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 대결전과 ‘10.4 선언’

<연재> 10.4남북공동선언 자세히 읽기 ①

 

박경순 (한국진보연구소 상임연구위원)

 

‘10.4 남북공동선언’은 격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민족자주와 한반도 평화,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열어주는 위대한 정치적 무기이며,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한 민족공조와 대단결의 위대한 승리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남측의 정부당국과 언론들의 편의적이고 주관주의적 해설과 선전으로 인해 ‘10.4 남북공동선언’의 진실과 그 위대성이 왜곡되고 있으며, 자주통일운동 대오 내의 일부 세력들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아 혼란스런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발전에서 이번 공동선언이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을 중심으로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치적 의의를 세 차례에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 필자 주

① 한반도 핵 대결전과 ‘10.4 남북공동선언’
② 연방제 방식의 통일실현과 ‘10.4 남북공동선언’
③ 민족경제공동체 구성과 ‘10.4 남북공동선언’

 

1. ‘10.4 남북공동선언’을 바르게 평가하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조국통일방안에 대한 획기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일부 평가가 존재한다. 한반도 자주와 통일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이번 ‘10.4 남북공동선언’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아 6.15 공동선언을 넘어서는 획기적 합의를 내와야 했는데, 새로운 통일방안이나 통일기구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미 간 군축에 관한 기본 방향에 합의하지도 못했고, 서해상 경계선 설정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도 마련하지 못함으로서 정세의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는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한국 민중의 자주통일 염원과 절실한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평가할 경우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에 담겨있는 자주통일의 원대한 구상과 의도가 제대로 읽혀지지 않게 되고,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을 신념을 갖고 힘 있게 벌여나갈 수 없다.

이러한 평가는 무엇보다도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이 어떠한 정세 속에서 나왔으며, 어떠한 전략적 고려가 담겨 있는가를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번 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을 고정적ㆍ평면적ㆍ현상적으로 접근함으로서 그 진실한 면모를 옳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에 옳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어떠한 전략 전술적 위치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역사적 과제는 무엇이며, ‘10.4 남북공동선언’이 그러한 정치적 역사적 과제를 올바로 수렴하고 있는가를 밝혀보아야 한다.

2. 중대한 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핵 대결전

한반도 통일문제는 체제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민족문제이다. 통일문제란 그 어떤 하나의 체제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외세의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적 자주권을 확립하는 문제이며, 동시에 갈라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오해와 불신을 씻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단결과 단합을 실현하는 문제이다.

통일문제의 기본적 성격이 이러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원대한 구상과 전략의 핵심은, 첫째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민족주체역량의 강화에 기초해 미국의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정책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군사적 대북 적대정책을 연이어 무력화시킴으로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적 자주권을 완전히 실현해야 하며, 둘째 남북관계에서 조국통일역량 강화를 기본으로 반(反)통일세력과의 투쟁전선에서 승리해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연방제 방식의 통일국가 건설로 승화시켜 나가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선차적이고 절박한 것은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승리하여 민족적 자주권을 전국적 범위에서 실현하는 문제이다.

현 단계에서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은 한반도 핵 대결전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 핵 대결전의 승패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 우리 민족의 운명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한반도 핵문제는 겉으로는 ‘북핵문제’, 즉 북의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반도 자주와 평화 보장 문제’이다. 핵문제라는 것이 원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 없이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가 실현되면, 한반도 핵문제는 자동 소멸된다.

지난해 10.9 북 핵실험은 한반도 핵 문제를 둘러싼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에서 분수령으로 되었다. ‘북 핵실험 성공’은 북미 군사력의 전략적 균형을 이룩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미 군사력의 전략적 균형상태의 도달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봉쇄망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봉쇄망에 기초하고 있었던 대북 적대정책은 근본에서부터 흔들렸다. 그 결과 미국은 북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때부터 우리 민족과 미국의 전면적 대결전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10.9핵실험 성공 이후 전략적 주도권을 장악한 우리 민족은 전략적 방어 국면에서 벗어나 전략적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고, 미국은 전략적 수세에 빠져 부분적 후퇴를 통해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려는 방어적 태도로 전환했다. 그 결과 북미대화와 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2.13합의’와 ‘10.3합의’는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대북 항복문서이다. 이 합의들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북미관계는 수교국면으로 발전하면서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폐지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기득권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현재 부분적 양보(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와 북미관계정상화 실현)를 통해 전략적 이익(군사적 적대정책의 유지,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체제, 유엔사 체제의 고수)을 수호하려는 교묘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옳게 바라보지 못하고, 부분적 양보에 만족한다면,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전략적 승리를 움켜쥐지 못하고, 부분적 승리마저도 옳게 지켜나갈 수 없다. 우리들은 부분적 승리를 전략적 승리로 확고히 밀고 나가야 한다. 부분적 승리를 전략적 승리로 확고히 밀고나가려면 부분적 승리(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와 북미관계정상화 실현)를 공고히 하고,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전면적 승리(군사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의 무력화 -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한미군사동맹 폐지)를 쟁취하기 위한 비타협적 투쟁을 완강히 벌여 나가야 한다. 바로 이점이 현 시기 우리민족의 절박한 과제이다.

