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변화의 특징과 진보정당의 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정세변화의 특징들  
1) 반제투쟁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2)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3) 조국통일운동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2. 정치이념과 집권전략, 사회주의적 발전전망
1) 진보정당의 정치이념
2) 진보정당의 집권전략
3) 사회주의적 발전전망

3. 민주노동당이 창조한 새로운 유형의 통일전선
1) 진보정치연합의 결성
2) 진보정당의 건설
3) 새로운 통일전선유형의 창조

4. 당과 전선체의 분립발전, 그리고 미래전망
1) 두 계열의 대중단체와 그 정치연합의 가능성
2) 진보정당의 투쟁원칙과 기본동력의 공급
3) 분립발전에서 통합발전으로

 

1. 정세변화의 특징들

정세가 끊임없이 바뀌면서 어떤 특정시기를 지날 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당면정세의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그에 대응한 전술을 내오는 것은,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진보정당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과업이다. 
문제는 정세를 보는 관점이다. 어떤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서 정세인식이 달라지지만, 진보정당의 정세관이 당의 강령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강령에 대한 각론적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총론적 해석은 반제투쟁강령, 계급투쟁강령, 조국통일강령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강령의 총론적 해석이 정세관을 규정한다고 할 때, 현 정세의 변화방향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1) 반제투쟁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현 정세는 남(한국)에서 이른바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대결'이 차츰 격화되는 데서, 그리고 북(조선)이 제국주의세력에 맞서 싸우는 공방전을 벌이는 데서 특징을 보인다. 
대중언론에서 흔히 쓰는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대결'이라는 말은 사실 진보정당의 정세인식에서는 쓸 수 없는 천박한 표현이지만, 그 말의 의미를 재해석하면, 제국주의체제가 조여대는 지배와 수탈의 올가미를 끊어버리려는 반제적 자주세력과 그 체제에 속박되어 지배수탈구조를 유지하는 하수인으로 존재하는 반동적 예속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결이라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세관의 중심에 반제투쟁을 놓고 오늘 한(조선)반도 정세를 인식할 때 드러나는 정세변화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남(한국)과 북(조선)에서 각각 반제투쟁(anti-imperialist struggle)이 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 
남(한국)의 반제투쟁은 아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전면적으로 결합되지 못하여 그 투쟁이 위력적이지 않지만, 반제투쟁의 중심이 이전 시기 청년학생계층으로부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로 옮겨가면서 투쟁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서 생존권마저 빼앗는 제국주의체제의 신자유주의적 침탈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반제투쟁으로 전화발전되는 필연성을 성립시킨다. 그 필연성은 생존권사수투쟁에 나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기의 정당한 투쟁을 폭력적으로 짓누르는 예속정권의 뒤에서, 그리고 자신을 한층 더 가혹하게 착취하는 예속자본의 뒤에서 신자유주의적 침탈의 올가미를 거세게 조여대는 제국주의세력의 정체를 목격하게 될 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제투쟁의 조직자(organizer)로 나서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제투쟁의 조직자로 나서는 것은, 남(한국)에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거점들이 반제투쟁의 타격범위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불안정한 투자지에서 급속히 이탈하기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의 급속한 이탈은 그 자본에 붙어사는 기생자본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며, 기생자본의 치명상은 예속정권의 물적 토대가 허물어지는 파국을 몰고 올 것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거점은 제국주의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여기서 눈여겨보는 것은, 남(한국)의 반제투쟁양상과 북(조선)의 반제투쟁양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제국주의세력은 남(한국)의 반제투쟁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그 대신 자기 하수인으로 기생하는 반동적 예속세력을 언제나 앞에 내세우기 때문에, 남(한국)의 반제투쟁은 그 투쟁이 제국주의체제를 타격하는 투쟁구호를 드는 경우라도 일단 예속정권과 기생자본에 맞서 싸우는 투쟁으로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제국주의세력은 언제나 예속정권의 지배구조를 통하여 예속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지배하고, 기생자본의 착취구조를 통하여 예속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수탈한다. 
이를테면 평택 군사기지화를 저지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기 위한 투쟁은, 명백하게도 그 투쟁성격이 제국주의체제의 정치군사적 지배구조를 타격하는 반제투쟁이지만, 그 투쟁에 나선 대중이 투쟁현장에서 실제로 맞닥뜨리는 대상은 미국군 병력이 아니라 노무현정권의 진압경찰병력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침탈에 맞선 투쟁 역시 명백하게도 그 투쟁성격이 제국주의체제의 수탈구조를 타격하는 반제투쟁이지만, 그 투쟁에 나선 대중이 투쟁현장에서 실제로 맞닥뜨리는 대상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아니라 예속정권이 동원한 진압경찰이 아니면 기생자본이 불러온 용역깡패들이다. 
그에 비해서, 북(조선)은 제국주의무력과 군사적으로 대치한 정전상태에서 제국주의세력을 직접 상대하는 공방전을 펴고 있다. 세계반제전선의 시각에서 볼 때, 북(조선)의 반제투쟁이 지닌 정치적 의미는 사회주의세력을 대표한 북(조선)과 제국주의세력을 대표한 미국 사이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제투쟁의 주체적 관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국주의세력이 지구의 동반구에 유일하게 남은 사회주의체제를 고립압살하려는 일방적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익숙하지만, 반제투쟁의 주체적 관점에 따르면 북(조선)은 세계반제전선의 중심부인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세력에게 강력한 공세를 가하여 그 세력을 몰아내려는 반제투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현재 조미정치대결은 양자의 직접적 대결을 피하려는 부시정부의 술책에 의해서 기형화된 6자회담이라는 정치회담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정치회담의 실상은 제국주의세력의 일방적 공세가 아니라 사회주의세력과 제국주의세력의 정치대결인 것이다. 그 대결에서 북(조선)은 60년 동안 한(조선)반도에 존재해온 제국주의체제의 정치군사적 지배구조를 무너뜨리는 반제자주적 비핵화전략을 밀고 나가는데, 그 전략의 목표를 주한미국군 철군과 한미동맹체제 해체라 한다. 
주한미국군 철군과 한미동맹체제 해체는 한(조선)반도 정세를 결정적으로 뒤바꾸는 매우 민감한 전략문제이므로, 6자회담에서 다루는 공식문건에서는 그 전략문제를 조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북(조선)사회주의체제를 고립압살하려는 반사회주의전략에 악착같이 매달려온 미국이 9.19 공동성명에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언약한 것은, 북(조선)을 겨냥한 반사회주의전략이 파탄되기 시작했음을 뜻하며 동시에 북(조선)의 압박공세에 밀린 미국이 조미 사이의 근본문제를 다루게 될 별도의 조미정치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겨냥한 반제투쟁을 힘있게 조직전개하면서 한(조선)반도의 정세를 전략적 대치기(period of strategic confrontation)의 고비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지금 미국이 북(조선)을 상대로 그 무슨 '인권탄압 혐의'와 '미화 위폐 제조유통 혐의'를 떠들기 시작한 것은, 조미정치대결이 전략적 대치기의 고비에 이르러 미국의 집요한 반사회주의전략이 결국 파탄되기 시작하면서 수세에 몰린 부시정부가 당황한 나머지 부랴부랴 취하는 반격전술이다. 그러나 조잡한 흑색선동에 지나지 않는 반격전술로 북(조선)의 반제투쟁이 밀고 나가는 강력한 전략공세에 맞서보려는 시도는 애초에 성공과 거리가 먼 것이다. 부시정부가 조잡한 흑색선동에 목청이나 높이는 동안 평안북도 령변의 흑연감속로에서는 무기급 고순도 플루토늄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조잡한 흑색선동전술과 핵무기 계속증산전략이 맞붙었을 때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는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금방 대답이 나올 만큼 자명하다.
오늘 한(조선)반도 전역에서 조직전개되는 반제투쟁을 살펴보면, 반제투쟁의 전략적 수세기에 있는 남(한국)에서는 간접적 교전양상이 보이며, 반제투쟁의 전략적 대치기에 있는 북(조선)에서는 직접적 교전양상이 보인다.  
남(한국)의 반제투쟁이 제국주의체제를 직접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체제에 붙어사는 예속정권과 기생자본을 타격한다고 해서, 반제투쟁의 의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그 투쟁이 언제까지나 간접적 교전양상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제투쟁의 조직자로 나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거점을 타격할 때, 그 공세는 제국주의체제를 무너뜨리는 직접적 공세로 급속히 전화될 것이다. 반제투쟁이 간접공세에서 직접공세로 급속하게 전화되는 것은, 반제투쟁의 교전양상이 돌변하면서 전략적 수세기와 전략적 대치기를 한 걸음에 벗어나는 이른바 돌비현상(突飛現象)인데, 그러한 특별한 현상이 일어나는 격변기를 반제투쟁의 전략적 공세기(period of strategic offense)라 한다. 
그러나 남(한국)의 반제투쟁은 아직 전략적 수세기를 벗어나지 못하였으므로, 예속정권 뒤에 숨은 제국주의지배세력의 정체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드러내놓는 전술을 취하게 되며, 기생자본 뒤에 숨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정체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드러내놓는 전술을 취하게 된다.

