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투쟁기획]  한반도 핵문제와 미군철수의 전망

 

1. 북한의 핵무장과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

지난 2월10일 북한은 핵무장을 공식 선언하였다.
이로써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함께 세계에서 9번째로 사실상 공식 핵보유국이 되었다.

핵보유 9개국 중 사정거리 5.000Km 이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뿐이다. 북한의 구체적인 미사일 능력은 여전히 베일 속에 쌓여 있다. 그러나 93년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98년 발사에 성공한 광명성 1호의 성능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사정거리는 최소 6000Km에서 최대 15.000K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앵커리지의 거리가 5,600km, 북한-호놀룰루의 거리가 7,100km, 북한-샌프란시스코의 거리가 8,100km, 북한-시카고의 거리가 10,000km, 북한-워싱턴의 거리가 10,700km이므로 북한의 미사일타격반경은 최소 미국의 서부해안에서 최대 미 전역과 대서양에 이른다. 한마디로 미국 전역이 북한의 핵미사일사정권에 무방비로 놓여 있는 셈이다.

북한은 2005년 2월10일 핵무장을 선언함으로써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적 타격력을 갖춘 군사강국이 되었다. 

북한이 동북아의 새로운 군사강국으로 등장함에 따라 동북아 세력판도는 향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일삼각동맹-이들 3국의 군비지출은 미국이 세계 1위, 일본 2위, 한국이 9위이다-의 기초 위에 동북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우세는 소련의 해체이후 더욱 확고해 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냉전 해체 10 여 년이 지난 후 사태는 반전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군사강국으로 등장하면서 미국의 우세는 균형 또는 열세로 전환되었다. 또한 북중, 북러, 중러 간의 군사적 협력이 강화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판도는 급격한 변화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 이후 동북아안보환경의 첫 번째 변화는 핵우산 무력화이다.

그동안 미국은 소위 핵우산을 통해 한반도 전쟁 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대북선제(핵)공격능력을 담보하였다.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태평양지역에 수 천기의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여 북한을 위협하는 한편 방대한 핵보복능력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분쟁을 국지전으로 묶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에는 커다란 구멍이 꿇리게 되었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세를 담보해주던 핵우산의 무력화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즉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보장해주던 군사적 보증수표가 부도난 것이다. 이제 미국은 스스로 파산을 선언하거나 아니면 핵우산이 아닌 다른 지불수단-미사일방어체계 등등-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핵우산의 무력화는 한미일동맹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미국에게 막대한 동맹세를 지불해 왔다. 그것은 한마디로 핵우산의 사용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안보문제를 해결해 온 양국이 구멍 뚫린 우산 아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기에 긴장감이 덜 하지만 앞으로 동북아 정세가 조금만 격화되어도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회의감이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과 심각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체감온도는 최근 몇 년간 북한과의 관계를 급진전시켜온 한국이 느끼는 체감온도보다 크게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이 무력화된 조건에서 자국의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방위능력 즉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어느 쪽을 선택하건 미일동맹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핵우산의 무력화는 한미일동맹 균열의 서막이며, 이로 인해 동북아질서는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핵우산이 붕괴로 한반도 문제는 지역안보문제에서 전역안보문제로 전환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핵우산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전쟁을 국지전으로 묶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이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지역적, 국지적으로 머물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면전이건, 제한전이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전장은 한반도 뿐 만 아니라 일본열도와 미 본토, 전 세계의 미군기지 및 시설-특히 핵시설-이 될 것이며 제2의 한국 전쟁은 국지전이 아닌 세계전쟁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분쟁이 지역적 분쟁에서 전역적 분쟁으로 전환되었으며,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경우 이는 지역안보문제가 아니라 미 본토에 대한 공격까지도 예상되는 전역안보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국은 냉전이후 세계전략인 '지역방위전략'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냉전해체 이후 미국은 '세계적 규모의 봉쇄전략'-냉전전략-을 '지역방위전략'으로 수정하고 양대전쟁전략(Win-Win strategy)-두 개의 지역(중동과 동북아)에서 동시승리전략-을 세계 전략으로 유지해 왔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양대전쟁전략은 원-플러스 전략(One-plus strategy), 1-4-2-1전략으로 진화하였지만 '지역방위전략'의 기본 틀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미 본토에 대한 타격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한반도 문제는 더 이상 지역방위문제가 아니라 전역방위문제가 되었으며 미국은 지역방위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전략을 냉전이전인 '세계적 규모의 봉쇄전략'으로 전환하거나 북미간의 협상에 의해 동북아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미동맹은 명분상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미국은 그동안 소위 대북억지력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하에 한국의 군사주권을 탈취하고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왔다. 한미동맹의 법률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그들 자신을 방위하고자하는 공통의 결의를 공공연히 또한 정식으로 선언'하였지만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은 일반적으로 북한의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북억지는 주한미군의 유일한 기능이었다. 

