선족과 인척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선족 동포가 북(조선)에 사는 친척을 방문하는 것이나 북(조선) 동포가 만주에 사는 조선족 친척을 방문하는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지속되어오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북(조선) 동포와 조선족 사이의 합법적인 상호방문이 예상치 못한 교란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한·중 수교 이후 남(한국) 동포들이 만주를 방문하게 된 때부터입니다. 한·중 수교 이후 남(한국)은 조선족을 매개로 하여 북(조선)에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공간에 눈독을 들인 것은 국정원 대북공작조직과 이른바 '탈북지원단체'라고 부르는 극우반북세력의 대북공작조직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금품으로 매수한 조선족은 친척방문자나 보따리장수 등으로 위장하고 합법경로로 북(조선)에 들어가서 비밀공작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정탐공작,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를 침투시켜 사회주의 체제를 교란하는 와해공작, 그리고 북(조선) 주민을 남(한국)으로 데려오는 '탈북유치공작'이 추진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기획탈북'이나 '기획입국'이라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탈북시켜서 남(한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기획사업이 아니라 '탈북유치공작'입니다. 기획이라는 중립적인 개념은 비밀공작에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기획탈북'이나 '기획입국'이라는 신조어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세상이 아는 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까지 북(조선)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대의 시련기에 처하였습니다. 당시 경작지가 별로 없는 함경남북도는 다른 지역보다 식량사정이 더 나빴습니다. 함경남북도 주민들 가운데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나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두만강 상류에는 국경을 가르는 철책도 없고 강물도 매우 얕아서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중국 쪽으로 넘어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국경선을 불법적으로 넘을 수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식량이나 생활필수품 등을 구하기 위해서 또는 돈을 벌어보려는 생각에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들어간 사람들은 북(조선) 정부와 중국 정부에 의해서 불법월경자(不法越境者)로 규정됩니다. 불법월경자라는 말을 남(한국) 식으로 표현하면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남(한국) 정부와 '탈북지원단체'는 불법월경자를 '탈북자'로 둔갑시켰던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불법월경자가 급증하자, 국정원과 극우반북세력들은 두 가지 비밀공작을 집중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중국에서 떠도는 불법월경자를 남(한국)으로 유치하는 공작, 그리고 금품으로 매수한 조선족을 북(조선)에 침투시켜 북(조선) 주민을 남(한국)으로 유치하는 공작입니다. 국정원 요원이 직접 북(조선)에 침투하여 정탐활동을 하였던 '흑금성 공작'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 그 무렵 대북비밀공작은 최고조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국정원과 극우반북세력의 대북공작은 철저하게 비밀공작으로 추진되었으므로 외부에서는 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불법월경자는 중국 공안당국의 눈을 피해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도와준다는 구실로 접근하면 유치공작은 쉽게 먹혀 들어갈 수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와 상호방문이 늘어나자 불법월경자들에게도 남(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습니다. 유치공작에 걸려든 불법월경자들은 여권이 없어서 중국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을 수 없으므로, 일단 베이징의 남(한국) 영사관이나 제3국 공관에 불법진입시킨 뒤에 남(한국) 정부당국이 중국 정부당국과 막후 교섭을 벌여 중국 정부가 그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방식으로 탈북유치공작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이 최근 언론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남(한국)에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탈북자'는 모두 수용한다는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합니다. 남(한국) 정부와 '탈북지원단체'들이 불법월경자를 '탈북자'로 규정하고 유치공작을 추진하여 남(한국)에 끌고 가는 데도, 그는 불법월경자들이 마치 남(한국)에 들어가기를 자원하는 것처럼 사태를 왜곡하였습니다.

북(조선)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중국으로 넘어간 동포를 남(한국)으로 데려가서 살게 해주는 것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어째서 부정적으로만 보느냐 하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닙니다.