2)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정세변화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계급관계에서 나타난다. 오늘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를 그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투쟁이 조직전개되고 있으니, 그것을 계급투쟁(class struggle)이라 한다. 남(한국)의 계급투쟁은 그 사회의 계급구성이 복잡한 만큼 산만한 양상을 띄지만, 그 투쟁이 지배착취계급에 맞서 싸우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요즈음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계급투쟁이 격렬해지는 까닭은 두 가지이다. 세계적 범위에서 보면, 여러 나라들에서 계급투쟁이 일어나는 까닭은 제국주의체제의 내부모순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생산, 투자, 신용의 무제한적 확장에 매달림으로써 결국 세계적 범위에서 과잉생산(overproduction), 과잉투자(overinvestment), 과잉신용(overcredit)의 위기에 다가설 수밖에 없는데, 제국주의체제는 그 위기 속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자기 손에 틀어쥔 예속과 수탈의 올가미를 더욱 거세게 조여대기 시작하고, 그 올가미에 묶인 여러 나라의 예속정권과 기생자본은 제각기 자기 나라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이전보다 한층 더 가혹하게 착취억압하게 된다. 
예속강도나 예속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제국주의체제에 속박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활이 이전보다 더 궁핍해지면서 이른바 '빈곤의 세계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전면화된 까닭, 그리하여 생존권사수투쟁, 총파업투쟁, 빈민폭동이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이른바 '저항의 세계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전면화된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남(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1980년대 중반부 이후 약 10년 동안 이른바 '고속성장의 신화'에 도취하여 그 무슨 '2만 달러 시대의 도래'를 신기루처럼 바라보았던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느닷없이 비정규직으로, 실업자로, 파산자로, 채무자로, 신용불량자로,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내몰리는 바람에 다른 나라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 비하여 더욱 뼈저린 아픔을 겪는 중이다. 그리하여 남(한국)의 계급투쟁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나라의 계급투쟁보다 더 격렬해지고 있다.
기생자본이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한층 더 가혹하게 착취하는 것은, 노무현정권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파산으로 끌고 가는 직접적 원인으로 되며, 사회계급의 양극화로 표현되는 계급적 대립관계를 전사회적으로 확대심화하는 직접적 원인으로 되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으로 된다. 
남(한국)에서 계급투쟁이 격렬해지는 또 다른 까닭은, 사회계급구성에서 압도적인 다수로 장성한 노동계급이 투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남(한국)노동계급은 제국주의체제에 예속되어 처음부터 기형적으로 성립되었고 기생자본이 고착발전된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성장하였다. 기형적인 자본주의체제(deformed capitalist system)에서도 기생자본(parasitic capital)의 집적과 집중이 진행되어 시장을 지배하는 기생적 독점자본이 출현하게 되며, 그에 따라 노동계급이 성장하게 된다. 남(한국)자본주의체제는 제3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기형적으로 성립되고 변태적으로 발전된 기생자본의 착취체제이다. 
남(한국)노동계급이 기생자본의 착취에 저항하는 생존권사수투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계급은 대중언론이 흔히 '노사분규' 또는 '쟁의'라고 부르는 생존권사수투쟁에서 자기의 계급투쟁을 시작한다. 생존권사수투쟁은 노동계급이 자신의 투쟁을 계급투쟁으로 아직 인식하지 못한 낮은 단계의 계급투쟁이고, 제도개선 총파업투쟁은 계급투쟁임을 인식하기 시작한 중간 단계의 계급투쟁이며, 정권퇴진 총파업투쟁은 자신이 계급투쟁의 주체임을 인식한 노동계급이 조직전개하는 높은 단계의 계급투쟁이다. 
계급투쟁이 생존권사수투쟁에서 시작하여 정권퇴진 총파업투쟁으로 발전하는 것은 노동계급 자신의 진출력으로 가능한데, 오늘 남(한국) 노동계급은 여러 가지 저지요인에 가로막혀 자기의 진출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저지요인이란 사회적 생산노동이 분화되면서 노동계급 내부에서 차별성이 생겨난 것, 노동계급의 절대다수가 아직 미조직상태에 남아있는 것, 노조지도부에 개량적 조합주의, 분열적 정파주의, 관료주의가 스며든 것 등이다.
낮은 단계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계급투쟁의 발전경로에서 전진의 돌파구를 열어놓으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결정적인 역할과 임무는 의식화되고 조직화된 노동계급이 떠맡게 된다. 의식화되고 조직화된 노동계급의 비타협적인 계급투쟁과 그 투쟁역량의 축적은 민주노조운동에서 개량화, 정파화, 관료화를 청산하고 그 운동을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어진 계급투쟁의 발전경로로 이끌어 간다.
지금 남(한국)노동계급은 낮은 단계의 계급투쟁인 생존권사수투쟁을 산발적으로 조직전개하고 있다. 자본계급은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생존권사수투쟁을 각개격파로 막아보려고 행패를 부리고 있고, 노동계급은 생산현장에서 고립분산적으로 벌어지는 생존권사수투쟁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투쟁이 더욱 확산될 경우 자본계급의 각개격파전술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위력적인 투쟁력이 폭발할 것이다. 
오늘 남(한국)노동계급은 1천500만 명이나 되는데, 만일 그들 가운데 10분의 1인 150만 명이 단결하여 총파업투쟁에 나선다면 계급투쟁의 전략적 수세기와 전략적 대치기를 한 걸음에 벗어나는 돌비현상이 일어나면서 계급투쟁의 전략적 공세기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3) 조국통일운동의 관점에서 본 정세변화

