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개선에 나선 미국의 의도와 남측정치지형에 주는 영향

2007년 3월 20일  현주경

 

  10월 9일 북한의 핵시험은 세계정치질서의 지각변동을 만천하에 보여준 세계사적 사변으로 북미역관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동안 미국은 핵전쟁 정책과 고립, 압살정책으로 북을 붕괴시키려고도 했고 무시하기 전략, 고립전략으로 북의 내부붕괴를 유도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시험은 이 모든 게 다 소용없다는 것을 확증해 주었다. 미국은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군사기술로 핵강국이 된 북한을 경외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제 대화탁에 나와서 진지하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지 않으면 엄청난 파국에 빠진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제 대화탁에 나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신들의 전략적인 이해와 요구를 내놓게 되었다. 그러기에 핵강국 북한의 외교력이 발휘된 최근의 북미관계 진전에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쫓기는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근 1세기동안 세계의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이 순순히 자신들의 고깃덩어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의 대화탁에서도 음모를 꾸리고 자신들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이런 미국의 구체적인 의도를 요약하고 미국내 정치권의 내부 현황을 분석하며, 이런 변화가 남측의 정치지형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지금 미국 대북정책의 의도는 북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수단을 마련하고 새로운 대결구도를 구축하는데 있다.
 
 최근 북미관계에서 주목된 것은 지난 3월 5일부터 7일까지 뉴욕에 열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힐 미국무부 차관보와의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담, 실질적인 수교회담이다. 미국은 이 회담에서 김계관 부상을 위해 워싱턴에서 리무진을 공수하고 국무부 외교경호팀 20-30명을 붙이는 파격적인 예우를 갖추었고 미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수교회담으로 이제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역사적 공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하였다.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미국 내 여러 인사들을 만나 세미나도 하고 식사도 하였으며 힐은 북을 "우리 DPRK"라고 호칭하는 등 회담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으며 회담을 마치고 나서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회담이 "건설적이었다", "유익하였다"고 밝혀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회담의 결과를 놓고도 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BDA동결 해제, 테러지원국 삭제, 적성교역법에 의한 제재 해제가 약속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북한 입국, 영변 원자로의 가동 중단과 불능화,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에 대한 회담 시작, 60일 이후 핵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힐, 라이스 방북에 대한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수교 방향에 대한 타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북미간에 실질적인 협상 그것도 매우 높은 차원의 협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부시의 대북무시 전략의 완전한 파산을 의미한다.
 한편 김계관 부상은 방미 기간에 코리아 소사어티 재단의 비공개 세미나에서 올브라이트 전 미국무장관,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과 미 NSC 빅터 차 등과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특히 최근 미국의 정책변화가 부시의 외교과외선생 키신저 구상에 의한 것이라고 할 때 키신저의 참가는 주목된다. 이것은 대북정책에 대한 미정가의 반응이 진지하며 미국 내 공화, 민주 양당간에 북미관계의 진전은 필연적이며 이 외교전이 미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는 공통의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 분위기와 달리 3월의 RSO&I 군사훈련이 전개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전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또한 김계관 부상과 힐의 회담이 진행하는 바로 그 순간에 미국은 국무부 2006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공격하는가하면 UNDP 개발원조 중단을 발표하였다. 미국은 최근에 BDA의 북한계좌에서 손을 떼 실제로는 동결을 해제하면서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해 마카오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였다. 이런 것을 볼 때 지금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관계 개선이 주흐름으로 되면서도 압박전략이 파상적으로, 일견 무질서하게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미국의 이런 대북정책의 총적인 지향은 결국 북의 핵무기에 대한 파악 및 통제수단을 마련하고 새로운 대결구도를 구축하는데 있다고 분석된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파악 및 통제수단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북미관계 발전에 철저히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핵독점이 처참하게 깨진 2006년 10월 9일의 북한 핵시험은 미국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미국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없이는 자신들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고 북한의 핵무기에 접근, 폐기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가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반미기운이 높아지는 마당에 북에 대한 압박이 3세계에서 홱확산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미국에게 최고의 악몽이다.