우선 남(한국)에 들어간 불법월경자는 극소수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남(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국)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으면서 극빈층으로 전락하였고, 일부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들의 남(한국) 생활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불행한 생활입니다. 남(한국)에서 차별, 소외, 빈곤, 적응실패로 시달리는 '탈북자'들의 입에서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중국에서 북(조선)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라는 후회와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을 뿐 아니라, 해마다 1만3천명 이상 자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남(한국) 사회에 북(조선) 주민을 데려가서 잘 살게 해주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지금 일본, 미국, 캐나다 등지에는 남(한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남(한국)을 등지고 떠난 불법체류자가 수십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만일 북(조선) 정부가 나서서 남(한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이탈한 그들을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차원에서 북(조선)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남(한국)은 어떤 반응이 보일까요? 대뜸 해외불법체류자를 끌고 가는 북송공작을 중단하라는 규탄의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런 이치에서 보자면, 남(한국) 사회가 북(조선) 불법월경자를 남(한국)으로 끌고 가는 남송공작에 대해서 너무도 관대한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입니다.  

일본, 미국, 캐나다의 불법체류자 문제가 남(한국) 정부와 관련국 정부 사이에서 법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문제인 것처럼, 중국의 불법월경자 문제도 역시 북(조선)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에서 법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남(한국) 주민의 불법체류문제에 북(조선)이 '인권'을 명분으로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북(조선) 주민의 불법월경문제에 남(한국)이 '인권'을 명분으로 개입할 수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불법월경자가 늘어나자, 그들을 남(한국)으로 유치하는 공작을 추진하는 것을 대가로 적지 않은 금품을 챙기는 조선족이 생겨났습니다. 베이징, 홍콩, 서울을 잇는 국제범죄조직이 금품을 받고 유치공작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뉴욕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어떤 재미동포 이산가족은 북(조선)을 방문하여 자기 가족을 만난 뒤에 그들을 남(한국)으로 빼돌리기 위해서 국제범죄조직에 거액의 금품을 주고 탈북유치공작을 추진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그 공작을 추진한 국제범죄조직은 주소와 이름만 주면 언제든지 북(조선)의 어느 지역이라도 침투하여 대상자를 중국이나 제3국으로 빼돌려 주겠다고 장담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불법월경자는 조·중 정부당국의 합의에 따라 중국 정부당국이 북(조선)으로 추방하게 되어 있습니다. 불법입국자를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국제법상 지극히 정당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한국) 정부와 극우반북세력은 추방을 '송환'이라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왜곡하여야 자기들이 개입할 명분을 갖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으로 추방된 불법월경자는 북(조선)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대부분 가벼운 처벌을 받고 곧 석방되기 때문에 다시 불법적으로 국경선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탈북유치공작에 걸려 남(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불법월경하여 북(조선)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고, 북(조선)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불법월경하여 남(한국)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국) 정부와 극우반북세력은 북(조선)으로 추방된 불법월경자들이 교화소에 끌려가서 '가혹한 인권유린'을 당하는 것처럼 왜곡합니다. 그렇게 왜곡하여야 자기들이 '인권보호'라는 미명으로 개입할 명분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벌어진 불법월경자 유치사건은 유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을 우회경로로 한 탈북유치공작이었다는 점, 4백68명이나 되는 대규모 탈북유치공작이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불법월경자 4백68명을 베트남의 지정된 비밀장소에 집결시키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집단체류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남(한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의 공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국 정부와 달리 베트남 정부는 그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지 않고 남(한국) 정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지난 시기 있었던 수 십 명 규모의 불법월경자 유치공작은 남(한국) 극우반북세력과 남(한국) 정부당국의 공조로 추진된 것에 비해서, 이번의 대규모 유치공작은 남(한국) 정부당국의 주도로 추진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조선)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정부당국 사이의 대화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노무현 정부는 관련부처들로 이루어진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북한이탈주민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후원회'를 통하여 극우반북세력의 탈북유치공작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4년 8월 2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한 통일부장관 정동영은 지금까지 남(한국)으로 데려간 '탈북자'가 5천명이 되는데, 앞으로 1만명이 되는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9월초 10여개 정부기관이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모여 탈북유치공작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탈북유치공작이 북(조선)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냉각시킬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왜 그런 공작을 계속 추진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노무현 정부가 탈북유치공작으로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탈북유치공작만이 아닙니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악화시킨 것은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이 불법월경자 유치공작에 개입한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워싱턴 정가에 떠돌아다녔던 이른바 '북(조선) 붕괴설'을 아직도 믿고 있는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은 북(조선)이 저절로 붕괴할 것이라는 자기의 기대가 어긋난 것임을 알고 나서, 적극적으로 붕괴시키려고 책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의도는 북(조선)의 불법월경자를 미국으로 빼돌리는 유치공작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북(조선)을 붕괴시켜보려는 것입니다.

