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

<연재기고>제2차 남북정상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 4

박경순 (한국진보연구소 상임연구위원)
 

 

8월28일-3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특히 의제와 관련한 많은 논란들이 오가고 있다. 통일뉴스는 박경순 한국진보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의 연재 기고를 다음과 같은 순서로 게재한다. 장기 연재 기고인 만큼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 편집자 주

1.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의의와 정치적 과제
2. 6.15공동선언을 다시 읽는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의 성과와 과제>
3. NLL문제의 진실과 해법
4.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
5.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방향과 방도
6.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
7.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정세전망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발표되면, 남북경협에 쏠리는 국민적 시각이 뜨거워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문제가 최대의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당국도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표명해 놓은 상태이며, 이번 정상회담 때 남북경협에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인들을 다수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경협을 새로운 단계로 확대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경협의 확대발전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밝혀보고, 제기되는 과제를 제시해볼까 한다.

1. 남북경협의 추진의 역사

남북경협이 시작된 지는 오래다. 저 멀리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대통령이 7.7선언을 발표하면서 남북경협이 처음 시작됐다. 그 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9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뒤 의욕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했지만, 미국과 노태우 정권의 반대에 직면해 진전되지 못했다. 사실 노태우 정권의 7.7선언은 본격적으로 남북화해협력과 경제협력을 추진하려는 목적보다는 반대로 국민들의 통일열기를 왜곡시키려는 불순한 목적 때문에 나온 것으로서 당연히 고 정주영 회장의 의욕적인 남북경협을 순순히 허용해줄 리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1990년대에는 몇몇 대북경협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긴 했지만, 미국의 반대와 정부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거의 진전되지 못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된 것은 국민의 정부시절부터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 의욕적으로 소위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의욕적인 대북정책에 힘입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6월 16일 소 500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과해 평양을 방북했다. 정 회장의 ‘소떼 방북’은 남북경제협력사에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현대그룹의 본격적인 대북 사업의 출발을 선언한 대 사건이다. 이후 같은 해 10월 27일 소 501마리와 사료 85톤을 싣고 다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전격 면담한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에서 현대그룹의 대북경협사업 의지를 다시 확약하고, 곧바로 북측과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 따라, 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관광객 1418명을 태우고 금강호가 첫 출항했다. 이해 처음 시작된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경제협력뿐만 아니라, 화해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이후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중단됨이 없이 지속되고 있다.

2. 6.15공동선언과 남북경협

2000년 6월13~15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서 일획을 긋는 대 사변으로 남북경협의 역사에서도 하나의 분수령으로 됐다. 첫 정상회담에서는 다른 의제 못지않게 남북경협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으며, 이를 공동선언에 반영했다. 6.15공동선언의 제4항은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6.15공동선언은 정치적 화해협력과 자주통일의 방향과 이정표를 제시하는 공동선언 제2항과 경제적 교류 협력의 방향과 이정표를 제시하는 제4항의 양대 산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되는데, 그만큼 제4항은 6.15공동선언의 핵심적 요소이다.

남북경협은 정치적 화해협력 못지않게 남북화해협력과 자주적 통일 실현에서 매우 중핵적 역할을 담당한다. 흔히 경제협력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는 경제협력 문제를 경제적 측면만을 중심으로 바라볼 수 없다. 경제적 상호 협력과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경제적 측면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협력을 통해 남북 간에 존재하는 상호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구축함으로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시킬 수 있다. 또한 경제 협력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경제적 공존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곧바로 민족의 자주적 통일의 중요한 밑거름으로 된다. 이와 같이 경제협력이 갖고 있는 정치적 측면이야말로 남북경협의 보다 중요한 측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경협문제는 통일의 이정표를 제시한 6.15공동선언에서 매우 핵심적 조항으로 된다.

3.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경협의 현황과 특징

1998년 이후 국민의 정부 이후 증대되기 시작한 남북경협은 6.15공동선언 이후 질적 도약을 이룩하였다. 그 이전까지 남북경협을 1단계라고 말한다면, 바야흐로 제2단계의 남북경협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제1단계의 남북경협이 주로 임가공, 민간교류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제2단계에서는 철도 및 도로연결사업,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정부당국이 남북경협의 중심적 주체로 등장하게 됐다.

