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관계 정상화와 남(한국)의 사회변혁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통속적 이름을 가진 신식민주의체제

3. 조미관계 정상화와 신식민주의지배형태의 전환

4. 조미관계 정상화와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정 심화

5. 조미관계 정상화와 반제정치연대 형성

6.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13 초기조치(Initial Action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Joint Statement)가 급류를 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그처럼 급진전하는 이행의 전과정을 꿰뚫는 핵심과제는 조미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of DPRK-US relations)이다. 2.13 초기조치에 적혀있는 대로, 조미관계 정상화는 북(조선)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와 짝을 이루는, 그리하여 불능화의 진척에 상응하여 이행해야 하는 공약이다.

북(조선)은 핵시설과 핵무기를 영구히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고, 미국이 북(조선)을 고립, 압살하려는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전면적으로 중지하고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할 때 핵시설을 불능화하겠다고 공약하였다. 핵시설 불능화는 핵무기 폐기로 이어지는 전단계이다.

다른 한편,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북(조선)의 요구를 거부하고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고집해온 미국은, 북(조선)이 핵시설 가동과 영변 원자로 2호기 건설공사를 중지하고 핵시설을 전반적으로 불능화할 때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그 공약을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북(조선)의 핵시설을 불능화하여 사회주의핵무장을 해제시키는 것이 이행목표로 되지만,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그와 정반대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여 미국의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저지, 파탄시키고 자주적 사회주의의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이행목표로 된다. 북(조선)은 자국의 핵시설을 불능화하기 위해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자국의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핵시설의 불능화는 조미관계 정상화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한 과정 또는 방도로 된다. 

주목하는 것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공약이 북(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생각하기는커녕 북(조선)을 직접협상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악착스럽게 고집해왔던 부쉬정부가 태도를 완전히 바꿔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국교수립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조미관계 정상화는 자주적 사회주의의 정치적 승리이자 반동적 제국주의의 정치적 패배이다.

물론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imperialist state power)과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imperialist monopoly capital)은 북(조선)의 사회주의자력갱생(socialist self-reliance)을 포기시키고 북(조선)의 자주적 사회주의를 시장사회주의(market socialism)로 변질시켜 제국주의세계체제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았으므로,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한 뒤에도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부쉬정부가 관계정상화를 거부하면서 반사회주의적대행위에 매달려오던 정책과 전략을 어쩔 수 없이 접었다는 점에서, 조미 두 나라가 조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간 것은 정세의 질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구도에서 그러한 정세변화의 의미를 읽을 때,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초기단계에서 자주적 사회주의가 정치적으로 승리하였고 반동적 제국주의가 정치적으로 패배하였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조미관계 정상화는 남(한국)의 사회변혁과 무관한 것인가? 이 물음은 낡은 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하고 사회변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그리고 그들의 정치역량이 결집한 진보정당에게 진지한 사색과 검토를 요구한다.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그리고 진보정당은 사회변혁의 주체적 관점을 세우고, 오로지 그 관점에 의거하여 조미관계 정상화로 급변하기 시작한 현 정세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조선)이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은 북(조선)의 사회주의와 관련되는 문제일 뿐이며, 남(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허나 얼핏 생각나는 대로 손꼽아본대도, 남(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은 사회주의의 길을 가는 북(조선)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조선)은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최종목적을 달성하려고 힘쓰고 있으므로 조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실현하려는 북(조선)의 정치활동이 급증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여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에서 승리한 북(조선)의 자주적 사회주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조미관계 정상화는 남(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물론 조미 두 나라가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해서 남(한국)의 낡은 사회계급관계가 자동적으로 해체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조미관계 정상화가 남(한국)의 낡은 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하는 사회변혁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조미관계 정상화와 남(한국)의 사회변혁의 관련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조미관계가 정상화되는 정세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못 일고 있는 사람들은, 조미 두 나라가 국교를 수립하는 경우, 제국주의독점자본들은 남(한국)이 더욱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되었다고 반기며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창출한 이윤을 더 악착스럽게 수탈할 것이며, 그 참에 북(조선)에도 밀고 들어가 제국주의수탈거점을 한(조선)반도 전역으로 확장하려고 날뛰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한다. 또한 조미관계가 정상화되어 한(조선)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세워지면, 전쟁공포에서 벗어난 남(한국)의 국내자본계급이 안심하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이전보다 더 가혹하게 착취하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한다. 그러한 우려 섞인 예상에 따르면, 조미관계 정상화가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극심한 재앙을 몰아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인식착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세계체제와 그 체제에 예속된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를 노동 대 자본의 대립관계로만 파악하는 오류가 빚어낸 인식착오이다.

