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 신식민주의체제의 불능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핵시설의 불능화와 조미관계의 정상화

2.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와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

3.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추진일정을 앞당기다

4.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과 민주주의혁명의 촉진

5. 신식민주의체제를 불능화하는 진보변혁세력의 투쟁


 

1. 핵시설의 불능화와 조미관계의 정상화


 

왜곡, 은폐, 축소를 보도관행으로 일삼는 자본주의언론시장마저도 한(조선)반도의 현 정세가 비핵화로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본주의언론시장을 넘나드는 정세분석가들도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가로막거나 되돌릴만한 걸림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한 견해는 그릇된 것이 아니지만,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논하는 것만으로는 한(조선)반도 정세변화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자본주의언론시장의 보도관행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적 현상에만 집착한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북(조선)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라는 한 가지 의미로만 규정해버리는 편향적 보도관행이 그것이다.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본주의언론시장의 편향적 보도관행을 넘어서 올바른 정세인식을 얻어내는 것이다.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북(조선)이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을 개발, 생산, 보유한 목적은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회담을 거부해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압박하여 조미 정치회담을 재개하고 그 회담을 진전시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므로 핵시설을 불능화하기 위해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이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규정하는 본질은 북(조선)의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북(조선)의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은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9.19 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는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합의한 공약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미관계 정상화를 북(조선)의 개방과 개혁으로 끌어가려고 획책하겠지만, 그러한 획책을 거부하는 북(조선)은 조미관계 정상화를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를 관철하는 결정적 기회로 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수교회담은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조미 정치회담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 회담은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는 가장 중대한 의제를 논의할 것이다. 그러한 중대한 의제를 다루는 협상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는 법이다.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지 않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지 않는 조미국교 수립은 실현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북(조선)은 제국주의점령군 철군을 반대하는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정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를 조미국교 수립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북(조선)이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를 무엇보다 중시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력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북(조선)은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라는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1970년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 국력을 기울여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같은 비재래식 무기를 만들어왔다. 북(조선)이 1998년 5월에 비공개 핵실험을 실시하고 같은 해 8월에 백두산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나, 2006년 7월에 최신형 첨단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고 같은 해 10월에 공개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였던 정치적 목적은,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강하게 압박하여 조미 정치회담을 재개함으로써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진상은폐를 일삼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훈련이 실패했다는 헛소문을 꾸며내어 퍼뜨리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훈련에 그러한 정치적 목적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감추었다.

제국주의점령군과 핵우산 공약을 남(한국)을 지켜주는 ‘안보의 지렛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조선)은 주한미국군을 자국 영토의 절반인 ‘남조선’을 강점한 제국주의점령군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조선)반도 전역을 뒤덮어놓은 핵우산 공약을 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선제핵타격으로 파괴하는 북침전쟁공약으로 보고 있다. 북(조선)은 남(한국)을 다른 나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한(조선)반도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영토임을 인정해왔다.

만일 1910년대에 러시아사회주의연방공화국 영토의 절반이 독일군에게 점령당했다면 1917년에 일어난 사회주의10월혁명의 전략은 제국주의점령군을 몰아내는 철군투쟁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제국주의점령군이 자기 영토의 절반을 강점했는데도 철군투쟁에 나서지 않는 혁명세력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북(조선)이 반제군사전선을 형성한 목적은, 자기 영토의 절반을 강점한 제국주의점령군을 몰아내려는 것이다. 전쟁중독증에 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몰아내려는 북(조선) 반제군사전선의 철군압박에 맞서기 위해, 제국주의점령군의 북침공격력을 끊임없이 훈련, 증강하면서 제국주의전쟁위험을 높였고, 그에 맞선 북(조선)은 제국주의전쟁위험이 높아질수록 반제군사전선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전 이후 54년 동안 한(조선)반도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대체되기는커녕, 때로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무력충돌위기에 다가섰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와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


 

북(조선) 핵시설의 불능화가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는 조미관계의 정상화로 나아갈 때, 그것은 제국주의전쟁기제(imperialist war-machine)의 불능화로 이어진다. 9.19 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를 실현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라고 말할 수 있다.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란, 북(조선)의 핵시설이 불능화되는 것에 상응하여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한(조선)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이다.

