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코리아연구소 2005 .6.13

 

 

반미운동과 통일운동은 둘이 아니다

- 스텔스기 배치와 한미정상회담 개최, 방북대표단 축소를 어떻게 볼 것인가

 

21세기코리아연구소 소장 조덕원

 

 

2005년 6월의 정세도 역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5월 말 코리아(Corea) 남단 평택(오산)에 핵폭격기로 악명 높은 스텔스기가 배치되고 6월 1일 이북이 전격적으로 6.15행사 참가단을 축소한 데 이어 11일에는 워싱턴에서 황급히 부시-노무현회담이 이루어졌다. 과연 미국이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대신 이동거리가 짧은 핵까마귀 ‘F-117’ 스텔스기를 15대나 평택에 배치한 의도는 무엇인가. 전쟁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위협인가. 이북이 이례적으로 행사규모를 축소한 배경은 무엇인가. 과연 615명을 300명으로 축소하는 것이 어떤 의의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이 긴장된 국면에 부시가 노무현을 긴급히 불러 소곤소곤 나눈 비밀 이야기는 무엇인가. 보도된 대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북미관계,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것인가. 이 복잡한 상황을 해부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두 개의 칼이 필요하다. 지난 역사를 통해 입증된 두 개의 진실의 하나는 미국은 이북과 전쟁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남북관계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스텔스기를 배치한 의도

 

현상적으로는 북침핵공격이 임박했다는 노골적 징후다. 그러나 언론이 요란스레 떠들고 대중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진상인지 가상인지는 차분히 분석해 볼 일이다. 태양은 마치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가 진실이다. 과연 지금 모습이 개가 덤비기 전에 으르렁거리는 모습인지 오히려 겁에 질려 캥캥거리는 모습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최대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북미대결전이 마지막 단계에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 미국이 자기 속내를 곧이곧대로 드러낼 것이라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이런 식의 안목을 가지고 코리아반도의 정세를 분석하는 한, 항상 전쟁정세라는 똑같은 결론 외에 얻어낼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늘 그렇듯이 이 사건도 주체적이고 진보적인 시각에서 역사의 교훈과 당면정세의 맥락을 짚어가며 입체적으로 조명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스텔스기와 관련해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미국은 이북과 전쟁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로 집약된다. 물론 그 답은 ‘없다’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미국본토에 핵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이북을 상대로 핵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최근 10여년 간의 북미대결전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 진실은 핵까마귀 몇 마리가 평택에 날아들었다고 해서 바뀌어질 수 없다. 이북이 미국과 맞선 핵군사강국이라는 사실과 미국이 제국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전쟁을 벌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간 우리 연구소가 수많은 글을 통해 해설한 만큼 이 자리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쟁 가능성이야 0.001%만 되어도 최대의 경각성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과학적인 정세분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이북이 내외적으로 그토록 어려웠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감히 북침전쟁을 벌일 수 없었는데, 모든 것이 호전된 오늘 핵무장까지 선언한 이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만큼 어리석지 않다. 이러한 정세의 본질은 결코 그 무슨 ‘개념계획’이니 ‘작전계획’이라는 문자놀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이북을 상대로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은 미국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이남주식시장의 평온한 모습을 통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제봉쇄가 일어나면 외국독점자본의 63%가 떠나겠다는 설문조사가 말해주듯이 전쟁정세가 되면 가장 먼저 철수하는 것이 미국독점자본이다. 미국이 스텔스기를 15대나 투입하고 사진까지 내돌리며 요란스럽게 여론조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오히려 지금 정세가 전쟁과 반대로 나아간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오는 법, 북미관계는 군사적 긴장국면의 절정단계에서 외교적 협상국면으로 180도 바뀌곤 하였다. 물론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와 대중을 각성시키고 동원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전쟁정세의 여부는 날카롭게 해부하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반전반미운동의 불길도 세차게 지펴올려야 하는 것이다. 스텔스기로 인해 온 민족의 축제가 되어야 할 6.15행사가 위태롭게 된 조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미정상회담’의 주요의제와 합의사항