그러한 오류와 인식착오를 피하려면, 신식민주의체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남(한국)에서 그 체제와 사회계급관계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접합되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2. 통속적 이름을 가진 신식민주의체제


 

지난 시기 제국주의의 지배, 수탈대상으로 전락하였던 식민지에서는 아직 봉건적 생산관계가 강하게 남아있고 자본주의생산관계가 지배적이지 않았으므로,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전지구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를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제국주의독점자본이 금융거래, 상품교역, 정보통신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제국주의의 지배와 수탈을 보장하는 다종다양한 국제협약과 국제기구들, 안보협력체와 경제협력체들이 생겨났고, 마침내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전지구적으로 통합되었다. 지구촌은 자본주의시장이다. 오늘날 현실 속에 존재하는 제국주의는, 자기들끼리 야만적인 식민지쟁탈전을 벌였던 고전제국주의가 아니라 거대한 세계체제로 통합되면서 진화한 현대제국주의이다. 현대제국주의는 제국주의세계체제(imperialist world system)로 존재한다.

제국주의세계체제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전지구적 범위로 확대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체제가 아니다. 제국주의세계체제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state monopoly capitalism)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통합된 체제이다. 러시아, 동유럽, 중국, 베트남의 시장사회주의(market socialism) 역시 사회적 생산관계의 변질이 심화되면서 자본주의시장경제로 통합되는 중이다.

제국주의세계체제를 구성하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2006년 현재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다국적기업은 모회사가 7만7천 개, 해외자회사는 77만 개다. 그 기업들에 고용된 노동계급은 6천200만 명이며, 그 기업들의 수출은 세계수출총액이 12조6천억 달러 가운데서 4조 달러를 차지한다.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살펴보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 사이에는 양적 차이만이 아니라 질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통합되었다고 해서, 양자 사이에 가로놓인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질적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질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지배예속관계로 통합되어 제국주의세계체제를 형성하였다. 만일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질적 차이가 사라진다면, 제국주의세계체제는 자기의 존재를 끝마치고 세계화된 자본주의체제로 이행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질적 차이가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태평양이 말라버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국가독점자본주의와 신식민주의가 지구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로 통합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존재하였던 낡은 사회계급관계가 자본주의사회계급관계로 교체되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자본주의적으로 교체된 새로운 사회계급관계 위에 세워진 사회체제를 신식민주의체제(neocolonial system)라 한다. 지금 자본주의시장경제로 통합되는 중인 러시아, 동유럽, 중국, 베트남의 시장사회주의도 통합이 완성단계에 이르게 되면 결국 신식민주의체제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데 신식민주의체제를 자본주의체제에서 갈라져나간 변종으로 보면서 양자의 차별성을 간과하거나, 양자의 관계를 보편과 특수의 관계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독점자본주의, 신식민주의,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삼자가 구조적으로 결합된 현실을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신식민주의체제는 자본주의체제에서 갈라져나간 변종도 아니고, 보편과 특수의 관계로 성립된 것도 아니다. 신식민주의체제는 제국주의국가권력의 지배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에 의해서 생성되었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지배체계에 예속됨으로써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제국주의수탈체계에 기생함으로써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유지하는 사회체제이다.

오늘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는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지배수탈체계에 예속된 자본주의생산관계에 의해서 형성되었고, 노동 대 자본의 대립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농민계급과 도시중산층이 존재하는 다층구조를 드러내 보여준다.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의 본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자본주의생산관계인데, 남(한국)의 자본주의생산관계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체계에 예속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남(한국)의 현 사회체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존재하는 신식민주의체제의 전형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을 움직이는 대자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남(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인 것이다.

신식민주의예속성은, 민족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약소국의 강대국 의존성이나 국제관계의 불평등성 같은 것이 아니다. 그 예속성은 신식민주의체제의 물질적 기초인 자본주의생산관계에 내재되고 관철되는 본질적 속성, 곧 제국주의독점자본에 대한 경제적 예속성이며, 신식민주의체제의 사회정치제도에 내재되고 관철되는 본질적 속성, 곧 제국주의국가권력에 대한 정치군사적 예속성이다.