요즈음 자본주의언론시장에서는 평화체제가 세워지고 조미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전체제의 종말, 평화체제의 수립, 조미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지는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의 진전은 제국주의전쟁기제가 영구히 폐기되는 불능화 과정인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로 귀결되는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 과정에서 해결되는 초기조치(initial actions)이다. 2006년 9.19 공동성명에서 천명하고 2007년 2.13 초기조치에서 합의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정전체제에서 작동해온 제국주의전쟁기제의 영구적 불능화이다.

정전체제에서 작동해온 제국주의전쟁기제를 불능화하지 않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실현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만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제국주의전쟁기제를 끝내 불능화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9.19 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는 결국 파기되고 말 것이다. 그 공약이 파기된 뒤에 몰려올 대파국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어떤 치명상을 입힐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9.19 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을 만큼 6자회담의 합의와 실천이 진전되었다는 점, 그리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는 파기 이후의 대파국을 견뎌낼 위기관리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의 진전경로는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 경로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 과정에서 실현하려는 것은 사회주의평화강령(socialist peace program)이다.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이자 제국주의전쟁강령의 파산이다. 자주적 사회주의 대 반동적 제국주의의 대결에서 자주적 사회주의가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때, 제국주의전쟁기제는 영구히 불능화될 것이다. 오늘 사람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정세변화가 입증하듯, 자주적 사회주의의 평화강령이 실현되기 시작하였으며 반동적 제국주의의 전쟁강령은 파산되기 시작하였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강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말하는 개방개혁강령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평화강령으로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비핵화강령을 사회주의평화강령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 정세의 변화방향을 살펴보면, 북(조선)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급속도로 진전시키고 완성함으로써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하고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것으로 보인다. 북(조선)에서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하고 제국주의전쟁강령을 파산시키는 것을 선군혁명의 승리라고 부를 것이다.  

정전체제에서 작동하는 제국주의전쟁기제가 영구히 불능화될 가능성은 세 갈래로 나타난다.

첫째 가능성은 조선인민군이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혁명전쟁을 일으켜 무력으로 제국주의전쟁기제를 불능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중독증에 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핵전쟁을 도발할 구실을 준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둘째 가능성은 남(한국)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로 세워진 자주적 민주정권이 제국주의점령군을 몰아내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남(한국)에 자주적 민주정권이 세워져서 제국주의점령군이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이 무효화되면 바람직하겠으나, 진보적 정권교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은 조건에서 북(조선)이 진보적 정권교체가 실현될 때를 기다리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자기의 임무수행을 중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셋째 가능성은 북(조선)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조미 수교회담으로 끌어내어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를 협상의제로 내놓고 힘으로 밀어붙여 관철하는 것이다. 북(조선)에게는 이것이 가장 현실성이 있는 방도로 된다.

조미 수교회담을 진행하려면 우선 한(조선)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평화회담이 일정에 올라야 한다. 물론 평화회담이 완결된 뒤에 순차적으로 수교회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을 동시적으로 병행할 수 있다. 2.13 초기조치에서 나타난 대로, 현 시점에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현실적인 방도는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의 동시병행이다.

