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 평가와 향후 정세 전망

(박경순 /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7월 25-8월 7일 동안 열렸던 제4차 6자회담 1기 회의에 이어서, 9월 13일-19일까지 베이징에서 제4차 6자회담 2기회의가 열렸다. 일주일동안 계속된 회의에서는 경수로문제에 대한 팽팽한 대결 끝에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협의한다’는 절충안을 북미양국이 받아들임으로서 역사적인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이로서 소위 북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핵 위기 상황이 해결의 가닥을 잡으면서 더불어 한반도 평화구조의 확립에 파란 신호등이 켜지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장애와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중요한 의미는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다는 점이다.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해 주고 있는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의 정치적 의미와 향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 본다.


①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타결의 정치적 배경

5주간의 휴회 끝에 9월13일 재개된 제4차 6자회담 2기 회의의 최대의 쟁점은 ‘경수로 제공’ 문제였다. 8월 7일 공동합의문을 타결 짓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간 것도 다름 아닌 경수로 제공문제를 핵으로 하는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였다. 북미양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휴회기간동안 수차례 접촉을 통해 타협을 모색했지만, 아무런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4차 6자회담 2기 회의는 낙관적 분위기보다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속에서 시작되었다.

경수로제공문제가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수로제공’ 문제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격 때문이다.
부시행정부의 전략적 목표는 분명하다. 그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선핵폐기’(CVID)를 관철함으로서 북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미 정치군사적 대결과정에서 후퇴와 양보를 거듭해야 했고, 따라서 이제는 CVID란 용어를 사용할 수 없는 처지와 입장에 몰려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포기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경수로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경수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자력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그것은 북미국교정상화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또한 경수로를 제공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북의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활성화하고 촉진시킴으로서 핵능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것은 CVID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의 실질적인 포기를 의미한다.

반면에 북의 전략적 목표도 또한 분명하다. 그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대북붕괴전략)을 무력화시키고, 북미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실현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겉으로는 주권존중, 평화공존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동에서는 변화가 없다. 정치경제적.군사적 압박공세는 여전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권을 무기화하여 대북 인권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이 6자회담에서 합의된 것들을 과연 지키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으며, 미국의 그 모든 약속들이 북의 핵무장을 제거하기 위한 전술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북미상호간에 신뢰의 물리적 기초가 필요하다.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북미평화공존정책으로 선회한다면 북의 평화적 핵능력이 미국에게 위협으로 될 수 없으며, 경수로 제공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일 필요도 없다. 따라서 북미적대관계를 바꿀 의사와 의지를 갖고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잣대가 바로 경수로이다.

경수로 제공을 둘러싼 북미간의 첨예한 대립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 대결이며, 그 어느 쪽도 순순히 양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쟁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5주간의 휴회기간에도 전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담기간 내내 경수로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과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은 경수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북은 경수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북미양측의 완강한 입장으로 인해 제4차 6자회담은 결렬의 위기상황에 처했으며, 언론에서는 결렬 또는 휴회를 전망하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가 탄생하였다.

경수로가 갖는 정치적 성격상 경수로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결국면에서 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가 탄생한 것은 어쩌면 의외이다. 이러한 의외의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북미양자가 한발씩 양보해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협의’한다는 다소 모호한 문구로 타협했기 때문인데, 이 타협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해 보면 이번 회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북의 양보는 그야말로 유연성 발휘인데 반해 미국의 양보는 전략적 후퇴인 것이다. 이번회담의 중심초점은 행동의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어떤 것들을 테이블로 올려놓느냐 하는 목록을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수로 문제를 테이블위로 올려놓는다고 합의한 것만으로도 미국의 양보이며, 북의 승리인 것이다.

미국이 결렬을 감수하지 못하고 경수로 제공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는 것에 동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그것은 대체로 세 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그것은 첫째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없는 조건에서 합의서에 동의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책이 없었으며, 둘째 이라크에 발목이 묶여있고, 허리케인으로 인한 국내적 민심이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이란 핵문제가 발등의 불로 닥친 조건에서 북핵문제마저 불거질 경우 감당할 수 없으며, 셋째 한.중 양국정부의 강력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정치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공동성명 초안을 미국이 거부하면 곧 바로 미국 측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되었음으로 공표하겠다는 중국 측의 외교적 압박에 부시행정부는 어쩔 수 없이 공동성명을 수용하였다고 한다.
부시행정부가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적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공동성명을 수용했음은 이상의 뉴욕타임스의 분석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것은 북미 정치군사적 대결에서 수세에 빠져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의 지속적인 정치군사적 공세에 한발 한발 후퇴와 양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그러한 과정이 되풀이되었음을 보여주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자발적 정책변경에 의한 양보가 아니므로 그 이행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②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치적 의미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목표로 하는 6자회담 기본합의문이다. 이 기본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북과 미 양자의 의무사항과 다른 나라들의 의무사항을 포괄적으로 밝혀 놓은 것으로 구체적 이행계획은 담겨져 있지 않은 ‘말대말’ 공약에 해당된다. 각 나라별로 의무사항들을 정리해보면 우선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의무사항은 ▲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의 포기 ▲조속한 시일 내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안전조치 복귀 ▲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 이행이며, 이에 반해 미국(한중일러포함)측 의무사항은 ▲ 평화적 핵 이용권 존중과 경수로 제공문제 협의 ▲ 에너지 제공과 경제협력증진 ▲ 핵과 재래식 무기로 북 공격하지 않을 것 공약 ▲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실현 ▲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추진 등이다.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1994년 제네바 합의서 이후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두 번째 북미합의 문건이다.