 그래서 미국은 초기에 중국을 끌어들여 유엔안보리 결의를 채택하고 북에 대한 압박, 전쟁책동도 불사하였다. 그러나 10월 9일 핵시험에서 보여준 북한의 핵기술은 절대로 초보적인 수준이 아닌 최첨단의 군사기술이었으며 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없는 조건에서 미국은 전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CIA을 통한 정치공작도, 중국을 통한 우회접근과 압박도 전혀 성과가 없었다. 미국은 결국 북의 핵능력과 핵무기에 대하여 접근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대화와 협상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북미회담 과정에서도 미국의 이런 절박한 요구는 힐의 발언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되었다. 힐은 영변 원자로의 가동중단과 함께 건설중인 50㎿와 200㎿ 원자로가 모두 폐기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였으며 동시에 자신들은 영변원자로에서 50~60Kg의 플루토늄이 추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의 소재가 정확히 확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결국 핵무기에 대한 접근 문제로 된다. 왜냐하면 북한은 핵억제력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영변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의 용도 전환을 암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기술적 협의를 위한 전문가회담을 여는 것으로 조율되고 있는데, 미국 스스로도 HEU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전문가회담을 통해 북의 기술적 능력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훨씬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6자 회담의 비핵화 분과위에서 한미일이 북한의 핵무기 생산공장과 기지, 실험장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 역시 초점이 핵무기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 중국의 입장도 있고 북미간에 적대관계가 청산되지 않는 조건에서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고 관철될 수도 없다. 오히려 미국의 이런 핵무기 접근 요구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미평화협정체결 요구의 샅바로 이용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한의 핵억제력에 대해 접근과 통제권을 확보해 보려는 차원에서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체제구축을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점차로 핵무기에 대한 접근 및 철폐를 요구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도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북미수교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력에 의한 압박과 내부붕괴전략을 병행하는 새로운 대결구도를 추구할 것이다. 

 힐이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북미대화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의 정점에 는 미국무장관 라이스가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라이스는 과거 구소련의 붕괴를 예견한 소련전문가이다. 구소련의 붕괴는 미국의 SDI와 같은 군비경쟁과 위협에 구소련의 지도부가 굴복하면서 수정주의가 만연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으며 발트연안 3개국의 독립 요구를 시발로 한 내부갈등으로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라이스의 전력을 볼 때 미국은 과거 구소련에 대한 붕괴 전략을 북한에 적용하려 들것이다.
 미국은 최근 F-117 전폭기 대대를 RSO&I 훈련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여왔으며 조만간 미공군은 수십 여대의 F-117 전폭기를 퇴역시키고 F-22 신형 스텔스 전투기 188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일차 배치는 바로 동북아 지역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MD를 명분으로 하는 군비증강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즉 대화는 있되 군사적 압박을 통한 붕괴 유도라는 전략적 목표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미국은 또한 북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북미실무그룹회의, 실질적인 북미수교회담이 열리는 바로 그때에 UN에서는 UNDP가 북에 대한 개발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무부도 2006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남한은 '성매매 천국', 북한은 '학정 공화국'이라며 노골적인 공격을 해댔다.
 또한 북미관계 개선과 수교를 분리하고 외곽을 동원한 지연전술도 예상된다. 쟁점이 되는 BDA,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교역법에 의한 제재 해제에 대해 힐은 약속했지만 마카오당국이나 의회에 결정을 떠넘기거나 떠넘기려는 모습도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미수교에 대해서 북은 연락사무소 단계 없이 막바로 수교로 가자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미국은 북미수교와 북미정상회담을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북미수교는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되며 이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양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려운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평화협정체결로 북미관계는 개선시켜도 인권, 위조지폐, 미사일 문제 등을 차단봉으로 내밀어 수교는 공전시키려 들 수 있으며 그 수단은 한반도 비핵화 이외의 사안을 통한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여론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수교 간의 선후차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논리적으로 본다면 북미수교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핵군축이 당연하지만 미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북미관계 개선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외곽을 통한 지연전술은 미의회의 심의나 일본당국의 소위 납북자 문제가 그 사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곽을 통한 지연전술은 미국의 다급한 입장에서 볼 때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어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북미수교를 할 것인가. 지금 미국의 대북전략 자체가 다소 무질서한 퇴각양상을 보이고 있기에 미국은 일차적으로는 새로운 대북전선을 형성하는데 집중할 것이며 북미수교에 대한 전략적 판단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도 북미수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미수교 없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축소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미 간 새로운 대결 구도의 양상은 첨단군사력의 개발과 배치를 통한 군사적 압박, 그리고 북미수교 과정에 북에 자유주의 바람을 넣기 위한 치열한 공작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데 이것은 미국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급변한 정세에서 자신들의 사활적인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안정적 관리 정책을 주되게 전개할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방향이 잡힌 조건에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급격하게 변할 것이며 이것은 그동안 미국이 구축해온 한반도 지배질서의 균열을 의미하게 된다. 특히 남측에서 반미의식, 민족대단결의식이 고양되고 이것이 조국통일과 미군철수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것으로 미국은 자신들의 사활적인 이해와 요구를 지키기 위한 안정적 관리정책을 취하려 들 것이다.
