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과 한(조선)반도 정세인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북(조선)의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
2. 통상적인 미사일 발사훈련
3. 두 개의 미확인 물체
4. 북(조선)의 전개력, 미국과 일본의 대응력
5.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입증된 전쟁억제력
6. 1999년과 2006년의 차이를 생각한다
7. 대결국면의 돌파구를 열고 대타협의 길로


1. 북(조선)의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

현대전은 미사일 전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미사일은 군사부문의 과학기술력을 집약한 첨단무기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어느 나라에서건, 미사일 생산능력은 무기생산체계에서 핵심부분을 차지하는데, 미사일을 생산하고 작전배치하는 군사방침을 미사일강령(missile program)이라 한다. 미사일 생산국들은 각자 자국의 미사일강령에 따라, 다종다양한 전략미사일 또는 전술미사일을 생산하고 작전배치하는 군사방침을 수행한다.

지구 위에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전략미사일을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작전배치하는 나라는 손꼽을 만큼 극소수이다. 5대 핵강국이라 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그런 나라들이다. 전략미사일을 생산, 배치하는 미사일강령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 다섯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정치, 군사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한다. 5대 핵강국은 어떤 다른 나라가 국제사회의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나라의 군사활동을 무력으로 제재하는 권한을 가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다. 5대 핵강국이 차지한 우월한 국제적 지위가 말해주듯, 전략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서서 정치적 차원의 문제로 된다.

현 시기 미사일강령은 정치이념의 대립구도에 의해서 제국주의 미사일강령과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으로 갈라진다. 이 글을 쓰는 시각, 헤즈볼라의 반이스라엘투쟁을 꺾어버리기 위해 각종 전술미사일을 발사하여 레바논을 짓부수고 있는 이스라엘, 그리고 그런 깡패국가 이스라엘을 무조건 옹호, 지원하면서 정밀유도폭탄을 서둘러 보내주기까지 하는(New York Times 2006년 7월 22일) 미국은 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반동국가(backlash state)들이다.

2006년 7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든벅 공군기지(Vandenberg AFB)에서 발사한 세 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Minuteman) 3호가 6천758km를 날아가 남태평양 마셜군도 앞바다에 설치한 해상목표물을 명중시킨 미사일 발사실험을 실시함으로써(『연합뉴스』 2006년 7월 20일), 미국은 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끊임없이 수행하고 있음을 또다시 드러내 보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한(조선)반도 전역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날려보낼 전략미사일을 서태평양의 괌(Guam)에 배치한 제국주의 미국은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겨냥한 선제타격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06년 7월 27일부터 괌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비(B)-1, 비(B)-2 스텔스 전폭기, 비(B)-52 같은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소속 전략폭격기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지역의 폭격훈련장까지 장거리를 날아가 선제타격훈련, 정밀유도폭격을 연습하고 나서 미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케이(K)-10으로부터 공중급유를 받으며 괌으로 돌아가는 훈련을 벌이는 중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8일)

최근 미국이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장거리 전략폭격기 공중타격훈련이 노린 목표는 명백하게도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파괴하는 것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미사일을 공중과 해상에서 집중발사하여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파괴하고 북(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림으로써 세계사에서 사회주의의 운동, 이념, 체제를 아예 말살하려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이 광적으로 추구하는 반사회주의 군사노선이다. 이를테면, 클린턴의 집권시기 국방차관보를 지낸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는 2006년 7월 6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에서 지난 시기 조미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클린턴정부가 북(조선)을 폭격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그 폭격계획을 북(조선)에게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지구 위에서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구도가 이처럼 날카롭고, 위험천만하게 형성된 그런 곳이 한(조선)반도 이외에 또 어디 있을까.

오늘 ‘미사일 국면’에서 격돌하고 있는 조미관계를 바라보면, 제국주의 미국의 야만적인 미사일강령의 반대쪽에는 사회주의 북(조선)의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조선)의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은 반제군사노선에 기초한 군사방침이다. 반제군사노선으로 나아가는 나라만이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할 수 있고,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가진 나라만이 반제군사노선을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

쿠바, 베네주엘라, 시리아, 벨로루시 같은 나라들은 반제군사노선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생산할 능력이 없으므로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하고 싶어도 수행하지 못한다.

자주적 사회주의의 길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사회주의의 적인 제국주의세력과 일면 협력하고 일면 갈등하는 복잡한 양상을 빚고 있는 두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강령은 자국 영토나 지키는 국가방위 미사일강령에 지나지 않으므로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이라고 할 수 없다.

반제군사노선으로 나아가면서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하는 나라는 사회주의나라 북(조선)과 이슬람공화국 이란밖에 없는데, 이란은 자국의 미사일 생산능력을 북(조선)에게 의존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1990년대에 이란이 미사일강령을 활발히 수행하였을 때 그들이 받은 결정적인 도움은 북(조선)으로부터 왔다. 1993년 5월 북(조선)이 장거리탄도미사일 두 발과 중거리탄도미사일 한 발을 시험발사할 때, 그리고 1998년 8월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를 발사할 때, 이란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북(조선)에 머물고 있었다. 이란이 보유한 사거리 2천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샤하브(Shahab) 3호는, 파키스탄이 보유한 중거리탄도미사일 가우리(Ghauri) 2호와 더불어 북(조선)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생산기술을 들여가 설계한 것이다. 2005년 말에도 북(조선)은 이란의 남부 항구 반다르아바스를 통해 중거리탄도미사일 10여기를 수출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1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1세기에 들어와서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하는 나라는 북(조선)밖에 없다. 제국주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조선)에게 제재와 압박, 음해와 모략을 가하는 것은, 반제군사노선의 기치를 들고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수행하는 북(조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자주적 사회주의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다. 

북(조선)의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을 알지 못하면, 최근에 일어난 이른바 ‘미사일 국면’의 본질을 인식할 수 없다.

2. 통상적인 미사일 발사훈련

2006년 7월 4일은 미국이 독립 23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미국인들이 여름휴가로 한창 들떠있을 무렵에 맞이하는 연방공휴일인 독립기념일에 해마다 빼놓지 않는 것은 축하행진과 불꽃놀이다. 그런데 올해 독립기념일에 미국인들은 예년처럼 축하행진과 불꽃놀이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특별한 볼거리를 즐기게 되어 있었다. 부시정부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발사하는 장관을 연출하여 이른바 ‘위대한 미국’의 영상을 미국 인민들과 전세계에 과시하려고 준비하였다.

우주왕복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미국 독립 230주년의 의의가 더욱 빛나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위대한 미국’을 상징하는 디스커버리호는 마침내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브럴(Cape Canaveral)에 세워진 발사대를 박차고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미국인들이 우주왕복선 발사장면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그러니까 우주왕복선이 발사된 7월 4일 오후 2시 32분(워싱턴시간)에 맞춰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발사한 첫 번째 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동해의 밤하늘을 갈랐다. 평양시간으로 7월 5일 오전 3시 32분이었다. 첫 번째 미사일의 꼬리를 물고 오전 4시 4분, 5시, 7시 13분, 7시 30분, 8시 17분, 그리고 오후 5시 22분에 각각 미사일 여섯 발이 줄이어 발사되었다.

