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운동이 승리하는 길

21세기코리아연구소 2005.4.5

 

우리운동이 승리하는 길

 

 21세기코리아연구소 연구소장 조덕원

 

* 2005년 4월 2일 뉴욕 플러싱에서 열린 통일학연구소 설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된 글이다.

 

 

우리운동과 이남운동

 

‘우리’란 참 좋은 말이다. 이 말을 쓰면서 사람은 나와 너라는 개인주의적 존재에서 우리라는 집단주의적 존재로 비약하였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이 있다. 6.15공동선언 1항에 나오는 이 뜻깊은 말은 우리시대 최대의 화제어가 되었다. 민족자주 민족단합을 천명한 6.15공동선언은 그간 나와 너로 갈라지며 화해할 수 없었던 남과 북을 우리라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만들어놓았다. 6.15공동선언이 가진 위대한 생활력의 하나이다.

 

남과 북이 우리가 되면서 미국에 대한 규정이 달라졌다. 미 부시정권은 이북과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후 실제로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그러니 남과 북 우리민족은 미국의 북침책동을 경계하며 반전반미운동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간 남과 미국을 하나로 묶고 북을 다른 하나로 묶는 전선을 남과 북을 하나로 묶고 미국을 다른 하나로 묶는 전선으로 바꿔놓았다. 바야흐로 남과 북의 ‘우리’와 미국이라는 ‘남’이 대치하는 전혀 새로운 국면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운동이란 우리혁명을 말한다. 바꿀 혁, 운명 명, 혁명이란 곧 운명을 바꾼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혁명이란 우리의 운명, 곧 우리민족의 운명을 바꾼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미국에 의해 유린당한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의해 분단된 운명인 만큼 미국을 몰아낸 후에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미국과 분단에 의해 유린된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이러한 운동을 우리민족의 자주권쟁취운동이라고 부른다. 그냥 자주통일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남운동이란 이남혁명을 말한다. 이남민중의 운명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남민중의 운명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가. 미국과 친미세력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받는 민중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다. 미국과 친미세력에 의해 유린된 운명인 만큼 미국과 친미세력을 몰아낸 후에야 바로 잡을 수 있다. 미국과 친미세력에 의해 유린된 민중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이러한 운동을 우리민중의 생존권쟁취운동이라고 부른다. 그냥 진보적 민주주의운동(반독점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과 북 우리 안에 이남이 있는 만큼 우리운동 안에 이남운동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민족의 자주권쟁취운동과 우리민중의 생존권쟁취운동, 자주통일운동과 진보적 민주주의운동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여기서 하나라는 말은 우리민중의 생존권쟁취운동이 우리민족의 자주권쟁취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뜻이고 우리민족의 자주권이 쟁취된 후에야 우리민중의 생존권이 쟁취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낸 후에야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그런 후에야 우리민족의 통일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 자주 없이 민주 없고 통일 없다.

 

우리운동과 이남운동이 하나라는 말은 민족과 민중의 관계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민족은 민중의 대외적 표현이고 민중은 민족의 대내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민족과 민중이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가 드러나는 두개의 표현일 뿐인 것이다. 남과 북의 민중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민중이다. 다만 그 자주성 실현의 정도와 주어진 사회적 환경이 다를 뿐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남북 민중의 자주적 교류는 남과 북의 민중이 둘 아니라 하나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에서 우리를 남과 북이라고 했는데 이는 우리운동과 이남운동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당연히 ‘우리’라는 말에는 남과 북만이 아니라 해외도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라는 말은 전국적 표현이 아니라 전역(全域)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이라는 전국을 넘어 남과 북, 해외라는 전역의 뜻을 담고 있는 귀한 말이 바로 ‘우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운동이란 남과 북, 해외의 운동이다. 남과 북, 해외 우리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운동이 바로 우리운동이다. 이 운동은 1990년대 이래 3자연대운동(민족통일전선운동)이라고 불려졌다.

 

이북이 1966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을 때, 이남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을 때 해외의 모든 동포들은 나, 너 할 것 없이 모두 우리가 되어 한 사람처럼 기뻐했다. 중국의 고구려역사 찬탈 시도나 일본의 독도 강탈 시도에 해외의 모든 동포들이 나, 너 할 것 없이 모두 우리가 되어 한 사람처럼 분노하고 있다. 남과 북에 모두 가족을 두고 있는 해외동포에게 조국의 통일은 우리일이지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우리민족이 미국에 의해 분단된 불우한 처지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해외동포들의 위상도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 해외동포가 조국통일운동의 일원으로 당당히 결합해 한 몫 하는 오늘의 현실은 우리운동의 전역적 성격을 확증시켜 준다.