그런 면에서 제네바 합의서와 많이 비교되곤 한다. 양자는 한반도 핵위기 해결을 위한 북미간의 합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지만, 회담의 형식과 방법, 합의서의 성격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난다. 1994년 북미제네바 합의서는 흑연감속로를 경수로로 대체하는 것을 뼈대로 한 북미양자합의 문건이라면, 이번 제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의 완성문제를 직접적인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북의 핵무기 및 핵관련프로그램의 포기와 미국의 핵위협제거(대북적대정책의 철회)를 맞바꾸는 것을 뼈대로 한 다자간 합의 문건이다. 전자는 핵개발 동결과 동결에 따르는 정치경제적 보상 문제가 협상의 초점이었다면, 후자는 핵무기(모든 핵프로그램 포함)의 포기(폐기)와 핵위협제거(대북적대정책철회)가 협상의 초점이다.
1994년 제네바합의서는 동결에 따르는 경제적 보상 문제가 협상의 주요한 의제였다면, 이번 협상에서는 경제적 보상 문제가 초점이 아니다. 이번 협상에서 경제적 보상 문제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들은 북의 핵 폐기와 경제적 보상 문제로 이번 회담을 접근하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으며, 이러한 시각이 회담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경수로 문제가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이 본질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경수로 문제와 대북송전문제를 대체하려는 생각은 이번 회담의 본질적 성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수로문제가 왜 초점으로 되고 있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견해라고 말할 수 있다.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본원칙을 담아 놓은 기초합의문이다.
북미제네바 합의는 구체적 행동의 조치들에 대한 합의인 반면에 이번 공동성명은 ‘말 대 말’ 합의이며, ‘행동대 행동’ 합의로 나가기 위한 기본 틀을 규정한 합의서이다. 따라서 6자회담 관련당사자들의 추상적 의무사항들을 열거해 놓았을 뿐이다. 따라서 향후 제 5차 6자회담에서 각국에게 부여된 추상적이며 총괄적인 의무사항들을 어떻게 구체적 행동으로 실천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다. 또한 합의된 구체적 행동들을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어떠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조화롭게 이행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합의된 구체적 이행계획서가 나와야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공동성명의 정치적 의미가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탄생은 대결로 치닫고 있던 북미핵대결을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뒤바꾸어 놓음으로서 한반도 핵 위기 해소의 첫 단추를 꿰어 놓은 역사적 사변이다. 한반도 핵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강경대결정책)이며, 특히 부시행정부에 들어와서 핵 위기가 더욱 격화된 것은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은 없다’는 정책을 앞세워 모든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일방적 무장해제를 강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이 채택됨으로서 부시행정부의 대화와 협상거부정책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공동성명이 효력을 갖는 동안에는 대화와 협상이외에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제4차 6자 회담 공동성명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실질적인 파산을 의미하며, 부시행정부의 대북붕괴전략의 실패를 고백한 역사적 문서이다.

제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를 낳게 됨으로서 오랫동안 표류해 오던 6자회담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매우 유용한 다자적 틀로 자리 잡게 되고, 정치적 권위를 갖고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조직적 주체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목표와 각국의 의무사항들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어 이를 실천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이행합의서 작성에 성공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길이 열리게 되고 한반도 핵 위기가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적대시 정책, 특히 부시행정부의 대북붕괴전략은 새로운 정책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③ 제5차 6자회담의 쟁점과 전망

제4차 6자회담의 목표는 ‘말대 말’ 공약을 합의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다가오는 11월에 열기로 합의한 제5차 6자회담은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4차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의무사항들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합의하는 것이 목표로 된다. 따라서 이번 제4차 6자회담이 예비회담이었다면, 다음 제5차 6자회담은 본회담으로 될 것이다.

