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세와 진보세력의 진로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자연발생적 저항과 ‘사회적 시한폭탄’
2. 진보세력의 전선구축과 그에 맞선 반동공세들
3. 대파국을 뚫고 나갈 돌파전략
4.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 구축하는 새로운 전선
5. 시대가 부르는 이름, 전선에서 들리는 외침

1. 자연발생적 저항과 ‘사회적 시한폭탄’

현 정세를 인식할 때, 눈에 띄는 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연발생적 저항이다. 자연발생적 저항이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기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절박한 요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여러 형태의 저항 가운데서도 특히 비정규직 노동계급의 저항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 저항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산현장에서 ‘기업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분산적으로,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전선형태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과 국내기생자본의 착취가 가중되어 생존권마저 빼앗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저항이 지속되고 확산되는 것은 그 어떤 세력도 막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장악주도해온 제국주의체제의 적자(deficit)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20년 이상 덧쌓여온 모순이 폭발하는 것은 필연이라는 점, 제국주의독점자본과 남(한국)의 기생자본은 ‘폭발시각’이 다가올수록 그것을 피해보려고 수탈과 착취를 극단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남(한국)의 시장경제는 제국주의수탈체제에 깊숙이 편입예속되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포스코(POSCO), 케이티(KT) 같은 세계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제아무리 수출을 늘인다 해도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대량수탈을 앞지르지 못한다는 점, 그러한 금융적 대량수탈은 이미 국내기생자본으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돌아갈 최소한의 사회적 분배마저 끊임없이 축소시켜 그들을 생존파탄으로 밀어 넣는다는 점이다.

이미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국내기생자본에게 집중적으로 착취당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사회적 분배과정에서도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대량수탈을 당함으로써 궁핍과 파산, 빈곤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언론에서 지적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남(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하면서 사회계급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노무현 정권은 물론 사회의 각 부문에서 들려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제국주의체제에 덧쌓여온 모순이 폭발하는 것은 그야말로 파국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6년 1월 23일자 기사에서 남(한국)사회에 다가오는 파국을 ‘사회적 시한폭탄(social time bomb)’에 비유하였다. 자본주의언론매체들은 선정주의적 묘사로 대중심리를 자극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기는 버릇이 있지만, 남(한국)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지표와 날로 높아지는 사회경제적 고통지수를 생각한다면 그 비유를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남(한국)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2006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시한폭탄’이 1997년에 일어났던 금융위기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파괴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시장경제체제가 무너지며, 그에 따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산발적 저항이 대규모 폭동으로 격화되는 미증유의 대파국(catastrophe)을 뜻한다.

1997년 당시 금융위기를 아무도 미리 내다보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아무도 대파국을 미리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9년 전만 해도 사회계급의 양극화현상이 지금처럼 두드러지지 않았으므로, 김영삼 정권이 위기조짐을 은폐하고 ‘2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 진입’을 떠들며 태평가를 부를 때 아무도 그 노랫가락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9년 전과 달리 사회계급의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오늘에도 노무현 정권은 몇 가지 악재들이 겹친 일시적 경기침체가 생겨났을 뿐이라고 둘러대면서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

설령 노무현 정권이 사태의 심각성을 솔직히 인정한다 해도, ‘사회적 시한폭탄’을 제거할 방도는 없다.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은 시장을 열어놓고 요행을 바라는 것뿐이다. 시장을 전면적으로 열어놓아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 그리고 자기 임기 동안 ‘사회적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국)사회가 파국에 다가서게 된 원인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금융적 대량수탈에 있으므로,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완전한 시장개방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 되었으니 차라리 일찌감치 파산하는 수밖에 없다는 식의 자포자기로 보인다. 지난 1월 18일 신년연설에서 대학교육부문과 의료부문마저 개방할 수 있다고 밝힌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범위 밖에 있는 교육부문과 의료부문, 곧 남(한국)인민의 정신과 몸을 직접적으로 지켜주는 최후 보루마저 그들의 대량수탈에 내맡길 수밖에 없게 된 참담함이 느껴진다. ‘사회적 시한폭탄’이 자기 임기 동안에 터지지 않는 요행을 바라는 노무현 정권의 절박한 심정과 상관없이 ‘시한폭탄의 초침’은 돌아가고 있고, ‘뇌관’을 제거하는 자구책이나 ‘폭발시각’을 뒤로 늦출만한 비상대책은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초점은 다가오는 대파국 앞에서 주저앉아 버린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자포자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파국에 맞서는 돌파전략을 고민하면서 사회변혁의 길로 나아가는 진보세력의 역량과 투쟁에 있다.

2. 진보세력의 전선구축과 그에 맞선 반동공세들

진보세력의 주체역량은 자연발생적인 역량이 아니라 전선형태로 축적된 역량이다. 진보세력은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자기의 힘을 능동적으로 조직하고 강화발전시킨다. 그러므로 진보세력의 역량과 투쟁을 알아보려면 전선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있는 사회에서 상호결합된 반제전선과 계급전선이 구축되는 것은 일반적이다. 진보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을 사회변혁의 최저강령 아래 결집하여 반제전선과 계급전선을 구축하는데, 그 전선이 구축됨으로써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더욱 힘있게 조직전개된다.