⑴ 남북경협의 현황

㉠ 교역현황 

                         <표 1> 연도별 남북교역 추이

                                                                                                           (단위: 백만 달러)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06

반출  

2

6

11

8

18

64

70

115

130

212

273

227

370

435

439

715

830

반입

12

106

163

178

176

223

182

193

92

122

152

176

272

289

258

340

520

합계

14

112

174

186

194

287

252

308

222

334

425

403

642

724

697

1,055

1,350

 

자료 : 통일부, ‘월간교류협력동향’, 각호


 

                         <표 2> 연도별 남북경협 참여 업체 현황

                                                                                                                         (단위: 개)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06

무역 전체  

16

56

77

121

136

236

319

356

419

516

536

506

432

481

462

523

477

위탁가공

-

-

4

12

11

24

70

64

66

131

157

147

108

109

118

136

123

 

자료: 통일부  

㉡ 투자협력사업  

                        <표 3> 민간부문의 대북투자 추이

                                                                                                               (단위: 백만 달러)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투자액

5

1

1

125

22

28

12

8

12

45

투자누계

5

6

7

132

154

181

193

201

213

258

 

 

                        <표 4> 연도별 협력사업자 및 협력사업 승인현황

                                                                                                                        (단위: 건)

구 분

'91

'92

'93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06

협력사업자

 

1건

 

 

6

4

16

13

2

(4)

1

6

3

4

28

(1)

29

24

(1)

113

(5)

협력사업

 

 

 

 

1

 

5

9

1

2

5

2

2

26

(1)

32

23

(1)

85

(1)

 

주: ( )는 경제분야 협력사업자 및 협력사업중 취소된 건수이다. 지금까지 협력사업자는 5건('99.12.23, 신일피혁․세원커뮤니케이션․성화국제그룹․아이엠시스템, ‘04.1.19 (주)훈넷), 협력사업은 1건의 취소조치(‘04.1.19 (주)훈넷)가 있었음.

자료: 통일부 

㉢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표5> 연도별 인도적 대북지원 추이

연도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만불(민간)

25

155

2056

2086

1863

3238

6017

4577

6386

13290

7666

8048

만불(당국)

23200

305

2667

1100

2825

8139

7522

8915

9377

12362

13588

19377

 

자료 : 통일부 

⑵ 6.14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경협의 특징

㉠ 3대 경제협력 사업이 주도해온 남북경협

□ 철도도로 연결사업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당국이 합의하여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다. 철도 및 도로는 남북경제협력과 민족경제공동체 구성에서 핵심적 동맥이며,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한다는 것은 경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와 함께 민족의 끊어진 혈맥을 다시 잇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단결과 단합을 이룩한다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당국은 철도 및 도로의 연결 사업을 6.15공동선언 이행의 가장 핵심적인 기둥사업으로 설정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남북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1, 제2차 남북 장관급 회담(2000년 7월 31일, 2000년 9월 1일)에서 남북한 경의선 철도연결 및 문산 개성 간 도로 개설에 합의함으로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2002년 9월 18일 남북 동시 경의선 동해선 연결공사 착공식이 거행되었다. 철도 남측구간의 경우 경의선은 2002년 12월 공사가 완료되었고, 동해선은 2005년 본궤 부설 등 열차운행을 위한 기본시설공사가 완료되었다. 북측구간은 경의선 동해선 모두 궤도 부설공사가 완료되었다.

2003년 6월 14일 역사적인 남북철도 궤도 연결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로서 6.25전쟁 시기 끊어진 남북의 혈맥이 다시 연결되는 역사적 쾌거를 거두었다. 이후 2004년 4월 10일 남북사이의 열차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으나, 철도운행에 관한 군사보장 합의서 채택이 지연되면서 철도의 개통은 늦어졌다. 남북사이의 군사보장 합의서 채택이 늦어지게 된 배경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미국의 개입과 방해 때문인데, 군사분계선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남북사이의 인적 물적 이동을 일일이 심사 허가하겠다고 해서 발생한 문제이며, 둘째는 NLL문제 등 남북의 군사적 신뢰구축이 실현되지 않는 조건에서 열차의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북의 철도의 개통은 남북사이의 군사적 신뢰구축문제로 지연되어 오다, 2007년 5월 11일 제5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조치에 합의함으로서 5월17일 역사적인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실시되고 이제 본격적인 열차의 정상개통만을 남겨두고 있다.

□ 개성공단사업

개성공단사업은 고 정주영 회장이 대북역점사업의 하나로 구상해 온 서해안 공단개발계획이 구체화된 것으로 6.15공동선언 이후 현대의 고 정몽헌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개성지역에 2000~4000만평 규모의 공단을 건설하기로 합의해서 성사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다.

