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반도 정세를 진단한다

민족통신 노길남 편집인은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과 대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에 관련한 문제들을 알아봤다. 그는 한반도 정세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어 이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자세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극단적인 낙관주의도 그리고 극단적인 비관주의도 모두 배격한 입장에서 분석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대담 내용들을 요약하여 소개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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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남북관계 경색, 6자회담 연기, 북핵문제 여론, 남한 핵문제 부상, 주한미군재배치 움직임, 미 의회의 이른바 <인권법안>제정, 미국 대선향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정세를 진단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이 될 것 같은데 한호석 소장께서는 오늘의 한반도 정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묘사할 수 있겠습니까?

[답변]예상치 못한 문제(남한 핵실험 의혹문제 등)들도 튀어나오고 하여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예측하기 힘들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문]복잡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복잡한 요인들 중 한반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주요한 요인들을 열거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우선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연관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1)북침을 위한 선제공격으로 보는 해석도 있고, (2)종래의 주한미군을 대북 위협수단으로 삼았는데 남한 군사력을 증강하여 대치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고, (3)주한 미군 대신에 미.일동맹군을 강화하여 대북위협을 가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고, (4)세계적 범위에서 미군을 감축하는 전략의 일환으로만 보는 해석도 있는데 이것들의 연관관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예상치 못한 문제로 남한의 핵물질실험 의혹을 들었는데 이 문제에 대하여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답]이것도 전문가들마다 해석이 구구합니다. 왜 미 당국이 이 문제를 폭로했는지 분명한 증거는 찾기 힘들지만, 노무현 정부가 핵물질실험 의혹이 제기되어 매우 곤경에 처해있음은 분명합니다. 국제독점자본에 대한 예속이 날로 심화되면서 발생한 경제위기로 민중의 생활이 파탄됨으로써 노무현 정부는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미국은 경제파탄위기에 빠져 있고 중산층의 지지기반이 와해되고 있는 현재의 남한 상황에서 자기들이 주한미군마저 빼내가는 경우,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시기에 성공한 비밀핵물질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총체적 안보불안에 빠져드는 노무현 정부가 핵무기개발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이 그런 가능성을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고 봉쇄하려는 여론공작을 추진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돌이켜보면, 남측 정부의 비밀핵개발을 차단하고 봉쇄하였던 미국의 정치공작은 박정희-전두환 등 역대 집권세력이 주한미군 감군과 경제파탄위기가 중첩되었던 상황에서 추진된 바 있었습니다.

[문]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미문제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는데 지금 미국 대선을 4주정도 앞두고 부쉬와 케리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국제문제와 관련하여 두 후보간의 90분 논쟁을 지켜보면서 두 후보의 대북정책이 전술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부쉬는 6자회담을 케리는 당사자인 2자회담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전자는 대북적대시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고 후자인 죤 케리 민주당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시절 참모들이 국제관계 자문들로 참여하고 있어 케리가 당선되면 글린턴 정부의 대북관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라고 예견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답]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그들의 제국주의적인 본질 때문에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술일 것입니다. 양당의 차이점은 군산복합체(MIC)와의 관계 면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과 관련하여 군수산업자본의 이익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공화당은 그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 중산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하는 민주당은 그것에 비판적이며 제동을 겁니다. 부시는 요격미사일 실험이 성공하지 못하여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도 계속 그것을 추진하려고 알라스카 기지에 요격미사일을 설치하는 등 군수산업자본에게 유리한 책동을 노골적으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부시가 미사일방어체계를 서둘러 추진하려는 것은 군사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생각합니다. 11월 대선 이전에 이북의 미사일전력을 무력화시키고 미국 본토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어체계를 자기 손으로 완성했다고 선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제국주의세력은 언제나 자기의 무력을 과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레이건 집권시기에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고 '별들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한 것도 나중에 밝혀진 것은 과장이었습니다. 그 과장하는 버릇은 상대에게 공포감과 무력감을 심어주어 반제투쟁의지를 꺾어버리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미사일방어체계를 서둘러 완성하려는 군사적 책동은 '별들의 전쟁'계획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회주의국가의 반제투쟁을 압도해보려는 제국주의세력의 교활한 정치적 책동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문]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데 있어 조미관계가 아주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여기에서 이북 당국의 대미정책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보는지요?