정세변화의 또 다른 특징은 조국통일운동의 발전이다. 조국통일운동은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여 그 체제 내부의 계급적 분열대립관계를 해소하는 운동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단결로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관계를 해소하는 운동이다. 
한(조선)민족의 경우, 민족이라는 사회적 결합체 내부에서 생겨난 사회계급적 분열대립에 의해서 나라가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세력에 의해서 강제로 분할된 나라 안에서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한(조선)민족이 자기 나라를 강제로 분할한 제국주의세력을 몰아낼 때, 비록 사회계급적 분열대립은 해소되지 않겠지만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은 해소되고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노동계급의 분산분열을 해소하고 계급적으로 단결하는 전략거점을 세우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당면임무라면,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을 해소하고 민족적으로 단결하는 전략거점을 세우는 것은 조국통일운동의 당면임무이다. 
민족과 사회계급의 관계를 우익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관계로 오인함으로써 계급적 전략거점을 세우는 당면임무와 민족적 전략거점을 세우는 당면임무를 대치시키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오류이다. 
현 시기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민족적 전략거점은 6.15 민족공동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성큼 가시권에 들어왔다. 6.15 민족공동위원회는 조국통일운동을 조직전개하는 주체역량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 6.15 민족공동위원회의 활동은 나라를 강제로 분할시킨 제국주의세력을 반대하는 반제투쟁으로까지는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을 해소하는 다방면적인 실천에 우선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현 시기 조국통일운동은 반제투쟁과 만나는 접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북남)으로 갈라진 민족 내부의 분열대립을 해소하는 것은 제국주의세력의 분할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므로, 자기 내부의 분열대립을 해소하는 한(조선)민족의 교류협력적 실천이 장차 연방제 통일을 지향한 정치적 실천으로 상승발전할 때, 제국주의세력의 분할지배를 반대하는 전민족적 범위의 반제투쟁이 조직전개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위와 같이 세 갈래에서 일어나는 정세변화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2005년을 지나면서 반제투쟁, 계급투쟁, 조국통일운동이 균형적으로 강화발전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반제투쟁, 계급투쟁, 조국통일운동의 균형적 강화발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는 3자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긴밀하게 결합되어 성장하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데 있다. 그것은 3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문제, 곧 사회변혁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문제이다.
반제투쟁, 계급투쟁, 조국통일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운동중심은 진보정당이다.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은 3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 민주노동당은 당의 조직력, 투쟁력, 사업전개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당은 자신의 기본역량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발견한 것이다. 
기본역량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았을 때, 그리하여 그 한계를 넘어서는 길을 찾으려 할 때, 당은 자신이 서 있는 기초를 꼼꼼히 살펴 무엇이 결함이고 결핍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2006년 새해를 맞아 민주노동당이 자기의 기초인 당의 이념, 전략, 전망을 다시 살피는 것은 당의 요구이자 정세의 요구이다.

2. 정치이념과 집권전략, 사회주의적 발전전망

정치란 정치조직의 최고형태인 정당이 행하는 정치적 실천이다. 진보정치(progressive politics)가 진보정당의 정치적 실천으로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진보정치가 실현될 수 없다.  
권력을 독점한 소수의 지배계급이 절대다수인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정치적 무권리상태에 몰아넣고 지배하는 반동정치(reactionary politics)와는 정반대로, 진보정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진보정당에 결집함으로써 실현되기 시작한다. 진보정치는 사회체제의 모든 부문에서 실현되는 것이어서 그 실현형태가 복잡하게 보이지만, 특히 지방자치단위로 내려갈수록 진보정치의 실현형태가 다양해지지만, 진보정치의 본질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신의 정치조직을 통해서 수행하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정치적 실천이다. 지방자치단위에서 지역주민들이 제기하는 비정치적인 요구들, 곧 주민생활조건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요구들도 진보정치를 실현하려는 요구에 근원을 두고 거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그들이 자신의 정치조직인 진보정당에서 자기의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결합시킬 때,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정치의 실현자로 나서게 된다. 진보정당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조직전개하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전략거점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실현하는 진보정치의 전략거점이다.
진보정당은 정치투쟁을 맡고, 민주노조와 농민회 같은 대중단체는 경제투쟁을 맡는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은 진보정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을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으로 가르는 기존의 도식적 사고를 넘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신의 정치조직인 진보정당에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결합함으로써 실현하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사고가 요구된다.
진보정당은 전선체와 구분된다. 진보정당이나 전선체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연합(political association)이라는 공통성을 갖지만, 전선체는 정치투쟁의 조직자로 될 수는 있어도 진보정치의 직접적 실현자로 되지는 못한다. 정치이념, 집권전략, 당적 체계를 가지고 진보정치를 직접적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은 전선체의 수준을 넘어서는 최고형태의 정치조직으로 된다.