 

운동이란 목표와 수단, 방법이 하나로 연결된 과정이다. 목표를 향해 수단을 마련하고 방법을 쓰는 것이 운동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운동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수단을 강화하고 방법을 잘 쓰는 데 승리의 비결이 있는 것이다. 무릇 세상이치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알고보면 간단하다. 참고로 정확한 목표가 정치노선이라면 수단을 강화하는 것을 조직노선, 방법을 잘 쓰는 것을 투쟁노선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운동의 목표와 수단,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자주적 민주정부 및 통일정부와 민족민주전선, 그리고 전민항쟁이다. 우리운동이 승리하는 길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자주적 민주정부와 자주적 통일정부

 

운동은 목표를 정확히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누구든 기차역에서 표를 끊기 전에 먼저 목적지부터 생각한다. 우리운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하나는 자주적 민주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적 통일정부이다. 자주적 민주정부는 이남이라는 지역적 범위 운동의 목표이고 자주적 통일정부는 남과 북, 해외라는 전역적 범위 운동의 목표이다. 지역적 범위의 운동이 전역적 범위의 운동의 한 부분인 것은 자명하다.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은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지향하며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통해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은 완성된다.

 

자주적 민주정부의 ‘자주적’이라는 말은 민족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뜻이고 ‘민주’라는 말은 계급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뜻이다. 민족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말은 외세로부터 유린된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였다는 뜻이고 계급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말은 계급적 차별을 차차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인간해방의 경로는 민족적 차별, 계급적 차별, 계급적 차이, 노동의 차이를 해소하는 단계로 나아가는데,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은 그 첫 단계에 해당한다.

 

'민주정부'는 일반민주정부와 민중민주정부로 구별된다. 우리에게 일반민주정부는 친미보수(‘개혁’)세력이 주도하는 정부로서 부르주아민주정부의 범위에 속하고 민중민주정부는 반미진보세력이 주도하는 정부로서 프롤레타리아민주정부의 범위에 속한다. 이런 말들은 역사적으로 사용된 과학적 표현들이라 언급한 것이고 그냥 ‘개혁정부’ 진보정부라고 불러도 큰 차이가 없다. 민중민주정부는 또 다시 반봉건민주정부와 반독점민주정부로 구별된다. 전자는 예속적인 반봉건사회의 모순을 해소하는 정부이고 후자는 예속적인 반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해소하는 정부이다.

 

사회운동의 목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바로 그 사회의 성격이다. 이남사회의 성격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운동의 목표가 규정되는 것이다. 이남사회의 성격이 예속적인 반자본주의사회라는 말은 이남사회가 예속사회라는 의미와 기형적인 자본주의사회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예속사회라는 말은 외세가 대리정부를 통해 군사적으로 장악하고 정치적으로 지배하며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사회라는 뜻이고, 기형적인 자본주의사회라는 말은 절대로 정상이 될 수 없는 불구자본주의사회라는 뜻이다. 혹 반자본주의사회란 말을 봉건주의와 자본주의가 절반씩 섞였다거나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과도기로 이해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남이 봉건사회나 사회주의사회가 아닌 만큼 자본주의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로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자본주의사회처럼 독점전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식으로 발전할 수는 없다. 이남사회가 시작된 처음부터 미국이라는 제국주의국가에 의해 철저히 예속되었고 그래서 자기발전의 방향과 과정이 완전히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의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미국독점자본을 비롯한 제국주의독점자본에 의해 장악된 예속독점자본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을 좌우하는 것도 이남의 예속독점자본이 아니라 미국독점자본을 비롯한 제국주의독점자본이다. 이남경제가 국제통화기금의 경제신탁통치에 들었던 1998년 이후의 현실은 이런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남사회가 미국이 지배하는 예속사회이고 외국의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의 예속독점자본이 착취하는 자본주의사회인 만큼, 이남사회를 변혁하는 운동의 목표는 자연히 반미와 반독점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반미는 자주와 관련된 말이고 반독점은 민주주의와 관련된 말로서,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말이 여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말은 한마디로 반미자주가 실현된 조건에서 반독점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부라는 뜻이다. 이 말은 자주적 민주정부는 반미자주가 실현되어야 수립될 수 있는 정부라는 뜻과 반독점민주주의를 정강으로 내세우는 정부라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

 

그럼 반독점민주주의의 요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독점자본이 장악한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으로 노동생활의 민주화와 무상교육, 무상치료 등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외국과 국내의 자본가가 부당하게 축재한 재산을 틀어쥐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의 생활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이 땀흘려 일해 번 것을 돌려주는 지극히 정당한 민주적 조치일 뿐이다. 외국자본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막대한 이윤을 뽑아가는 것을 예속적 반민중정부는 권장하지만 자주적 민주정부는 용납하지 않는다.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불평등한 외국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은 폐기되고 비정규직이나 농산물수입개방 문제 등은 근원적으로 해결된다.