 미국이 가장 사활적인 이해와 요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군사적인 지배권을 뒷받침하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친미보수세력의 강화, 양성이라고 하겠다.
 버웰 B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7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믿을 수 없다며 한국의 대규모 군병력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앞으로 해, 공군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하였다.
 남측의 내일신문 분석에 따르면, 미 2사단의 1개 여단이 기동성과 화력을 보강한 이른바 '수퍼 여단'으로 전환되고, 5000명의 병력과 가공할 만한 화력을 갖춘 여단만이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주둔지 없이 상시 훈련하는 모습으로 배치 운용될 것이라고 하며,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핵탄두를 초정밀, 초강력 재래식 무기로 개량해 잠수함 등에서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북한 주변 지역에 배치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즉 주한미군의 재편은 전력증강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막강한 물리적 힘을 갖춘 주한미군의 주둔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앞으로 주한미군 주둔병력의 축소와 새로운 작전사령부 구상 등으로 외형적으로는 자신들이 양보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향후 북미수교와 한반도 비핵화 단계, 남북관계의 진전에서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받으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최근 친미보수세력들에게 북한에 유화적 제스쳐를 주문하는 등 친미보수세력들의 고립과 괴멸을 막고 그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일 친미극우세력들의 반북집회에서 배신자 부시라는 구호까지 등장하였다고 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친미보수세력들의 안정적 집권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이들을 미화 분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들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정세의 주도권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며 한동안은 무질서한 퇴각 양상을 보이며 새롭게 전선을 구축하는데 힘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 현재 미국의 정치지형을 보면 대북협상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즉자적인 성격이 강하고 상호모순적인 대북전략으로 표출되고 있어 향후 대화책과 강경책 사이의 대결이 격화되어 갈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시험으로 세계 핵독점을 상실하고 그 지위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어 북한핵은 미국에게 국난차원의 중대과제이며 이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초당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의 대북정책변화가 미독점자본 전체의 이해와 요구에 맞물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인 일방주의 정책은 북한의 핵시험과 이라크의 혼란지속으로 거센 비난에 직면하였다. 반면 11월 7일 중간선거의 공화당 참패를 계기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요구가 커지자 미제국주의는 정통 보수주의 세력을 내세워 군사적 대결만을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을 대신하여 행정부 실권세력으로 부상하게 하였다.