1) 진보정당의 정치이념

정치란 정치이념(political ideology)을 실현하는 실천행동의 총체이다. 진보정치가 진보적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실천행동의 총체로 되는 것은 당연하며, 진보적 정치이념이 진보정당의 존재근거이자 활동원칙으로 되는 것도 당연하다. 진보정당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정치적인 과업, 다시 말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요구되는 사회변혁의 과업을 자기의 강령과 정책에 담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제시하는데, 강령과 정책을 규정하는 것이 진보적 정치이념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계급계층적 요구는 진보정당의 강령을 통해 정식화되며 당의 정책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진보적 정치이념은 그 강령과 정책이 성립되는 기초이다. 
문제는 진보적 정치이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진보적 정치이념은 형식적 민주주의(formal democracy)를 넘어선 실질적 민주주의(real democracy)이며,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를 넘어선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으로 사회체제 전반에 걸쳐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회변혁의 정치이념을 진보적 민주주의라 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란 생산, 투자, 신용이 수축되는 정체(stagnation)에서 벗어난 자본주의체제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제도개선을 규정하는 정치이념이다. 그에 비해서, 사회민주주의란 생산, 투자, 신용이 팽창되는 호황(prosperity)에 들어선 자본주의체제가 사회주의적 요소를 제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더욱 고도화된 사회개량의 정치이념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규정하는 제도개선을 넘어서 사회개량을 한층 더 고도화된 형태로 사회체제 전반에 파급하는 정치이념을 사회민주주의라 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흔히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라고도 한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규정하는 제도개선마저 반대하는 한나라당이나 극우성향의 사회단체들이 그 무슨 '반미친북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떠드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알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하는 조잡한 정치촌극이다.
남(한국)에서 파행적으로 실현되어온 형식적 민주주의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생산, 투자, 신용이 팽창되었던 일시적 호황기에 형성된 신흥중산층의 정치적 요구를 일정하게 반영한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작용하였지만, 10년의 호황을 접고 정체기를 지나고 있는 오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 대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과 기생자본의 착취가 더욱 가혹해지고 중산층마저 몰락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형식적 민주주의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정체가 심화될수록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은 더욱 가중되고 기생자본의 착취는 더욱 가혹해질 것이므로, 그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려고 저항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탈과 착취에 대해 무능하기 짝이 없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자기의 정치이념으로 받아들일 리 없는 것이다. 사회개량의 물적 토대가 형성되기는커녕 제도개선마저 형식적으로, 파행적으로, 제한적으로 실현되는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형식적 민주주의가 무의미하게 된 남(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적 정치이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민주주의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이념으로 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원래 사회민주주의는 제국주의체제의 지배와 수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북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 생산, 투자, 신용의 팽창으로 사회개량의 물적 토대가 형성된 조건에서 실현되었던 정치이념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자본주의체제는 생산, 투자, 신용의 수축이 끝없이 이어지는 장기적인 정체에 빠져들면서 사회개량의 물적 토대가 위축되는 바람에 형식적 민주주의에나 기대고 있을 뿐이다. 
유럽자본주의체제가 겪은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은, 그 체제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해소할 수 없는 사회적 생산관계의 모순이 발생시킨 자본계급 대 노동계급의 적대적 대립관계를 고도화된 사회개량으로 은폐하고 마치 자본주의체제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듯이 보이는 환상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주입함으로써 그 체제를 넘어서는 사회변혁의 과학적 전망을 그들의 시야에서 앗아가고 그들의 투쟁력을 마비시키는 기능이 사회민주주의에 의해서 작동되었음을 말해준다. 그 뿐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적대적 대립관계, 곧 제국주의체제에 속박된 지배예속관계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해소할 수 없는 제국주의세력 대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적대적 대립관계를 단 한 치도 개선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회개량의 물적 토대가 형성되기는커녕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마저 앗아가는 제국주의체제의 수탈과 기생자본의 착취가 가혹해지는 남(한국)에서 생산수단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대하고 생산주체들의 민주적 참여와 통제를 보장하는 사회민주주의의 실현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현실에 등을 돌린 공허한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형식적 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가 모두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내려놓거나 그것에 등을 돌린 정치이념인 것에 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정치이념이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제시하는 정치이념으로 되는 까닭은, 남(한국)에서 수행되는 사회변혁의 단계가 그 정치이념에 의해서 민주주의적 단계와 사회주의적 단계로 구분되고, 현 단계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수준이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로 해명되며, 그 정치이념이 사회변혁의 현 단계에 전적으로 부합되기 때문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현 시기 집권전략을 수행하는 당을 노동계급의 전위당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통일전선당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와 다르다. 통일전선당은 몰계급적 대중정당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중심에 서고 각계층 근로대중이 대중적 기반을 형성하는 진보정당이다. 그에 비해서, 사회주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진보정당을 넘어서 새로운 질을 가진 당, 곧 노동계급 자신의 당을 요구하고, 사회민주주의는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내려놓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무정형하게 집합된 계급연합당을 요구한다. 
또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기의 새로운 사회체제 안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고 그것을 지배적 요소로 확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요소를 사회변혁의 사회주의적 단계로 전화발전하는 사회체제의 이행동인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와 다르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가진 정치이념으로 되는 또 다른 까닭은, 그것이 진보적 지식인들이 자기의 연구대상으로 논하는 박제된 정치이념이 아니라, 오늘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조직전개하는 그들 자신의 투쟁, 곧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에 의해서 실현되는 현실의 정치이념이기 때문이다. 