 

그래서 반독점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정부는 ‘개혁정당’(친미개량주의정당)의 정부가 아니라 진보정당의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 및 예속 독점자본의 충직한 대리인인 신자유주의정부가 아니라 제국주의 및 예속 독점자본의 견결한 반대자인 반신자유주의정부만이 반독점민주정부가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정부는 한마디로 제국주의 및 예속 독점자본이 노동자, 농민이라는 근로민중을 무한히 착취하도록 보장하는 반민중정부이다. 반면 반신자유주의정부는 제국주의 및 예속 독점자본의 부당한 재산을 환수하여 근로민중에게 돌려주는 민중정부이다. 그러므로 자주적 민주정부의 '민주정부'는 민중정부의 뜻으로 풀이된다.

 

이남에서 제국주의 및 예속 독점을 반대하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 뿐이다. 진보정당의 외피를 쓴 정당이 하나 더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사이비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남의 유일한 진보정당이라고 불려진다. 따라서 반독점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민중정부는 민주노동당정부라고 할 수 있다. 자주적 민주정부란 자주적인 민주주의, 곧 반독점민주주의를 강령으로 하는 진보정당을 정치적 담당자로 하는 정부를 뜻하기 때문이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지향하는 모든 진보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그 직접적 담당자로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남에서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지체없이 이북의 사회주의정부와 자주적 통일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남의 자주적 민주정부가 체제상 자본주의정부인 만큼 남북의 서로 다른 두 체제의 두 정부가 하나의 정부를 이룬 자주적 통일정부는 연방정부일 수밖에 없다. 상이한 두 체제의 지방정부를 가진 단일한 중앙정부의 형태는 오직 연방정부밖에 없다. 자주적 통일정부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체제의 지방정부를 가진 하나의 연방중앙정부로 구성된다.

 

이남과 이북의 서로 다른 체제의 정부가 하나의 연방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이유는 남과 북이 결코 갈라져서는 살 수 없는 하나의 운명공동체, 곧 ‘우리’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 우리는 반만년 한 역사를 가진 한 핏줄, 한 언어의 한 민족이다. 그 뿐 아니라 더 이상 갈라져서는 존재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는 운명공동체이다. 이 말은 남과 북이 하루빨리 통일을 이룩하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언제 전쟁이 일어나 민족 그 자체가 멸살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의혹만으로 이라크침략전쟁을 일으킨 사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북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군사강국이 아니라면 코리아(Corea)반도는 진작 미국의 침공을 받은 이라크처럼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 누구나 인정하듯이 코리아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있는 힘은 제국주의적 야욕에 미쳐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군사력이 아니라 미국본토를 대량보복 할 수 있는 이북의 군사력에 있다.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겠다는데 한사코 훼방을 논 것도 미국이고, 이북을 '악의 축'이니 ‘폭정의 전초기지’니 뭐니 하며 끝까지 걸고 드는 것도 미국이며, 코리아 남단에 연합전시증원훈련이니 독수리훈련이니 하는 북침전쟁연습을 날마다 벌이고 있는 것도 미국이다.

 