때문에 3만 여 주한미군의 기본역할은 인계철선, 즉 한반도 전쟁발생 시 북한의 예상 접근로에 미군을 배치하여 미국이 전쟁 당사국으로서 자동적으로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기 위한 인간지뢰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으로 더 이상 이 같은 억지논리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이 핵으로 미 본토를 타격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인계철선은 오히려 미국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소위 대북억지기능, 즉 인계철선 기능을 유지할 경우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것은 다소간의 남북 또는 북미 간의 무력충돌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즉 앞으로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것이 미국에 대한 핵공격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미국이 현재와 같은 자동개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미 국민 전체를 핵공격에 항시적으로 노출시키는 안보상 매우 무모한 도박이다.

미국이 2003년 11월 비무장지대(DMZ) 임무를 한국군에게 이양하고 2사단을 비롯하여 휴전선 인근에 전진배치 된 미군을 후방으로 재배치하려는 것도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군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인계철선 기능의 포기를 의미하며 한반도 분쟁 발생 시 선택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이것은 소위 대북억지력이라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공공연히 또는 정식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소위 대북억지력이라는 한미동맹의 허울이 완전히 벗겨지고 있다.
북한의 핵공격에 겁을 집어먹은 미국은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준다는 거짓명분마저 집어던지고 매우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주한미군의 지배기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한국에서 미국의 군사적 주도권은 유지하면서 주한미군의 대북억지 기능의 포기가 미군철수와 한반도 통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핵무장이후 동북아안보환경의 변화는 우리 국민들이 주한미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한미동맹의 기능변화,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해설, 홍보함으로써 미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2. 6자 회담의 전망과 주한미군철수 문제

1) 6자 회담은 종전협상

회담 11일째를 맞는 8월5일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은 수석대표회의에서 '예전에 보스니아 평화 협정을 다룬 데이턴 협상 때는 21일 걸렸다'며 '이제 딱 반밖에 안 왔는데 너무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6자 회담을 '데이턴 협상'에 비유한 힐의 발언은 4차 6자 회담의 성격을 이해하는데서 시사하는 바 크다.

힐의 말처럼 4차 6자 회담은 종전-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궁극적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6자 회담 재개를 앞둔 7월22일 담화에서 '평화체제수립은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가야 할 노정'이라며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곧 조선(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담화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수립과정이 성과적으로 추진되면 조선(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는데 기여하게 될 뿐 아니라 곧 재개될 핵문제해결을 위한 6자 회담 과정도 결정적으로 추동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유관세력들이 평화체제수립과 관련한 우리의 정당한 주장에 응당한 주목을 돌리고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월31일 외무성 담화에서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며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전략적 목표'라며 6자 회담의 성격을 한반도 비핵화 군축회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 뿐 만 아니라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6자 회담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뜻이다.

북한은 핵보유선언 이후 6자 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선언하였다. 
북한이 군축회담을 선언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군축회담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축회담 제의가 6자 회담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막상 6자 회담의 막이 오르자 회담은 북한의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8일 '공동성명에는 평화체제에 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원론적인 수준으로 담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체제에 관한 언급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알리진 내용이 전부다라고 해도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6월11일 북미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94년 북미기본합의에서는 '양측은 핵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는 '쌍방은......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 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고 표현되어 있다.

