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2005년 12월 10일  최미란

 

11월 23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다수 국회의원들은 “쌀 관세화 유예안 연장 동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줄줄이 찬성표를 던져 이 땅의 농업에 회생불능의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정부의 통과방침은 지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부터 충분히 예견되어 왔다. 정부는 아펙(APEC)을 통해 미국주도하의 신자유주의 자유화를 받아들일 것을 천명하였으며 농업문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농업시장의 급격한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처절한 투쟁을 그 근본부터 막아나섰으며 그러던 중 11월 15일, 국회 앞에서 벌어진 전국농민대회에서는 보령농민회 소속 전용철 농민이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치명적 상처를 입고 23일, 운명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이제 농업사수 투쟁은 열사투쟁의 의미를 더하여 전개되기 시작하였으며 마른들판에 붙는 불과 같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12월 현재 쌀 시장 개방문제는 노동계의 비정규직법안 관련 투쟁과 함께 전체 민족민주운동진영으로 하여금 하나의 대오로 굳게 단결하게 하고 있어 한국사회 최대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포기정책, 살농정책은 전형적인 식민지 예속화 정책이다. 

정부는 무역자유화, 투자자유화의 세계적 추세 앞에 모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어차피 개방해야 하는 시장이라면 국내대기업과 수출유망종목에 유리하게 조금이라도 빨리 개방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제국주의 미국의 침략적 본질을 망각한 것으로써 결과적으로 다 죽어가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 한국 농업을 갖다바치는 것과 같다.

쌀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농업은 사람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농업을 포기한다면 그 많은 농산물은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 다름아닌 미국임을 생각한다면 결국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은 쌀을 미국에서 사들여오자는 것과 하등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당장 수입할 쌀은 중국, 태국 등지에서 재배되는 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산업기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의 경우, 언제까지 쌀 수출국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며 태국산 쌀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푸석푸석한 쌀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계통의 쌀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에서밖에 재배되지 않는다. 이중에서 장래의 유일한 쌀수출국은 바로 미국 뿐이다. 결과적으로 쌀 시장을 개방하면 한국은 머지않은 내일에 전체 국민이 소비하는 쌀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한국농업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사라지게 된다. 농민계층의 소멸. 이것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식량개방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미국은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시장의 장악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들 것이다. 지난 50년전, 먹다남은 밀가루 몇 포대 던져주면서 이 땅의 생명의 은인인 양 설쳐대던 미제국주의자들은 이제 한국 식량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채로 쌀포대나 던져주면서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댈 것이고 한국사회에 숭미주의, 공미주의 사상을 다시금 퍼뜨리려고 획책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쌀을 무기로 우리민족의 뜻을 모아 건설할 민족통일정부의 정책을 하나하나 간섭하려 들 것이다. 
이것은 결국우리민족의 투쟁에 의해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고 한국사회에 대한 정치적 지배권을 상실한 상황이 오더라도 경제적 고삐만 움켜쥔다면 얼마든지 식민지재탈환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중장기적인 한반도 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주요하게 한국 내의 금융자산, 식량, 석유에너지 등을 동결하는 것으로 한국정부를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이다. 식량이 없으면 사람이 굶어죽기 때문이다. 농업을 포기하면 생존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쌀을 들여와야 하는 마당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식량시장을 내준다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지게 될 우리민족과 미국 간의 치열한 한반도 주도권 다툼에서 어렵사리 쟁취한 민족자주의 소중한 성과를 쌀이 없어서 피눈물속에 다시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 앞의 자동차 몇 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눈 앞의 휴대전화 판매량이 급한 것이 아니다. 식량시장을 내 준 다음에서야 제 아무리 억만금을 모았다 하더라도 이것들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외환위기 때 미국에게 철저하게 당했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식량시장이 완전히 미국에 종속된 상황에서 발생되는 식량위기는 쌀 몇 포대를 사나르기 위해서 굴지의 대규모 공장을 팔아야 하며, 밀가루 몇 포대를 얻기 위해 국내 유수의 산업시설과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 앞에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절대로 한국을 봐주지 않는다. 애초에 미국 정부는 한국사람 알기를 들쥐보듯 하였으며 한국국민들이 아무리 부당하게 죽어나가도 자기 병사들을 전혀 처벌하지 않는 우리민족의 철천지 원수이다. 그들의 비인간성을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의 고통에서 똑똑히 체험하지 않았는가.