미국이 이남을 60년이나 강점하면서 호시탐탐 이북을 침공하려고 하는 조건에서 남과 북이 전쟁을 반대하는 공조를 벌이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절박하다. 그리고 코리아반도의 전쟁위험은 전쟁의 화근인 주한미군을 철거시키고 남과 북이 연방정부를 수립할 때에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이북을 침공한다면 코리아반도만이 아니라 미국본토와 일본열도가 모두 핵무덤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코리아전쟁은 최악의 전지구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국면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을 호전적인 부시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 오직 남과 북, 해외의 우리민족이 반전평화 공조에 한 사람처럼 떨쳐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한편 오늘 이북과 미국의 대결전에서 전쟁이 아니면 평화가 아니라 통일이라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북이 핵과 미사일이라는 카드를 단순히 체제보존의 수단이 아니라 미군철수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말은 대북 침략군적 성격의 외국군대가 철거된다는 뜻과 대남 점령군적 성격의 외국군대가 철거된다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 주한미군이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친미예속정부의 최대보호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철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운동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객관정세가 된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특히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철수를 결정적으로 촉진할 것이며 그 결과 이남에 1997년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금융공황이 벌어지고 심각한 정치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사실 미국의 동북아전략에서 이남은 일본에 비해 전술적 거점에 불과하다. 이북의 ‘핵문제’를 풀지 못하면 일본과 이남, 제3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핵무장화를 막을 수 없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이미 ‘핵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이남에 대한 지배를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주한미지상군이 신속기동전략이라는 미명 아래 2005년까지 철군하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주한미군철수로 한미군사동맹이 붕괴되는 조건에서 미국은 주일미군강화와 일본군재무장을 비롯한 미일군사동맹 강화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 일본열도를 미국의 영원한 불침항공모함으로 만들어 훗날 코리아반도와 중국, 러시아의 침략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동북아전략의 요체이다.

 

일본은 다름 아닌 우리민족에게 수십년에 걸쳐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들씌운 희대의 전범국가이다. 독일과 달리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버티며 지금도 독도분쟁을 일으키고 재일동포를 핍박하는 일본의 군국주의부활에 대해 우리민족은 최대의 경각성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일본군국주의부활의 배경에 미제국주의의 동북아전쟁전략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며 이제는 반미와 반일을 하나로 묶어 반제의 기치를 높이 들고 투쟁해야 할 때이다. 남과 북, 해외의 우리민족은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반제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공조의 한 길에 모두 떨쳐나서야 한다.

 

자주적 통일정부는 남과 북, 해외의 모든 동포가 주인으로 참여하고, 전쟁을 반대하며, 연방정부의 형태를 띠는 측면에서 자주적이고 중립적인 연방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이 조국통일의 대사변기로 나아가는 전환적 시점인 2005년 조국광복 60돌, 자주통일원년을 맞으며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의 3대 공조의 기치를 들고 투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15공동선언이 채택된 이후 우리민족은 ‘우리민족끼리’와 ‘우리민족제일주의’에 이어 ‘3대공조’의 기치를 들고 투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3대원칙에서 비롯되고 자주적이고 중립적인 연방정부를 지향하는 이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의 3대공조기치야말로 우리민족이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진보정당과 통일전선

 

운동은 이를 떠밀고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할 때 서울이 목표면 기차는 수단이다. 기차가 힘도 쎄고 빠르면 그만큼 많은 짐을 싣고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기차는 방향을 제시하고 동력을 제공하는 기관차와 뒤에 따라가는 열차차량으로 이루어진다. 당과 대중단체와 통일전선은 바로 이 기관차, 열차차량, 기차에 비유할 수 있다. 즉 당은 대중단체들이라는 열차차량들을 하나의 통일전선이라는 기차에 묶어 이끌고나아가는 기관차인 셈이다. 이 통일전선의 기차에서 기관차의 역할을 하는 것을 통일전선의 주체세력 또는 추진주체라고 부른다. 당은 변혁운동과 통일전선의 추진주체, 기관차인 셈이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남에서 노동계급의 변혁적 당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사업을 절대로 홀시하거나 늦출 수는 없다. 노동계급의 당이 불법인 조건에서 주체세력의 대안 중 하나가 민족민주전선체나 합법적인 진보정당이다. 그런데 이남에서는 1990년대를 거치며 전국연합과 같은 민족민주전선체가 일부 정파의 조직으로 한정되어 버리면서 통일전선의 주체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게 되었다. 이는 지금 ‘전국연합해체론’이 그 내부의 주류대오에서 제기된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엄존하고 민족민주전선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합법적인 진보정당은 유일한 주체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남의 유일한 합법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사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는 각각 반독점민주개혁과 6.15공동선언실현을 독자적 강령으로 하는 상설적 통일전선체이다. 민족자주라는 강령이 동일하고 핵심주체나 소속단체가 대부분 공통하는 이 두 연대체의 통합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을 넘어 셋도 되고 열도 될 수 있는 법, 두 단체의 통합은 질적 상승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우리운동의 주체역량을 비약시킬 수 있는 이러한 조직사업에 모든 민족민주운동가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남의 우리운동대오에서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자기발전과정이 일정한 단계를 지나면서 민주노동당의 선도추진적 역할과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의 필요성에 대하여 거의 완전한 합의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월말 민주노동당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전국연합 오종렬의장이 민주노동당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한 사실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상당수가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에 소속된 대중단체의 간부나 핵심인 만큼 민주노동당이 어떤 결심을 하는가에 따라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의 여부와 속도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남의 통일전선체로는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만이 아니라 반미연대체도 주목된다. 진보적 반미단체들은 여중생범대위(미군장갑차고신효순심미선살인사건범국민대책위원회)를 해소하고 국민행동(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과 평택범대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로 뭉쳐 반미연대체 건설로 나아가고 있고 개혁적 반미단체들은 전쟁반대 평화옹호의 기치를 들고 평화연대로 결집하고 있다. 진보적인 반미연대체와 개혁적인 평화연대로 상설화되어 활동하다가 ‘반미평화연대’로 통합된다면, 결국 이 전선체와 ‘민중통일연대’가 통합되어 ‘반미민중통일연대’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 단일한 진보적 연대체를 지역 범위의 민족민주전선체, 자주, 민주, 통일 강령의 지역통일전선체라고 부른다.