3. ‘부시의 종전선언’에 담겨 있는 미국의 교묘한 계략

북 핵실험에 놀란 미국은 백기항복을 하고,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의 약속을 믿는 것은 바보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세가 불리하면 온갖 달콤한 말로 현혹하지만, 조그마한 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달라붙어 물고 뜯는 표리부동의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의 약속은 대북 적대정책의 전면적 포기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의 포기 약속이 아니다.

그들의 약속은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북 적대정책의 한 측면에 불과한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대북 봉쇄정책을 포기하고 북미관계정상화를 수용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대북 적대정책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은 여전히 고수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이란 주한미군 주둔에 기초한 한반도 군사적 지배구조의 고수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종전선언 구상에 나타난 교묘한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작년 아펙 정상회담 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회담에서 한반도 전쟁상태를 종결하기 위한 종전선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서명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종전선언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 후 2007년 9월에 열린 아펙 정상회의에서 다시 한반도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기 위한 협상을 하고, 종전선언을 할 의지가 있음을 다시 천명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도대체 종전선언이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상호관계는 무엇인가를 논쟁하기 시작했다.

원래 종전선언이란 전쟁상태를 종결한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이 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모든 협상이 완료된 이후 협정조인식과 함께 할 수도 있고, 협상이 완료되기 전 먼저 정치적으로 전쟁종결을 선언하고, 그 후 전쟁종결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협상을 전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모든 협상이 완료된 이후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종전선언을 하던 하지 않던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협정문 발표 자체가 전쟁종결을 법적으로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나쁠 것은 없지만 새로운 의미도 별로 없다.

따라서 종전선언이란 공식 협상이 완료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당사국 정상들이 모여 우선 정치적으로 전쟁상태 종결을 선언하고, 그 이후 정상선언에 의거해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구체적 협상을 펼친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며 수순이다. 북일 국교정상화 과정도 일단 북일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북일 평양선언을 발표하고 이것에 기초해서 관계정상화 교섭을 추진했듯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정도 우선 관계 당사국 정상들이 먼저 만나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여기에 기초해 구체적 협상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부시가 밝힌 종전선언 구상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회담을 개최하기 전에 당사국 정상들이 먼저 만나 전쟁상태 종결을 정치적으로 선포하고, 평화회담의 원칙과 방향을 밝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신속히 하자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 구상을 밝힌 것은 치밀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즉흥적 행동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부시 스스로 종전선언과 종전협정, 평화협정 개념을 구분 없이 혼동해서 사용할 뿐 만 아니라, 종전선언 시기 또한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즉흥적 성격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여기에는 미국의 교묘한 전략이 담겨 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을 통해 미국의 평화 의지를 내외에 과시하고 이를 한미공조 강화에 활용하는, 한편 북한에게 장밋빛 환상을 던져줘 핵 폐기 프로세스를 가속화시키자는 것이 첫째 의도라면, 골치 아픈 평화협정 체결을 우회해 종전선언 종전협정 등으로 대체해 버리자는 것이 둘째 의도이다. 여기에서 종전협정은 종전선언을 문서화한 간단한 협정으로 주한미군 주둔 용인을 뼈대로 한 현상유지에 기초한 평화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평화협정을 대체하자는 잠정협정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처럼 현 단계 미국의 전략은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군사적 지배체제-주한미군 주둔체제, 한미군사동맹체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기초로 북한을 주한미군 체제 용인을 전제로 한 협상 틀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4.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10.4 남북공동선언’의 의미

미국의 부분적 양보를 확고히 굳히고, 군사적 측면에서 대북 적대정책을 무력화시켜 주한미군 철수를 쟁취해내고, 한반도 평화와 자주를 하려면 미국의 교묘한 전략을 파탄내고 미국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쥐어야 한다. 이것이 현 정세의 핵심화두이며, 여기에서 돌파구가 열려야 통일도 실현된다. 즉 통일을 위한 길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미국과의 전면적 대결전에서 완전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0.4 남북공동선언’은 우리 민족과 미국과의 대결전에서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서 자주와 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창출한 위대한 자주통일 선언이다.