정전 이후 50년이 넘은 기간 동안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이 불가능했던 까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조선)을 회담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어떤 형태의 정치회담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저들을 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북(조선)은 매우 특별한 압박전략을 밀고 나갔는데, 그것이 바로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같은 비재래식 무기를 개발, 생산, 보유함으로써 저들을 내리누르는 압박전략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주무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맞서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보통국가가 가진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 같은 비재래식 군사력을 가지고 압박전략을 밀고 나갈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비재래식 군사력을 가지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강하게 압박하여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려고 힘써온 북(조선)의 타산은 마침내 적중하였다. 교전당사국인 북(조선)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을 끊임없이 거부해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제국주의패권구도가 정전협정 체결 이후 58년만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북(조선)이 비재래식 무기를 개발, 생산, 보유하는 것은 단순한 무력증강전략이 아니라, 제국주의점령군 철군과 핵우산 공약 무효화를 위한 정치회담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전쟁기제를 불능화하는 반제군사전략이다. 물론 북(조선)이 실전배치한 비재래식 무기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침전쟁을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전쟁억지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북(조선)은 정전체제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북침공격억지강령보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


 

3.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추진일정을 앞당기다


 

북(조선)이 실현하려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은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물질과 핵무기를 폐기할 뿐 아니라, 핵탄두를 운반하는 중장거리미사일까지 폐기한다는 뜻에서 진정한 평화강령이다. 사회주의평화강령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이 비핵화강령을 실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까지 모두 폐기하지는 않고 군사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린 지하시설에 숨겨놓지 않을까 하고 섣불리 속단한 나머지,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이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걱정부터 앞세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사회주의평화강령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무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편견이 빚어내는 한낱 기우일 뿐이다. 2000년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부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내비친 의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북(조선)이 추구하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은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물질을 폐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도 모두 폐기하는 진정한 평화강령이며, 사회주의평화강령을 하루속히 실현하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조선)은 이미 1970년대에 사회주의평화강령을 내왔으며,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30년 이상 줄기차게 그 강령을 실현하려고 힘써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이 후계자로 추대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 군사전략을 지휘해왔다. 지금 북(조선)이 비핵화 일정에 따라서 폐쇄하려고 생각하는 방대한 핵무기생산시설은 30년 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장지도에 따라 건설되고 개량되고 확장된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물질을 폐기하며 더 나아가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까지 폐기하는 과감한 결단은,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 군사전략을 지휘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이다. 

1990년대 하반기에 ‘고난의 행군’을 강행하는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죽을 먹어야 하는 가혹한 시련 속에서도 북(조선)이 각종 비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방대한 지하시설을 한 순간도 멈춰 세우지 않은 까닭은, 반제군사전선에서 군사력을 강화해야 제국주의전쟁강령을 파탄시키고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놀랍게도 그 믿음은 현실로 전변되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시키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려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은 오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문턱에 성큼 다가섰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에나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회주의평화강령은 불과 몇 해 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평화회담에서는 패전국이 승전국에게 전쟁배상금을 지불하는 국제법적 절차를 합의하게 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만일 한(조선)반도의 평화회담을 조미 양자회담으로 진행할 경우, 57년 전에 북(조선)의 영토를 무력으로 침공하였다가 패하고 퇴각한 미국에게 북(조선)이 전쟁배상금을 요구하지나 않을까 우려하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미 평화회담을 끝내 비껴가면서 남북(북남),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 평화회담을 고집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조미 수교회담이 열리면 북(조선)은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의 개발, 생산, 보유를 전면적으로 중지하는 참으로 과감한 조치를 내놓음으로써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몰아내고 핵우산 공약을 무효화하는 사회주의평화강령을 실현할 것이다.

그런데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정작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대상은 전쟁중독증에 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까지 모두 폐기하는 북(조선)의 과감한 정치적 결단에 상응하여 한(조선)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은 아직 생기지 않는다. 그 까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하는 것을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무너지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급변하는 정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을 폐기하는 비핵화조치에 상응하는 철군결정을 내리기를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들도 이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이 진전될수록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담판의 벼랑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제국주의점령군이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이 무효화된 새로운 전략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에게 안겨주는 대응책을 고심하게 될 것이다.