 

분단된 나라에서 전개하는 민족자주민주주의운동은 어쩔 수 없이 지역통일전선과 전역통일전선 두 개의 전선으로 조직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그러다가 일정한 단계에 이르러서야 지역통일전선을 전역통일전선에 결합시켜 그 지역적 부분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다시 말해 이남만의 지역 민족민주전선(‘반미민중통일연대’)이 전역적 범위의 전국 민족민주전선(3자연대체)의 일부로서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과 북, 해외가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인 만큼 이남만의 지역통일전선체는 남북해외의 전역통일전선체의 부분으로 자리잡지 않을 수 없다. 전역통일전선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통일전선체, 민족통일전선체라고 할 수 있다.

 

범민련은 1990년 이래 조국통일3대헌장을 강령으로 하는 유일한 상설적 전역통일전선체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2001년에 통일연대라는 6.15공동선언 강령의 상설적 지역통일전선체가 결성된 데 이어, 2005년에 드디어 6.15공준위(6.15공동선언실천을위한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원회)라는 6.15공동선언 강령의 상설적 전역통일전선체가 결성되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6.15공준위는 1949년 결성된 조국전선(조국통일민주주전선) 이후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을 모두 망라하는 최대의 상설적 전역통일전선체이다. 남북수뇌가 6.15공동선언이라는 상층통일전선을 형성한 조건을 활용하며 부단히 강화발전되어 온 하층통일전선은 오늘 6.15공준위를 건설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6.15공준위라는 대규모 하층통일전선은 남북 간에 2차 수뇌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 6.15공동선언실현의 조직적 실체인 민족통일기구를 수립할 것을 힘있게 추동하고 있다.

 

6.15공준위가 통일애국 기치의 민족공조체라면 미군철수공대위(미군철수남북공동대책위원회)는 반미자주 기치의 민족공조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3자연대체라는 점은 공통하지만 전자가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함께 하는 반면 후자는 일정기간 진보세력만 참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이남 주체역량의 한계로 인해 미군철수공대위사업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추세로는 올해 안 결성조차 난망이다. 미군철수공대위사업은 적어도 민주노총과 전농이 결합하며 진보세력의 통일단결을 이루어내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미군철수공대위사업은 그 전략적 성격과 원대한 포괄범위에 맞게 분파주의와 조급주의를 배격하며 벌여나가야 한다.

 

지역통일전선을 강화하는 지름길은 먼저 그 주체세력과 주도세력을 강화하는데 있다. 즉 지역통일전선의 주체세력인 진보적 대중정당의 선도추진적 역할을 강화하고 선도계급인 노동계급을 비롯한 농민, 청년학생 등 주도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농과 한농연, 한총련과 한대련이라는 진보단체와 개혁단체들이 수년 내에 통합할 것을 사실상 결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진보단체의 구심력과 역사성, 전투성이 확인된 조건에서 개혁단체를 포괄하는 주체역량을 강화하는데서 획기적 계기가 된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2007년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2006년 정치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 사회적 교섭이 제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2006년 경 자주, 민주, 통일 강령을 가진 지역통일전선체가 결성된다면 그 해나 그 이듬해에는 바로 전역통일전선체로의 해소,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6.15공준위나 미군철수공대위의 결성과정이 새삼 주목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역통일전선체가 결성된다는 말은 전국적 범위에서 결정적인 반미운동을 전개할 주체적 조건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뜻한다. 코리아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제국주의잔재를 청산하는 운동은 이남만의 지역적 운동 과제가 아니라 남북해외의 전역적 운동 과제이다. 바로 우리민족이 모두 한사람처럼 떨쳐나서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진보정당과 지역 및 전역 통일전선을 하루빨리 건설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다.