제5차 6자회담의 주요쟁점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북의 핵무기 포기의 완료에 상응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들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될 것이다.
비핵화의 최종 출구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정해져야 그에 따른 여러 단계들의 구체적인 단계별 세부적 이행조치들이 결정될 수 있다.
북은 이번 회담은 북의 핵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맞바꾸는 회담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포기의 구체적 징표로 북미관계정상화로 보고 있다. 북미관계정상화는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었던 제반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고 북미국교를 수립하는 것으로 완성되며, 여기에 수반되어 있는 문제가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이다. 즉 북미관계정상화는 ▲ 경제제재 해제 ▲ 북미평화협정체결 ▲ 북미국교수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북으로서는 핵무기를 폐기하는 시점과 북미관계정상화가 완료되는 시점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미국으로서는 북이 핵 포기를 하는 결단을 내린 다면 북미관계정상화를 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따라서 조속한 핵 포기 실현 후 북미관계정상화 협상을 시작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따라서 핵 포기 완료시점과 경제적 지원(에너지 지원)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일치시키려 할 것이다. 여기에 조금 여유를 둔다면 핵 포기 시점에 몇 가지 경제제재 해제(테러지원국 해제 등)를 할 수 있다는 선에서 절충하려 할 것이다. 현재로선 양자의 입장차는 너무 크며,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는 경수로 제공시기와 방법문제이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미관계정상화를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경수로 제공문제는 단순한 경제협력문제로 된다. 경수로를 건설하는 데 미국의 기술을 사용한다면, 경수로를 건설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수로의 관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미우호협력관계가 수립된 이후에 경수로는 미국에게 아무런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수로제공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북미관계정상화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즉 대북적대정책의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에서 북은 미국의 공약을 신뢰하고 과감하게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셋째는 의무이행단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행단계별로 상응하는 상호 조화된 행동들을 어떻게 짜 맞출 것인가에 하는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첫째 쟁점과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지만, 첫째 쟁점인 출구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여전히 복잡하고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북의 핵무기 포기의 시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매우 예민하고 첨예한 쟁점이다.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북의 핵무기 포기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기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국교정상화문제와 북의 핵무기포기문제를 어떻게 연동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와도 어떻게 연계를 지을 것인지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사실 이 문제도 두 번째 경수로 문제가 해결되게 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경수로 건설완공시기까지 최소 4-5년 이상 걸릴 것이므로 경수로 완공과 핵무기포기를 같이 맞추고 그 기간동안에 북미국교정상화문제를 매듭짓도록 합의가 이루어지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쟁점들은 모두 그 하나하나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많은 논쟁과 격렬한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주객관적 요인들 때문에 억지로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북미대화와 협상을 수용하고 심지어는 경수로제공협의까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부시행정부로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한 태도로 강력하게 반발해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후 만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경수로 문제를 갖고 북미간의 첨예한 장외대결이 다시 펼쳐지고 있는 데서도 향후 협상이 얼마나 험난하게 진행될 것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부시행정부는 현재 경수로 문제에 대해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어정쩡한 입장에 있거나 미국측 입장에 기울어져 있는 조건을 적극 활용하여 북을 고립시키고 내친 김에 선핵폐기노선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미국은 경수로 문제가 마지막 역전의 카드라고 생각하고 모든 정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제5차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의 길과 전면적 대결의 길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최후의 대결전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결전에서 승리하는 쪽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게 되면서 자기의 요구와 의도대로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각자는 이 최후의 대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정치 경제 군사적 역량을 총력집중, 총력 동원할 것이다.


④ 전 민족적 자주역량을 총결집할 때이다.

앞에서 전망했듯이 제 5차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지을 최종결정전으로 될 것이며, 각 측 특히 북미양국은 최종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모든 정치 외교적 역량, 더나가 경제적 군사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다.

그에 따라 제5차 6자회담은 지금까지 북미대결사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치열한 외교적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미양측 모두 결정적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 경수로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평화적 핵이용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경수로 제공은 핵무기폐기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NPT가입과 IAEA안전조치에 복귀한 이후라야 경수로제공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나라들은 미국 측의 주장에 가까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았을 때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그 어느 한편이 결정적인 주도권과 우세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교는 단순히 협상의 기술이거나 여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군사적 대결의 외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각 나라의 정치적 외교적 입장을 좌우하는 것은 정의와 도덕이 아니라 주어진 힘의 역관계속에서 자기나라의 이익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제4차 6자회담에서 중국이 ‘경수로 제공문제’를 합의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북미의 힘의 역관계속에서 중국의 이익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입장에서 내린 정치적 판단이다. 다시 말하면 북미정치군사적 힘의 대결에서 미국의 패배함으로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제5차 6자회담의 승패도 회담장 안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담장 안보다는 밖에서의 북미간의 힘의 균형이 어떤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되겠지만, 2.10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정세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미국을 연속적으로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북이 주도권을 튼튼히 틀어쥐고 미국을 궁지로 몰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북의 정치군사적 공세에 대해 미국은 마지막 힘을 다해 저항하겠지만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후퇴와 양보를 거듭해 왔듯이 이번에도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제 5차 6자회담의 정치적 승자는 북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북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 북측정부만을 지칭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남측정부까지를 포함하여 한반도 전쟁노선을 반대하고 평화공존노선을 지지하는 전체 민족자주역량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쉽게 북미대결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인 것이다.) 따라서 부시행정부의 격렬한 저항으로 향후 제 5차 6자회담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역사의 큰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여곡절을 무릎 쓰고 제 5차 6자회담은 성공할 것이다.