상황이 이러한대도 정부는 쌀시장 개방이 가장 현명한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주요하게 정부당국자들이 미국의 자본주의 세계 지배가 당연한 것으로, 그리고 영원불멸의 것으로 생각하는 대미 사대주의적 관점과 미국의 정책을 신뢰하고 그 밑에서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미국은 가장 몰인정하고 파렴치한 일방주의 국가로써 미국의 선의와 미국의 아량을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세상에 없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선의는 한국사회의 지배권을 더욱 확고히 장악하기 위한 선의이며 국민들의 자주민주통일 열망, 민족공조의 열망을 분산시키기 위한 계산된 아량이고 거짓 웃음일 뿐이다. 미국은 본질에 있어 한국사회를 장악 통제하려는 식민지 지배세력이며 세계적으로 본다면 가장 군국주의화 되어있는 국가, 침략국가이다. 

정부는 이런 미국과 손잡고 평화번영정책, 경제회생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미국과 손잡고 미국의 편에서 악수한다면 경제회생은 커녕 돌아오는 것은 끝없는 한반도 긴장 속에 대규모 실직과 국가재부의 수탈, 나아가 하루 한끼 해결하기도 힘든 식민지 예속경제의 설움과 절망뿐이라는 사실을 제발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전체 민족민주운동진영은 오늘의 엄중한 사태를 명확히 가려보고 전체 민중의 단결된 투쟁으로 미국의 교묘한 신자유주의 개방화 전략과 멋모르고 이에 편승하는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치에 맞서 경제의 대미자립화를 위해 과감하게 투쟁해야 한다. 

식량은 민족자주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제일의 지표이다.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당한 한국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며 미국에 밥을 얻어먹는 주제에 미국에 큰소리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철두철미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자유화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미국에 대한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국경제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의 자립화, 경제의 안정을 위한 구국의 투쟁에서 노동자의 갈 길이 따로 있고 농민의 갈 길이 따로 있지 않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침체는 따지고 보면 미국 금융투기자본이 주도한 외환위기 때문이었으며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체제 개편과 이에 맹종하는 정부당국의 무소신 때문이었다. 노동자에게나 농민에게나 투쟁의 핵심 대상은 미국 제국주의 세력들이다. 미국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한국경제의 개방은 지속적으로 강요될 것이고 강화되는 경제침탈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수탈은 우리 서민들과 노동자들, 농민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저물어가는 제국주의이지만 민족자주의 이념 아래 단결되는 우리민족의 내일, 조국통일의 전망은 온 누리를 밝게 비추는 태양과 같이 매우 밝고 희망적이다. 

전체 민족민주운동진영은 현 정세의 승패는 광범위한 대중의 마음에 달려있음을 명심하고 미국의 한국경제침탈을 반대하는 투쟁에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하여 범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침탈을 배격하고 노무현 정부를 적극 비판하고 압박해 가야 한다. 미국과 수구언론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참신한 투쟁을 적극 전개하여 그들을 수세에 빠트려야 하며 대중 정세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으로 광범위한 대중을 투쟁역량의 곁에 튼튼히 결속해야 할 것이다.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도, 노동자의 생존권을 가져오는 것도 바로 미국을 반대하는 단결된 민중의 투쟁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두다 모범적으로 싸워 미국의 한국경제침탈 의도를 격파하고 민족자주의 자랑찬 통일조국, 민족자립의 부강한 내나라를 하루빨리 안아오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