조미 수교회담에서 북(조선)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하라는 성급한 요구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하는 것은 북(조선)의 임무가 아니라 앞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통해서 등장할 남(한국)의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행해야 할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존치하는 조건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을 철군하고 핵우산 공약을 포기하는 대신 미일동맹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남(한국) 신식민주의체제의 전략환경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국군 무력증강, 미일동맹군 무력증강과 미사일방어체계 수립, 그리고 평택 신속기동군기지 건설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새로운 전략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니게 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언론보도내용을 분석해보면, 북(조선)은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인 2008년 10월말까지 조미관계 정상화를 마무리하려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열어놓고 몇 해가 될지 모르는 지루한 세월을 지나면서 수교협상의 줄을 끌고 당기는 중간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곧바로 국교수립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자기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조선)의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을 폐기시키는, 미국 정치사에 남을 외교성과를 얻어내려면 수교회담일정을 앞당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조선)을 더 이상 ‘테러지원국’으로, 적성국교역법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태도전환 가능성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물질을 폐기하고 핵무기와 중장거리미사일을 폐기하는 일련의 공정은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복잡하므로 몇 달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조미국교를 수립하는 단계적 발전과정에서 북(조선)도 폐쇄, 폐기, 해체로 이어지는 비핵화공정을 단계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북(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60주년이 되는 2008년에, 다시 말해서 부쉬정부의 임기 안에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을 본격적으로 밀고 나갈 강한 요구를 느낄 것이다. 자기 임기 안에 미국 정치사에 남을 외교성과를 얻고 싶어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의 철군요구에 커다란 부담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철군협상에 응할 것이다.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외국군 철군경험을 살펴보면, 단계적 철군에는 대략 3년 정도의 실행기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2008년 11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쉬정부가 자기 임기 안에 진행될 조미 수교회담에서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여 철군결정을 내리고, 2009년부터 철군을 개시하면 2011년에 철군을 끝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한 철군일정이 현실로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2007년 9월부터 시작될 조미 수교회담에서 북(조선)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힘으로 밀어붙여 철군요구를 관철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철군협상에서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가 관철될 수 있을까? 북(조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내세웠던 견고한 ‘삼중 방어선’, 다시 말해서 선 동결 후 협상, 조미 양자회담 거부, 그리고 제국주의금융제재 강행을 모조리 격파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정치적으로 굴복시킨 것이다.

군사력 수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조선)의 요구에 정치적으로 굴복한 까닭은, 미일군사동맹의 핵심전략인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북(조선)의 첨단미사일체계, 제국주의점령군의 새로운 전략거점으로 떠오른 평택 신속기동군기지를 무력화시킬 북(조선)의 초강력한 비재래식 첨단무기체계를 직접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2007년 7월의 미사일 발사훈련과 10월의 핵실험은, 다른 나라들이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나 실험과 달리, 북(조선)이 제국주의전쟁강령을 무력화시킬 첨단무기체계를 과시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정치적으로 굴복시킨 놀라운 사변이었다. 미사일 발사훈련과 핵실험에서 북(조선)이 어떠한 첨단무기체계를 과시하였는지를 논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북(조선)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삼중 방어선’을 격파하고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졌으므로 철군협상의 승산은 무리한 예상이 아니다.

2012년은 북(조선)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므로, 북(조선)은 제국주의전쟁기제를 불능화하는 임무를 2011년 말까지 기본적으로 마무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철군일정을 마무리하는 해를 2011년 말로 예상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4. 사회주의평화강령의 실현과 민주주의혁명의 촉진


 

신자유주의세계화라고 부르는 반동화의 거대한 물결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최고정점으로 조직되어 움직이는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새로운 운동방식이다. 신자유주의세계화를 제국주의세계체제와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운동방식만 알고 운동실체는 알지 못하는 몰이해이다. 

그런데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운동방식은 그 체제의 모순을 이완시키기는커녕 날로 격화시키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이 입증하는 것처럼, 제국주의세계체제의 새로운 운동방식은 그 세 대륙에서 자행되는 금융적 대량수탈, 식량자급기반 파괴, 석유자원 약탈, 그리고 국지적 무력침략을 특징으로 한다.