개성공단사업은 개성시 일대에 총 2000만평 규모로 조성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 이중 공업단지는 850만평 규모이며, 나머지는 기존 개성시가지에다 2개의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여 생활 및 관광구역으로 조성된다. 850만평 공업단지는 제1단계 100만 평, 2단계 130만평, 3단계 620만평 등 세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2002년 현대와 토지개발공사 사이에 사업변경계약서가 채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사업은 2003년 6월 30일 착공식이 열린 이후 부지조성사업과 통신망 연결사업 등 공단기반시설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04년 6월 14일 시범단지 입주계약(15개 기업)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공장건설에 들어가 그해 12월 4일 첫 제품이 생산 출하되면서 개성공단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6월 현재 시범단지는 15개 공장이 입주 완료했으며, 본 단지는 24개 기업 중 8개 기업이 가동 중이고, 5개 공장이 건축 중이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수는 2007년 5월 25일 15000명을 돌파했다.

금융경제연구원 박석삼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완료돼, 공단전체가 가동되게 되면 직접효과 기준으로 남측경제에는 연간 부가가치 24.4조원과 일자리 10.4만개가 창출되고, 북측경제에는 연간총수입 6억 달라와 일자리 72.5만개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안정 상태에 도달하는 17년차부터 남측은 개성공단으로부터 매년 22.4조원의 부가가치를 북측은 매년22.8억 달러의 수입을 얻게 된다. 이밖에도 개성공단사업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의 연착륙 유도, 한반도 긴장완화, 경제적 실리에 기초한 남북경제협력 관계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개성공단사업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으로 인해 예정된 계획에 비추어 매우 더딘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제재 문제는 개성공단사업의 가장 주된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시범단지 입주 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미국에 달려가 미 집권층에게 구걸하는 식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회했지만, 여전히 남북경협과 개성공단사업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다.

□ 금강산관광사업

금강산관광사업은 6.15공동선 이전에 이미 실시돼 남북정상회담 실현의 디딤돌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남북경협사업이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이다.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그 해 8월 22일 현대-아태 사이에 관광사업 확대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2002년 11월 22일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한 육로관광 실시를 합의했고, 2002년 12월 15일부터 시범 육로관광을 실시했다.

그리고 2002년 11월 25일 북측 금강산관광지구법을 발표해 자유로운 투자 및 관광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했고, 금강산지구 관리기관을 설치해 금강산 관광특구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후 2003년 10월 9일 매일 육로 관광을 실시함으로서 금강산 관광 사업은 광범한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관광 사업으로 되었다. 1998년 금강산 관광 사업이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총 1400808(1907년 1월 말 기준)명이 금강산 관광에 다녀왔다.

㉡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한 남북경협

6.15공동선언 이전에는 남측의 개별기업과 북측 당국 간의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경협이 진행됐다면, 6.15공동선언 이후에는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당국이 남북경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남북경협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 틀에 따라 남북경협이 추진돼 왔다.

우선 남북경협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법적 제도적 장치로서, ‘남북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의 상사 분쟁해결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가 2000년 12월 16일 합의되고 2003년 8월 발효되었다. 경협관련 4대 기본 합의서가 발효됨으로서 구체적인 경제활동을 규율하는 제도가 합의되고 실제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 밖에도 남측 국회의 동의를 거친 남북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로는 ‘개성공업지구 통관에 관한 합의서’ ‘개성공업지구 검역에 관한 합의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남북 상사 중재위원회 구성, 운영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 차량의 도로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 ‘남북사이의 열차운행에 관한 기본합의서’ ‘남북해운합의서’ ‘남북해운합의서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 등이 있다.

남북경협에 관한 합의서들과 함께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해 나갈 당국 간 기구들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 10월에는 개성공단 내에 남북경협사무소가 개설되어 활동하고 있다. 남북경협협의사무소는 남북의 소장 외에 남측 14명 북측 10명의 인원이 사무소 내에 상주하며, 매우 한차례씩 남북 소장간 회담을 갖고 각종 경제협력현안문제들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개성공단과 관련된 협의 업무들을 위해 사무소가 개소됐지만 추후 남북 경협의 중요창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6.15공동선언 이후에는 남북 경제협력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각종 제도와 장치들을 만들고,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당국간 기구들을 설치 운영하면서 남북 경협의 제도화를 통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4. 남북경협의 문제점

6.15공동선언 이후 3대 중점사업을 중심으로 남북경협이 착실히 진전되었고, 남북경협의 제도적 장치들도 착착 구비되어 왔지만, 지난 7년 동안 남북경협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고는 볼 수 없다. 개성공단사업만 해도 개성공단 건설 합의가 이루어진지 7년이 지났건만 이제 겨우 1단계 공단건설의 5%정도만 분양되었으며, 공장 건설은 3-4%정도만 추진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지난 7년 동안 ‘터 닦기’만 했다고 혹평할 정도이다.