지난 시기에는 제국주의세계체제가 신식민주의체제의 정치적 독립의 막 뒤에서 정치군사적 지배권을 틀어쥐고 경제원조를 빙자한 이윤수탈을 자행하는 것을 신식민주의체제가 구식민주의체제와 달라진 근본적 차이로 손꼽았는데, 이제는 그러한 근본적 차이에 더하여 신자유주의세계화(neoliberal globalization)가 포개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제국주의세계체제가 신자유주의세계화를 진척시키면 시킬수록 신식민주의예속성이 심화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신자유주의세계화 전략은 신식민주의예속화 전략이다.

토대(물질적 생산관계)가 상부구조(정치제도)를 결정한다는 도식적 사고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신식민주의체제에서도 자본주의체제에서 그러한 것처럼 제국주의독점자본에 대한 경제적 예속성(토대)이 제국주의국가권력에 대한 정치군사적 예속성(상부구조)을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한 토대결정론은 오류이다. 신식민주의체제를 인식하는 데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관계 일반을 인식하는 데서도 토대결정론은 무의미하다. 이를테면, 일본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조선을 식민지화할 때, 조선의 물질적 생산관계를 교체한 뒤, 그 토대 위에 식민지통치권력을 세워놓고 강점했던 것이 아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군사강점과 정치지배가 선행적이고 주도적이었고 물질적 생산관계의 교체는 나중에 일어났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8.15 해방 직후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한(조선)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남(한국)에 신식민주의체제를 세운 예속화 과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토대-상부구조론의 개념을 빌려 설명한다면, 신식민주의체제에서는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구조가 선행적이며 결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제국주의세계체제가 밀어붙이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세계화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신식민주의체제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고 이른바 경제통합을 실현하여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대량수탈을 자행하는 것이므로, 역시 제국주의국가권력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상부구조부터 교체한 것은 당연하였다. 그러한 제거작업에 반항하는 세력이 ‘테러집단’이나 ‘테러지원국’으로 규정되어 제국주의침략전쟁으로 파괴된 것이나, 신식민주의체제의 상부구조가 극우성향의 군사독재정권이 퇴장하고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하는 방식으로 교체된 것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제국주의세계체제 안에서 수평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며,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이 그 체제의 주도권(hegemony)을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제국주의세계체제를 주도하는 것은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이다.

남(한국)을 제국주의세계체제 속에 강제로 끌고 간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은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에 의해서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가 자본주의적으로 개편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부터 자본주의생산관계가 지배적으로 된 오늘 21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장장 60년 동안이나, 남(한국)을 배타적으로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제국주의지배전략에 의존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제국주의지배전략이란 제국주의국가권력의 정치군사적 지배전략이며 동시에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대량수탈을 보장하는 시장지배전략이다.

미국이 제국주의세계체제 속에 강제로 끌어들여 놓고 배타적으로 독점적으로 지배해온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를 통속적으로 ‘한미동맹(ROK-US Alliance)’이라 부른다. 지난 시기 ‘내선일체’가 식민지조선의 예속성을 은폐, 위장하였던 식민주의 개념이었던 것처럼, 오늘 ‘한미동맹’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예속성을 더 한층 교묘하게 은폐, 위장해온 식민주의 개념이다.