 

한편 통일전선이 전체민중을 단결시키는 수단이라면 변혁무력은 적대세력을 진압시키는 수단이다. 운동의 승패가 결국 총대로 이루어진다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변혁무력은 운동의 주도역량이고 통일전선은 보조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1930년대 항일민족자주운동이나 1990년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전만 보더라도 변혁무력의 선도적 역할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항일유격대나 선군정치가 없었다면 항일민족자주운동의 승리와 반미민족자주운동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선군정치가 있었기에 6.15공동선언이라는 상층통일전선의 형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변혁무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통일전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물을 떠난 고기처럼 맥을 추지 못할 것이다. 무력과 민중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바로 통일전선이고 현대전은 군대만이 아니라 전체민중이 혼연일체가 되어 싸우는 전민항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에서 보았을 때 코리아반도에서 미군을 내몰고 있는 힘은 북의 군사적 공세와 함께 남북해외 우리민족의 정치적 공세라고 할 수 있다.(정확히 표현하면 북의 군사적, 외교정치적 공세와 남북해외 우리민족의 대중정치적 공세) 우리민족의 통일전선역량은 주도역량인 군사역량과 함께 위력한 보조역량을 이룬다. 두 역량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운동을 승리로 추동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술적 단계와 전략적 단계

 

운동은 올바른 경로를 따라서만 앞으로 나아간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가 달릴 수 있는 철도가 있는 것과 같다. 만약 기차가 이 궤도를 이탈하게 되면 전복사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궤도를 운동의 방법이라고 한다. 운동은 승리라는 최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계기들을 거치게 된다. 이 계기들은 전술적 단계와 전략적 단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술적 단계는 전략적 단계에 복속되며 전략적 단계를 거치면서 운동은 승리로 나아간다.

 

우선 이남의 민주화단계는 전술적 단계인 반파쇼민주화단계와 전략적 단계인 반독점민주화단계로 구분된다. 현재는 반파쇼민주화의 마지막 단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 단계는 반독점민주화단계의 낮은 단계에 포섭되어 있다. 반파쇼민주화운동은 군사파쇼정권타도, 문민파쇼정권타도, 친미파쇼국회해체, 친미파쇼악법철폐, 친미파쇼세력청산의 순으로 점차 변화해 왔다. 이는 이남지역에서 친미파쇼세력이 대중적으로 고립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1987년 6월항쟁과 2000년 6.15공동선언채택이 전환적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친미보수세력이 친미파쇼세력과 친미개량세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한축인 친미파쇼세력이 무너지면 전체 친미보수세력이 약화된다.

 

결국 운동의 시기는 준비기와 결정기로 구분된다. ‘천일양병 일일용병(千日養兵 一日用兵)’이라는 말처럼 운동의 결정적 시기 이전까지는 모든 교양, 조직, 투쟁 사업은 주체역량 강화에 무조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주체역량이 운동의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은 결정기가 임박한 시기, 준비기의 마감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시기를 우리는 자주통일의 대격변기라고 부른다. 2.10핵무장선언이나 6.15공준위결성은 남북해외 우리민족의 자주통일투쟁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10핵무장선언이 이북의 대미 군사적 공세라면 6.15공준위결성은 남북해외 우리민족의 대미 정치적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진보정당을 비롯한 지역통일전선을 더욱 빠르고 강하게 성장시켜 전역통일전선 형성을 앞당기는 일이 더욱 절박해졌다.

 

우리운동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투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운동의 선도핵심이다. 남과 북, 해외의 전역통일전선 형성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오늘만큼, 전역통일전선을 앞서 이끌고 나아갈 선도핵심들의 역할이 중요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우리민족이 주인되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체적 신념과 과학적 이론으로 무장하고 민중 속에 깊이 뿌리내린 새로운 핵심들이 대거 육성되고 하나로 굳게 단결하여야 한다. 현 정세는 우리시대, 우리의 전략으로 무장한 새로운 핵심들의 선도적 역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운동이 승리하는 그 날은 이미 환히 밝아오고 있다. (2005년 4월 2일)

 

 

 [21세기코리아연구소] <200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