 정통 보수주의 세력은 대북정책 뿐만 아니라 중동정책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에 걸쳐 강경책에 기초하면서도 상대에 따라 최소한의 대화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들도 부시행정부의 고립과 미국의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일변도에서 대화와 강경 병행전술로의 변화는 미국이 주동적으로 추진하는 능동변화가 아니라 북한의 강력한 대미총공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제되는 수동적인 변화이다. 그래서 궁지에 몰린 미국은 이미 동북아와 중동에서 영향력이 추락하고 있으며 내부모순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천문학적 군사비를 투자하여 군사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북한을 필두로 한 세계자주진영은 이를 물리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현재 미국의 정치지형은 키신저가 나서면서 대북협상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즉자적인 차원의 상호 모순적인 대북전략으로 표출되고 있어 향후 대화책과 강경책 사이의 대결이 격화되어 갈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행정부와 의회, 전문가 집단, 미국민들의 의식 동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행정부 동향>

 북한의 핵시험 이후 신보수주의 세력들은 밀려나고 미국의 대외정책은 라이스 국무부 장관으로 표현되는 공화당 정통 보수주의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외정책에 있어 헨리 키신저의 조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키신저의 문하생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된 존 네그로폰테는 베트남전 종결 협상 시 키신저의 참모였다. 3월 7일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 과정에서 키신저가 전면에 나서고 키신저의 인사들이 국무부에 포진하는 현상은 앞으로 미국의 정책에서 키신저의 의견이 비중있게 반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키신저는 2006년 5월에 6자 회담은 시간소모적이며 북한에 일괄타결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11월 12일에 워싱턴포스트의 기고를 통해 대북제재를 유지하여 회담의 중심이 북한의 의제로 되지 않게 하고, 부수적 사안보다 핵심안건에 집중하며, 북한의 핵폐기 일정과 대북안전보장조치, 경제지원을 교환하라는 세 가지 의견을 밝혔다. 나아가 키신저는 2007년 2월 8일 미국이 세계적 핵무기의 생산을 중단하는 감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13합의에서는 키신저의 조언과 달리 미국의 대북제재는 급속히 무력화되고 있으며 북한의 중심의제였던 북-미 관계정상화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키신저는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담 기간에 북한과의 협상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허풍을 떨었다. 
 한편 부시행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신보수주의 세력은 럼스펠트의 사임 이후 행정부 실권을 잃었다. 1월 17일의 베를린 회동 때 힐 차관보와 라이스 장관은 체니 부통령의 검토없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여 결정하였다. 2.13 합의가 타결되는 날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차관도 사임하였으며 1월 24일에는 차기 대권주자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였다.
 신보수주의자들은 2.13 합의를 반대하고 있지만 행정부 핵심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별다른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존 볼튼 전 유엔대사는 2.13 합의가 나쁜 선례라고 주장하였지만 부시대통령의 정면대응으로 위축되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인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을 비판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하였지만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의 대응으로 파장은 축소되었다. 다만 신보수주의자들은 행정부 외곽에 소수 포진하여 공화당 정통 보수주의 세력을 감독하고 견제할 것인데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차관의 후임으로 강경성향으로 분류되는 39세의 존 루드가 내정되었다.

 신보수주의의 퇴조와 키신저 등 공화당 정통 보수주의 세력의 부상은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이 대화책과 강경책을 병행하는 전술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동북아 뿐 아니라 중동과 중남미 등 전반적인 미국의 세계전략구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대외정책에서 여전히 군사적 압박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것은 뚜렷하다.
2월 6일 미국은 2008년도 미국의 국방예산을 사상최대인 6246억 달러로 제출하였다. 이는 2007년 국방비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신형핵탄두 개발, 이라크 전비 확대, 우주무기 개발(10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중간선거 이후 활동하던 이라크 연구그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 철군을 건의하고 2006년 12월 이라크 미군의 전체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요구는 커졌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1월 5일 이라크 추가파병에 회의적이던 중부군 사령관 (존 에비제이드 대장)과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 (조지 케이시 대장)을 각각 윌리엄 팰런 태평양 사령관과 데이비드 페트로스 중장으로 교체하였으며 1월 18일 부시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미군 2만명 증파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미국 하원은 이례적으로 하루만에 부시대통령의 안건을 부결시켰지만 부시행정부는 추가파병을 추진하여 2월 18일에는 상원에서 증파 반대 결의안이 부결되어 증파를 추진할 여건을 갖추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해역에 존 스테니스 항공모함을 증파하기로 하여 아이젠하워 항공모함과 함께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를 이란에 대한 신호라고 밝혔으며 UN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
 2월 1일 미국은 이란의 주력기인 F-14 부품의 매각을 금지시켰으며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를 추진하고 있고 2월 22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란혁명수비대를 겨냥한 경제제재조치가 있음을 보도하였다.
  이처럼 부시행정부는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병행하기 시작하였다.