지금 워싱턴 디씨에 진을 치고 북(조선)을 붕괴시키려는 생각에 사로잡힌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은 불법월경자를 미국으로 유치하여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비밀공작에 관련하여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쿠바 사람들을 미국으로 유치하여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공작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는 쿠바를 '해방'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망명단체가 조직되어 쿠바에 대한 침투, 선전, 유인, 테러를 일삼고 있습니다.

북(조선)을 붕괴시키려는 생각에 사로잡힌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은 황장엽을 비롯한 '탈북자'들을 워싱턴 정계에 끌어들여 '증언'이라는 사기극 공연을 배후에서 조종·연출하고, 평소에 북(조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연방의원들을 자극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부 연방의원들은 '탈북자'를 워싱턴에 등장시킨 미국의 극우반북세력과 손잡고 '북(조선)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이니 '북(조선)인권법안(North Korea Human Right Act)'이니 하는 법안을 연방의회에 내놓았습니다. 그런 법안의 핵심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미국 정부가 북(조선)의 '탈북자'를 미국으로 유치하면서 북(조선) 와해공작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북(조선)자유법안'은 지난 7월 21일 연방하원에서 통과되어 연방상원의 최종의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만일 그러한 법안이 통과되면 극우반북세력들이 한·미 공조체제로 결탁하여 북(조선)에 대한 와해공작을 벌이게 될 것이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불법월경자들에 대한 유치공작이 추진될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반대를 꺾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데 성공하여 인권문제에 자신감이 붙으면, 그들은 북(조선)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 명백합니다. 2004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렸던 '인권정책연구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창국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북(조선)의 인권문제를 중장기사업으로 단계적으로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정권의 이른바 '햇볕정책'보다 더 후퇴한 반동적 기조 위에서 추진되는 '탈북촉진정책'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번 대규모 탈북유치공작은 노무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추진한 것이었지만, 사태발생의 배후에는 부시 정부와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이 노무현 정부의 공작 독점권을 빼앗으려고 노무현 정부를 자극한 책동이 있었습니다. 부시 정부와 미국의 극우반북세력이 노무현 정부를 자극하여 대규모 탈북유치공작을 서둘러 추진하도록 충동질한 것은 명백합니다. 북(조선)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제 5 -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가능성에 대해서

물음 - 최근 남(한국)과 미국의 언론들은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남북최고위급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였고, 중국을 방문한 전 국회의원은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도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열려야 한(조선)반도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러한 논의에는 당위성의 문제와 현실성의 문제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하는 것은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의 당위성이 아니라 현실성입니다. 과연 이러한 정세 속에서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가 바람직한 것일까요? 또는 그 회담의 개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응답 - 우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정상회담(summit talk)이란 나라를 대표하는 정부수반이 만나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정치회담을 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국)의 헌법이나 북(조선)의 헌법이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사실은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명백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평양회담은 정상회담이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회담은 정상회담이 아닙니다. 민족공조는 전자의 평양회담에서는 불가능하고, 후자의 평양회담에서만 가능합니다.

