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2005년 9월 15일  최미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노대통령은 수구보수세력으로 정평이 난 한나라당과의 연정의사를 밝히고 지난 9월 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연정 의사를 피력하였다.

애초에 정치적 색깔이 다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이라. 

한나라당으로 할 것 같으면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을 하며 만든 민정당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야기시킨 신한국당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사과박스로도 모자라 정치비자금을 트럭으로 챙겨받은 차떼기당의 장본인들이며 2004년에는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정치쿠데타를 일으켰던 범죄자들이다. 그들은 한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고올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반통일세력이며 ‘한미공조’를 하느님의 계시처럼 여기는 미국의 대변인들이다. 이들이 국회에 틀어앉은 지난 25년 동안 한국정치는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으며 단 하루도 국민을 위하는 날이 없었고 단 하루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있기에 한국정치가 퇴보하고 한나라당이 있기에 한국의 경제가 살아날 가망이 없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하기에 한나라당과의 연정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며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생각하였다면 그것은 3당합당으로 국민들을 배신한 김영삼의 행태와 비슷한 것으로써 국민의 충복이어야 하는 정치인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에 다름아니다. 한나라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 대상, 극복 대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이러한 상대와 ‘연정’을 언급하였다는 자체에서 노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정치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국민들의 지지는 언제나 노대통령을 향하고 있지는 않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개혁을 열망하던 열린우리당의 수많은 지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에 또 한번 ‘정치혐오’증에 빠질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 간에 한국의 정치개혁은 그만큼 후퇴하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역시 계속 하락, 침체할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한나라당과의 연정 언급’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언론의 보도내용을 믿을 수 없었고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언론매체들에서조차 노무현 대통령의 본심은 다른 데 있다, 노 대통령의 저의는 무엇일까 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정도이니 일반 국민들의 마음은, 거기에 한국의 정치개혁을 진심으로 열망하는 이 땅의 젊고 참신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결단”이 있을 것이라 언급하여 최근 박근혜와의 회담은 노 대통령의 정치행보의 한 과정이고 노 대통령은 회담 이후까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언급하였다는 그 자체에서,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오늘날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위기의 원인은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나 청와대의 의중에 시비를 거는 보수언론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진심을 바로 읽지 못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수뇌부의 정세판단의 잘못에 있다. 

한국사회는 불행히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존재하는 그런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아직 아니다. 제 땅에서 전쟁을 하자는데도 찬성을 하고 있는 미국의 대변인과도 같은 한나라당이 국회 의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에 장애를 조성하는 국가보안법이 있으며, 군대를 앞세운 미국의 정치 간섭, 조종 작업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물론 17대 국회에는 국민의 민심을 반영코저 노력하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의석은 아직 10여 석에 불과하여 본격적인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보이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국회는 아직도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반통일세력이 의석의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 당의 지도부는 국민의 의사에는 안중이 없고 하나같이 한미공조에만 매달리고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정치철학이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진정으로 정치개혁에 인생을 바치고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연정 제안이 아니라 정치의 자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존재하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은 미국의 대변인이며 수많은 죄악을 저지르고 국가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런 정당이 25년째 국회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다. 사실 노 대통령이 바라는 식의 연정의 본보기가 되는 유럽의 국가들 같았으면 이런 정당은 제 임기도 못 채우고 진작에 쫓겨났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아직 국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낮아서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국민들은 1987년, 전두환 독재정권과 목숨걸고 싸워 반독재투쟁에서 소중한 승리를 일궈내었으며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노도같이 거리로 달려나가 쿠데타 음모자들을 매장하였다. 한국의 국민들은 매우 높은 정치의식, 민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국회에 틀어앉아 있는 이유는 바로 미국의 입김이 한국정치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조장, 묵인하였으며 노태우의 집권시 3당합당을 배후에서 조종하였다. 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하여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자 일국의 대통령을 (이 친구, 이 녀석)‘This man'이라고 비하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미국은 지금 이시간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고 각종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아직도 국회에 앉아있고 그들의 자세가 그렇게 뻣뻣한 것은 '미국이 우리 뒤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한나라당과 연정이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한국의 정치 개혁, 지역주의 청산은 바로 정치의 자주화에서 시작된다. 무릇 정당이라 함은 자신의 정치노선을 가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를 펴는 세력을 일컫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미국의 정치노선을 가지고 정치를 펴고 있다. 그들은 서민들이 생활고로 자살하였다는 소식에는 놀라지도 않지만 미국 정부인사의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 한마디에도 자다가 뛰쳐나올 사람들이다. 이런 정치집단을 ‘제1야당’으로 추켜세우고 청와대로 ‘초대’를 해서 '연정'을 하자고 150분간이나 ‘대화’를 하고 있으니 노무현 대통령의 정세인식에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라도 한나라당과 한국정치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하고 정치의 자주화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노무현 정부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물론 노 대통령이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지역주의 타파, 정치개혁도 중요한 과제이고 한나라당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경제살리기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남북간의 민족공조와 통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치개혁도, 경제 살리기도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 통일이 실현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고 남북이 전면적인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는 6자회담에서 한국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가지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미국의 반북정책을 전환시키는데도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이런 중차대한 국정과제는 뒤로 미룬채 한나라당과의 연정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8.15 민족대축전에서 북한과 손잡고 통일을 이야기해 놓고는 곧바로 미국과 함께 을지-포커스렌즈 대북적대군사훈련을 앞장서서 집행해 북한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연정을 하고 싶으면 조선로동당과 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역주의는 분단된 남과 북의 현실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60만의 한국군은 지역주의를 넘어 동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으며 국내에는 아직도 북한정권과 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한 수많은 친미반통일세력들이 있다. 지역주의도 이보다 더 심한 지역주의가 있을 수 없다. 

만약 조선노동당에 통일연정을 제안한다면 국민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고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이 연정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는 바탕으로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북한대표단은 남쪽의 현충원에 자원하여 방문하였으며 남쪽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면서 ‘우리민족끼리’ 조국을 통일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조국통일실현에 매우 주동적이며 긍정적 작용을 하였다.

노대통령은 왜 못하는가? 보수세력의 반발에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대통령 자신의 민족철학의 빈곤도 문제일 것이다. 조선로동당과의 연정이 거북하고 여기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한국 사회가 아직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남과 북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의 민족이고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 사실 이것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기초 중에 기초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으로 한국정치의 발전을 원한다면 먼저 정치의 자주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통일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나라가 정상이 되어야 정치도 발전하고 정치개혁도 성공하는 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