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의 목표와 수단, 방법

이북의 선군정치 관련 개념 해설

 

21세기코리아연구소 연구소장 조덕원

 

 

?e이제는 6자회담에서 동결과 보상과 같은 주고받기식의 문제를 논할 시기는 지나갔다. 우리가 당당한 핵무기보유국이 된 지금에 와서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되여야 한다.?f(이북외무성 대변인 담화, 3.31)

 

이북이 미국을 향해 연속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나는 2월 10일의 군사적 공세(핵무장선언)이고 다른 하나는 3월 31일의 외교적 공세(6자군축회담제안)다. 다른 한편 2월 3일 대중적 공세(선군혁명총진군대회)를 취하기도 했다. 그 결과 그간 공회전만 거듭하던 6자회담의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조국광복 60돌, 조선노동당창건 60돌이 되는 올해를 자주통일과 미군철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쟁이 아니면 통일인 판국이니 우리민족의 일원이라면 누구도 이러한 정세변화에 무관심할 수 없다.

 

이남에서 자주통일, 민주개혁 운동에 앞장서는 우리 진보운동가, 민족민주운동가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북은 이러한 정세변화를 한마디로 선군정치(?æŒR?­Ž¡)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북이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비결이 바로 선군정치에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정세변화를 옳게 분석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선군정치라는 노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말의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서는 이북을 이해할 수 없고 북미관계를 분석할 수 없으며 우리운동을 풀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정말로 이 21세기 최대의 화제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선군정치란 문자 그대로 군사를 앞세우는 정치를 뜻한다. 이북에서는 이에 대해 ?e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는 정치방식이며 인민군대를 핵심이자 주력으로 하는 정치방식?f이라고 풀이한다. 이 문장은 선군정치를 설명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선군정치의 핵심내용이 2가지로 요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선군정치의 목표와 방법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군정치의 수단에 대한 것이다. ?e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는 정치방식?f이 목표와 방법에 대한 것이고 ?e인민군대를 핵심이자 주력으로 하는 정치방식?f이 수단에 대한 것이다.

첫째, 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운다는 말에는 군사력을 강화해 반제투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와 국방공업의 선도적인 역할로 국가경제 전반을 발전시켜 민중생활을 향상시키는 전략(방법, 노선)이 담겨있다.

 

먼저 반제투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는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북의 주체사회주의체제를 지킨다는 것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한다는 것, 그리고 온 세계의 자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체제유지가 소극적인 목표라면 조국통일, 세계변혁은 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북이 그 어려웠던 1990년대 ?e고난의 행군?f 시절에도 결코 현상유지가 아니라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단적인 증거가 된다. 조선노동당 6차대회(1980.10.10)에 제출된 이 3대목표는 이북이 절대적으로 존경하는 김일성주석의 유훈과 같은 것이므로, 이북인은 결사적으로 관철해야 한다.

 

한편 이 3대 목표의 관철은 곧 미국이라는 제국주의나라의 패망과 다름 없다. 왜냐하면, 주체사회주의는 미국제국주의가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이고 우리나라의 분단과 이남에 대한 지배는 미국제국주의의 생명선과 같으며 미국은 전세계를 통제하는 유일패권국가이기 때문이다. 동방의 한 작은 나라가 소련이라는 큰 나라가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붕괴되는 것을 보고도 이처럼 엄청난 목표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역사의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국방공업을 앞세워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북 경제건설의 기본전략이 중공업을 우선하며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북은 경공업을 먼저 발전시킨 뒤 거기서 축적한 자금과 기술로 중공업을 발전시켜 공업화를 이룩하는 보편적인 전략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이 전략은 이북이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말까지 10여년 만에 사회주의공업화의 기적을 이룩하자 세계적인 사변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전략을 배우기 위해 쿠바의 재정장관 체 게바라가 방북했으며, 심지어 이남의 박정희도 청와대에서 늘상 비디오를 틀어놓고 연구하는데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군정치는 중공업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중공업 중 국방공업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공위성 ?e광명성 1호?f를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e백두산1호?f는 곧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것인데, 한마디로 이런 첨단군사무기개발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과학발전이 전쟁과 무기개발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말을 들지 않아도 이러한 첨단과학을 발전시키다보면 인접한 과학기술이 따라서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은 현대과학의 총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세의 초점이 되고 있는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우라늄을 고도로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추출한 후 강력폭탄을 터뜨려 연쇄핵분열을 일으키는 원자탄이나, 우라늄 대신 수소에 원자탄을 떠뜨려 연쇄핵분열을 일으키는 수소탄도 역시 현대과학의 최고봉이다. 매우 적은 비용으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이 방법을 이북이 그냥 넘어갈 리 만무하다. 더욱이 이남에는 미국이 이북을 겨냥해 1천여기의 전략 및 전술 핵무기를 배비해 놓고 있으며 1년에도 몇차례씩 위협적인 북침핵전쟁연습이 벌어지지 않는가.