2) 진보정당의 집권전략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는 집권전략이다. 민주노동당은 자기 강령에서 "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할 것"임을 명백하게 밝히면서, "정치권력의 획득 없이는 사회의 개조도, 민중의 생존이나 민족의 자립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였다. 
민주노동당 강령이 해명하였듯이, 사회개조, 민중생존, 민족자립을 실현하는 길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권력획득, 곧 집권이다.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 강령의 표현을 빌리면, "지배구조와 지배이념에 대항하는 민중권력을 구축하는" 집권투쟁의 조직자로 되며 집권전략의 수행자로 된다.
진보정당은 두 가지 방향에서 자기의 집권전략을 밀고 나가게 된다. 
첫째 방향은 사상의식의 혁신이다. 그것은 사회변혁의 과학적 전망과 인연이 없는 온갖 형태의 낡은 사조와 편향을 진보정당 안팎에서 청산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산현장조직들 속에 스며든 실리주의, 조합주의, 노사협조주의, 사회적 합의주의, 그리고 대중단체들 속에 스며든 합법주의, 정파중심주의, 그리고 활동가들 속에 스며든 관료주의, 분파주의를 청산하는 자기혁신이다. 진보정당은 당 안팎에서 낡은 사조와 편향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자기 발목이 그것에 잡히게 되므로 집권투쟁의 조직자로, 집권전략의 수행자로 나서지 못한다.
둘째 방향은 집권투쟁의 조직전개이다. 그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전반적으로 격렬해질 때, 또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총파업투쟁을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으로 상승발전시켜야 할 정세의 요구가 제기될 때, 진보정당이 집권투쟁의 조직자로 나서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는 집권투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지난 시기 유럽에서 좌파정당의 집권전략이 제시했던 목표는 꼬뮌형 정권(commune type regime)이나 소비에트형 정권(soviet type regime)의 수립이었다. 그와 달리, 오늘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정권, 곧 통일전선형 정권(united-front type regime)의 수립을 제시한다. 그 정권을 자주적 민주정권이라 한다. 그 정권은 노동계급이 중심에 서고 농민을 비롯한 각계층 근로대중이 광범위하게 결집한 대중적 기반에 세워진다. 
진보정당은 자기 안에서 노동계급의 계급적 중심과 근로대중의 대중적 기반을 결합시킬 때, 집권투쟁의 조직자로 되며 집권전략의 수행자로 된다. 다시 말해서,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은 통일전선에 의해서, 오직 그것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통일전선은 집권전략의 유일한 운동형태이다.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이 노동계급의 계급적 중심을 갖는 까닭은, 남(한국)사회체제가 제국주의체제에 예속되어 기형적으로 형성되었고 기생적으로 발달하였지만, 오늘 그 체제는 노동계급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지배적인 사회체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생산관계를 세울 수 있는 사회계급은, 바로 그 생산관계에 의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고 그 생산관계 속에서 착취대상으로 결박된 사회계급 곧 노동계급이다.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이 노동계급의 계급적 중심을 갖는 또 다른 까닭은, 생산수단을 전혀 소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한 생산수단을 자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계급적 자주성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할 수 있는 사회계급은 노동계급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이 근로대중의 대중적 기반을 갖는 까닭은,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결합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결합되어야 반제투쟁에 나선 대중과 계급투쟁에 나선 대중을 하나의 전선으로 결집시켜 집권투쟁의 대중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대중역량을 하나의 전선으로 결집시켜야 집권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결국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분단상태에 있는 나라의 사회변혁운동은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결합에 더하여 조국통일운동까지 연관되는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된다. 이것은 사회변혁운동과 계급투쟁을 동일시하고 반제투쟁을 홀시하였던 유럽사회변혁운동의 역사적 경험에서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 곧 계급투쟁에만 배타적으로 의존하는 사회변혁운동에서 풀리지 않는 새로운 현실문제를 제기하였다. 그 문제를 풀어낸 해답이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유기적 결합이라는 사회변혁의 원리이다.
사회민주주의당의 집권전략은 선거전을 절대화하거나 중시하는 반면,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은 선거전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둔다. 그 까닭은 진보정당의 선거전 승리가 그 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제국주의세력과 국내수구세력의 반항을 제압하기는커녕 그 당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반항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선거전은 제국주의세력의 지배구조나 국내수구세력의 물적 토대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전략적 투쟁이 아니다. 제국주의세력과 국내수구세력이 진보정당의 선거전 승리에 승복하고 지배구조와 물적 토대를 자진해서 포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 세력들은 승복하기는커녕 진보정당의 정권인수를 가로막으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반항할 것이다. 제국주의세력의 지배구조와 국내수구세력의 물적 토대가 재생하지 못할 만큼 파괴되지 않은 조건에서, 만일 진보정당이 선거전에서 승리하여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해도 그 정권은 제국주의세력과 국내수구세력의 포위공격을 받아 전복위험에 빠질 것이다. 1970년대 초 칠레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면, 제국주의세력과 국내수구세력의 집요한 포위공격을 받은 자주적 민주정권의 수명은 불과 3년밖에 연장되지 못하였다. 
물론 남(한국)의 경우,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는 집권투쟁에 발맞추어 그 정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자주적 통일정권을 세우는 정권수립투쟁이 전민족적 범위에서 힘있게 조직전개될 것이므로, 남(한국)의 자주적 민주정권이 처하게 될 상황은 1970년대 초 칠레의 자주적 민주정권이 처했던 상황과 매우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선거전은 집권전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집권전술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정당의 집권투쟁은 선거전술의 승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조직전개하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전략적 승리에, 오직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진보정당은 집권투쟁을 조직전개하고 집권전략을 수행추진한다는 점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는 직접적 담당자로 나서게 된다.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는 직접적 담당자로서 진보정당이 지닌 역할과 임무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3) 사회주의적 발전전망

진보정당은 사회주의적 발전전망(prospect toward socialist development)을 가진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는 진보정당의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진다는 말과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말을 구분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당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지는 당이다.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진다는 말은,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지향한 어떤 새로운 사회체제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문제의 초점으로 된다. 사회주의라는 말은,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 민주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 자주적 사회주의(chaju socialism) 같은 개념들에서 나타나듯이 폭넓은 뜻으로 쓰여서 그 뜻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혼동에 빠지기 쉽다. 
진보정당이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진다고 할 때, 그 말은 국가사회주의나 민주사회주의로 발전하는 전망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자주적 사회주의로 발전하는 전망을 가진다는 뜻이다. 자주적 사회주의란, 민주노동당 강령의 표현을 빌리면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시킨' 새로운 사회주의정치이념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사회변혁의 사회주의적 단계에서 자기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정치이념이다.
진보정당이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진다는 말은, 자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자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실현하는 것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진보정당이 수행하는 사회변혁의 총적 임무이다. 
자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는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한 사회체제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사회체제의 모든 부문에서 진보적 민주개혁(progressive democratic reform)을 실현하는 것을 뜻한다. 진보적 민주개혁은 낡은 사회체제를 개선하는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이 아니라 낡은 사회체제를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을 가진 새로운 사회체제로 바꾸는 전면개혁, 곧 민주주의적 단계의 사회변혁이다.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은 사회체제의 모든 부문에 걸쳐 제시되는 것이지만, 권력주체를 세우는 정치부문과 물적 토대를 형성하는 경제부문에서 그 전망의 중심내용이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된다. 진보정당이 정치부문에서 제시하는 사회주의적 발전전망은 자주적 민주정권의 수립이고, 경제부문에서 제시하는 발전전망은 사회적 생산관계의 민주적 개혁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는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문제를 "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런데 물적 토대를 형성하는 문제는 제대로 규정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사회적 생산관계를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강령문제를 해설하면서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를 건설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 경제체제란 "소유의 사회화와 사회적 조절을 다양한 소유와 시장적 조절보다 우위에" 두고 "직접 생산자와 생산대중이 경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경제체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보다 우위에 두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경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경제체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보다 우위에 둔다는 말은 사회민주주의의 경제개혁강령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경제개혁강령에서 말하는 사회적 생산관계의 민주적 개혁이란, 주요산업부문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로 교체하고, 나머지 산업부문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조절하는 경제체제의 수립을 뜻한다.
자주적 민주정권이 주요산업부문에서 형성하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는, 민주노동당 강령해설에서 나열한 "국가적 소유, 공공적 소유, 협동조합 소유, 민주적 참여기업"을 뒤섞는 산만한 복합과 무원칙한 절충으로 형성된 생산관계가 아니다. 그 새로운 생산관계는 오직 국가적 소유(state ownership), 곧 사회주의적 국유화(socialist nationalization)에 의해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진보적 민주주의의 경제개혁강령에서 말하는 주요산업부문의 사회적 소유는 곧 국가적 소유이자 전인민적 소유(all people's ownership)이고, 그 밖의 다른 형태의 소유로 되지 않는다.
주요산업부문에서 사회주의적 국유화를 실현해야 하는 까닭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거점이자 기생자본의 착취거점이 주요산업부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이 세워지기 전부터, 그리고 그 정권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에 나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자신을 수탈착취해온 그 거점들을 공격하여 주요산업의 소유권을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기생자본의 손에서 빼앗을 것이므로 주요산업부문의 사회주의적 국유화는 필연적이다. 
또한 나머지 산업부문을 민주주의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까닭은, 자주적 민주정권이 나머지 산업부문의 생산수단에 대한 중소자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한편, 중소자본의 착취를 제한하여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와 계급적 이익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도, 자주적 민주정권의 물적 토대는 주요산업부문에서 새로 형성된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은 주요산업부문의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민주주의적으로 조절한 나머지 산업부문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만일 주요산업부문에서 사회주의적 생산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민주노동당 강령해설에서 보듯이 여러 가지 잡다한 소유형태가 복합절충된다면 자주적 민주정권의 물적 토대는 사실상 형성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은 자기의 튼튼한 물적 토대를 가져야, 다시 말해서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로 교체된 주요산업부문에 의존하여야 사회체제 전반의 진보적 민주개혁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으며, 이미 승리한 사회변혁을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사회주의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이행전략을 힘있게 다그칠 수 있다. 