과거의 북미간의 합의가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해 다소 모호한 외교적 수사법을 사용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한다'는 문구는 물론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진전된 합의문구라고 할 수 있다.

힐 차관보는 8월1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계획을 해체할 경우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에 들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보면 '어떤 평화조약 체결 노력을 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평화협정 협상은 아직 '잠재적'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힐의 이 같은 언급은 어떤 형태로 건 '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기술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이다. 이것은 6자 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즉 종전과 평화체제의 수립으로 나아가고 있을 보여 준다.

재미있는 점은 가장 민감하면서 논란이 예상되었던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북미간의 쟁점이 핵폐기의 범위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평화체제 구축 문제로 회담의 쟁점이 아직은 확대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회담 참가국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문구가 '원론적인 수준'일 지라도 언급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것은 6자 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목표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보스니아 협상은 겨우 21일이 걸렸지만 한국의 종전협상은 무려 반세기만에서야 최종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 4차 6자 회담은 사실상 비핵화, 군축회담

휴회를 선언한 지난 8월7일 '의장 성명'에서 회담 참가국들은 '상호존중과 평등의 정신 하에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에 관해 진지하고 실용적이며 심도 있는 논의와 협의를 좋은 분위기에서 가졌으며, 이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동인식의 폭을 넓혔으며, 긍정적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참가국들은 '첫 단계 회담'에서 '회담의 목표는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임을 재확인하고, 이러한 목표를 지향하는 공동문건을 발표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쟁점은 비핵화의 범위문제이다. 

북한의 김계관 수석대표는 6자 회담 기조연설에서 '남한 내 핵무기 제거, 외부로부터 반입 금지, 핵우산 철거와 함께 비핵화로 생긴 경제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평화공존의 법률과 제도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영토, 영공, 영해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 폐기를 의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담 마지막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우리를 핵무기로 치지 않겠다고 공약과 함께 그를 믿을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철회'하고, 한국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하며, 한국의 '밖으로부터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는다는 담보'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계관 부상은 이러한 북측의 요구에 대해서 '외교적인 모호성으로 넘기려하기 때문에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고 휴회의 이유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주일미군의 핵무기 철수와 한반도 주변해역에서의 핵활동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상호핵폐기 즉 비핵화, 군축에 응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31일 북한 외무성은 6자 회담의 성격을 한반도 비핵화, 군축회담으로 규정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을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동시에 ▶미국의 모든 핵무기 철수, ▶한국의 핵무장 요소 제거,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핵위협 중단, ▶한반도 주변국들의 신뢰관계 수립으로 제시하였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3.31 외무성 담화에서 제시한 군축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비록 군축회담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4차 회담의 비핵화 목표는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미국과 북한의 동시핵무기폐기로 좁혀지고 있으며, 이는 6자 회담이 사실상 군축회담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핵폐기의 범위문제이다.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평화적인 핵이용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평화적인 핵에너지 사용권은 보유하길 원하지만 미국은 언제든지 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부시 행정부의 이중적인 핵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18일 부시 대통령은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민수용 핵에너지와 우주개발, 첨단기술 분야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인도를 떠오르는 강대국으로 규정한 뒤, 인도에 대한 핵기술 이전 금지를 해제하도록 미국 의회에 요청하고 이에 관한 국제적 규정도 뜯어고치기 위해 동맹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 역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핵정책은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초 북미접촉에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주권국가로써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해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을 왜 북한만 가질 수 없단 말인가?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까지 포기하라는 미국의 주장은 미국이 진실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공약이 빈말일 뿐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지지한 바 있다. 중국도 러시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한국의 입장이다.