그런데 지구적 범위로 확장된 자본주의생산관계를 물질적 토대로 보고,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을 그 토대 위에 성립한 지배적 상부구조로 보는 도식적 사고는, ‘한미동맹’이라는 통속적 이름을 가진 신식민주의체제를 인식하는 데서 치명적인 오류에 빠진다. 신식민주의체제를 토대-상부구조론으로 바라보면, ‘한미동맹’은 지구적 범위로 확장된 자본주의생산관계도 아니고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도 아니므로 결국 실체 없는 허구적 개념으로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지적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민족주의자들이 피상적으로 인식하는 한미관계라는 개념과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변혁의 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미동맹’은 남(한국)의 사회정치현실 속에 내재하면서 남(한국)의 사회성격을 규정하는 신식민주의체제로 인식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토대-상부구조론의 도식적 사고나 한미관계라는 피상적 개념을 버리고 신식민주의체제라는 실질적 개념을 취할 때, 사회계급문제와 민족문제를 상호배타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인식착오를 피할 수 있으며, 계급투쟁과 반제투쟁이 서로 어긋나는 사회변혁운동의 불일치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반제투쟁을 선결과제로 제시한다고 해서 계급투쟁을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해이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수행되는 사회변혁에서는 반제투쟁과 계급투쟁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계급투쟁을 외면하고 반제투쟁에만 힘쓰는 것은, 사회변혁과 단절된 민족주의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민족주의적 시각의 반대쪽에서, 반제투쟁을 부차적, 종속적인 것으로 여기면서 계급투쟁만 중시하는 것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와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식의 혼란이며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수행하는 사회변혁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겪었던 사회변혁의 역사적 경험들은, 계급투쟁만 중시하고 반제투쟁을 부차화하는 전략을 가지고서는 사회변혁이 승리할 수 없음을 증언한다.

위와 같이 정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주목하는 것은, ‘한미동맹’이라는 통속적 이름을 가진 신식민주의체제가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에 의해서 불안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식민주의체제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은,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제국주의지배체계를 우세한 힘으로 타격하기 시작할 때이다.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은, 남(한국)에 존재하는 제국주의수탈체계를 타격하거나 남(한국)의 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하는 투쟁은 아니지만, 남(한국)에 존재하는 제국주의지배체계를 타격하는 투쟁이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는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대중항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 낡은 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할 때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지만, 북(조선)이 사회주의반제투쟁을 밀고 나가 제국주의지배체계를 타격할 때도 불안정이 심화된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3. 조미관계 정상화와 신식민주의지배형태의 전환


 

‘한미동맹’은 제국주의동맹체제인 미일동맹과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신식민주의체제의 통속적 이름이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중시하는 것은 군사전략적 가치이다.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군사령부를 남(한국)에 만들어놓고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각종 첨단무력을 집결시킨 것은, 남(한국)을 제국주의전쟁거점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뚜렷이 입증한다. 군사부문은 경제부문과 달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잇닿아있는 접촉면적이 거의 없어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생활현장에서 제국주의국가권력의 군사적 지배를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제국주의국가권력의 군사적 지배는 신식민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런데 제국주의전쟁거점으로 전락한지 60년이 넘은 남(한국)에서 지금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부쉬정부가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부쉬정부가 취해온 행동을 보아서,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북(조선)에게 압박과 제재를 이전보다 더 심하게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인데, 부쉬정부는 그런 예상을 뒤집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황망히 서두를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마저 해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예상을 뛰어넘으며 급변하는 오늘의 한(조선)반도 정세는, 2006년에 북(조선)이 미사일발사훈련과 지하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한 것을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거스른 반평화적인 행위라고 몰아붙인 반핵교조주의자들과 공상적 평화주의자들의 비난 섞인 주장이 사회주의반제투쟁을 알지 못하는 천박한 견해였음을 현실로 입증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정세의 급변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남(한국)의 수구반동세력은 ‘부쉬에게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조선일보』 2007년 2월 25일)고 반발하거나, 자기들이 상전으로 믿었던 부쉬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를 감히 비난할 수는 없으므로 반북(조선)대결을 부르짖는 일본 총리 아베신조(安培晋三)를 찬양하는(「조갑제의 통일전략」, 2007년 3월 7일) 치졸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지금 한(조선)반도에서 일어나는 정세변화는 반핵교조주의와 공상적 평화주의의 천박성을 드러내며, 수구반동세력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만큼 급진적이다.