북(조선)이 반제군사노선의 상징인 미사일을 ‘위대한 미국’의 상징인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시각에 정확히 맞춰 발사한 것은, 긴박감 넘치는 영화장면을 보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준다.   미국의 라디오방송과 텔레비전방송들은 정규방송순서를 진행하는 도중에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을 긴급소식으로 전했고,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는 공휴일 오후에 비상회의를 소집하면서 부산을 떨었다. 그날 저녁 워싱턴에서 국무부 주최로 열린 독립 230주년 경축연회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 잠겨있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2006년 7월 5일 미국 국방부 관리의 말을 빌리면,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발사한 것(multiple launches from multiple locations)”이었다. (Washington Times 2006년 7월 5일) 백악관과 공군사령부의 발표에 따르면, 북(조선)은 네 시간 동안에 미사일 여섯 발을 발사하였다는 것이다. 이 발표를 내보낼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오후 5시 22분에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미사일을 발사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여섯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때로부터 무려 아홉 시간이 흐른 뒤에 미사일을 또 한 발 발사한 것 역시 그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훈련방식이었다.

북(조선)이 전격적으로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음을 알리는 긴급보고는 디스커버리호의 발사장면을 텔레비전화면으로 지켜보던 미국 대통령 부시와 고위관리들에게 즉각 전달되었다. 부시는 서둘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구체적인 보고를 받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해들리(Stephen J. Hadley)는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이 끝났는지 계속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애써 태연한 척 하였으나,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는 긴급보고를 받은 부시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은 그만 아연실색하였다.

그들이 아연실색한 까닭은, 자기들이 예상치 못한 시각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북(조선)은 미국에게 공식통보를 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Washington Times 2006년 7월 5일)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기 이전 발사준비기간에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것을 살펴보면, 원래 미국 정보당국은 북(조선)이 1998년 8월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SLV)를 시험발사하리라고 예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찰스 빅(Charles P. Vick)은, 2006년 6월 20일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 웹싸이트에 발표한 자신의 글에서, 북(조선)이 미국 정찰위성의 집중적인 감시에 노출된 장소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한다면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준비가 아니라 인공위성을 발사할 준비일 것으로 보았다. 찰스 빅의 그러한 예상은 부시정부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미국의 정찰위성 케이에이취(KH)-12, 일본의 정찰위성, 미국 정찰기 알씨(RC)-135에스(S), 미국 전자정찰기 이피(EP)-3, 미국 해군 이지스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동해의 해상과 공중을 휘젓고 다니며 집중적으로 감시, 정찰하였던 곳은, 1998년 8월 북(조선)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를 발사하였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바로 그 발사장이었다.

무수단(舞水端)이라는 땅이름을 한자로 적으면 바닷물이 춤추는 끝자락이라는 뜻이지만, 아주 먼 옛날 한(조선)민족의 조상들이 그 고장에서 무쇠를 생산하여 무쇠끝이라고 부르다가 그 말을 한자음으로 바꾸어 무수단이라 적었다고 한다. 무쇠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무수단리 바닷가는 한(조선)반도에서 길이가 가장 긴 현무암 바다절벽이 높고 가파르게 둘러쳐 있고, 동해의 쪽빛 바닷물이 몰려들어 그 기나긴 절벽 아래서 사납게 소용돌이치는 곳이다. 그래서 무수단리의 빼어난 바다절벽 경관은 오래 전에 천연기념물 제312호 지정되었다.

그런데 바다절벽의 경관을 자랑하는 무수단리에는 2006년 6월부터 제국주의군대의 삼엄한 감시와 정찰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미국과 일본의 정찰위성들과 미군 정찰기들이 무수단리 발사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북(조선)이 만일 그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군사참관단 앞에서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준비에 들어간 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 ‘대포동 2호’일 것으로 추정하였던 미국 정보당국의 예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2006년 7월 4일 오후, 미국 정보당국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으니, 부시와 고위관리들이 아연실색할 만하였다.

2006년 7월 6일 북(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물음에 답하면서 “이번에 있는 성공적인 미싸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리 군대가 정상적으로 진행한 군사훈련의 일환”(『조선신보』 2006년 7월 6일)이라고 밝혔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대로, 그것은 우주발사체 발사가 아니라 미사일 발사훈련이었다.

미사일 발사훈련은 북(조선)에서만 실시하는 유별난 군사훈련이 아니라 남(한국)을 비롯한 많은 미사일 보유국들이 실시하는 통상적 군사훈련이다. 이를테면, 국방장관 윤광웅은 2006년 7월 7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 간 우리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횟수가 십 수 회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한국)은 2005년 12월에 사거리 150km의 ‘한국형’ 순항미사일을 초도생산하여 시험발사하였다. 그 순항미사일은 ‘한국형’ 구축함 케이디엑스(KDX)-II, 그리고 2008년에 건조될 이지스 구축함 케이디엑스(KDX)-III에 장착될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미사일 발사훈련이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므로,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2월과 3월 동해안에서 동해상으로 사거리 100km의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였고, 4월에는 서해상에서 육지로 사거리 60km의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10월에는 동해안에서 동해상으로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또한 2005년 5월에는 동해안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케이엔(KN)-02를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6월 20일과 21일에는 함경남도 신상리에서 사거리 300km의 개량형 지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3. 두 개의 미확인 물체

그런데 북(조선)이 이처럼 2003년과 2005년에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을 때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던 미국과 일본이 이번에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해서는 지구를 들썩일 만큼 요란한 소동을 일으켰다. 그 까닭은, 그 두 나라가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 뒤에야 자기들이 북(조선)의 기만전술에 휘말려 농락 당했음을 알아차리고 분통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북(조선)은 평안북도 영변에 건설하고 있던 핵시설을 미국의 정찰위성에게 일부러 노출시키는 대담한 기만전술로 미국 정보당국을 농락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능숙한 기만전술을 펴서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을 감쪽같이 속이고 농락하였다.

북(조선)의 기만전술에 농락 당한 미국 정보당국은 북(조선)이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대포동 2호’를 발사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자기들이 기만전술에 농락 당한 것을 감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미국 정보당국이 왜곡한 것처럼 비행도중 고장으로 추락한 ‘대포동 2호’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띄운 정찰위성의 24시간 감시망을 따돌리고 다른 여러 곳에서 미사일 발사훈련을 기습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기만전술에 동원한 익명의 단거리순항미사일이었다. 북(조선)의 기만전술에 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요구된다.