‘10.4 남북공동선언’의 백미는 ‘3, 4자 정상회담 추진’ 합의이다. 남북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선언 제 4항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야말로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의 정치적 의의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구상은 한국을 미국의 전략에 끌어들이고, 북한을 현혹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카드였다. 하지만 미국의 구상에는 허점이 있었다. 스스로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을 언제 어느 때 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계획도 없었으며, 또한 종전선언을 할 정치적 의지 또한 애매모호했다. 단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는 흐름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랴부랴 고안해낸 작품이었던 것이다. 남북정상은 미국의 이러한 허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미국의 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카드를 역으로 미국의 군사적 적대정책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전략적 카드로 바꿔 버렸다. 비유컨대 미국의 무기를 빼앗아 미국의 목을 겨누는 우리민족의 무기로 바꿔 버린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왜 그러한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주체는 남측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그리고 ‘3, 4자 정상회담’은 남측의 노무현 대통령이 앞장서서 추진하기로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3, 4자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포럼의 시작 단계와 맞물린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시작 단계에서 3, 4자 정상회담을 한반도 지역에서 개최해 정치적으로 종전을 선언하자는 합의인 것이다.

이러한 남북의 합의는 적어도 북의 핵 프로그램의 폐기가 일정 정도 완료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이 결실을 맺는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10.4 남북공동선언’ 이후 미국은 당황해 하면서 이 조항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으로 보이고, 한미 불협화음이 언론지상으로 까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연내,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지역에서 3, 4자 정상회담이 열려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종전선언에는 ▲한반도 전쟁상태의 공식 종결 선언 ▲한반도 자주적 통일지지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 천명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협상의 원칙과 방향제시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미국 스스로 한반도 자주통일을 지지하는 국제적 공약으로 될 것이며, 한반도 전쟁프로그램의 중단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는 평화공약으로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전쟁 위기와 긴장국면이 완화되면서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창출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추진을 매개로 강력한 민족공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종전선언을 매개로 한미공조를 강화하려한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파탄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추진 합의는 그동안 미국 측에서 연기를 피운 종전선언카드를 ‘그래 남북이 단결해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봅시다’라고 역공세를 펼침으로서 종전선언 추진을 매개로한 한미공조를 무력화시키고, 민족공조를 위한 강력한 무기로 바꾸어 버린 절묘한 묘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남북이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으로서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우리 민족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장악하게 됐다. 우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2단계 행동조치로 약속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대북 적성국교역 금지법안 종료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는 압박카드를 움켜쥐게 됐다. 미국은 북미 군사적 적대관계의 존재를 근거로 공약이행을 미룰 수 있는 여지가 없어져 버렸다. 또한 향후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대결전에서 정치적 우세에 설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이제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곤혹스런 처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의지를 공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10.4 남북정상선언’에서는 남북관계를 교류협력의 단계로부터 정치군사적 화해협력의 단계(상호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전환하기로 합의함으로서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한 민족공조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향후 우리 민족과 미국의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대결전에서 우리 민족이 유리한 고지에 서서 싸울 수 있는 교두보로 된다. 바로 이점이 이번 ‘10.4 남북정상선언’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이다.

이점과 관련해 주요항목을 살펴보면 제 1항,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제 2항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제 3항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 제 8항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등인데, 이러한 조항들은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과 민족공조 강화를 약속한 합의내용들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떠한 전쟁도 반대한다는 것은 남과 북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쟁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발에 의해 발생하는 한반도 핵전쟁(미국의 핵 선제공격)도 반대한다는 것을 명백히 의미하며, 이것은 미국에 대한 경고장으로 된다. 또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남북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남북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북의 군사적 협력이 강화된다면 그것을 곧바로 한미 군사동맹체제의 무력화로 연결된다.

이러한 조항들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남북관계가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실질적으로 청산하고 정치군사적 화해협력단계(상호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본격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민족의 대단합과 통일을 가로막고 있던 주요 장벽이 제거됨으로서 평화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다.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것은 외세공조와 민족공조 상호관계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며, 외세공조보다 민족공조가 압도하는 새로운 민족대단합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이번 ‘10.4 남북공동선언’은 미국의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우리 민족과 미국의 전면적 대결전이 예상되고 있는 정세에서, 종전선언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기도를 무력화시키고, 민족공조역량의 비약적 강화를 이룩함으로서 우리 민족이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 위대한 민족자주 통일선언이다.

5. 10.4 선언은 6.15 선언의 이행 로드맵

이상과 같이 ‘10.4 남북공동선언’은 우리 민족과 미국의 전면적 대결전에서 유리한 전략적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 위대한 민족자주 통일선언이다. 이 공동선언으로 미국은 더욱 더 수세에 몰리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면서, 우리 민족의 자주와 통일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미국에 맞서 민족의 자주와 통일의 새날을 앞당기려면 무엇보다도 민족주체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10.4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시키는 문제이다.

‘10.4 남북공동선언’이야말로 6.15 공동선언의 구체적 이행 로드맵이며, 민족자주와 통일로 가는 설계도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당국자들의 손에 그 이행을 맡겨둘 것이 아니라 그 이행을 위해 전 민족적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