나는 평양회담을 남북최고위급회담이라고 부릅니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을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헌법조항에 배치됩니다. 북(조선)에서는 남(한국) 최고당국자와의 회담을 정상회담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남(한국) 정부와 언론은 거리낌없이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남(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전에는 '남북연합'이라는 특수한 개념을 쓰더니, 요즈음에는 '국가연합'이라는 위헌적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 남(한국) 정부와 언론이 남북정상회담이나 국가연합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행위, 그것도 가장 중요한 헌법조항에 배치되는 위헌행위입니다. 남북 사이의 물자교역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교역이 아니라 민족내부의 교역이라고 인정하여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남북최고위급회담이나 조국통일방안과 관련해서 민족내부관계를 국제관계로 왜곡하는 것은 정치부문에서 민족공조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남(한국) 사회의 일각에서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올해 후반기에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현 정세로 보아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첫째,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부보다 더 심하게 친미예속성을 드러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친미예속성은 이라크 추가파병 강행사태에서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그 사태를 통하여 드러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침략전쟁 종범의 올가미를 걸려 침략전쟁 주범 부시에게 질질 끌려가는 꼴입니다. 민족자주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북(조선)이 이라크 침략전쟁 주범에게 끌려가는 노무현 정권과 남북최고위급회담을 추진하기는 힘듭니다.

둘째,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과 달리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의지가 없으므로 퇴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남(한국) 민중의 조국통일운동을 가로막고 나서게 됩니다.

김대중 정권은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일방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6.15 공동선언을 강조하였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노무현 정권은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목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행동입니다. 6.15 공동선언 이행의지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실 의사표명이 아니라 실제행동입니다.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노무현 정권이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를 주시하면 결론은 명백해집니다.

우선, 노무현 정권에게 6.15 공동선언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사가 있다면, 지난 6.15 공동선언 발표 4주년 기념행사를 정부차원에서 개최하여 실천으로 이행의사를 표명하여야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 손님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6.15 공동선언 발표 4주년을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주인의 자리를 내던지고 손님의 자리로 나앉은 것은 실천주체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관망자로 남겠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노무현 정부는 김일성 주석 서거 10주기를 맞아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선생이 추진한 조문방북을 가로막았습니다. 박용길 선생은 1995년 7월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서기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였고, 판문점을 통해서 서울에 돌아갔습니다. 1994년 7월에 조국통일운동단체들의 조문방북추진을 탄압하였던 김영삼 정부도 당시 박용길 선생의 조문방북에 대해서는 차마 탄압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에 박용길 선생의 조문방북요청이 제기되었을 때, 노무현 정부 관련부처들은 찬반양론으로 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그에 관하여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조문방북을 허락하지 말도록 직접 지시하였습니다. 북(조선)에서 김일성 주석 서거 10주기가 얼마나 중요한 정치적 의의를 가지는 시점인지를 노무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고, 박용길 선생의 조문방북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몰랐을 리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라."는 단호한 지시로 조문방북을 가로막았습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착오나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남(한국) 극우반북세력의 반발을 의식하여 남북관계개선을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키기는커녕 역사의 시계바늘을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역행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극우반북세력의 반발 때문에 남북관계개선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오늘, 노무현 정부가 6.15 공동선언 이행에 나서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이행의지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것만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는 북(조선) 불법월경자를 집단적으로 남(한국)에 끌고 가서 '외교적 승리'를 자축하였습니다. 불법월경자를 집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남북관계를 파경으로 몰아넣으리라는 점을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는 불법월경자 집단유치공작에 관한 보고를 받고 그것을 승인하였습니다. 불법월경자 유치공작은 이른바 '북(조선) 붕괴설'을 믿는 광신자들이 주도하는 와해공작의 일환이므로, 노무현 정부가 그 공작을 추진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관이 '북(조선) 붕괴설'을 믿는 광신자들의 대북관과 상통하고 있음을 입증합니다. '북(조선) 붕괴설'에 대한 광신과 6.15 공동선언에 대한 믿음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며, 노무현 정부의 탈북유치공작이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 반동적이라는 점도 자명합니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은 어디까지나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하여 열려야 하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처럼 6.15 공동선언에 역행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한 자리에 마주앉는 것은 힘들게 되었습니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은 아무 때나 열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은 노무현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할 의사를 행동으로 표시하여야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는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안건이 상정될 것입니다. 북(조선)은 국가보안법이 6.15 공동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최대의 장애물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줄곧 폐지를 요구하여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6.15 공동선언에 역행하면서 국가보안법을 붙들고 있는 한,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열리기 힘듭니다. 현재 냉각된 남북관계는 이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개선될 것이고,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문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따라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주제 6 - 이른바 '양안문제'에 대해서