 2월 1일 키신저와 올브라이트가 조언한 바와 같이 부시는 시리아, 이란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밝혔으며 2월 2일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란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2월 25일 폭스뉴스, CNN, ABC 방송에 잇달아 출연하여 이란이 핵계획을 중단하면 직접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3월 1일 국무부 차관보는 시리아를 방문하였다.
 부시행정부는 좌파정권이 연이어 들어선 중남미 지역에 대한 대화도 추진하고 있는데 3월 8일부터 14일까지 부시는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일대를 순방하였다. 부시는 올해를 미국이 중남미와 화해하는 해라고 밝히고 브라질 중시방침을 내놓았으며 브라질 대통령 룰라에게 3월 30일경 미국을 방문할 것을 요청하였다.
 니콜라스 번즈 차관은 21세기 판 아메리카주의라고 하여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를 축으로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간접 지원하여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이처럼 변화하였다고 해도 여러 외교적 현안의 해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북정책에서 미국은 북한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다. 강위력한 북한의 선군 대미총공세는 2.13 합의를 이행하도록 미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2.13 합의의 신속한 이행은 미국이 추가적인 관계정상화로 나서게끔 강제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북한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관계정상화로 나오던지 북-미 동시핵군축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중동정책 역시 해결이 불투명하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라크의 모순구조가 시아파 내의 석유이권에 따른 갈등,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수니파와 미군의 갈등, 알 카에다 세력과 미군의 갈등등 4가지 축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단지 미군파병을 늘린다고 해서 이라크의 모순구조가 해소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대화와 압박의 병행전술은 추락하는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잠시나마 연장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키신저의 대북제재 지속 주장은 2.13 합의로 무력화되고 말았는데도 부시행정부는 2.13 합의의 성과를 중시하고 있다. 키신저는 또한 승리만이 이라크의 유일한 탈출전략이라고 부시행정부에 조언하였으나 11월 20일 이라크전의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러한 현상은 정통 보수주의 세력 역시 미국의 대외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해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와 전문가 집단>

 공화당과 민주당은 북핵문제를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보고 그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 톰 랜토스는 2006년 11월 20일 대북외교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대북직접대화를 추진하였다. 1월 19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크리스토퍼 힐을 신뢰한다며 힐에게 최대의 협상권을 줄 것을 요구하였고,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은 2월 16일 2.13 합의는 대부분 클린턴 정부의 정책이라며 좋은 합의라고 하였다.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상원의원도 2.13 합의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집단에서 2.13합의에 반대하는 의견은 신보수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반대의견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제각기 다양하다. 그것은 신보수주의 성향 전문가들도 2.13 합의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플레트카 부소장은 3월 2일 미국의 최근 일련의 조치들은 적국들만 대담하게 할 뿐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였으며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은 2.13 합의를 북한주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하였다. 피터 브룩스 해리티지 연구원은 부시의 대북정책 변화는 북한의 핵포기가 진심인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며 2.13 합의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한편 신보수세력은 아니지만 찰스 카트먼 (KEDO) 사무총장 역시 북한이 핵을 모두 공개할지 의문이라며 6자 회담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집단에서 2.13합의를 인정하는 의견들도 나왔다. 게리 세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은 2.13 합의에 대해 지금 합의한 것은 합의를 아예 못하거나 나중에 합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라고 하였고,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 제임스 굿비 전 국무부 북핵안보대사는 2.13 합의를 좋은 결과라고 환영하였다. 고든 플레이크도 장기적으로 볼 때 2.13 합의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였다. 잭 프리처드, 돈 오버도퍼 교수, 에반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등은 2.13합의를 현실적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며 김계관 부상의 방미 시 올브라이트, 키신저 전 장관,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등과 함께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한편 권력에서 물러난 신보수주의 세력과 부시행정부 간에는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은 2006년 11월 6일, 이라크전의 실패는 부시의 무능 때문이라며 부시행정부를 공격하였다. 데이비드 프럼 전 백악관 연설담당 비서관은 이라크전에 실패한 부시대통령을 지난 50년이래 가장 무능하다고 비난하였으며 케네스 에덜만 전 국방정책위원은 이라크전을 실패로 이끈 인사로 조지 테닛 미중앙정보국장,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을 꼽았다. 이같은 갈등은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이 앞으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더욱 증대될 것이다. 