정동영 장관은 1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북한의 일반적인 권리로서 북한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정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종례의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회담 참가국의 다수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모든 핵계획 포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핵폐기의 범위 문제는 북미간 최대 쟁점이지만 미국의 요구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로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6자 회담은 사실상 비핵화, 군축회담이다.
회담참가국들은 핵이 아니라 핵무기폐기를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 뿐 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철수와 한국과 일본의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 6자 회담의 주요 논점들은 6자 회담의 성격이 군축회담으로 전환되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3) 북미간 쟁점 결국 해결될 것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4차 6자 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향한 비핵화, 군축회담이다.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오는 9월13일 회담 재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한 달 여 동안 휴회기간이 지속되었지만 이 기간동안 회담 참가국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다.
북미 양측은 본 회담만큼 비중 있는 '외교적 교환'을 수 차례 진행하였고 이 과정은 이후 개최될 본 회담의 진행과정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란 민수용 핵 프로그램은 지지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왜 그렇지 않냐'는 질문에 '북한은 다른 상황'이라며 '북한은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전력을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한, 완벽한 투명성이 갖춰지는 한, 잠재적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진행되는 사항을 국제사회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한 대북 전력 제공은 꽤 합리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도 11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6자 회담이 타결되기 위해선 북한이 일단은 경수로를 포함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하지 말고 기존의 모든 핵프로그램 해체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미국은 최대 쟁점인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때문에 미국이 이 문제를 가지고 경직된 입장을 고수한다면 회담은 결렬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의 모든 핵계획을 폐기하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은 회담 결렬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힐 차관보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이 달 하순 휴회중인 제4차 6자 회담이 속개되면 북핵  해결 '원칙 선언문'에 대한 합의에 이어 구체적 조치에 대한 합의도 이룸으로써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엔' 완전 타결되기를 희망했다.

9일 미국의 공영방송사인 PBS와 회견에서도 힐 차관보는 '구체적 조치들의 수순 문제는 다음 단계의 합의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1단계 원칙 선언, 2단계 실행 조치와 수순 합의, 3단계 행동 착수의 다단계 일정을 신속히 추진,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임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올해 안에 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안에 '완전 타결'을 희망한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북한의 비핵화 제의를 수용하는 것 외에 또 다른 타결의 방법은 없다.

미국은 매우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북한은 전혀 급할 것이 없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고를 계속 늘려 갈 것이며 이는 비확산체제의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은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50MWe와 200MWe 대용량 원자로를 완공하게 된다. 이 원자로들이 완공되면 북한은 연간 280Kg이상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핵무기의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북한이 다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경우 미국은 핵폐기 문제를 거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며, 평양에서 시작된 핵독점의 붕괴는 머지 않은 시점에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두 기의 대용량 원자로 완공으로 2006년 연간 200MWh를 시작으로 2007년부터는 연간 약 1000MWh-북한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20% 가량-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에너지 수급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어 미국의 경제제제와 봉쇄도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때문에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며 다소 시간-미국은 늦어도 2006년까지는 최소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해야 한다-이 걸리더라도 6자 회담의 종착점은 비핵화, 군축뿐이다.

3. 주한미군 철수의 전도와 우리의 과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미군철수와 맞물려 있다.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핵심은 첨단타격수단을 동원한 선제공격전략이다. 즉 선제핵공격은 미군의 양적 열세를 보완하는 질적 담보이다. 만약 한반도와 주변지역을 포괄하는 비핵화가 실현된다면 주한미군은 정치적 의미에서는 모르겠지만 군사적 차원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핵 없는 미군은 총칼 없는 군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군축, 평화체제 수립 논의의 시작은 미군철수의 첫 단계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군철수의 첫 단계란 미군철수의 정치적, 법적 담보-한반도 비핵지대화, 평화협정 체결-가 마련되어 미군철수 문제가 일정에 오르는 단계를 의미한다.