첫째, 금융적 대량수탈은 신식민주의예속자본의 ‘인력구조조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착취의 수렁 속으로 마구 떠밀어 넣는, 그리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궁핍과 빈곤을 강요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신식민주의금융시장에 지배와 수탈의 올가미를 걸어놓고 마구 조여대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을 쥐어짜는 대량착취의 근본원인이다. 금융적 대량수탈이 가중될수록 대량실업과 비정규직 대량착취가 만연하고, 그에 따라 ‘저소득층’이라고 부르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것만이 아니라, 신식민주의예속자본이 제국주의독점자본에 기생하면서 비대하게 살찐 남(한국)에서는 대량실업 및 비정규직 대량착취와 더불어 중소자본의 연쇄파산이 병행됨으로써 도시소자산계층까지 궁핍과 빈곤에 빠지게 된다. ‘소득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자본주의언론시장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삶이 전반적으로 궁핍화되면서 분노가 덧쌓이고 있는 현실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둘째, 식량자급기반 파괴는 국제적 식량식품유통체계를 틀어쥔 제국주의독점자본이 신식민주의체제에 마지막으로 남은 농업, 축산업, 수산업마저 모조리 파괴하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근로농민이 노동계급과 함께 생존권사수투쟁에 나서게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처럼 생존권을 짓밟히는 노동계급과 근로농민, 그리고 몰락하는 도시소자산계층의 분노와 저항이 하나의 지향점으로 모아지면서 큰 규모로 응집된 폭발력을 가질 때, 그리고 그 폭발력을 한꺼번에 분출시킬 기폭계기에 불이 붙을 때, 바로 그때 1987년의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합해놓은 미증유의 대중항쟁이 일어나게 된다. 1972년 ‘유신체제’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삶을 더욱 잔혹하게 짓밟기 시작한 뒤로 15년 동안 덧쌓인 분노가 1987년에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으로 폭발하리라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세계화의 광풍이 외환위기, 구조조정, 사회양극화라는 재앙을 일으킨 1997년 이후 10년 동안 생존권을 짓밟히며 고통과 불행을 겪어온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덧쌓인 분노가 언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셋째, 한(조선)반도에는 석유자원이 없으므로 석유자원 약탈이라는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석유자원 약탈은 중동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다.

넷째, 국지적 무력침략은 이른바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반테러전쟁’이라는 구실로 저지르는 제국주의침략전쟁의 새로운 전개형태이며, 금융적 대량수탈, 식량자급기반 파괴, 석유자원 약탈을 마음대로 저지르기 군사적 선택(military option)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군사적 선택은, 벌써 몇 해째 전쟁재앙으로 불타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현실이 보여주듯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파괴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군사적 선택에 걸려들어 생지옥으로 전락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행하는 민주주의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남(한국)과 베네주엘라는 사정이 다르다. 베네주엘라는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중이고, 신식민주의체제가 짓누르고 있는 남(한국)에서는 민주주의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보인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는 남(한국)과 베네주엘라 이외에도 민주주의혁명이 수행 중이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 더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대상만 논한다.