본회담인 제 5차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세부 이행계획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실천단계로 발전하게 되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180˚로 달라질 것이다. 북미간의 정치군사적 대결구조가 평화공존구조로 전환되면서, 북미수교를 핵심으로 하는 북미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지고, 휴전체제는 새로운 평화체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냉전구조해체는 곧바로 동북아시아 정치군사적 구조와 틀을 변화시키면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도 새로운 한반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우리민족과 미국사이의 치열한 대결전이 펼쳐질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본질적 속성은 정세가 바뀌고 주객관적 조건이 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세전망에 비추어 볼 때 현 시기야말로 우리민족의 민족자주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때이다.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최후의 대결전에서 확고한 승기를 잡기 못하게 되면 그동안 수 십 년 동안 투쟁하면서 쟁취한 모든 성과물들이 한낱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정세속에서 요구되는 민중운동진영의 당면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대북적대정책(대북전쟁정책)의 실질적 포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반전평화투쟁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아직까지 미국은 한손에는 북미대화와 협상을 쥐고 있고, 다른 한손에는 대북 붕괴전략(대북적대시정책)을 쥐고 있다. 한손에 쥐고 있는 대북붕괴전략이 한반도 냉전적 대결과 전쟁을 불러오고 있는 원흉이다. 미국은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면서 이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한 대화와 협상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관철할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대북붕괴전략을 즉시 포기하고 한반도 전쟁계획을 즉각적으로 백지화해야 한다.
민중운동진영은 미국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경각성을 갖고 대북적대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반미반전평화투쟁을 더욱 힘차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특히 경수로 문제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향후 제5차 6자회담에서 나타날 미국의 마지막 저항에 대해 고도의 경각성을 갖고 민족공조의 힘을 총결집하여 제5차 6자회담의 성공적 마무리를 향해 힘차게 투쟁해 나가야 한다.

둘째 새로운 정세발전에 주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주체적 준비에 힘을 박차야 한다.

미국의 마지막 저항을 극복하고 제5차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수십년동안 유지되어 왔던 한반도 냉전구조, 북미간 적대적 대결구조는 실질적으로 붕괴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조, 북미평화공존체제가 수립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겠지만 그러한 정세로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기본추세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향후 새롭게 조성될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에 따라 민중운동진영의 활동목표와 방향,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민중운동진영 더 나아가 민족자주진영의 주체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한반도 질서수립과정에서 거대한 정치적 집단과 세력들이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사활적 각축전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들의 요구와 의사에 맞게 한반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의 정치적 역량을 시급히 높은 수준으로 강화 발전시켜 민중운동진영이 당당한 정치적 주체로 우뚝 서야 한다. 현재 민중운동진영의 주체역량강화사업에서 가장 긴급하고 절박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민중운동진영의 대규모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이다. 지금까지 민중연대 통일연대 또는 각 이슈별 공투체 형태로 발전되어온 민중운동진영의 연대투쟁체를 하나의 단일한 정치적 구심과 조직적 체계를 갖는 대규모적인 단일연대연합체로 발전시킴으로서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적 힘을 단일하게 결집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강력한 조직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주체로 설수 있게 될 것이며, 새로운 정세발전에 주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을 위한 활동과 투쟁에 힘을 집중하여 빠른 시일 내에 단일한 연대연합 전선체를 대중들 앞에 선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과정에 발맞추어 한국사회내부의 냉전적 질서와 세력들을 해체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주한미군주둔, 한미작전지휘권문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냉전시대의 한미관계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조변혁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을 시작해야 하며, 냉전적 법과 질서를 해체하기 위한 활동에 투쟁에 힘을 집중해야 하며, 냉전고수세력들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한 과거청산투쟁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새로운 희망이 우리들의 눈앞에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희망은 또 다른 새로운 과제들을 우리들에게 제기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보다 경각성을 갖고 주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투쟁하자.
새 시대는 우리민중들의 것이다. (200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