3. 민주노동당이 창조한 새로운 유형의 통일전선

1) 진보정치연합의 결성

오늘 계급사회의 대중은 노동계급과 근로농민이라는 양대 사회계급, 그리고 청년학생, 여성, 지식인, 빈민을 비롯한 여러 사회계층들로 구성된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그들은 착취적 생산관계를 틀어쥔 자본계급에 의해서 경제적 궁핍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권력을 독점한 지배계급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소외된 무권리상태에 있다. 그러한 상태에 있는 대중은 반드시 자기의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그 행동은 낡은 사회체제에 맞서 싸우는 저항으로 되며, 그 체제를 반대하는 진보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자본주의체제에서 여러 사회계급계층이 각자 자기의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대중단체를 결성하고, 그 대중단체들이 체제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한 대중단체를 진보적 대중단체(progressive popular organization)라 한다.
진보적 대중단체는 그 체제에 맞서 싸우는 생산자대중단체들인 민주노조와 농민회, 그리고 청년학생단체, 여성단체, 지식인단체, 빈민단체, 그 밖의 대중단체들이다. 대중단체들이 추구하는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하나의 공동인식을 갖게 된다. 자신을 지배하고 착취하다 못해 이제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생존권마저 앗아가는 사회체제, 생존권을 지키려는 자신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을 경찰폭력으로 짓밟는 야만적인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한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길을 찾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낡은 사회체제를 바꾸려는 사회변혁의 요구에 대한 대중단체들의 조직적 반응은, 그 단체들을 하나의 강령 아래 결집한 진보정치연합(progressive political association)으로 이끌어 간다. 진보정치연합을 통일전선(united front)이라 한다. 
민주노조, 농민회를 비롯한 생산자대중단체들과 청년학생단체, 여성단체, 지식인단체, 빈민단체, 그 밖의 대중단체들이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결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민족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급진적 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사회변혁의 최저강령인 반제투쟁강령, 계급투쟁강령, 조국통일강령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민주노조가 구심적 지위와 선도적 역할을 맡는 정치연합이라는 점에서, 진보정치연합은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정치적 연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할 때, 그리하여 사회변혁의 최저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통일전선을 형성할 때, 그때 비로소 그들은 낡은 사회체제를 바꾸는 사회변혁역량을 획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단계의 사회변혁운동은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여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곳에서 그 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 앞에 나서는 사활적 문제이다.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한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진보정당의 건설

대중단체들이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 인식이 어떠한 조건에서나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속도와 경로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사회변혁운동사를 살펴보면, 사회변혁을 지향한 인식과 실천은 대체로 지식인계층 속에서 먼저 태동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식인은 사회체제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이 가장 먼저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아직 자기의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대중단체조차 결성하지 못한 공백기에 우선 지식인들이 나서서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자기의 정치적 실천을 스스로 조직화하게 된다.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정당들이 그 초창기에 지식인들에 의해서 주도되었던 데는 그러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변혁을 지향한 지식인들의 정치적 실천은, 비록 그것이 조직화되었어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거대한 힘과 아직 결합하지 못한 것이므로 사회변혁을 힘있게 밀고 나가는 기본동력으로 되지 못한다. 
남(한국)의 경우도 예외로 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기 이전 시기에 시도하였던 진보정당 건설운동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아직 자기의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대중단체조차 결성하지 못한 조건에서 사회변혁의 요구를 인식한 지식인들에 의해서 먼저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한계가 진보정당 건설운동의 좌절로 이어진 것은 불가피하였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기의 계급계층적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대중단체를 세울 때까지, 그리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서 사회변혁의 요구가 제기될 때까지, 진보정당 건설운동은 좌절을 거듭하였다.
대중단체들이 하나의 강령 아래 정치적으로 연합한 조건에서 그 정치연합의 통일적 역량을 더욱 강화발전시켜 단일한 당적 지도체계와 사업체계를 가진 최고형태의 정치연합을 결성하게 되는데, 그것을 진보정당이라 한다. 
진보정당(progressive party)은 대중단체들의 정치연합을 기초로 하여 건설된다는 점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자신의 당으로 되지만, 좌파정당(leftist party)은 대중단체의 정치연합을 기초로 하여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전위조직(vanguard organization)으로 건설됨으로써 그 정치연합에 대해 지도-피지도의 관계를 맺게 된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노동계급의 전위는 대중단체들 위에서 그들의 투쟁을 지도하는 좌파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단체들 속에 들어가서 투쟁하면서 그 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진보정당을 건설한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좌파정당들이 왜소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통일전선전략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진보정당이 대중단체들의 정치연합을 기초로 하여 건설되는 것은 진보정당만이 가지는 강점으로 되며, 또한 사회변혁운동에서 통일전선전략이 지닌 정당성과 우월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된다. 
지난 시기 남(한국)에 건설되었던 진보정당들이 연이어 단명으로 자기 존재를 끝마쳤던 가장 큰 원인은, 당을 건설하는 투쟁에서 계급적 중심과 대중적 기반을 결합하는 통일전선전략을 알지 못했거나 홀시하였다는 데 있다. 