<여론동향>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북핵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2월 20일 대외정책(foreign policy) 2월호에서는 전직 장관, 국가안보 고문, 미군사령관 등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향후 5년 간 가장 중요한 미국의 외교정책으로 북핵제거(26%)를 꼽았다. 뒤이은 비중은 이라크 안정화(17%), 이란(12%), 미사일 방어체계(9%)이다. 북한은 핵기술이전 가능성(73%)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세계안보 위협국으로는 이란(40%) 다음이었다(35%). 미국의 대북외교정책이 북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견해는 15%에 불과하였으며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가 62%로 압도적으로 많아 그들의 초초감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미국민은 북한이 이란보다 좀 더 우호적이라고 응답하였다. 2월 22일 여론조사에 의하면 비우호적 국가에서 이란(비우호적 86% : 우호적 9%), 북한(82% : 12%)의 순이었으며 이라크,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프간이 뒤를 이었다.
 부시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2006년 5월부터 2007년 1월 28일까지 30%의 지지율이 지속되었다. AP통신은 2006년의 악당으로 부시를 선택한 미국민이 25%였으며 (민주당 지지자에서 43%) 동시에 2006년의 영웅으로 부시를 선택한 미국민은 13%에 불과하다 (기독교 복음주의자에서 25%)고 발표하였다.
 AP통신이 실시한 2007년 전망에서는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이란이라는 비중(40%)이 북한 (25%)보다 높았으며 미국민은 올해 테러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가 60%나 되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29%에 불과하였으나 NBC의 여론조사는 미국민 중 이라크 철군을 바라는 의견은 50%로 반대의 35%보다 훨씬 높았다.

3. 북미관계 진전과 2.13 합의는 진보개혁세력에게는 희망을 친미보수세력에게는 절망을 주고 있다.

먼저 여권과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이고 정국의 주도권을 회복하려 하고 있으며 한미FTA 체결과 관련해서도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13 합의 이후, 특히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와 1차 북미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의 성과에 청와대와 여권은 기대감이 잔뜩 부풀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통한신당추진파와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범여권은 대체적으로 2.13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대선을 앞두고 내홍에 빠져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던 여권입장에서는 2.13 합의는 그야말로 긴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었다.
 이런 여권의 심정은 2.13 합의 이후 남북관계의 일정에서 잘 드러난다.
합의문 발표 바로 다음날 남북장관급회담이 발표되었고 20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비교적 순조롭게 타결되었다. 장관급회담 직후인 3월 7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한 명인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하고 남북적십자회담, 경협추위 등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는 등 청와대와 여권은 남북관계 발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여권과 청와대의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남북정상회담으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은 2.13 합의 이후 사실상 대선승리의 유일한 해법이나 다름없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청와대 역시 같은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권의 의지는 이해찬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애초 청와대와 이해찬 전 총리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정상회담 특사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 전 총리가 "남북정상회담까지 내다볼 효과를 가져온다면 대단히 큰 성과일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공공연하게 표출하였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자 그가 마음속에 두고 있는 대선 후보로 알려지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도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할 가장 적절한 시기이고 정상회담을 개최할 환경이나 여건도 성숙돼 있다"며 이 전 총리의 방북이 "반드시 남북정상회담의 가시적 전망을 담은 구체적 성과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청와대와 이 전 총리 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고위 관계자들은 앞 다투어 이 전 총리의 방북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원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 전 총리를 수행했던 이화영 의원의 태도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방북 직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측과의 공감대가 있었냐는 질문에 "내가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화영 의원은 "정상회담에 대한 양측 간 상당한 교감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전 총리의 방북 과정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하였다. 그는 또한 "이 전 총리가 남북정상회담 등 현안과 관련해 북측과 의견 교환을 한 것은 상당 부분 노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2.13 합의 이후에도 핵문제가 해결된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2월 27일 인터넷 신문협회 기자회견에서 "내가 하기 싫어서 정상회담에 부정적이었던게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까지 만나서 약속을 해도 미국과 중국의 합의를 다시 받아내야 한다"고 말해 핵문제 해결 이후 남북정상회담 추진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과 비슷하다.