일본언론이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정찰위성은 2006년 7월 5일 오전 5시(평양시간)에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세 번째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그 미사일에서 두 개의 물체가 떨어져 나와 발사대 주변에 떨어지는 것을 촬영하였는데, 그 미확인 물체를 제1단 추진장치와 제2단 추진장치로 추정하였다. 두 개의 추진장치가 떨어져 나와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뒤에도 탄두는 약 40초 동안 더 날아가 추락하였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0일) 미국과 일본의 정찰위성이 촬영한 미확인 물체가 추진장치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크기가 상당히 큰 물체였음이 분명하다.

위의 언론보도보다 조금 먼저 나온 언론보도는 그 내용이 조금 달랐다. 미국 정보당국은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대포동 2호’의 제1단 추진장치의 연소에 고장이 생겨 약 40km를 날아가다가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였으며, 정찰위성이 그 미사일에서 퉁겨 나온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가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것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그러나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두 개의 미확인 물체를 제1단 추진장치와 제2단 추진장치로 추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이다. 추진장치가 모두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탄두가 40초 동안이나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한국)의 고위당국자는 문제의 미사일이 발사 뒤 42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하였으며 이때 퉁겨 나간 가장 큰 파편이 관성법칙에 따라 499km까지 날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9일) 그러나 미사일에서 떨어져나간 파편이 관성법칙에 따라 499km를 날아갔다는 말은 물리학의 기초지식도 알지 못하는 무지의 극치를 드러낸 것이다. 남(한국)의 항공우주 전문가는 파편이 대기권 안에서 관성법칙에 따라 수백km를 날아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6년 7월 8일)

또한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미확인 물체를 미사일 본체의 단열재가 갈라져 떨어져나간 파편으로 추정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이다. 미사일 본체의 단열재가 갈라져 그 일부가 파편으로 떨어져나간 상태에서 40km를 날아가는 것은 만화 같은 이야기이다. 만일 어떤 발사체가 고속으로 비행하는 도중에 조금이라도 갈라지면, 자체 압력에 의해 즉각 자동적으로 폭발하고 만다. 예컨대, 2003년 1월 미국이 발사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는 발사체 단열재가 갈라지는 순간 공중에서 폭발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볼 때,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두 개의 미확인 물체는 고장난 추진장치도 아니고 미사일 본체의 단열재 파편도 아닌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그 미확인 물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정부 관계자는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두 개의 미확인 물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미국 정부 안에서 아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0일)

중요한 것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미확인 물체가 북(조선)이 미국과 일본을 속이고 농락한 기만전술의 비밀을 밝혀주는 열쇠라는 점이다. 그 비밀을 알아내려면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에 관한 상식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상식에 따르면, 북(조선)이 1998년 8월 31일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를 발사하였던 무수단리의 고정식 수직발사대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실시된 미사일 발사훈련에서도 드러났듯이, 북(조선)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반드시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발사한다.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상식은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도 잘 알고 있는데, 북(조선)은 그들이 그러한 상식을 알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기만전술을 펼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은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발사준비에 들어간 미사일이 자기들이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우주발사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그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비한 감시와 정찰을 그 발사장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운 것은 미국 정보당국이 ‘대포동 2호’로 부르는 우주발사체가 아니라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이었다.

우주발사체와 순항미사일은 크기와 모양이 크게 달라서 미국의 정찰위성이 쉽게 식별할 수 있으므로, 북(조선) 미사일부대는 우주발사체 크기와 모양으로 위장한 순항미사일을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워놓고 연료차량들을 발사장에 들락날락 이동시키면서 마치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을 감쪽같이 속였다. 순항미사일에 달린 날개들은 우주발사체 크기와 모양으로 덧씌운 위장물 속에 감춰졌다. 무수단리의 수직발사대에서 발사각도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북(조선)은 이처럼 미국과 일본의 감시, 정찰활동을 ‘대포동 2호’로 위장한 순항미사일에 쏠리게 하였으므로, 미사일 발사훈련 개시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 여섯 발을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순차적으로,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데 성공하였다.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수직으로 발사한 단거리순항미사일에서 떨어져나가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두 개의 미확인 물체는 그 순항미사일을 우주발사체의 크기와 모양으로 위장하기 위해 겉에 덧씌운 커다란 위장물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주발사체로 위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 위장물이 떨어져나가 발사대 주변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무수단리에서 발사준비에 들어간 미사일을 우주발사체로 믿고 ‘대포동 2호’라고 제멋대로 불렀던 미국 정보당국은, 자기들이 북(조선)의 기만전술에 말려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대포동 2호’ 발사를 기술적 실패로 규정한 사전각본을 이미 짜놓고 있었다. 만일 북(조선)이 ‘대포동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미국에게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므로, 미국 정보당국은 그 발사가 기술적으로 실패하였다고 규정한 사전각본을 미리 준비해놓고 발사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려움은 미국 정보당국이 예상하지 못한 데서 생겼다. 남(한국) 정보당국이 미국 정보당국이 짜놓았다가 공개한 사전각본과 상당히 다른 정보를 내놓았던 것이다.

2006년 7월 6일 오전 합동참모본부 정보참모본부장 이성규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42초만에 추락했다는 말은 중간에 와전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 그 미사일은 42초 동안 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이후 엔진에 이상이 생긴 상태에서 499km 떨어진 동해에 떨어졌으며, 전체 비행시간은 7분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6일) 그날 오후 남(한국)의 군 고위당국자도 위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6일) 남(한국) 정보당국은 미국 정보당국이 발표한 내용을 ‘중간에 와전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자체의 레이더 감시망에 나타난 다른 내용의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남(한국)의 정찰능력은 미국의 정찰능력에 비교하기 힘들만큼 뒤져있지만, 레이더로 미사일 비행궤적을 탐지하고 미사일 비행시간을 파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남(한국)의 군 고위당국자가 국회에서 공개한 위의 정보는 결코 정보분석의 착오에서 나온 허튼 소리가 아니다.

1998년 8월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발사된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는 293초만에 우주궤도에 진입하였는데, 이번에 같은 장소에서 발사된 문제의 미사일은 420초(7분) 동안이나 날아갔으므로 비행 도중에 고장이 나서 추락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목표지점까지 날아간 것이다.

문제의 미사일은 사거리를 400-500km 정도로 크게 늘린 지상발사 단거리순항미사일 개량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조선)은 1990년대 초부터 순항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뒤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였으며, 2003년에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세 차례나 실시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499km를 날아가 동해 어느 해역에 떨어졌으므로 당시 동해에서 고성능 레이더를 작동하면서 무수단리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었던 미국 해군의 이지스함과 미사일 관측함이 그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2006년 7월 7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씨엔엔(CNN)은 미국 정보당국이 문제의 미사일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하였다.

북(조선)이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관해서 미국 정보당국이 이처럼 왜곡된 정보를 내놓자, 미사일에 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연합뉴스』 2006년 7월 9일)은 당연하였다. 