3) 새로운 통일전선유형의 창조

제3세계 사회변혁운동사를 살펴보면, 통일전선은 각 나라들의 현실조건이 다른 것만큼 서로 다른 유형의 통일전선을 형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세 가지 유형의 통일전선이란, 좌파정당과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유형, 좌파정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한 유형,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유형이다.
좌파정당과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유형은 1961년 나카라과에서 결성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Sandinista National Liberation Front, FSLN)과 1973년 필리핀에서 결성된 필리핀 민족민주전선(National Democratic Front of the Philippines, NDFP)이다.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은 좌파세력들인 '장기화된 인민전쟁(Prolonged Popular War, GPP)', '프롤레타리아경향(Proletarian Tendency, PT)'과 대중단체들의 정치연합세력인 '제3의 길(Third Way, Tercerista)'이 연합한 통일전선체이다. 필리핀 민족민주전선은 필리핀공산당(CPP), 신인민군(NPA), 혁명적 노동조합평의회(RCTU), 전국농민연합(NAP), 애국청년(PU), 신여성애국운동(PMNW), 코르딜리아인민민주전선(CPDF), 민족해방을 위한 기독교인들(CNL), 애국적 교사연합(APT), 인민을 위한 예술가와 작가들(AWP), 애국적 공무원노조(PGE), 애국적 보건연합(PHA), 인민을 위한 과학자연맹(LSP), 노동조직연합(FLO), 인민을 위한 변호사평의회(CLP), 모로혁명조직(MRO), 루드매즈혁명조직(ROL)이 연합한 통일전선체이다.
좌파정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한 유형은 1970년 칠레에서 선거전 승리로 집권하였던 '대중의 단결(Popular Unity, UP)'과 1980년 엘살바돌에서 결성된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arabundo Marti Liberation Front, FMLN)이다. '대중의 단결'은 사회당(Socialist Party), 공산당(Communist Party), 급진당(Radical Party),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 대중사회주의연합(Popular Socialist Union)이 연합한 통일전선체이었다.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은 파라분도 마르티 인민해방전선(FPL), 엘살바돌공산당(PCES), 중미노동자혁명당(PRTC), 민족저항무장력(FARN), 살바돌혁명당(PRS)이 연합한 통일전선체이다.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유형은 남(한국)의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통일전선당으로 건설됨으로써 제3세계 사회변혁운동사에서 새로운 통일전선유형을 창조하였다. 민주노동당 창당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는, 남(한국)의 대중단체들이 진보정치를 가로막은 '국가보안법'의 장벽을 뚫고 제3세계 사회변혁운동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통일전선당을 건설하였다는 데 있다.
제3세계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남(한국)에서 좌파정당과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통일전선이나 좌파정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한 통일전선이 형성되지 않은 까닭은, '국가보안법'이 좌파정당의 출현을 철저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제3세계 다른 나라들에서는 좌파정당과 진보정당들이 여러 개 건설되어 사회변혁역량이 분산분열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남(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좌파정당의 출현을 철저하게 막았던 까닭에 좌파정당과 진보정당이 난립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대중단체들이 연합한 새로운 유형의 통일전선당으로 건설되었는데, 당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임무가 남아있다. 그것은 민주노총과 전농을 비롯한 생산자대중단체들과 청년학생단체, 여성단체, 지식인단체, 빈민단체, 그 밖의 대중단체들과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실질적 결합을 강화하는 임무이다. 또한 그것은 생산자대중단체들과 각계층 대중단체들이 민주노동당에 결집할 수 있도록 당이 그 단체들과의 일상적인 정치사업을 조직전개하는 임무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의 정신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함께 하는 진보대연합의 길을 걷는 것"이다. 
진보정당과 대중단체들의 정치연합이 필연적인 까닭은, 진보정당의 사회변혁투쟁과 대중단체들의 계급계층적 이익을 실현하는 투쟁이 필연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외형적으로는 개별당원들이 당적으로 결집한 정치연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중단체들의 당적 결집이 중심으로 되고 거기에 개별당원들이 당적으로 결집한 정치연합인 것이다. 대중단체들의 당적 결집력을 통해 진보정당의 위력이 집중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은 다른 당들과 다르다. 

4. 당과 전선체의 분립발전, 그리고 미래전망

1) 두 계열의 대중단체와 그 정치연합의 가능성

사회변혁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기준으로 하여 정치적 성격을 구분할 때, 남(한국)에 존재하는 여러 대중단체들은 진보적 대중단체와 개혁적 대중단체로 나뉘어진다. 진보적 대중단체는 사회변혁의 최저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단체이고, 개혁적 대중단체는 자기 계급계층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단체이다. 노조운동의 주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으로, 농민운동의 주체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련)로 분산되어있고, 그 밖의 대중운동 주체들도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여러 단체들로 분산되어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2006년에 새로운 통일전선체를 건설하려는 논의는, 그러한 분산분열문제를 의식하면서 통일전선전략의 근본문제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통일전선체를 건설하기 위한 논의의 목적은 진보적 대중단체들끼리 다시 모여 진보진영을 재편강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개혁적 대중단체들과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통일전선의 형성방도를 찾는 데 있는 것이다. 통일전선전략은 진보적 정치이념을 공유한 대중단체들끼리 결집하는 진보진영의 재편강화전략이 아니라, 정치이념이 서로 다른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사회변혁전략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진보적 대중단체와 개혁적 대중단체 사이에는 원래 '진보'와 '개량'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에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없다고 보는 고정관념은 형이상학적 사고의 산물이다. 개혁적 대중단체들은 자신의 요구가 사회변혁에 의해서 실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기의 계급계층적 이익을 사회개량에서 찾고 있지만,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과 기생자본의 착취가 더욱 가혹해지는 상황에서 개혁적 대중단체들은 자기들이 의존하는 사회개량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된다. 이것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농과 한농련이 연대하여 공동투쟁을 조직전개하게 됨을 뜻한다. 최근 비정규직 철폐투쟁과 세계무역기구 반대투쟁에서 보여주는 양대 단체들의 전술공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이러한 정세변화를 파악하고 개혁적 대중단체들과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통일전선전략을 어떻게 주동적으로 밀고 나가느냐에 있다. 다시 말해서,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의 공동투쟁에서 형성된 전술공조를 어떻게 통일전선의 전략동맹으로 상승발전시키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개혁적 대중단체들과 정치적으로 연합하려 할 때,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통일전선의 사회변혁강령에 동의하는 것은 그들에게 힘들지만, 그 문제는 두 계열의 단체들이 연대하는 공동투쟁의 지속과 투쟁역량의 축적에 의해서, 오직 그것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지닌 사회개량적 성격 역시 공동투쟁의 지속과 투쟁역량의 축적에 의해서 사회변혁적 성격으로 개조발전될 수 있다. 
새로운 통일전선체는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에 속한 진보적 대중단체들끼리 모여 새로운 진영을 꾸리는 물리적 통합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의 공동투쟁에서 형성된 전술공조를 통일전선의 전략동맹으로 상승발전시키는 투쟁 속에서 건설되어야 한다. 
물론 통일전선체가 건설될 때,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전선의 구심이 되어 개혁적 대중단체들과 연합하는 것이지,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무정형하게 또는 기계적으로 집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진보적 대중단체들의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에 달려있다는 점도 명백하다. 
만일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야말로 광범위한 대중역량이 결집된 통일전선체가 2006년에 건설될 수 있다면, 진보정당의 대중적 기반확장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며 사회변혁역량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2) 진보정당의 투쟁원칙과 기본동력의 공급