부쉬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남(한국)의 수구반동세력이 우려하는 대로,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다섯 해 뒤에 전작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면, 남(한국)을 제국주의전쟁거점으로 전락시킨 군사적 지배체계가 이완될 것이다. 그렇지만 군사적 지배체계가 이완된다고 해서 제국주의전쟁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과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은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세변화에 발맞춰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바꾸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신식민주의지배형태의 전환은 제국주의국가권력이 군사부문을 틀어쥐고 남(한국)의 정치구조를 지배해온 기존형태를 내려놓고 그 대신 제국주의독점자본이 경제부문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전면적으로 틀어쥐고 남(한국)의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남(한국)에서 장악하려는 대상의 판별기준은, 1천만-1억 달러의 수준으로 매출하는 흑자기업, 매출성장이 연간 20-50%인 성장기업, 1인 소유체제이거나 지배주주가 소수인 기업, 해당산업부문에서 3위 이내에 들어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지금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광란적으로 다그치는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의 전략적 의도는, 남(한국)의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전면적으로 틀어쥠으로써 신식민주의지배권을 강화하려는데 있다. 저들의 의도는 워싱턴에 있는 극우성향의 민간연구기관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회장 에드윈 플너(Edwin J. Feulner)가 2006년 9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경제동맹을 통해 세계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하루빨리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전환하려는 미국의 다각적인 움직임과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북(조선)의 초강경한 압박공세가 2005년 상반기에 집중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워싱턴의 제국주의국가권력이 북(조선)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미협상을 전작권 반환을 위한 한미협상,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한미협상과 맞물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5년 2월 3일 ‘한미동맹의 전망’을 연구한 결과를 놓고 제1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와 한미자유무역협정 사전실무점검회의 제1차 회의가 동시에 서울에서 열렸고, 2005년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한국군은 10년 안에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서 발전해 나갈 것이며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서 독자적인 작전기획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2005년 6월 부쉬정부가 주한미국군 제2사단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끝마쳤는데, 북(조선) 외무성이 성명을 통해서 핵무기 보유 및 증산을 선언하면서 부쉬정부에게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라는 초강경한 압박공세를 가한 때는 2005년 2월 10일이었다.

만일 북(조선)이 부쉬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여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2.13 초기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면, 부쉬정부는 주한미국군을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강화하는 군사전략에 따라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면서도 전작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며, 협상장막 뒤에서 노무현정부를 소리 없이 압박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그토록 숨가쁘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미국이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한 주한미국군을 한(조선)반도 밖으로 출병하려고 전작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그러한 분석은 주한미국군이 이라크전선에 차출된 경험이 입증한 것처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틀어쥐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존치시킨 조건에서도 주한미국군을 한(조선)반도 밖으로 출병할 수 있음을 간과한 착오이다.

미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전작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까닭은, 주한미국군을 한(조선)반도 밖으로 출병하기 위한 어떤 근거나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작권 반환과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 그리고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라는 정세변화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에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북(조선)의 압박공세를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들의 전략적 판단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주한미국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한 뒤에 전작권을 돌려주고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해야 북(조선)과 국교를 수립할 때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라는 북(조선)의 압박공세에 맞설 수 있으며,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군사부문에서 경제부문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4. 조미관계 정상화와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정 심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는 제국주의국가권력으로부터 정치군사적 지배를 받고,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대량수탈을 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지배와 수탈이 배타적으로 자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체제는 국내지배계급의 억압과 국내예속자본의 착취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이때, 국내지배계급의 억압과 국내예속자본의 착취에서 드러나는 야만적 폭력의 강도는 신식민주의체제에 조성된 사회계급관계가 결정한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힘으로 국내지배계급의 억압과 국내예속자본의 착취를 반대하여 강하게 저항하는 조건에서는 야만적 폭력의 강도를 크게 낮추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중도개혁세력이 등장하고 도시중산층을 겨냥한 인기영합주의(populism)가 성공하여 집권에 이르는 이른바 민주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중도개혁세력의 집권으로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는 민주화(democratization)는 낡은 사회계급관계를 해체하는 사회변혁이 아니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진행된 민주화는 중도개혁세력이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전략에 따라 집권하여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이른바 자유화(liber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이다.

1980년대 중반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가 외채폭증으로 붕괴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자유화와 세계화의 이념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 한다. 신자유주의는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선임연구원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이 1989년에 내놓았던 이른바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라는 개념으로 정책적 윤곽을 잡았고, 제국주의국가권력의 수뇌부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검토되었으며, 워싱턴에 있는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전략거점들인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정책으로 채택되었다. 신자유주의세계화는 그렇게 출현한 것이다.