지난 4자 6자 회담은 핵보유국 북한과 미국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다.
놀랍게도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문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문제가 조용했지만 전면적으로 논의되었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북한은 소위 전문가들의 예측을 깨고 6자 회담을 비핵화, 군축회담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물론 이번 6자 회담에서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의 참가국들이 대부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공히 회담의 최종 목표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주장은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평화 공세에 무릅꿇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은 미군철수의 압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주한미군철수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향후 북미핵대결의 결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역사적 자료이다.
대만 미군철수는 동아시아에서 '핵억제력'에 의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군을 철수시킨 최초의 사례이다.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미국은 중국이 64년 핵실험에 이어 67년 수폭 실험에 성공하고 70년 4월24일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핵통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교섭을 시작한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다소 엉뚱하지만 인공위성 발사 일년 후인 71년 4월10일 미국 탁구선수단을 보내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1972년 당시 미 대통령인 닉슨은 중국을 방문하여 모택동 주석과 회담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중미공동선언에서 양측은 '모든 미군과 군사시설은 대만으로부터 철수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74년 미국은 대만에 배치한 미군 첩보기와 핵무기를 철거하고, 미군 철수를 모색하겠다고 중국에게 밀약 하였으며, 1978년 중미 외교관계 수립에 대한 미국의 성명에서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함과 미국과 중화민국 사이의 상호방위조약이 동 조약의 조항 규정에 따라 종결되었음을 통고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대만으로부터 잔여 주둔 미군을 4개월 안에 철수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히고 79년 대만에서 미군 완전히 철수하였다.

미국이 중국과 교섭을 시작할 당시 중국의 지도자는 모택동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는 공화당의 닉슨-그는 74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다-이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백악관의 주인은 소위 강경파라는 공화당이었다.

모택동과 닉슨이라는 양극단의 인물들이 왜 교섭에 나서게 된 것일까? 왜 미국은 유엔안보리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도 아닌 탁구단을 중국에 보낸 것일까? 중미교섭 과정에는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가 얽혀 있지만 그 핵심은 양탄일성(兩彈一星), 즉 핵과 수폭, 인공위성이었다.

중국이 강력한 대미억제력을 보유하고 그 억제력을 대미투쟁의 강력한 수단으로 이용할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 모택동과 같은 혁명적 지도자가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핵무기를 묶어 놓기 위해서 중국과의 교섭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수교과정에서 대만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미국은 핵통제를 위해 중국과 교섭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핵확산저지 라는 최우선적 국정목표를 위해 대만에서의 미군철수라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변화를 즉각적인 혹은 순탄한 미군철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베트남, 필리핀, 대만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명백히 다르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지위는 곧 동북아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미국은 다른 동아시아국가들의 경우처럼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이후에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에 열을 올릴 것이다.
최근 필리핀에서 미군 재주둔 한 점이나 대만에서의 미군철수이후에도 중국통일이 상당기간 유보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북미관계정상화이후에도 평화유지군 또는 세력균형군 등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통해 미군 주둔을 지속시키거나 한국에 친미극우정권을 복귀시켜 북미교섭 안의 이행에 장애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미군주둔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북미간의 정치적 타결이 전면적인 미군철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필리핀의 경우처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미군철수를 지지하고 미군철수운동이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환되어 진보개혁세력이 의회의 절대다수를 점유하고 자주적이고 평화통일 지향적인 정부가 이를 뒤받침 해야 한다.

한국 내에 이 같은 정치적 조건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조국통일 정세의 질적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
북미 간 정치적 타결, 조국통일의 가시화, 친미극우에서 진보개혁으로의 권력이동은 미군철수를 종결짓는 3대 요소이다.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의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수 있다. 
북미핵대결의 승리 조국통일 정세의 질적 전환 압도적 국민다수의 미군철수 요구 진보개혁의 권력이동의 과정을 거쳐 필리핀의 경우처럼 한국 국회가 미군철수를 결의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이 마련되면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가 실현될 것이다.

이 과정은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목표이며, 진보진영은 이 같은 사회, 정치적 조건을 창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해야 한다.

올 하반기는 이 같은 역사적 전환을 준비하는 전략적 이행국면의 첫 단계이다.
진보운동진영은 정세의 질적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과거의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난 운동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미군철수투쟁으로 온 힘을 집중시켜 미군철수를 대세로 전환시켜 전략적 승리의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 

미군철수의 역사적 시점이 이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승리의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얼마나 정확하게 시대를 분석, 통찰하고 이에 맞는 투쟁을 조직전개하는가에 따라 미군철수의 시간표, 자주통일의 시간표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대전환의 하반기, 필승의 신념을 안고 미군철수투쟁에 총매진하여 자주통일의 새시대로 나아가자!!

미군철수 원년(2005년)9월6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