진보정당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제시되는 사회변혁의 강령과 정책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으로 실현하는 당이다. 그러므로 진보정당이 자기의 모든 당활동을 대중투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보정당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현장을 떠나서 국회의석이나 지방의회의석에 앉아 수구정객들과 논쟁만 하는 것은 진보정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진보정당의 투쟁원칙을 논할 때,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의 유기적 결합, 또는 원외활동과 원내활동의 유기적 결합을 흔히 지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을 동일한 차원에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중투쟁이 진보정당의 유일무이한 전략적 투쟁이라면, 의회투쟁은 진보정당의 여러 전술적 투쟁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의 유기적 결합이란 전략투쟁과 전술투쟁의 유기적 결합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투쟁을 중심으로 전술투쟁을 결합하여야 하며, 의회적 전술투쟁이 대중적 전략투쟁에 복무하여야 한다.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의 관계가 이처럼 전략투쟁과 전술투쟁의 관계로 규정되는 까닭은, 진보정당의 투쟁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회변혁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제도개선이나 지역주민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것조차도 대중의 직접적인 투쟁으로 실현되는 것이지, 그 어떤 다른 투쟁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의 의회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직접적인 투쟁이 아니다.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소수당인 진보정당의 의회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요구를 의정활동을 통해 실현하는 다양한 투쟁과 사업을 조직전개할 때에 한해서, 또는 중도정당과 공조하여 제도개선이나 주민생활조건 개선을 관철시킬 때에 한해서 전술투쟁의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자기의 의정활동을 통해서 조직전개하는 투쟁과 사업은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대중적 영향력을 가졌다 해도, 또한 제도개선의 관철은 그것이 아무리 수구정당의 방해를 압도할 만큼 성공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대중 자신의 투쟁을 대체해서도 안 되고 대신하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의 의회투쟁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편향이 당내에서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는 가장 주된 까닭은, 민주노동당의 대중투쟁전략에 기본동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당의 대중투쟁이 위력적으로 조직전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이른바 위기설이 불거진 까닭은, 대중투쟁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 대중투쟁의 결핍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중투쟁이 결핍된 까닭은, 대중투쟁의 기본동력이 당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대중투쟁이란, 열성당원 몇 사람이 대중투쟁의 현장에 당기를 들고 나가는 것을 뜻하지 않으며, 당지도부가 투쟁현장에 나가서 정치연설을 하는 것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당의 사업체계가 당에 공급된 대중투쟁의 기본동력을 뿜어내면서 수만 명 당원대중이 당적 지도체계 안에서 일치단결하여 투쟁함으로써 당의 정치투쟁을 전술적 승리로 이끌어 가는 것을 뜻한다. 진보정당의 대중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당원대중의 정치투쟁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정책, 이를테면 무상교육 및 무상의료 실시, 부유세 징수 같은 정책들을 민주노동당이 내놓았는데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까닭은, 당원대중의 투쟁을 결핍한 당의 정책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공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대중투쟁의 기본동력이 민주노동당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그에 따라 당원대중의 정치투쟁이 결핍된 까닭은, 기본동력의 양대 원천인 민주노총과 전농의 당적 결합이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대중투쟁의 기본동력을 민주노동당에 충분히 공급하는 문제는, 대중단체들이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그 단체의 상층부가 당원으로 가입하는 것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이다. 그 문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산현장에, 지역주민의 생활현장에 당조직력의 기초이며 당의 기본조직인 분회를 내오는 당조직사업으로 풀 수 있는 것이다. 남(한국)전역에 걸쳐 각 단위의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 수만 개의 분회조직이 거미줄처럼 엮어져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과 지역주민의 거대한 잠재력을 당 안으로 흡입하여 당의 조직력과 전투력을 수직으로 끌어올릴 때, 민주노동당은 대중투쟁의 기본동력을 충분히 공급받으면서 사회변혁운동을 가속도로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3) 분립발전에서 통합발전으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역량이 진보적 대중단체와 개혁적 대중단체로 나뉘어진 조건에서, 바로 그런 조건 때문에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아직 내오지 못하였으므로, 또한 바로 그런 조건 때문에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집권투쟁의 조직자이며 집권전략의 수행자인 진보정당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인식을 아직 확실하게 공유하지 못하였으므로, 진보적 대중단체와 개혁적 대중단체가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통일전선체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과정이다. 
통일전선체가 건설되면,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가 분립발전하게 된다. 분립발전은 이른바 '양날개론' 또는 '양대무기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분립발전하게 될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가 앞으로 어떠한 발전경로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통일전선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부터 생각하여야 할 전략문제이다.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의 영구적 분립발전론은 성립되지 않으며, 통합발전론만 성립된다. 통합발전론에 관련해서 두 가지 방도를 생각할 수 있다. 
한 가지 방도는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가 얼마동안 분립발전기를 거친 뒤에,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되는 방도이다.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된다고 해서 대중단체들까지 당으로 통합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되어 단일한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당으로 결집된 대중단체들이 자기의 사업체계를 단일화하고 자기의 당적 결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되는 것은, 당의 대중적 기반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통일전선당의 대중적 기반은 당 밖에서 당을 지지성원하는 어떤 외재적 역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 안에 존재하는 당조직력 그 자체이다. 
또 다른 방도는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가 얼마동안 분립발전기를 거친 뒤에, 당과 전선체를 통합한 제3의 통일전선체를 내오는 방도이다. 제3의 통일전선체는 자기 안에 당과 대중단체들을 포괄하게 된다. 물론 그 전선체에서는 당을 중심으로 하여 대중단체들이 포괄될 것이다.
제3세계 사회변혁운동의 경험을 살펴보면,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의 통합적 발전경로는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되는 방도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전선당과 통일전선체가 분립발전하는 기간에 당은 정체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과 지역주민 속에서 당조직을 확대하면서 자기의 대중적 기반을 강화하게 된다. 이것은 대중단체 상층부가 당에 결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역학적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당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과 지역주민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형성한 당의 대중적 기반은, 대중단체들이 전선체에 결합하면서 형성한 전선체의 대중적 기반과 상당부분 중첩될 것이며, 또한 당의 대중적 기반이 전선체의 대중적 기반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대중단체들은 자신이 조직적으로 중첩되어 있음을 발견할 때 통합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며, 통합은 자연히 대중적 기반을 확충한 당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것은 전선체가 당으로 통합해소되는 것을 뜻한다.
둘째, 만일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 좌파정당이라면, 좌파정당과 대중단체들을 포괄하는 제3의 통일전선체를 내오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좌파정당과 달리 그 자체가 대중단체들이 결집한 당이고, 당에 결집된 대중단체들과 전선체에 결집된 대중단체들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진보정당과 대중단체들을 포괄하는 제3의 통일전선체를 내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새로운 통일전선체를 내오는 것은, 제3세계 사회변혁운동사에서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창조한 새로운 유형의 통일전선으로 모든 힘을 결집하기 위한 준비에 최종목적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5년 12월 24일 작성)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회가 발행하는 월간 정책이론지 '이론과 실천' 2006년 1월호에 발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