미국 정보당국이 문제의 미사일이 42초 동안 날아갔다고 공개한 정보는, 남(한국) 정보당국이 그 미사일이 420초 동안 날아갔다고 공개한 정보와 비교해서 너무도 큰 차이가 났다. 누가 보아도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남(한국) 정보당국의 입을 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미국 정보당국은 남(한국) 정보당국과 그 무슨 정보 재평가작업이라는 것을 벌여놓고 자기가 짜놓은 사전각본을 정확한 정보로 조작하는 방식으로 진상을 서둘러 은폐하였다. 진상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남(한국)의 정보당국은 문제의 미사일이 발사 뒤 42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 아니라, 발사 뒤 29초에 이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미사일 일부에서 화염이 일어나면서 정상궤도를 벗어났으며 42초만에 완전히 폭발해 산산조각이 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 2006년 7월 18일)

그러나 문제의 미사일이 발사 뒤 42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하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만일 그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하였다면 무수단리 발사장을 24시간 감시체제로 지켜보고 있었던 미국 정찰기들과 미사일 관측함이 금방 포착하였을 것이고, 따라서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서 정보판단의 차이가 생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이며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R. Hill)은 2006년 7월 9일 서울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포동 2호’가 실패하였다고 보는가, 아니면 북(조선)이 의도적으로 40여 초만 날린 것으로 보는가 하는 물음을 받고, “어느 쪽인지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 ‘대포동 2호’ 발사를 완전한 실패였다고 결론 짓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0일) 노회한 외교관의 화술에서는 언제나 아리송한 냄새가 난다.

4. 북(조선)의 전개력, 미국과 일본의 대응력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은 놀랍게도 한 두 발도 아니고 무려 일곱 발을 어둠에 잠긴 새벽 시간부터 적당한 시차를 두고 연속하여 발사하는 기습공격훈련이었다. 북(조선)이 이번 훈련에서 보여준 것은,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완벽하게 따돌린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임의의 시각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군사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능력이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미사일 발사준비작업에 관련한 다음과 같은 상식이 요구된다.

미사일 본체는 엔진과 발사체 등으로 분리하여 대형차량에 실어 발사장 부근에 있는 임시보관소에 4-5개로 나누어 대기시켜놓는다. 발사준비에 들어가면 분리된 본체들을 임시보관소에서 꺼내 발사대까지 운반하고 조립하여 미사일 본체를 완성한다. 미사일 본체를 조립한 뒤에 액체연료를 주입한다.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액체연료를 주입한다. 미사일 본체를 조립하여 발사대에 올려 세우기까지 두 주간이 걸리고,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 한 주간이 걸린다. 미사일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지름 2.4m 길이 16.2m의 제1단 추진장치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는 나흘이 걸리고, 지름 1.2m 길이 16m의 제2단 추진장치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는 사흘이 걸린다고 한다. 마지막 제3단 추진장치는 미리 고체연료를 넣은 상태로 조립하기 때문에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이 있으므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약 20일이 걸린다. 그에 비해,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1시간30분 동안 준비하면 발사할 수 있고, 중거리탄도미사일은 3시간 동안 준비하면 발사할 수 있다.

제1단 추진장치에 주입하는 액체연료는 폭발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고, 무게만 해도 여러 t이나가므로 연료를 주입한 뒤에 발사대에 세우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미사일을 발사대에 먼저 세워놓고 나서 연료를 주입한다. 액체연료를 고압으로 주입할 때 액체연료 온도가 바깥 기온보다 낮으므로 하얀 연기가 나온다. 첩보위성은 그 연기를 촬영하여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있음을 포착한다.

그런데 이번에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기습적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아서, 그 미사일들은 액체연료가 아니라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번에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은 이미 작전배치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이었다. 미사일 발사훈련에 동원된 미사일은 지대함 단거리탄도미사일,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 그리고 지대지 중거리탄도미사일이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가운데는 성능실험이 요구되는 개량형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발사된 뒤에 미사일 탄두에서 자신의 위치와 남은 연료 등의 자료를 지상기지에 전하는 전파가 발신된 것(『연합뉴스』 2006년 7월 13일)은 성능실험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남(한국) 정부소식통은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서 두 발이 기존의 단거리, 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전파신호를 보낸 것이 포착되었으므로 새로운 개량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 개량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북(조선)이 작전배치한 중거리탄도미사일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길어, 서태평양의 괌까지 사정권에 넣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조선일보』 2006년 7월 18일) 개량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성능을 실험하는 것은 미사일 수출의 필수조건이다. 북(조선)이 생산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한 발의 값은 40만 달러, 단거리탄도미사일 한 발의 값은 20만 달러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성공적이었다. 그 훈련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는 까닭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명중률과 야간발사능력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관측하기 쉬운 대낮에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조선) 미사일부대는 이례적으로 어둠이 깔린 새벽 시간대에 미사일 발사훈련을 시작하였다. 더욱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던 날 새벽, 현장에는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추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본 방위청 간부의 말에 따르면, 북(조선)이 미사일 탄착지점을 일정한 지역에 집중시킨 능력과 야간발사능력을 보인 것은 일본에게 커다란 위협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6일) 일본 방위청 관계자는,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 일곱 발 가운데 나중에 발사한 네 발이 북(조선)이 러시아 연해주 남쪽 동해상에 설정해두었던 비행제한구역의 거의 중앙부분 반경 10km 안에 떨어졌는데, 미사일이 정밀하고 명중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붕』 2006년 7월 14일) 이것은 미사일의 탄도비행을 조정하는 관성항법장치(INS)가 정밀하여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가 적다는 뜻이다. 크리스토퍼 힐은 2006년 7월 20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가 북(조선)이 시험발사한 미사일들이 모두 사거리 안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하였다고 증언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1일) 한미연합군사령관 버웰 벨(Burwell B. Well)도 2006년 7월 13일 국회안보포럼에서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는 야간발사능력을 입증한 것이며,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이 비교적 정확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사일 여섯 발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은 북(조선)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3일)

그렇다면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북(조선)이 과시한 전개력에 맞서 미국과 일본은 어떠한 대응력을 보였을까?