물음 -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사이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른바 '양안문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하고, 또 해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양안문제'가 한(조선)반도의 통일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양안문제'는 중화민족의 내부문제이고, 한(조선)반도의 통일문제 역시 한(조선)민족의 내부문제인 것은 명백하지만, 그 두 가지 문제가 태평양 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응답 - 아시다시피, 지금 부시 정부는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한 미군을 감축하고 재배치하는 조치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주독미군을 재배치하는 대상지역은 동유럽입니다. 동유럽은 지난 냉전시기에 옛 소련군이 배치되었던 지역인데, 지금은 미군이 그 지역에 밀고 들어가 전진배치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미군의 전진배치를 보면서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냉전시기 북(조선)에 매우 근접하여 전진배치하였던 주한미군을 감군하고 후방에 재배치하고 있으며, 주일미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북(조선)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전략이 변화되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주일미군을 강화하고, 동맹군인 일본 '자위대'와의 합동작전능력을 강화하여 동해와 대만해협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전쟁체계를 보강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해와 대만해협만 지키고 있으면 태평양 지배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동해에서 조선인민군과 러시아 극동군을 상대하는 대치선을 유지하고, 대만해협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을 상대하는 대치선을 유지하면 태평양을 영구히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전략가들의 생각입니다.

미국이 동해전선과 대만해협전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동해의 대치선과 대만해협의 대치선을 강화하기 위해서 미국 해군 제7함대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문제, 동아시아에 배치한 미국 육군을 신속기동군체제로 개편하는 문제, 일본 '자위대'와의 합동작전능력을 향상시켜는 문제, 군사분계선에 형성된 기존의 대치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체제에 배속시켜 후방에 재배치하는 문제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동해와 대만해협을 작전구역으로 삼는 경우, 당연히 미국 해군 제7함대의 작전능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동해와 대만해협에서 제7함대의 작전능력이 강화되는 것과 함께 북(조선), 중국, 러시아 극동군도 대응전력을 갖추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북(조선), 중국, 러시아 극동군이 해군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러한 군사정세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이 새로운 미사일을 장착한 해상미사일발사장치와 잠수함미사일발사장치를 실전배치하였다는 보도는 그러한 정세의 반영입니다.

둘째, 북(조선)은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국가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면에, 유럽에서 일어나는 군사상황변화에서는 이러한 통일문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목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통일문제는 군사상황을 변화시키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점입니다. 군사상황이 통일문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의지와 노력이 군사상황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재배치하는 것이나 일본 정부가 덩달아 '자위대' 무력을 증강하는 것은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 북(조선)과 중국의 국가적 의지와 노력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행동입니다. 태평양 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국가적 의지와 노력은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 북(조선)과 중국의 국가적 의지와 노력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셋째, 중국의 대만통합은 미국의 태평양 지배체제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한(조선)민족에게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겠지만, 대만통합 이후의 중국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패권주의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무모한 패권주의정책을 추진할수록 그 악영향은 동북아시아와 한(조선)반도에게 파급되어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지금 중국은 통일된 한(조선)민족이 중국에 대해서 만주의 영토문제를 제기하여 갈등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우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고구려역사 찬탈책동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된 한(조선)민족이 중국에 대해서 영토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조선)반도에 건설될 연방통일국은 미·일 동맹군과 대치하는 한편, 연방통일국 내부에 제기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데, 이웃나라인 중국과 영토분쟁을 일으켜 화를 자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중국은 패권주의에 기울어져 한(조선)반도 정세전망을 오판하지 말아야 하며, 한(조선)민족이 건설할 연방통일국에 대한 기우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2004년 8월 2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