[답]이북은 고난의 행군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진취적 구호를 제기하였으며, 그에 걸맞게 정치, 경제, 군사적 역량을 날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북이 말하는 강성대국이란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봉쇄를 없애버리고 민족적 자주성을 완성한 연방통일국을 뜻합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는 이북이 연방제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줍니다. 6.15 공동선언은 연방제 통일이 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실현될 것임을 현실로 입증한 대사변이었습니다. 6.15 공동선언이 현실화되고 있다면, 조국통일실현이 확정적인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연방제 통일의 실현은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거와 한미동맹체제의 해체를 전제로 합니다. 미국 국방부의 노회한 전략가 앤드류 마샬 같은 사람은 코리아가 통일되면 미국이 코리아에서 쫓겨난다고 예측하는 전략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가들도 코리아의 통일과 한미동맹체제의 해체를 예견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진행되는 주한미군 감군조치는 1988년부터 지속되어온 미군기지 재배치전략의 일환입니다만,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코리아의 통일과 한미동맹체제의 해체라는 역사발전의 필연성을 내다본 미국이 그러한 정세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포석을 놓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문]그렇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련하여 숨겨진 의도라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을 한두 가지라도 제시해 줄 수 있는지요?

[답]1999년에 작성된 미국의 군사전략보고서 가운데는 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보고서 내용 가운데 코리아와 연관된 부분은, 통일된 코리아는 미국인들 쫓아낼 것이며(A reunified Korea will expel the Americans.), 일본은 아시아를 지배하게 된 중국으로부터 자기의 안전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고 일본영토에 있는 미군기지들을 폐쇄하는 데 동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이 장성하여 미국의 힘을 몰아낸다는 뜻이지요. 1999년에 와 함께 페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페리보고서는 조미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예견하였습니다. 그 두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그런데 요즘 들어 해 내외에서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답]지금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의 극단은 전쟁 비관주의인데 전쟁이 일어나면 이북이 망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비관하는 견해입니다. 다른 하나의 극단은 전쟁불가 낙관주의입니다. 전쟁은 더 이상 없고 미국은 코리아에서 물러나고 통일이 실현된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 세력이 존재해 있는 한 언제나 전쟁위협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국주의세력에 의해 전쟁위협이 상존하는 문제와 쌍방 사이에서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고 이북의 전쟁억지력이 허물어지면서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견해는 피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문]복잡한 한반도 정세이지만 그것을 뚫고 극복해 나아 갈 수 있는 힘은 우리 민족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호석 소장께서는 이런 한반도, 조선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다고 제언하겠습니까?

[답]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연방제 통일입니다. 연방제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해결하지 못했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연방제 통일을 성취하는 열쇠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봉쇄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문]그러면 미국의 지배와 봉쇄를 제거하는 방도를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준다면 어떤 의견을 내 놓을 수 있습니까?

[답]저는 두 가지로 요약하여 제안하고 싶습니다. 한가지는 이북이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국주의 세력은 언제나 무력으로 자기의 지배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에 그에 맞서려면 당연히 반제군사전선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제국주의세력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은 반동적인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비한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량보복능력이지요. 지난 9월27일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제59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조미관계 개선이 미국 때문에 이뤄지지 못한 점들을 지적하는 가운데 "우리는 핵억제력의 폐기 의지를 보다 명백히 하기 위해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도(no more manufacturing of nuclear weapons), 시험하지도 이전하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핵동결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댔습니다."라고 발언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국주의 침략정책에 대비하여 핵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표현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이었습니다.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하여 반제군사전선을 핵억지력으로 강화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이남 민중이 각성하여 반미자주화투쟁을 전개하는 일입니다. 반미자주화투쟁은 민족주의운동의 일환이 아니라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기 위한 우리 시대의 사회변혁투쟁입니다. 한반도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봉쇄는 이북의 반제군사전선과 이남의 반미자주화투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또 기어이 제거하여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시대적 요구 앞에 서있습니다.

[사회자]귀한 시간을 내주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논문 많이 기대합니다.

[민족통신 10/4/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