오늘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을 결집한 전선형 진보정당(front-type progressive party)이 건설되고 생존권사수투쟁이 전선형 대중투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사회변혁운동이 합법칙적으로 발전하는 일련의 현상이다. 전선형 대중투쟁(front-type popular struggle)이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을 하나의 전선으로 결합시켜 전개하는 투쟁을 말한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있는 남(한국)의 사회변혁운동은 지금 사회변혁의 전략적 수세기를 지나고 있는데, 그 기간에 조직전개되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의 기본방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을 전선형태로 전환축적하여 사회변혁역량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한편, 그 힘에 의거하여 제국주의세력과 국내반동세력의 공세를 격파하는 전선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반제전선을 살펴보면, 제국주의세력이 두 방향에서 공세를 취하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공세와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지배수탈하는 공세이다.

북(조선)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진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한미연합군을 동원하거나 또는 미국군이 독자적으로 위험천만한 핵전쟁연습을 강행하고, 미일 동맹군의 침략무력을 증강하는 한편, ‘위폐문제’와 ‘인권문제’를 들고 나와 반동적 정치공세를 취하는 것은,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제국주의세력의 공세가 어느 지경에 있는지를 뚜렷이 말해준다.

또한 제국주의세력은 남(한국)에 대한 지배강도와 수탈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제국주의지배권력은 제국주의침략무력을 지구적 범위에서 재조정하는 군사개편전략에 따라 주한미국군의 이동과 재배치를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밀어 부치면서 정치군사적 지배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고, 제국주의독점자본은 이미 지구적 범위를 뒤덮은 신자유주의전략에 따라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틀어쥐고 대량수탈의 올가미를 마구 조여대는 중이다.   

다른 한편, 계급전선을 살펴보면, 국내반동세력이 두 방향에서 공세를 취하는 것이 보인다. 국내반동세력은 사회개량정책이 파탄되는 혼란에 편승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 대한 착취강도를 더욱 높이는 악착스런 공세에 매달리고 있다.

또한 국내반동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연발생적 저항이 전선형 대중투쟁으로 전환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한편, 중산층의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무능에 빠진 노무현 정권을 이참에 밀쳐버리고 정권을 틀어쥐려는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

3. 대파국을 뚫고 나갈 돌파전략

전선을 견고하게 구축하지 못한, 그리하여 사회변혁의 전략적 수세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남(한국)의 진보세력이 대파국을 만나게 된 것은 불행이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시간촉박과 준비부족을 불우한 운명의 탓으로 돌리고만 있을 수 없으며,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진보세력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파국을 뚫고 나갈 돌파전략이다.

돌파전략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에서, 달리 표현하면, 그들이 자기의 무진장한 힘을 발동하는 데서 대파국을 뚫고 나갈 돌파전략의 비결과 전선승리의 해답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이란 자연상태로 분산된 잠재역량이 아니라 전선형태로 전환된 현실역량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잠재역량이 전선형태로 전환될 때, 이전에는 자연발생적인 저항에 머물렀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이제는 반제투쟁강령과 계급투쟁강령을 들고일어나 견고한 전선을 구축하고, 전선의 전략전술에 따른 전선형 대중투쟁을 힘있게 조직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압도적 다수에 이르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잠재역량은 아직 전선형태로 전환되지 못하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연발생적 저항을 전선형 대중투쟁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것이 2006년에 진보세력이 떠맡아야 할 전투적 임무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잠재역량을 전선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진보세력의 핵심인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에게 주어진 당면과업이다. 그 과업은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의 투쟁 속에서, 그들의 노력으로 수행되는데, 그 과업을 수행하는 지름길은 두 갈래이다. 한 갈래는 아직 조직되지 못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파고 들어가 그들을 전선의 기치 아래 불러모으고 묶어 세우는 것이다. 다른 한 갈래는 이미 조직되기는 했어도 반제전선과 계급전선에 나서지 못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파고 들어가 그들을 전선으로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잠재역량을 전선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전교양사업에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상투적으로 되풀이하는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그들의 의식 속에 투침하는, 그리하여 그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선전교양사업이라야 한다. 그 사업에서 방식과 수단의 혁신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전교양은 조직사업의 종결이 아니라 그것의 첫 공정이다. 선전교양은 실천을 통해서 그 진가를 얻는다. 선전교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전교양 참여자들이 투쟁현장에 나서는 것이 의식화과정을 훨씬 더 앞당길 수 있다.

학습과 투쟁이 사귀면서 자주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가리켜 선전과 실천의 교호작용(interaction of propaganda and practice)이라 한다. 진보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산현장, 생활현장에서 선전과 실천이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힘써야 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힘은 학습과 투쟁이 사귀고, 선전과 실천이 맞물려 돌아가는 현장에서 조직되는 것이다.  