2006년 7월 6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해들리의 말에 따르면, 북(조선)은 원래 미사일 열 발을 발사장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우주발사체로 위장한 순항미사일을 무수단리 발사장으로 옮기는 것을 보고 그런 착각을 일으켰을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 토니 스노우(Tony Snow)는 2006년 7월 6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지난 24시간 동안의 미사일 연쇄발사에 대해서 아무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미국 정보당국은 처음에 북(조선)이 미사일 여섯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하였다가 다섯 발을 발사했다고 정정하였고, 다시 여섯 발을 발사했다고 정정하였는데(『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이것은 북(조선)이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훈련이 실시하였을 때 미국 정보당국이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한 직후, 일본 텔레비전방송 엔에이취케이(NHK)는 방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북(조선)이 발사한 두 번째 미사일은 와카나이 앞바다에, 세 번째 미사일은 니가타 앞바다에 각각 떨어졌다면서 발사지점은 북(조선)의 북동부가 아니라 남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므로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이 그 발사위치를 탐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보당국은 북(조선)이 미사일을 몇 발 발사했는지, 미사일 발사지점과 탄착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정보당국이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워놓은 위장미사일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하였으니, 다른 장소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금 북(조선)이 발사한 미사일들의 궤적과 탄착지점을 분석하고 미사일 종류와 발사장소를 파악하는 중이지만, 자료를 해독,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7일) 1998년 8월 31일 북(조선)이 백두산 1호를 쏘아올렸을 때는, 미국 정보당국이 촬영한 사진과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한 주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조선)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훈련이 실시된 장소들 가운데서 미국 정보당국이 알아낸 곳은 깃대령이다. 깃대령은 강원도 안변군과 고산군 사이에 있는 완만한 고개인데, 원산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져있다. 그곳은 험준한 산들이 둘러쳐져 있어 외부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원산항으로 접근하는 군함을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완벽한 지리적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고 한다. 북(조선)은 동해안 산악지대에 깃대령 미사일기지와 같은 기지들을 여러 곳에 구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합동참모본부의장 이상희가 2006년 7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깃대령에 있는 발사장은 상시 주둔하는, 영구적으로 설치된 기지가 아니라 일종의 훈련기지나 전개기지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6일)

북(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한 기동훈련의 목적 가운데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대응체계 작동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북(조선)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어떠한 군사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미국의 정보망과 통신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어떠한 통합작전체계로 대응하는지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5.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입증된 전쟁억제력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하였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허튼 소리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번에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북(조선)이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북(조선)은 미사일 발사훈련을 통해 전쟁억제력을 과시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억제력이란 미국이 자기 동맹국들을 동원하여 일으키는 제국주의침략전쟁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힘을 뜻한다.

북(조선)의 전쟁억제력을 논하려면, 그 전쟁억제력이 맞서고 있는 미국의 전쟁준비태세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2005년에 창설한, 핵전쟁을 지휘하는 전략군사령부 산하 통합사령부, 곧 ‘우주 및 지구규모 타격을 위한 통합기능부대사령부(JFCCSGS)’는 2006년 말까지 이른바 지구적 타격능력(Global Strike), ‘완전작전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지구적 타격능력이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의 전략핵전력과 정밀유도폭탄, 순항미사일 등의 첨단재래식전략을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가동하여 작전이 개시된 때로부터 한 시간 안에 적의 군사거점을 파괴하는 선제핵공격 작전체계를 뜻한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9일)

위에서도 지적하였지만, 그러한 선제핵공격 작전체계가 노리는 주요대상이 북(조선)의 전략거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미국의 선제핵공격 작전체계가 2006년 말 가동단계에 들어가면, 일반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한(조선)반도의 전쟁위험도는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또한 2006년 말부터 북(조선)은 그러한 전쟁위협에 맞서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군사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북(조선)의 전쟁억제력을 유지, 강화하는 일차적 요인이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에 있으므로, 북(조선)의 미사일 생산능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북(조선)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미사일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국 국방장관실 정보분석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일하는 앤서니 코즈먼(Anthony Cordesman)의 말에 따르면, 북(조선)이 보유한 단거리, 중거리탄도미사일들은 동아시아에 배치한 거의 모든 지역의 미국군 부대와 기지를 공격할 수 있고, 미국의 동북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대형 핵탄두를 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만일 미국이 북(조선)의 전략거점을 선제타격으로 파괴할 경우, 북(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동북아시아의 미국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타격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북(조선)의 전쟁억제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북(조선)은 1998년 8월 31일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8년 동안 북(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한 발이 지닌 전투능력은 재래식 병력 10만 명의 전투력과 맞먹을 뿐 아니라, 최신형 전차 20대의 전투력, 이지스 구축함 10척의 전투력, 그리고 아파치 공격헬기 18대의 전투력과 맞먹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2일)

지난 8년 동안 북(조선)이 강화, 발전시켜온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이 북(조선)의 주적인 미국의 전쟁수행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도 확인되는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연구원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의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2006년 6월 22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는 어떤 나라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이 있으면, 우주공간에 있는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북(조선)이 장거리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한다면 우주공간에서 핵무기를 터뜨려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다른 인공위성들의 작동을 상당기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만일 북(조선)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경우 북(조선)은 미국의 정밀타격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우주공간에 있는 인공위성을 공격하려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럴 경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시키는 핵심인 인공위성도 미사일공격을 받아 미사일방어체계가 제대로 가동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북(조선)이 지구위치추적장치(GPS)로 유도되는 미국의 정밀타격무기를 교란하는 전파방해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연합뉴스』 2006년 6월 22일)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능력이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군사적 대량보복능력은,  2005년 2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포터 고스(Porter J. Goss)가 북(조선)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날려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본다는 평가에서 드러난다.

2006년 7월 경남대 북한대학원이 펴낸 책 『북한 군사문제의 재조명』에 따르면, 북(조선)은 “세계적인 미사일 생산기술을 갖고 2010년까지 대포동 1호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2호를 120-250기까지 생산할 것”이라 한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0일)

북(조선)이 자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시험발사하지 않았으므로, 북(조선) 밖에서 추정하는 것은 제각기 다르다. 이를테면, 『워싱턴포스트』는 북(조선)이 보유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3천500-4천300km라고 보도하였고, 일본 정부는 북(조선)이 보유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천500-6천km로 추정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그에 비해 좀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2006년 6월 20일자 보도인데, 그 보도내용에 따르면 북(조선)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1만6천700km이며, 미국 정보당국이 지금까지 밝힌 것과 달리 1천kg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찰스 빅은 2006년 6월 20일 글로벌 씨큐리티 웹싸이트에 발표한 자신의 글에서 북(조선)이 2006년 1월 이란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한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제2단 로켓을 연결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면, 650kg의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8천km를 날아갈 수 있고, 250kg의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1만5천km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에 관해서 말했지만, 북(조선)은 이미 8년 전에 3단형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하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양에서 하와이까지 거리는 7천404km, 로스앤젤레스까지 거리는 9천580km, 워싱턴까지 거리는 1만1천70km이다.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에 대한 다양한 추정들 가운데 합리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북(조선)이 무게 600kg짜리 핵탄두를 장착하고 1만2천km를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것은 북(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전략미사일로 타격하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북(조선)은 만일 미국이 자국에게 선제타격을 가하는 경우, “섬멸적 타격과 핵전쟁(annihilating strike and a nuclear war)”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하곤 하는데(The Time 2006년 7월 3일), 이것은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라 미국의 심장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대량보복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북(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대량보복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military option)을 논하다가도 도중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논하는 군사적 선택이란 선제타격, 정밀타격, 핵타격을 뜻한다.