 

분단위로 쪼개 쓸 정도로 바쁜 ‘대통령각하들’께서 비까지 맞으며 어렵게 만나 도대체 무슨 밀담을 나눴는가.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미국과 이남 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며 핵문제에 대한 공조를 확인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커피 한 잔 하며 늘 하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인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겠는가. 한 인터넷매체 대표가 지적하듯이 모든 것이 오프 더 레코드로 처리되었으며 알려진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았다. ‘보다 정상적인 관계’와 ‘이북 인권문제’가 동시에 거론된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의제가 무엇이고 합의사항이 무엇인지는 결코 언론보도로 파악되지 않는다.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 정세의 본질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안개를 피워 실체를 가리우는 일이 대통령 보좌관들의 임무라면 안개를 거두어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민중운동 선도자들의 임무다. 반기문외교통상부장관이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회담’이라고 하며 라이스가 ‘엑셀런트 미팅’이라고 극찬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대체 무엇이 논의되고 합의되었는가? 과연 한미간에 지난 10년동안 논의하고 합의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란 무엇이고 백악관내 대표적인 협상파인 라이스가 그토록 흡족해마지 않은 회담결과란 무엇인가. 흥미로운 일은 노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의 해결원칙’을 재삼 확인하고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번 방북대표단을 통해 열심히 이북에 전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교부당국자는 배경설명회에서 ‘보다 정상적인 관계’란 바로 북미수교를 의미한다며 옆에서 둥둥 북을 울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쟁을 벌이면 미국본토도 핵무덤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북을 핵공격할 만큼 미국은 어리석지 않다. 이렇게 미국이 이북과 전쟁을 벌일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진실을 전제한다면, ‘북핵문제’는 군사적 방법이 아니라 외교적 방법으로밖에 달리 해결할 방도가 없다. 미국에게는 지금 두가지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길, 정치협상의 방도밖에 없다. 그리고 이북의 ‘2.10핵무장선언’이라는 군사적 공세로 공은 미국측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하나 더, 시간이 결코 미국편에 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진출 여부는 9월이면 결판이 난다. 미일군사동맹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핵무장선언을 극력 막아야 한다. 일본의 적대국인 이북이 핵무장선언을 한 오늘 결국 미국으로서는 9월 이전에 외교적 해결방법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외교적 해결방법이란 다름 아닌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 받는 정치협상을 말한다. 미국은 이북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요구한다면 이북은 미국에게 ‘분단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분단문제 해결’이란 미군철수, 북미수교, 경제봉쇄해제 등을 말한다. 이북은 조선로동당 60돌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이기 위해 과연 올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만약 북미관계 개선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부시와의 회담이 최고목표라면 북미관계 개선문제의 결정적 계기인 라이스의 방북은 최저목표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목표를 제기하든 노무현의 방북은 필수적으로 연동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개선에 남북관계 개선이 발맞춰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낙동강 오리알이 된 이남정부는 민족적, 국제적 고립 속에 심각한 정권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미국이 원하는 대북경제지원의 부담전가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경수로제공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이북의 전력손실을 이남에서 개성공단으로의 전력지원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아무 실권이 없는 이남정부가 이북에 내놓을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은 경제분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한미정상회담’ 이후 노무현정부가 급히 이북에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가 대충 감이 온다. ‘한미정상회담’은 무슨 전쟁계획이 실전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질적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미국정부가 언론에 수많은 가상정보를 흩뿌려놓은 조건에서 미시적인 언론보도만 쳐다보아서는 결코 정세의 본질을 가려볼 수 없다. <송환>에 나오는 한 비전향장기수는 감옥에서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지 않았는가. 문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정세변화를 짚어내는가이다. 북미대결전의 전반적 흐름을 따라가는 거시적인 정세분석, 주체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의 과학적 정세분석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북이 6.15방북단 규모를 축소한 이유