 

그러나 이북과 같은 작은 나라가 1990년대 무역도 안되고 홍수, 가뭄 피해가 겹쳐 에너지난, 식량난을 겪는 조건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방공업을 우선해 건설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공업과 경공업을 발전시키는 국방공업이라고 해도 예산배정이나 과학기술자배치에서 일단은 국방공업에 역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 미국이 대북 ?e인권?f공세를 취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한데, 반제자주와 조국통일을 위해 대용단을 내린 이북만이 추진할 수 있는 실로 대담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북이 그토록 어렵게 국방공업을 건설한 덕택에 북미관계가 전변되고 남북관계도 개선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코리아(Corea)반도에서 이라크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10년 경제봉쇄 끝에 경제가 거의 절단난 이라크와 대비해 볼 때, 60년 경제봉쇄에도 끄덕않는 이북경제의 비결은 한마디로 국방공업, 중공업을 우선하는 자립경제건설노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인민군대를 핵심이자 주력으로 내세운다는 말에는 정치사회체제를 강화하는 사업과 국방사업 및 경제건설에서 인민군대를 수단으로 삼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먼저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정치사회체제를 강화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당이 인민을 각성시키고 묶어세우는데서 노동계급보다 인민군대를 핵심에 놓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노동계급을 핵심에 놓는 전통적인 사회주의이론이 변화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북에서는 이처럼 노동계급보다 인민군대를 앞세우는 이론을 ?e선군후로(?æŒRŒã™§)?f라고 한다. 사실 이북에서 인민군대란 군복 입은 노동계급과 같은 집단으로서 국방공업이든 건설업과 농업에서든 인민군대가 노동계급처럼 일한다. 물론 인민군인들은 제대 이후 이런 분야에 우선 배치된다.

 

노동계급이 다른 계급보다 혁명적이고 조직적이며 전투적인 이유로 해서 영도계급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인민군대는 그런 노동계급보다 훨씬 혁명적이고 조직적이며 전투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북은 노동계급의 영도적 위상을 유지하면서도 인민군대의 선도적 위상을 강조하게 되었다. 여기서 노동계급이라는 단위가 농민계급과 대비되고 인민군대라는 단위가 인민대중과 대비되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이북에서는 선군정치가 나온 이후 당과 노동계급과 인민대중의 관계가 아니라 당과 인민군대와 인민대중의 관계를 강조한다.

 

혁명적 군인정신이라는 말도 이 점과 관련이 있다. 이북식으로 표현하면 사회정치적 생명력이 가장 강한 인민군대의 혁명정신으로 모든 인민들을 무장시켜 그 힘으로 사회주의 경제, 정치,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어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1998년 안변청년발전소 건설에서 기적적 모범을 창조한 인민군대의 과업결사관철정신을 ?e혁명적 군인정신?f이라고 명명한 뒤 온 사회에 일반화하고 있다. 이북에서는 혁명적 군인정신의 핵을 영도자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해설한다.

 

결국 인민군대는 영도자, 당과 대중을 하나로 연결하는데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북이 영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해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사회(일심단결)라고 할 때, 영도자와 당에 대한 충실성이 가장 강한 인민군대를 정치사회체제 강화의 핵심역량으로 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북에서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틈만 나면 인민군대를 시찰하며 군대를 강화하고 그 역할을 높이는데 최대역점을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군대를 핵심으로 내세우는데서 이북의 선군정치와 자본주의사회의 파쇼정치가 비슷해 보일지 모른다. 실제 월간 조선의 조갑제와 같은 사람은 이 현상적 유사점을 가지고 이북의 선군정치를 파쇼정치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이는 히틀러의 반동적인 전체주의정치와 이북의 혁명적인 집단주의정치를 같이 보는 황당한 발상이다. 선군정치가 반제국주의정치라면 파쇼정치는 제국주의정치(혹은 신식민주의정치)이며, 선군정치가 인민군대를 내세운다면 파쇼정치는 반인민군대를 내세우며, 선군정치가 인민군대의 모범으로 사회를 선도한다면 파쇼정치는 반인민군대의 위협으로 사회를 통제한다. 선군정치와 파쇼정치는 목표와 수단, 방법에서 완전히 상반된다.

 

이북에서는 이러한 설명을 선군정치가 인덕정치를 배경으로 한다고 표현한다. 사랑과 믿음의 정치라는 뜻의 ?e인덕정치?f란 말은 영도자와 당이 인민과 하나가 되어 인민의 요구를 인민의 힘으로 실현해 나가는 이북 특유의 정치를 말한다. 따라서 선군정치는 이북이 ?e일심단결?f이나 ?e혼연일체?f라고 부르는 그런 정치사회체제가 마련된 전제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선군정치가 사회주의사회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체제에서 나타났다면 파쇼정치는 자본주의사회에서도 가장 반동적인 체제에서 나타났다고 풀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민군대를 주력으로 국방건설과 경제건설을 한다는 말이다. 인민군대가 국방건설의 주력이라는 말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북은 인민군대만이 아니라 전체인민이 총동원되는 전민무장, 전국요쇄의 나라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북은 100만 정규군 못지않은 8백만 비정규군을 보유한 나라고 수십년 간 미국의 핵, 미사일 공격과 폭격 등에 대비해 온 나라다. 이 방대한 국방건설의 과업을 바로 정규군인 인민군대가 앞장서서 실현해 왔다.

 

인민군대가 경제건설의 주력이라는 말은 앞에서 언급한 인민군대란 군복 입은 노동계급이자 혁명성과 전투성이 가장 강한 집단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이 말은 이북의 경제가 국방공업을 중심고리로 하는 수많은 연쇄고리로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측면과 인민군대가 어떤 공장의 노동계급이나 어떤 농장의 농민계급보다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이 높다는 주체적 측면을 다 포함한다. 실제로 인민군대는 이북에서 가장 어려운 공장건설, 댐건설, 토지정리 등에서 가장 많은 일을 가장 빨리 하는 집단이다. 한마디로 일을 잘 하니까 주력이니 기둥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선군정치란 바로 이런 군대를 앞세우는 정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