 송민순 외교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는 6자 회담을 보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최근 "지금 남북 정상이 만나서 풀어야 할 과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핵문제 해결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여권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대선을 코앞에 둔 열린우리당 같은 경우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단히 적극적인 반면 임기가 일 년밖에 남지 않은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에 조금 더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최근 여권과 청와대의 움직임을 종합하여 보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상당한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선핵문제 해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13 합의 이후 여권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에 대해서 청와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3월 13일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지나친 것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3월 14일 "한미FTA 협상이 불평등해지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근태 전 당의장은 "한미FTA 괴물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김근태도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에 질세라 천정배 의원도 "지금이라도 밀실 졸속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하라"고 주장하는가하면 신기남 의원도 한미FTA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의하는 등 한미FTA 체결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의 핵심인사들이 앞 다투어 한미FTA 체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태도변화는 대선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 FTA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북의 선군정치와 그 힘으로 이루어진 2.13합의 이후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고무된 측면도 없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보아 북의 선군정치와 그 힘으로 이루어진 2.13 합의는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에서 예속적인 태도를 보이던 여권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져 주고 있으며 이들을 민족공조의 방향으로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미국의 정책변화에 크게 당황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를 추진하는 등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3 합의 이후 손학규를 제외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들은 2.13합의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였다.
 대표적인 친미언론인 조선일보의 김대중 논설위원이 "부시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미국과 독자적인 길을 가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3월 1일 개최된 대규모 보수집회에서는 '배신자 부시'라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2.13합의에 대한 한나라당과 친미보수세력의 반발은 컸다.
 정권 탈환에 목을 매고 있는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에게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북미관계의 급진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담 직후부터 한나라당의 태도가 급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3월 13일 한나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안내장에서 "당에서도 대북통일, 지원 정책 및 관계 정립 방안 등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원내 공보부대표인 김충환도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에 있어 북핵폐기 같은 원칙을 지키되, 민족화해 평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북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고 주장했고 강재섭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게 모든 대북창구를 가동하라고 지시하는 등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대표적인 반북인사인 정형근 최고위원과 송영선 제2정조위원장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하기 위한 특별정책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새로운 정세변화에 따른 대선전략을 마력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할 시점만 해도 이명박, 박근혜 진영은 정략적이라며 남북정상회담 연내 추진을 강하게 반대하였지만 최근에는 입장을 선회하여 조건부 남북정상회담 찬성으로 조심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점은 2.13 합의 전후한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들과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관련 주요인사들이 연이어 접촉을 가졌다는 것이다.
 2월 4일 힐은 이명박, 박근혜와 비밀회동을 가지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설명하였다. 또한 2월 5일에는 버시바우 미 대사가 박근혜를 비공개로 만났고, 2월 21일에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잇따라 만났다.   특히 박근혜는 6자 회담 개최 중이던 2월 11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미국을 방문하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잭 클라우티 미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부시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나라당에 미국의 입장 변화를 설명하면서 새로운 상황에서의 한나라당의 대선전략과 관련한 중요한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3월 14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한 관계자가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데도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국제적 흐름과 한반도 화해 무드를 거부하는 수구적인 이미지만 남아 대선에서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보도는 한나라당의 변신이 대선을 겨냥한 일시적인 변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북미관계의 변화 과정에 미국이 한나라당의 대선전략에 적극 개입해 이를 재조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지금 미국과 한나라당은 대선 전 북미,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한나라당의 대북적대정책을 완화하여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한반도 평화통일문제로 공격받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또한 보수세력이 주도적으로 통일을 추진해야 통일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할수 있다는 소위 '보수주도의 안정통일론'을 들고 나와 한나라당 집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평화통일 정국 하에서 대선승리의 묘책을 찾으려 골몰하고 있다.