남북경협사업이 이처럼 더디게 추진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남측의 요인, 북측의 요인들도 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미국의 반대이며, 둘째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국내 보수 세력들의 비토이다.

첫째,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미국의 반대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경제제재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며, 다른 하나는 정치적 압력과 개입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에서 가장 장애로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라는 경제제재이다.

미국의 전략물자관리 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에서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대해서는 전략물자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따른 반입금지 품목은 그 대상이 매우 광범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내 모든 제품’과 ‘원산지가 미국인 제품’뿐만 아니라 ‘외국 제품’ 중에서도 미국 성분이 최소한(북한의 경우에는 10%) 이상 포함된 것은 해당되게 되어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놓고, EAR에 따른 전략물자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과 함께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할 것을 한국정부에 주문하고 있으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남북경협 속도를 늦출 것을 음으로 양으로 강요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간섭과 방해 때문에 남북경협은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남북경협에 대한 국내 보수 세력들의 반대도 남북경협 추진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부추김을 받아 대북송금 특검을 압박해 남북경협에 발목을 잡고, 소위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켜 남북경협의 발목을 잡더니 한반도 핵 위기가 높아지자 전쟁불사론을 외치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전면 중단을 외쳤다. 이처럼 국내 보수 세력의 발목잡기에 굴복해 참여정부는 소신 있게 남북경협을 추진하지 못하고 말았다.

남북경협이 더디게 발전하고 있는 데는 이상과 같은 두 가지 핵심적 요인 때문이지만, 그 외에도 남북경협의 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비도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물론 남북 경협의 법적 제도적 장치는 지난 7년 동안 많은 진전을 보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인 남북경협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남측 정부가 정경분리원칙을 견지하지 못함으로서 정치적 논리에 의해 남북경협의 속도가 좌우되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남북경협을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정치군사적 화해협력의 미성숙이라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즉, 남북경협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경제적 논리에 따라 중단됨이 없이 활발하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정경분리의 원칙을 공고히 세워야 하며, 또한 정경분리의 원칙이 작동할 수 있는 정치군사적 환경조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군사적 긴장완화와 화해협력구조의 정착을 통해 경제인들이 마음 놓고 경제적 원리에 따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환경과 조건이 잘 만들어지고 있지 못한 게 현재 남북경협의 현주소이다.

5. 제2차 정상회담과 남북경협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경협의 확대발전에서도 획기적 전기로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공표한 바 있으며, 또한 정상회담 준비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경제회담으로 될 것이라고도 분석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분석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의 하나로 될 것은 명백하다.

남북경협에서 질적 도약을 이룩해야 된다는 원칙에서는 남북정상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며,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정치적 정책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쉽게 합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을 위한 방도에 대해서는 커다란 견해차이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현재 남북 당국이 남북경협의 장애요인과 그 해결책에 대해 상당히 다른 분석과 방도를 내놓았기 때문에 쉽게 유추가능하다.

북측에서는 현재 남북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위 근본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남측에서는 자유로운 교역을 위한 소위 3통문제(통행, 통신, 통관)의 완전한 해결을 통해서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해야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측은 대규모 대북투자의지를 밝히면서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으로서 3통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남측의 접근방식은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통행문제의 핵심적 요소인 남북열차의 정식개통문제만 하더라도, 북측은 NLL 문제 등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의 획기적 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며, 대규모 투자의지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사업이 지지부진한 조건에서 대규모 투자라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남측의 대규모 투자의사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반론에 부딪힐 것이다. 첫째는 과연 그런 투자를 이끌어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 이며, 둘째는 그런 재원을 확보한다하더라도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한 남측정부가 아무런 자주적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는데, 실제로 성사 가능하겠느냐 하는 반론에 부딪힐 것이다.

남측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실제로 갖고 있다면, 북측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정경분리의 원칙에서 안정적으로 남북경협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적 태도와 의지의 표현으로서 정경분리의 원칙 구현을 가로막고 있는 NLL문제 등 소위 근본문제 해결전망을 제시해야 하며(북측은 근본문제 해결 없는 남북경협 확대발전은 기만이며, 기껏해야 흡수통일의 변종으로 보고 있음), 둘째는 미국의 EAR에 따른 전략물자 반입금지, 바세나르 협약 등 남북경협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경제제재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며, 셋째는 새로운 대규모 투자약속에 앞서 개성공단사업의 빠른 진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등을 제시하여 기존 약속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남측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준비하고 정상회담에 임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경협의 질적 도약과 획기적 발전에서 역사의 획을 긋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으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