지금 남(한국)에서는 ‘민주세력’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한 중도개혁세력이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미친 듯이 추종하는 중이다. 그들은 국제통화기금사태가 일어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세계화를 추종해왔으며, 이제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임박한 올해에 대선국면을 맞으면서 남(한국)의 중도개혁세력은 지난 10년 동안 연거푸 두 차례나 집권에 실패한 수구반동세력의 집요한 도전을 뿌리치고 자기의 정권을 수호,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집권을 연장하려는 중도개혁세력과 정권을 빼앗으려는 수구반동세력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계기로 하여 ‘전략적 유연성’과 신자유주의세계화를 경쟁적으로 추종하게 되고, 그들의 경쟁적 노력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착취와 수탈을 가중시키고 사회계급관계의 양극화는 극도로 심화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신자유주의세계화는 저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신식민주의체제를 안정시키기는커녕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남(한국)에서 신자유주의세계화가 신식민주의체제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음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입증된다.

1) 지난 14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 71만 개가 사라졌고, 14만 개의 영세자영업이 파산하였다. 노동계급의 대량실업과 영세자영업의 대량파산은, 자본주의언론시장에서 흔히 ‘세계화의 부작용’이라고 왜곡하는 민생파탄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실업사태가 중소기업의 실업사태보다 훨씬 더 심각하였다. 대기업에 고용되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났는데도, 국내기업의 상위 5%를 차지하는 75개 대기업이 거머쥔 수익은 전체 기업이익의 89%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계급이 창출한 이윤 가운데서 상당부분은 대외교역이라는 이윤수탈통로를 통해서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넘어가고, 그 나머지는 국내예속자본이 집어삼킨다.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예속자본은 남(한국)의 노동계급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피땀을 구조적으로 쥐어짜는 것이다. 2003년 현재 남(한국)에서 수출로 얻어내는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647인데, 이것은 상품 1천 원어치를 수출할 때 국내에서 생겨나는 부가가치가 647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수출로 생겨나는 이윤 가운데서 65%는 국내예속자본이 집어삼키고, 35%는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지금 남(한국)이 반도체,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를 많이 수출하는 수출강국이라고 하지만,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진행되는 대외교역은 남(한국)의 노동계급에 대한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예속자본의 이중수탈통로인 것이다.

2) 2006년 남(한국)에 밀려들어간 외래직접투자(FDI)의 규모는 2005년에 비해 34%나 늘어난 1조2천300억 달러였다. 외래직접투자 가운데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 비율이 79%에 이른다.

특히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이윤수탈이 금융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적 대량수탈이 자행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홍콩 상하이 뱅크 코오퍼레이션(HSBC), 메릴 린치(Merrill Lynch),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아이엔쥐 그룹(ING Group), 제이피 모건(JP Morgan & Co.),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Standard Chartered Bank) 같은 미국계 제국주의금융자본이 남(한국)의 금융시장을 틀어쥐는 중이다.

미국계 제국주의금융자본이 남(한국)의 금융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1994년 3월 현재 69억2천500만 달러이었는데 국제통화기금사태가 일어난 1997년 12월에는 152억6천200만 달러로 급증하였고 2005년 12월 현재 1천102억6천4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저들이 남(한국)의 채권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7%를 밑도는 반면, 압도적인 것은 주시시장에 투자한 금액인데, 채권투자는 1994년 25억7천300만 달러에서 2005년 82억4천300만 달러로 세 배가 늘어난 것에 비해, 주식투자는 1994년 43억5천200만 달러에서 2005년 1천102억6천400만 달러로 25배나 늘어났다. 남(한국)의 주가총액의 15%를 틀어쥔 미국계 제국주의금융자본이 2005년 한 해 동안 남(한국)의 주식시장에서 ‘평가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수탈한 금액은 899억7천만 달러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전략적 승리를 쟁취하여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전환하게 만듦으로써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정성을 더 한층 고조시킨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북(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상응하여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 미국은, 지금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마구 밀어붙여 신식민주의지배권을 놓치지 않고 더욱 강하게 틀어쥐려는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식민주의체제 안에 존립하는 남(한국)의 지배계급은 미국의 그러한 움직임을 뒤따르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향해 마구 내달리는 중이다.