 한편 여권과 청와대의 움직임, 한나라당의 최근 태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용인할 경우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 특히 북한의 핵무기 폐기의 압력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진보, 시민운동 진영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13합의 이후 한미FTA로 집중되어 있던 진보, 시민사회의 관심이 점차 한반도 평화체제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2, 3월에 걸쳐 경실련 통일협회, 평화재단, 통일연대, 민중연대, 실천연대 등에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정세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연이은 토론회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2.13합의를 북한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하면서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의 조민 선임연구위원은 평화재단 주최 토론에서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 협상에 나서는 닉슨 쇼크가 발생했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도 닉슨 쇼크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며 "2008년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가 개막되고 2013년 이후 북미수교 및 유엔 보장 하에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13합의는 북한이 변한게 아니라 미국이 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대외정책의 실패로 궁지에 몰린 미 행정부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국방연구원의 백승주 연구위원은 "2.13합의가 이뤄진 배경을 추측해볼 때 북한과 미국이 지난 1월 베를린에서 한반도 미래를 놓고 비밀거래를 한 것같다"며 그것은 "핵무기 및 핵물질을 확산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기존 핵을 묵인해주는 내용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진보, 시민진영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월 14일 한국진보연대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운동진영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통일연대의 한충목 집행위원장은 "북미간 전략적 결단과 판단에 의해 한반도 정세에 속도감 있는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이를 따라잡는 시민사회 진영 공동의 논의와 실천 모색이 시급히 요구된다"며 운동진영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참여연대 평화군축 박정은 팀장도 "경기장에서 북한과 미국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우리는 뭘 할거냐, 상황 중계만 할거냐, 우리 내부 논의에서 상상력의 부족을 절감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한반도 질서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민운동진영의 적극적 대응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대응방향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윤지훈 통일외교정책연구원은 한반도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범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현실로 다가올수록 주한미군-한미동맹 문제가 핵심적 쟁점이 될 것이라며 미군철수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2.13합의 이후 북미, 남북관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운동 진영의 관심밖에 놓여 있던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가 중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운동진영의 중심점이 한미FTA, 사회양극화 등 국내문제에서 한반도 평화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미반전투쟁의 역량도 현재보다 상승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3 합의 이후 반미반전투쟁의 파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13 합의에 따라 한미연합전시증원훈련 반대 투쟁의 정당성이 더욱 높아지고 이에 각계각층이 전쟁훈련 반대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미 대사관 앞에서는 전쟁훈련을 반대하는 각 단체의 기자회견과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3월 25일 한국진보연대 차원의 대규모 전쟁훈련반대투쟁이 계획되어 있는 등 한반도 평화의 봄과 함께 반미투쟁의 열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2.13합의 이후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투쟁을 중심으로 올해 반미반전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어 향후 진보 진영 내에서 새로운 정세 변화에 부응하는 반미투쟁의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국민들의 민심은 2.13합의와 김계관 부상의 방미로 북으로 쏠리고 있다.

 10.9 북한의 핵시험이 2.13합의로 귀결되면서 남측 국민들은 선군정치의 위력을 실감하였으며 미국을 굴복시킨 북의 외교력에 대한 경외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당당한 자주외교로 2.13합의를 이끌어낸 김계관 부상의 이름이 3월 수 차례나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1위로 등장하는가 하면 언론인들과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김계관 부상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김계관 부상에 대한 찬탄의 목소리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의 최고지도부에 대한 지지와 존중의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동아일보조차 2.13합의는 북한의 외교적 승리라며 그 원동력을 분석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하였고 한 유력 방송사의 정치부 기자는 김계관 부상의 외교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의 탁월한 외교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북미대결전에서 북이 연승해가자 남측에서 선군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이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북인식의 변화는 대중정치의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13합의와 김계관 부상의 방미 전에는 대선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여론의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3월 12일 내일신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연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61%로 나타나 2.13합의 이후 민심동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이 조사에서 북미,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전체 유권자의 37.7%가 지지후보나 정당을 바꿀 수 있으며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33.4%나 지지후보나 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해 2.13 합의는 남측 국민들의 정치의식 변화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2.13 합의 이후 이러한 국민의식의 변화는 대선정국에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으며 향후 북미, 남북관계의 밝은 전망을 고려할 때 대선승리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