선전과 실천의 순환에서, 학습과 투쟁의 사귐에서 전선형태로 조직되고 대중투쟁으로 단련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사나운 광풍이 휘몰아치는 대파국을 뚫고 나아가 반제전선과 계급전선에서 기어이 승리할 것이다.

4.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 구축하는 새로운 전선

진보세력의 돌파전략은 또한 개혁세력과 손잡은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힘이 약한 진보세력이 힘이 강한 반동세력을 고립약화시키려면 반드시 개혁세력과 손잡아야 한다. 이것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 조직전개되는 전선운동의 철칙이다.

문제는 손잡아야 할 상대를 가려보는 일이다. 개혁세력을 자처한다고 해서 모두 개혁세력이 아니다. 판단기준은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이다. 제국주의지배권력에 굴종하면서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과 국내기생자본의 착취를 보장하는 세력은 개혁세력이 아니다.  

개혁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서 형성된다. 한국노총, 한농연 같은 개혁적 대중단체들로 조직되어 있거나 개혁을 요구하는 미조직상태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그들이 개혁세력이다. 만일 남(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개혁정당이 있다면, 진보세력은 당연히 그 정당과도 손을 잡아야 하겠지만, 지금 개혁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에는 개혁성향의 정객들이 들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당이 개혁정당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지배권력에 굴종하고,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과 국내기생자본의 착취를 보장하는 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을 자처한다고 해서, 또는 반동정당인 한나라당과 맞서 싸운다고 해서 개혁정당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의 외피를 뒤집어쓴 보수정당이다.  

그러므로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전선구축을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정치연합형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통일전선전략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열린우리당과 손잡고 반한나라당 정치연합을 형성하는 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 속에서 구축되고 있는 반제전선과 계급전선의 전략동맹을 다시 흩뜨려놓는 정치적 자해로 된다.

물론 어떤 특정국면에서 진보정당이 반동정당을 견제하기 위해 보수정당과 전술공조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전술공조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며 불안정한 것이어서 전략적 전망과 가치를 지니지 못하며 따라서 전략동맹을 논하는 이 글의 관심 밖에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전략동맹은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결집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전선은 보수정당과 반동정당이 판치는 혼탁한 정치권의 선거연합과는 무관하게, 또는 그 선거연합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자기의 투쟁으로 구축하는 새로운 정치연합이며 가장 견고한 전략동맹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총단결이란 그러한 전략동맹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진보적 대중단체가 개혁적 대중단체와 손잡고 전선을 구축하는 까닭은, 반동세력과 보수세력에 맞선 전선에서 힘의 우세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사회변혁의 최저강령을 실현하는 진보적 민주개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개혁적 대중단체들은 개혁의 외피를 뒤집어쓴 보수정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진보세력은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보수정당의 영향권에서 이끌어 내어 진보정당에 결집시키고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여야 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자연발생적 저항을 결집의 지렛대로 삼아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개혁적 대중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합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현 시기 사회변혁전략의 핵심과제이다.

5. 시대가 부르는 이름, 전선에서 들리는 외침

진보적 정치활동가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서 태어나 사회변혁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자기의 삶을 바쳐 가는 사람들을 부르는 영예로운 이름이다.  

진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던 군부파쇼체제 아래서 사회변혁과 조국통일의 가시밭길을 헤쳐 가며 목숨 걸고 싸웠던 선배투사들의 신념이 그 후대들에게 이어지고, 자주성의 과학이 해명한 사회변혁전략과 조국통일방략이 심화발전되는 가운데, 이 땅의 진보세력은 생산현장에서 감옥에서 투쟁의 길에서 많은 진보적 정치활동가를 키워냈다. 그들은 1천5백만 명 노동계급과 3백50만 명 근로농민 속에서, 그리고 수백 만 명을 헤아리는 청년계층, 여성계층, 지식인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계층 속에서 태어났고, 지난 20년 동안 그들의 끈질긴 투쟁 속에서 자라나고 단련되어 마침내 사회변혁의 역사적 전망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에게는 진보정당의 집권전략이 완성되기도 전에 미증유의 파국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일반적으로 사회변혁이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위기와 격변은 사회변혁의 전략적 공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지금 남(한국)사회에 다가오는 파국은 제국주의체제의 내부모순이 폭발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주체역량이 미성숙하고 객관정세가 악화된 불리한 조건에서 파국을 만나는 것은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에게 심각한 도전이다. 그 도전이 어떠한 희생과 고통을 요구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은 돌파전략을 밀고 나갈 것이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 구축된 전선은 전략수행의 추동력을 공급해줄 것이다. 그들에게는 철의 신념이 있고, 승리의 낙관이 있다. 시대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전선에서는 그들의 외침이 들린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산발적 저항을 전선형 대중투쟁으로 전환시키자!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은 진보정당의 기치 아래 손잡고 전선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자!

다가오는 대파국을 전선의 변혁투쟁으로 돌파하자! (2006년 1월 2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