이를테면, 2003년 ‘핵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미국 국방부의 고위관리들은 북(조선)의 군사거점을 폭격하는 군사적 선택을 부시에게 설명하였으나, 채택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이 없고, 군사적 선택에 따르는 위험을 아무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였기 때문에 군사적 선택을 포기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만일 북(조선)이 반제군사노선을 포기하였다면, 그리하여 반제국주의 미사일강령이 중단되고 미국에 대한 대량보복능력을 갖지 못하였다면, 미국은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을 얼마든지 강행하였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제국주의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북(조선)의 반제군사노선에 의해서 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북(조선)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 해도 미국이 그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 파괴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가동하고 있으므로 북(조선)의 전쟁억제력은 무력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미국은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하였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브라이언 위트먼(Bryan G. Whitman)은 “북(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미국은 요격미사일체계를 가동하였고, 모든 미사일 발사과정을 감시하였다”고 밝혔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를 운영하는 미국 북부사령부는 2006년 7월 4일 북(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미사일방어체계 운영요원들이 즉각 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6일)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미사일방어체계의 가동이나 탐지가 아니라, ‘미사일 방패’의 성능이다. 미사일방어체계의 성능을 알아야 북(조선)의 전쟁억제력이 과연 그 체계에 의해서 무력하게 될 것인지 아닌지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 방패’에 관한 정보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983년에 레이건정부가 미사일방어체계 수립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미국은 91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그 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 가운데서 지난 6년 동안 쏟아 부은 자금은 580억 달러이다. 이것은 부시정부가 역대 그 어느 정부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총력을 기울여 ‘미사일 방패’를 만들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사일 방패’를 만들어 내는 실험은, 무게가 70kg 나가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고속으로 날아오는 모의탄두를 파괴하는 실험인데 그러한 실험을 한 차례를 실시할 때마다 100만 달러가 날아간다. 미국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요격실험을 열 차례 실시하였는데, 그 가운데서 성공한 것은 다섯 차례뿐이다. 최근에 실시한 두 차례 요격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올해 말에 두 차례 요격실험이 더 실시될 예정이다. (The Time 2006년 7월 3일)

2004년 말 이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하여 공중감시를 계속해오고 있다. 지금 미국이 보유한 요격미사일은 열 한 발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1년까지 요격미사일 48발을 보유하려고 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열 발은 이란의 유럽공격을 막아내기 위하여 동유럽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The Time 2006년 7월 3일)

그러나 ‘미사일 방패’의 성능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1년까지 6년 동안 미국 국방부의 고위급 무기시험관으로 일했던 필립 코일(Philip Coyle)은 ‘미사일 방패’를 가리켜 “가치가 입증되지 않은 허수아비 방어(scarecrow defense of unproven value)”라고 부른다. 베이커 스프링(Baker Spring)의 말에 따르면, ‘미사일 방패’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은 요격실험이 실패할까봐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The Time 2006년 7월 3일)

요격미사일과 표적미사일은 초당 약 10km의 초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서로 접근한다. 그러한 초고속 비행속도에서 명중률을 보장하는 것은, 현 단계의 군사과학기술 수준으로 보면 사실상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적국이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여러 개 섞어서 발사하므로 어느 것이 진짜 탄두인지를 가려내어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미국은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가려내어 진짜 탄두만 파괴하는 요격능력을 개발하려고 애썼으나 실패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소형 요격미사일 열 발 이상을 한꺼번에 발사하여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가리지 않고 모두 파괴하는 이른바 ‘다발성 요격발사체(Multiple Kill Vehicle)’를 2011년까지 개발하려고 서두르면서 24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The Time 2006년 7월 3일) 표적미사일 한 발을 요격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여러 발을 한꺼번에 요격하려는 것은 기적 속의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현 단계 미사일방어체계의 발전수준이 어떠한가는,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위국(MDA) 국장 헨리 오버링(Henry A. Obering, III)이 2006년 7월 23일 미국 국방대학재단(NDUF)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 단계 발전수준은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겨냥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사일이 날아오는 특정궤도를 겨냥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의 강연에서 드러난 결정적인 난제는, 미국 정보당국이 북(조선)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속도, 궤도 등의 자료를 갖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현재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능력은, 북(조선)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궤도를 추정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준이다. (『연합뉴스』 2006년 6월 24일)

이번에 북(조선)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은,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기습적인 미사일공격을 가할 경우 그런 수준의 ‘미사일 방패’를 능히 뚫어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6. 1999년과 2006년의 차이를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1999년 8월 11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국가정보원장 천용택은 북(조선)이 1999년 5월초 무수단리 발사장에 있는 수직발사대를 보강하기 위한 작업대를 네 개에서 다섯 개로 증설하고, 수직발사대를 지름 2.7m짜리 대형 발사대로 교체하고, 연료저장소와 발사대 사이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보수하고, 5월 5일과 21일에는 시험장에서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두 차례 실시하였다고 밝히고, 북(조선)은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사거리 4천500-6천700km의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할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999년 8월 11일)

당시 북(조선)이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준비를 마쳤을 때, 미국이 충격과 불안을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불과 열 달 전에 바로 그 발사장에서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를 쏘아올려 엄청난 충격파로 워싱턴을 강타한 북(조선)이 워싱턴에서 그 충격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시험발사하여 타격을 가한다면 정세는 미국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요동칠 것이 분명하였다.

북(조선)은 무수단리 발사대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워놓고 시험발사를 준비함으로써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결국 미국은 고강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조미 양자회담에 끌려나갔다. 그렇게 하여 1999년 9월에 성사된 것이 베를린 조미회담이다.

베를린 조미회담이 성사된 직후인 1999년 9월 17일 당시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대북(조선)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한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이 베를린 조미회담의 성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99년 9월 24일 북(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미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기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미국이 대북(조선)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하는 행동에 상응하여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행동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06년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북(조선)이 무수단리 발사대에 우주발사체로 위장한 단거리순항미사일을 세워놓고 발사준비작업을 하루하루 진척시키는 일련의 움직임을 미국의 정찰위성에게 보란 듯이 노출시키면서 기만전술을 편 것은, 1999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에게 고강도 압박을 가하여 미국을 조미 양자회담으로 끌어가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조선)의 ‘대포동 2호’ 발사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때는 2006년 5월초부터였는데, 그 무렵 평양 인근에서 대형차량 두 대에 대형 미사일이 각각 한 발씩 실려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

2006년 5월 19일 일본 『아사히신붕』은 자국의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조선)이 ‘대포동 2호’ 시험발사준비에 들어간 징후가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의 15개 국가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중앙정보국장실(ODNI)이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언론에 공개한 보고서 ‘대량파괴무기 및 개량형 재래식 무기의 기술획득에 관한 2004년 보고’에서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 일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고 준비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 때는 2006년 5월 20일이었다.