베네주엘라의 민주주의혁명은 군사분계선도, 정전체제도, 제국주의점령군도, 핵우산 공약도, 무력대치도 없는 평시상태에서 수행되고 있다. 베네주엘라의 민주주의혁명이 평시상태에서 수행된다 해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베네주엘라의 민주주의혁명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베네주엘라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강력한 힘을 공급받고 있는 베네주엘라의 민주주의혁명을 파괴하려고 섣불리 덤볐다가 실패할 수 있으므로 반혁명공세를 자제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베네주엘라와 달리,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의 가능성은 준전시상태에 붙들려 있다. 한(조선)반도의 준전시상태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를 거부하면서 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겨냥하여 선제핵타격을 노리는 제국주의전쟁강령이 조성한 위험한 정세이다. 남(한국)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거의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준전시상태의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까닭은, 핵우산을 공약한 제국주의전쟁강령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제국주의전쟁기제가 정전체제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변혁의 객관적 조건이 평시상태와 준전시상태로 갈라지는 차이는 베네주엘라의 민주주의혁명과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이 다른 경로를 밟아가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의 정세가 무르익지 못한 밋밋한 세월이 50년이 넘도록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지만, 제국주의전쟁기제가 민주주의혁명의 발전전망을 가로막으며 반동적으로 작용하여왔다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세가 제국주의전쟁위험에 사로잡혀 있을 때, 민주주의혁명의 승리적 미래를 전망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전쟁위험을 걷어내야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을 앞당길 수 있으며, 혁명경로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또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민주주의혁명의 승리적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한(조선)반도의 정세에서 제국주의전쟁위험을 걷어내는 매우 복잡다단한 과정을 한 마디로 줄여서 표현한 것이 비핵화라는 개념이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어떻게 제국주의전쟁위험을 걷어낼 것인지에 관해서는 위에서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를 논하면서 이미 설명했으므로, 이제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제국주의전쟁위험을 걷어냄으로써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그 혁명을 촉진시키는 것에 관해서 설명한다.

명백하게도, 민주주의혁명은 제국주의세계체제와의 단절, 신식민주의체제의 붕괴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제국주의반동세력과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지만, 그 정면충돌이 언제나 어느 나라에서나 반드시 전쟁형태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식민주의체제가 정전체제에 묶여있는 남(한국)에서 그러하다. 남(한국)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기반으로 하여 등장한 진보변혁세력이 제국주의점령군과 직접적, 전면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남(한국)에 형성되는 민주주의혁명의 반제전선은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 대중항쟁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혁명무력을 앞세우는 북(조선)의 반제군사전선과 다르다.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은 무력충돌을 일으키는 내전이 아니라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이 결합된 형식의 대중항쟁으로 진전하게 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전쟁기제가 불능화될 때, 그것이 신식민주의체제의 불능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온갖 방해공작에 힘을 쏟겠지만, 한(조선)반도의 정세를 짓눌러왔던 제국주의전쟁기제가 불능화되는 것은, 남(한국)의 민주주의혁명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는 것이다.


 

5. 신식민주의체제를 불능화하는 진보변혁세력의 투쟁


 

평화회담과 수교회담이 진전되면서 제국주의전쟁기제가 불능화되는 것은, 남(한국)의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미 사이에서 추진되는 정치과제이다. 주목하는 것은, 남(한국)의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그 정치과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해결될 것인지를 가늠하면서 그 변화속도에 맞게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의 주객관적 조건을 성숙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전쟁기제가 불능화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불능화되는 것은 아니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불능화되는 것은 그 체제에서 고통과 불행을 겪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으로 가능한 일이다.

남(한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불능화되는 문제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생존권을 짓밟히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삶이 전반적으로 궁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양극화라고 부르는 현상은, 사회구성원이 어떤 양극점으로 분할, 이동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삶이 전반적으로 궁핍화되는 것을 뜻한다.

현실 속에서 체험하는 것처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전반적 궁핍화는 사람이 먹고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요구를 전투적으로 제기하게 만든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생존권 요구를 전투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진보변혁세력이 사회계급의 세력관계를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 요구를 떠나서 사회계급관계를 논하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경제주의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겠지만, 대중항쟁이 생존권사수투쟁을 떠나서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주관주의적 관념이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투쟁, 그 속에서 대중항쟁의 무한한 잠재력을 찾아내고 그것을 사회변혁의 동력으로 발동시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혁명의 기본전략이 아닌가. 요즈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에게 안겨주는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생존권사수투쟁을 어떻게 결집시키고 어떻게 총파업투쟁으로 전환시킬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제이다.