 

615명을 300명으로 줄여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코리아반도 위에 전쟁가능성이 99%든 1%든 방북단 규모에 따라 그 가능성이 달라질 수는 없다. 만약 방북단 규모와 전쟁가능성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그래서 규모를 줄일수록 전쟁가능성이 줄어든다면 축소 정도가 아니라 아예 행사 자체를 취소해야 맞다. 이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리고 이북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북은 무슨 의도로 방북단을 축소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는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5돌행사를 축소하면서까지 이북이 노리는 지점은 무엇인가. 이런 맥락을 알지 못하고서야 현정세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이북이 방북단 축소조치를 취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로 미국이 스텔스기를 이남에 보낸 데 대한 적절한 응수라고 할 수 있다. 스텔스기 배치가 미국이 이북을 상대로 취한 군사적 공세인 만큼 이북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미국을 상대로 그에 상응한 군사적 공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금 정세는 북미대결전이 절정에 달해 서로 극도로 예민한 상태가 아닌가. 이북은 이번에 6.15행사까지 축소하면서 미국에 언제든 반미 군사적 공세를 취할 수 있으며 나아가 취할 것이라는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방북단 규모 축소와 이북의 반미 군사적 공세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당면정세를 이해하는 데서는 이 점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국은 이북의 이 이례적인 조치가 누구보다도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둘째로 이남당국이 외세와 반북 군사적 공세를 취하며 공조한 데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6.15공동선언을 합의한 이후 이북이 그토록 이남당국을 향해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를 이룩하자고 호소했건만 언제나 이남당국은 흰소리를 해대며 왼새끼를 꼬아왔다. 6.15공동선언 5돌이 되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도 이런 자세는 변화가 없었다. 스텔스기를 끌어들이는 한편 당국자회담에 열을 올리는 이남당국의 철저히 이중적인 태도를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취한 이북의 조치가 바로 정부차원의 방북단규모를 축소한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민간차원의 방북단규모도 축소하게 된 것이다. 정부방북단을 축소하라고 하면서 민간방북단을 축소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이남의 진보개혁세력(통일애국세력)이 반전반미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이도록 간접적으로 추동한 측면이 있다. 잘 알다시피 진보개혁세력은 이북에서의 6.15행사에 참여하려는 의지만큼이나 이남에서의 6.15행사준비에 열성적이지 않다. 더욱이 역사적인 6.15집회를 투쟁이 아니라 행사 위주로 준비한다는 내외의 비판이 드세다. 반전반미운동과 6.15통일운동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노선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15행사를 반전반미투쟁을 중심으로 기획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방북단이 대거 축소되며 상대적으로 이남에 운동역량이 남게 되며 그 원인이 스텔스기 배치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진보개혁세력의 반전반미운동이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북이 방북단규모를 축소하면서까지 스텔스기 배치에 대한 이남여론을 환기시킨 결과 대중적인 반전반미운동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여중생사건이 발생한 6.13부터 미군강점이 시작된 9.8까지 벌이게 될 올해 반전반미투쟁의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민족의 통일전선역량을 키우는 것이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라면 이북이 반미군사적 공세를 취하거나 이남이 반미대중적 공세를 취하는 것은 모두 주체역할을 높이는 것이다.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일과 주체역할을 높이는 일이 둘이 아닌 만큼 당면해서 6.15통일행사와 반전반미투쟁은 밀접히 결합시켜 동반상승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코리아반도의 정세는 단순하든 복잡하든, 변화가 더디든 빠르든 다 자주와 통일의 큰 흐름을 따라 전진한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바로 우리민족의 단합된 역량과 그 결정적 역할이다. 우리진보세력은 정세발전의 대세를 바로 보고 당면한 역사적인 6.15 5돌기념 행사를 반전반미투쟁과 조국통일운동을 합일시키며 운동발전의 속도를 배가하는 전환적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반미운동과 통일운동은 결코 둘이 아니다. (2005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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