미국의 정찰위성이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나타난 미사일 발사준비 징후를 포착하자, 미국 국무부는 2006년 5월말부터 물밑에서 북(조선)과 접촉하려고 시도하였고(『연합뉴스』 2006년 7월 12일), 북(조선)은 미국을 조미 양자회담으로 끌어가기 위하여 재빨리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6월 1일 북(조선)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의 방북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란과 양자회담을 추진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띄웠을 때, 북(조선)은 크리스토퍼 힐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조미 양자회담을 재개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이 힐의 평양방문을 요청한 것을 즉각 거부함으로써 북(조선)의 조미 양자회담 시도를 차단하고, 그 대신 북(조선)과 비공식 대화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2006년 7월 5일 일본 외무상 아소다로(麻生太郞)는 외교 및 방위위원회 이사회에서 미국이 북(조선)과 비공식으로 대화하는 게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가 워싱턴에서 한창 오가는 중에 북(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북(조선)이 힐의 평양방문을 요청한 것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거부하자, 2006년 6월 18일 북(조선)은 미국 정보당국이 ‘대포동 2호’로 부르는 미사일,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주발사체로 위장한 단거리순항미사일을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우고 연료를 주입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미국을 더욱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남(한국) 언론보도(『연합뉴스』 2006년 7월 7일)에 따르면, 북(조선)이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한층 더 높인 때는 2006년 6월 18일경이었다. 2006년 6월 12일 미국 고위관리들이 북(조선)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였다고 밝힌 것(Financial Times 2006년 6월 12일)은 당시 상황이 긴박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조선)의 고강도 압박에 견디지 못한 미국은 결국 6월 중순에 이르러 군사적 행동과 정치적 행동을 동시에 취하면서 압박공세를 피해보려고 애썼다.

6-1) 2006년 6월 중순부터 미국 국방부는 이지스함을 동해와 태평양에 배치하고 전자정보수집기 이피(EP)3을 투입하고 미사일 관측함을 동해에 보내고 전자정찰기 알씨(RC)135에스(S)와 정찰위성을 동원하여 24시간 감시체제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2006년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은 베트남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라는 작전명을 붙인 전쟁연습을 실시하였다. 닷새 동안 괌 근해에서 실시한 그 전쟁연습에는 항공모함 3개 전단, 군함 25척, 병력 2만2천명, 항공기 280대가 집결한 방대한 무력이 동원되었다. (Associated Press, 2006년 7월 7일)

2006년 6월 26일 미국 공군 대변지(AFPN)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군 오산기지에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로 불리는 개량형 유(U)-2에스(S) 고공전략정찰기가 새로 배치되었다. 이 정찰기는 군사분계선 가까운 곳에서 20km 높이의 고공을 7-8시간 동안 날아다니면서 북(조선) 안쪽으로 60-70km 지역에 있는 군사시설, 군사장비, 병력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유선, 무선통신을 감청한다. 미국 공군이 경계수준을 높인 때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3일)

2006년 7월 1일에는 미국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항에 들어갔다. 오타루항은 1998년 8월 북(조선)이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백두산 1호의 비행궤적이 지나간 쓰가루해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6-2) 2006년 6월 중순 북(조선)의 고강도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은 마침내 뉴욕에서 북(조선)과 비공식협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 비공식협의에서는 아무런 타협점도 찾지 못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2일) 미국의 눈에, 사태는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중국은 2006년 6월 28일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를 통해 심양에서 7월에 비공식 6자회담을 갖자고 긴급히 제안하였다. 7월 3일 미국은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에 북(조선)이 나오면 조미 양자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중국과 일본에 전달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그러한 입장을 북(조선)에 전달하기로 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2일)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북(조선)은 조미 양자회담을 거부하면서 금융제재를 고집하는 미국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로 결정하였다. 북(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방향의 먼바다에 원추형으로 선박출입 제한해역을 7월 5일부터 몇 일 동안 설정한다고 자국 선박들에게 통보한 때는 2006년 7월 4일(워싱턴시간 7월 3일)이었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5일) 이것은 미사일 발사훈련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을 뜻한다.

북(조선)이 선박출입 제한해역에 관한 통보를 내오자마자, 미국 국방부는 홋카이도 오타루항에서 비상대기하고 있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 순양함 카우펜스호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유우기리호와 함께 동해로 긴급출동시켰다.

그러나 무수단리 발사대에 세워놓은 ‘대포동 2호’가 발사되리라고 예상하면서 긴장감 속에서 해상감시활동에 들어간 미국과 일본의 군함들은 북(조선) 미사일부대가 무수단리가 아닌 다른 여러 곳에서 기습공격훈련을 연쇄적으로 실시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고 말았다.

1999년에는 북(조선)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지 않은 채 클린턴정부에게 고강도 압박을 가하여 미국을 조미 양자회담으로 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에 북(조선)은 미사일 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부시정부에게 고강도 압박을 가하였다.

그러한 고강도 압박에 대응하여 부시정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내오고 경제제재조치를 더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격태세를 취했다. 이러한 행동은 클린턴정부의 대응방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북(조선)의 고강도 압박공세에 대응하여 부시정부가 반격태세를 취한 것은, 조미 양자회담을 끝내 거부하려는 부시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완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힘과 힘이 맞부딪치면서 조미관계는 더욱 날카로운 대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7. 대결국면의 돌파구를 열고 대타협의 길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여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조미 양자회담을 통하여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려는 것은, 북(조선)이 강하게 추구하는 최대의 전략목표이다. “북(조선)은 한국(조선)전쟁 이후 한(조선)반도에서 이어져온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대타협을 모색하면서 워싱턴을 직접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수 년 동안 힘쓰고 있다”는 사실은 해외언론(Reuters 2006년 7월 7일)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을 벌여놓은 부시정부는 북(조선)을 고립, 압살하려는 자기의 적대정책을 6자회담의 화려한 말잔치 안으로 감추었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부시정부는 집권초기에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북(조선)을 무너뜨리려는 고립압살정책을 밀고 나갔으나, 북(조선)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고 영변의 핵시설을 재가동하여 플루토늄을 계속 생산하고 핵무기 보유 및 증산을 선언하여 강하게 맞섰기 때문에 그들의 고립압살정책은 무력화되고 말았다. 그래서 부시정부는 기존의 전략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조미 양자회담을 끝내 거부하면서 고립압살정책을 은밀히 추진하려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6자회담이다.

어떤 사람들은 북(조선)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만 하면 6자회담 틀 안에서 조미 양자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부시정부의 기만선전에 속아넘어가서, 6자회담과 조미 양자회담을 상호보완적으로 보는 착각에 빠져있지만, 부시정부가 고립압살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6자회담과 조미 양자회담은 상호보완적이 아니라 상호대립적인 것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9.19 공동성명에 천명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미국이 반드시 조미 양자회담에 나가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미국은 이처럼 조미 양자회담에 나가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2005년 9월에 열린 6자회담에서 어렵사리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북(조선)에게 금융제재를 가하여 고립압살정책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감으로써 그 성명을 이행하는 길마저 가로막아버렸다.

이번에 북(조선)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 담긴 정치적 목적은, 미국이 조미 양자회담 거부방침과 북(조선) 고립압살정책 강화방침을 들고 나와 날뛰는 바람에, 하나의 국제적 공약으로 채택되자마자 가로막혀버린 9.19 공동성명 이행의 길을 열어놓으려는 것이다.