그렇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신식민주의지배형태를 전환하여 신식민주의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저들의 전략적 의도와 어긋나게, 신식민주의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협요인으로 전화될 것이다. 그 까닭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남(한국)이 이전보다 더 잔혹한 제국주의수탈거점으로 전락하는 경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피땀을 쥐어짜는 신식민주의체제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고, 결국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덧쌓인 분노가 여기저기서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남(한국)을 제국주의전쟁거점으로 전락시키고 제국주의국가권력의 군사적 지배를 보장해왔으나,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군사적 지배를 일상생활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그 조약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므로, 신식민주의체제를 반대, 배격하는 투쟁의지를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불러일으킬 수 없었다. 평택미국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투쟁이 제국주의국가권력의 군사적 지배를 거부하는 투쟁인데도, 투쟁역량이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일부에 한정되고 거대한 대중동력으로 확대되지 못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그와 달리, 남(한국)을 이전보다 더 잔혹한 제국주의수탈거점으로 전락시키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미국계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피땀을 쥐어짜는 대량수탈의 재앙을 몰고 올 것이며, 그 재앙에서 벗어나려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신식민주의체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앞에서 ‘동맹의 가면’을 내던지고 ‘재앙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이후 몰려올 제국주의독점자본의 대량수탈에 맞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격렬한 저항은, 광범위한 전선을 형성한 대중항쟁으로 확대, 발전될 것이다. 사회계급관계가 양극화되어 고통과 불안이 심화, 확산된 객관적 조건으로 보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10년 동안 대중투쟁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진보정당이 창당된 이후 7년 동안 정치투쟁역량을 강화한 주체적 조건으로 보나, 신식민주의체제를 강타하는 대중항쟁의 폭발을 예견하는 것은 무리한 관측이 아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대중항쟁의 다양한 경험들이 말해주듯, 대중항쟁이 일어나는 방식, 형태, 경로는 당시 조성된 사회계급관계와 제국주의지배력의 강도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신식민주의체제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 대중항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5. 조미관계 정상화와 반제정치연대 형성


 

인기영합주의의 분홍색 깃발을 흔들면서 집권에 성공한 중도개혁세력은 조미관계가 정상화되는 정세변화에 발맞춰 재빨리 자기들의 머리 위에 ‘평화세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어설픈 변신을 시도하겠지만, 그것은 기회주의적 행동일 뿐이다. 기회주의라는 오랏줄에 얽매인 그들은 한(조선)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세우는 과업이 조미관계 정상화에서 진행을 멈출 것이며, 평화체제가 세워지고 전쟁위험이 제거되면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평화체제 수립은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조미관계 정상화에서 진행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의 붕괴를 촉진하는 새로운 요인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조미관계가 정상화되고 한(조선)반도에 평화체제가 세워지는 과정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은 사회주의세력과 민족주의세력의 정치연대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세력이란 자주적 사회주의의 길을 가는 북(조선)의 혁명세력만이 아니라 남(한국)에서 사회주의적 지향을 가지고 사회변혁의 길을 가는 진보세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고, 민족주의세력이란 사회변혁과 단절된 채 미국에 대한 남(한국)의 의존성과 한미관계의 불평등성을 반대하는 보수세력을 뜻한다.

사회주의세력과 민족주의세력이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까닭은, 사회주의세력이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공동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세력과 연대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세력은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공동목적을 추구하기에 민족주의세력과 연대할 수 있고, 또 그 두 세력은 한(조선)반도의 통일이라는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치연대의 수준을 높여갈 것인데,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 두 세력의 정치연대가 반제전략에 결부된다는 점이다.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반제전략과 반자본전략을 추진하는 사회주의세력은 반자본전략을 외면하고 반제전략만 추진하는 민족주의세력과 손잡고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반대하는 반제투쟁의 길에서 연대하게 되는데, 그것을 반제정치연대라 한다. 다른 한편, 여러 갈래의 사회주의세력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반제정치연대가 아니라 사회주의정파연합이다.