반제투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궐기한 계급투쟁으로부터 거대한 동력을 공급받아야 승리할 수 있으며, 계급투쟁은 반제전선에 결집되어야 전략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고통과 불행에 몰아넣은 신식민주의체제를 불능화시키는 것은, 자연발생적 대중항쟁이 아니라 변혁지향적 대중항쟁이다. 그러한 항쟁은 계급적 중심과 대중적 기반을 가진 통일전선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모든 진보적 대중단체들의 조직역량을 진보정당과 통일전선체에 집중시키고, 진보정당과 통일전선체의 지위와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것은 뒤로 미룰 수 없는 당면과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주노조와 농민회를 중심으로 하는 각계층 대중단체들이 길러온 힘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이 사회변혁의 동력을 보장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가 현실 속에서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사회변혁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장애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진보변혁세력이 처한 복잡한 내부현실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장애현상이란 자기 정파의 협소한 이익에 매달리는 태도, 또는 개인출세욕이나 소영웅주의에 빠진 몇몇 정치활동가들이 끼치는 폐해 따위들이다. 노동계급 출신이나 근로농민 출신의 정치활동가들보다 학생운동이나 지식인운동에서 배출된 정치활동가들이 그러한 태도와 폐해를 훨씬 더 많이 드러낸다. 도시소자산계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변혁세력이 그러한 태도를 통제하고 그러한 폐해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작동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태도와 폐해를 극복하려는 자기혁신의 노력에 게으를 때, 진보변혁세력은 내부갈등과 자기분열로 힘을 소진하면서 세월만 허송하게 된다. 진보변혁세력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은 외부의 적대세력이 들이미는 탄압이 아니라 진보변혁세력에게서 청산되지 않은 낡은 사고방식과 편협한 사업작풍이 활동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민중참여경선을 선거전술로 내밀지 못한 채 정파중심경선으로 흘러가는 것은, 청산되지 않은 낡은 사고방식과 편협한 사업작풍이 불러온 진보정당의 장애현상이자 진보변혁세력의 마비현상이다. 

진보정당이 장애현상을 겪고, 진보변혁세력이 마비현상을 겪고 있을 무렵,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전쟁기제의 불능화를 추구하는 진보정당이 선거에서 완전히 참패하기를 바라고, 조미관계 정상화에 정치적으로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수구반동정당이 선거에서 패하기를 바라며, 조미관계 정상화에 적응력이 있는 중도개혁정당이 간판을 바꿔달고 등장하여 재집권함으로써 신식민주의체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진보정당은 무기력증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정당의 무기력증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공급되는 투쟁동력이 끊어지거나 약해졌을 때 생겨나는 질병이다. 진보정당이 선거국면에서 빠지기 쉬운 선거무기력증 역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선거전술의 투쟁동력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투쟁동력을 공급받는 것은, 여유를 가지고 공급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존망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100만 민중대회를 개최하는 선거전술은 선거무기력증을 느끼는 진보정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선거국면을 대중역량으로 돌파하는 가장 위력적인 선거전술로 될 것이다.

100만 민중대회 선거전술은 단일한 전선의 깃발 아래 결집된 대중역량에 의거하여 투쟁하는 민주주의혁명의 전략노선에 부합하는 선거전술이며, 복잡하게 뒤엉킨 선거국면을 그 전략노선에 따라 정면돌파하는 과학적인 선거전술이며, 오직 진보정당만이 밀고 나갈 수 있는 독자적인 선거전술이다.

100만 민중대회 선거전술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으려면,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무엇보다도 부문과 지역에 산재한 생산현장, 생활현장에 파고들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분산된 조직역량을 단일한 전선으로 결집시키는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여야 하며, 그와 더불어 대중조직역량이 결집된 단일한 전선에서 어떻게 진보적 정권교체의 추진동력을 끌어낼 것인가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100만 민중대회 선거전술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맨땅에서 밀고 나갈 수 없으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속에서 전개하는 선전선동과 진보변혁세력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상교양으로 튼튼하게 다져진 바탕에서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져진 바탕에서 100만 민중대회 선거전술을 밀고 나갈 때, 민주주의혁명을 촉진하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투쟁열기가 신식민주의체제 아래 짓눌린 땅과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2007년 7월 3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