지금 한(조선)반도의 정세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려는 북(조선)과 그 성명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미국이 격렬히 충돌하는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대결국면을 바라보는 한(조선)민족과 국제사회의 관심사에는 과연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찍혀있다.

그러나 정세가 열 두 번이나 더 바뀐다 해도,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어디까지나 조미관계의 변화동향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미관계의 변화동향을 가늠해보아야 현재 조성된 대결국면을 뚫고 나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조미관계의 변화동향을 가늠해보려면,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하여 미국이 보여준 반응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기 직전인 2006년 6월 29일, 일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부시에게 북(조선)이 미국과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고,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하면서, 조미 정상회담을 통해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조언’을 주었다. 그러나 부시는 “직접대화에 응하면 북(조선)의 계략에 말려들게 된다”고 하면서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9일) 2006년 7월 6일 부시와 전화회담을 할 때도 고이즈미는 조미 직접대화가 중요하다고 다시 말해주었으나 부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19일)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였던 2006년 7월 4일(워싱턴시간) 백악관 대변인 토니 스노우는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서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또 다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고 말했다. (Washington Times 2006년 7월 5일) 거의 같은 시각,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는 “이것은 미국과 북(조선)의 문제가 아니라, 북(조선)에게 그들의 행동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지역당사자들의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북(조선)이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해 미국이 보여준 즉각적인 반응은 대체로 그런 것이었다. 

미국 국무차관 니컬러스 번즈(R. Nicholas Burns)는 2006년 7월 6일 방송회견에서 북(조선)은 미국과 1대1 대좌를 바라는 것 같으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북(조선)의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적 압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7월 20일 크리스토퍼 힐은 앞으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회담에서 북(조선)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필수불가결이라는 점을 북(조선)에게 분명히 밝혀왔다고 하면서 조미 양자회담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방침을 확인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1일)

위와 같은 현상들만 바라보면, 조미 양자회담을 재개하여 대결국면의 돌파구를 열어놓을 만한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부시정부가 이처럼 조미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달리, 지금 워싱턴에서는 조미 양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정부 시절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Sandy Berger)는 2006년 7월 5일 씨엔엔(CNN) 방송대담에서 “6자회담이 이미 실패로 돌아갔으므로 이제는 북(조선)과 양자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06년 6월 22일 미국 연방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Harry Reed),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 칼 레빈(Carl Levin),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조셉 바이든(Joseph R. Biden, Jr.)은 국방권한법안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미국 대통령은 국방권한법안이 발효된 뒤 60일 안에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대북(조선)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하고, 대북(조선)정책 조정관은 미국의 대북(조선)정책을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재검토하고 미국의 6자회담 참가를 이끌어 가며, 대통령은 연방의회에 북(조선)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에 관한 공개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연합뉴스』 2006년 6월 23일)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대북(조선)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하고 대북(조선)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지난 시기 클린턴정부가 조미 양자회담을 재개하기 직전에 취했던 준비행동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조미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부시정부의 대북(조선)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직접적으로 제기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미국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 짐 리치(Jim A. Leach)도 그런 정치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2006년 7월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대담하면서 6자회담 틀 밖에서 조미 양자회담을 여는 것을 매우 선호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6년 7월 20일)

위와 같이 엇갈리는 움직임들은 고립압박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세력과 조미 양자회담을 수용하여 위기를 넘겨보려는 세력이 갈등을 빚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부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북(조선)의 정권교체론, 북(조선) 선제타격론, 북(조선)에 대한 민주주의전파론을 주장해온 극우적 성향의 민간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니컬러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마저도 자기 글에서 부시정부의 대북(조선)정책을 ‘이빨 빠진 회의외교(toothless conference diplomacy)’라고 비판하였다. 6자회담에 대한 짙은 회의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클린턴정부 시절에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는 2006년 7월 5일 미국의 외교정책은 지금 ‘엄청난 폭풍(perfect storm)’을 맞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Washington Post 2006년 7월 6일) 올브라이트의 적중한 표현을 빌리면 ‘폭풍’에 휘말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몽과 혼동 속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여 미국에게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란의 핵문제가 풀기 어려운 난맥상을 보이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점령정책이 파탄지경에 빠지고,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에 맞선 헤즈볼라의 결사항전이 의외로 강하게 전개되고, 중남미에서는 쿠바, 베네주엘라,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반미연대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오늘 국제정세의 흐름은 반제국주의세력 대 제국주의세력의 대결구도가 지구적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대결구도의 중앙에서 반제군사노선의 기치를 든 북(조선)이 움직이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처럼 복잡다단한 정세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연구활동을 지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05년 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이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위협전술, 이를테면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하거나 또는 테러집단이나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등의 위협전술을 취할 것인지에 관하여 연구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그 연구는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였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명백하게도, 부시정부의 대북(조선)정책은 아무런 ‘결론’도 찾지 못한 채 미몽과 혼동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부시정부는 집권말기에 다가가면서 시간적 압박이라는 부담도 걸머지게 되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Naval War College)의 아시아태평양 연구담당 교수인 조너던 폴락(Jonathan D. Pollack)은 “지금까지 미국은 북(조선)이 제멋대로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금 부시 대통령은 북(조선)의 핵문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어놓고 자기 임기를 마치게 되리라는 것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 구속을 받지 않고 핵무장을 한 북(조선)이 자기 임기 안에 등장하기를 바라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부시 대통령 자신이 결정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고 지적하였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미몽과 혼동 속을 헤매는 부시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안팎의 요인이 있다. 하나는 부시정부가 북(조선)과 협상하느냐 아니면 북(조선)의 붕괴를 촉진시키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6년 동안 내부논쟁에 휘말려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조선)을 상대하는 관련국들이 북(조선)의 미래에 대해서 미국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New York Times 2006년 7월 6일) 내우외환이란 사자성어는 바로 그런 경우를 두고 나온 말일 것이다.

오늘 대북(조선)정책과 관련하여 내우외환의 곤경에 빠진 부시정부의 탈출로는 북(조선)과 대타협(grand deal)을 모색하는 길이다.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은 외교적 수사로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고 그래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성명이 대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명백하게도, 대타협의 모색은 9.19 공동성명의 이행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미사일 국면’에서 날카롭게 대립하는 조미 두 나라가 대결국면의 돌파구를 열고 대타협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 이것은 워싱턴의 극소수 대결주의자들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미국 인민들이 바라는 정치적 요구이자 지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5년 6월 평양을 찾아간 당시 통일부장관 정동영을 통해서 미국에게 제시한 대타협의 길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미 두 나라가 대결국면의 돌파구를 열고 나아갈 대타협의 길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우리가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이 된다면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가질 수 있는 미사일만 보유하겠고, 장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다 폐기하겠다.” (2006년 7월 2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