그런데 토대-상부구조론에 근거한 도식적인 사고에 따라서 정치연대의 기준을 반자본전략에 두는 것은, 위에서 논한 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와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를 혼동하는 인식착오의 결과이다. 더욱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변혁에서 반제전략을 외면, 경시하면서 반자본전략을 배타적으로 추진하는 계급투쟁에 집중하는 것은 오류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예속자본을 적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영세자본까지 적대하는 반자본전략과 그에 의거한 계급투쟁은,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계급보다 훨씬 더 고통을 겪고 있는 영세자본가들의 분노가 덧쌓이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서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사회변혁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한국)의 자본규모를 보면, 2004년 현재 5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한 영세제조업은 20만5천여 개, 영세서비스업은 24만여 개다. 노동자 5-9명을 고용한 영세제조업은 5만5천976개(전체의 50% 이상), 노동자 50-299명을 고용한 중규모 제조업은 8천38개(전체의 7.2%), 노동자 300명 이상을 고용한 대규모 제조업은 695개(전체의 0.6%)이다. 영세기업에 고용된 노동자가 전체 기업의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양적 비중은 75.7%이며, 영세기업의 부가가치 생산비중은 49.4%이다.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전개되는 반제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계급투쟁과 결합할 때 비로소 사회변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데, 반제투쟁과 결합한 계급투쟁은 반자본전략에 배타적으로 집중하는 계급투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반대하는 반제전략에 의거하여 제국주의독점자본과 국내예속자본을 반대하는 계급투쟁이다.

사회주의세력과 민족주의세력이 반제정치연대로 나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맹종하면서 집권을 연장해오는 중도개혁세력의 결합력은 약화될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지닌, 거의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결함은 약한 결합력이다. 결합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세력이 도시중산층을 달래주는 인기영합주의밖에 의존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도개혁세력이 선거국면에서 분당과 탈당, 합당과 창당을 되풀이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결합력의 취약성을 드러내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결합력이 약한 중도개혁세력은 조미관계 정상화가 일으키는 한(조선)반도의 정세변화에 휘말리면서 양분될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을 둘로 갈라놓는 경계는 반제성향이다. 민족주의세력과 연대한 사회주의세력은, 반제성향을 지니고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지지하는 중도개혁세력과도 연대하게 될 것이다. 그와 달리, 신식민주의예속성에 매몰된 채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맹종하는 중도개혁세력은 사회주의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수구반동세력의 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중도개혁세력이 분열되고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은, 집권전략을 밀고 나가는 진보정당에게 결정적인 집권기회를 안겨준다.

사회주의세력과 민족주의세력이 연대하고, 중도개혁세력의 일부가 그 정치연대에 가담하는 정치지형의 변화는, 신식민주의예속성을 찬양하며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맹종하며 반사회주의적대행위를 고무하고 한(조선)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남(한국)의 수구반동세력을 고립시킬 것이다.

제국주의수탈거점으로 전락한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구반동세력과 그 세력의 편에 넘어간 중도개혁세력에게 등을 돌리고 한(조선)반도의 범위에서 형성된 반제정치연대를 지지할 때, 신식민주의제의 붕괴가 촉진되기 시작한다.


 

6. 글을 맺으며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북(조선)에게 제국주의압박공세를 일방적으로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우세한 힘으로 정세변화를 이끌어간다고 보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 아니다.

북(조선)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치과제를 제기하였고, 그 정치과제를 실현하려고 모진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난 14년 동안 투쟁해왔을 뿐 아니라, 오늘에는 그 정치과제를 해결하는 열쇠, 곧 한(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이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법이다.

북(조선)이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은, 제국주의와 대결하기를 포기 또는 중지한 중국이나 리비아 같은 나라들이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비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조미관계 정상화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하는 통상적인 수교과정으로 보이겠지만,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조미관계 정상화는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을 사회주의반제투쟁의 전략적 승리로 이끌어 가는 격전과정이다. 

북(조선)의 사회주의반제투쟁이 전략적으로 승리할 때, 그것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아 ‘한미동맹’이라는 통속적 이름을 가진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위에서 논한 대로, 그 변화는 신식민주의지배형태가 전환되고, 신식민주의체제의 불안정이 심화되며, 반제정치연대가 형성되는 미증유의 변화이다.

주목하는 것은, 변화가 붕괴 자체가 아니라 붕괴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그리고 그들의 정치역량이 결집한 진보정당의 투쟁이 끊임없이 강화, 확대되어 대중항쟁의 폭발력을 분출시키지 못한다면, 신식민주의체제에서 그러한 미증유의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그 체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며,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진다 해도 그 체제의 붕괴가 진보정당의 집권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정력은 남(한국)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그리고 그들의 정치역량이 결집한 진보정당에게 있다. (2007년 3월 17일 작성)


 

* 이 글은 민주노동당에서 펴내는 월간 정책이론지 ‘이론과 실천’ 2007년 4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