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운동에 반성의 기회를 안겨준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진보연합정당의 의정활동과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
2. 의회정치중심주의와 진보연대전선
3.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의 관계
4. 세 정파와 세 노선
5. 서로 다른 역할과 임무
6. 사회변혁운동을 흔드는 분열파동
7. 단독집권전략의 폐기

 

2007년 12월에 민주노동당이 겪은 대선패배는 당의 계급득표전략이 실패한 것이지만, 대선패배에 대한 반성을 계급득표전략이 실패한 것에만 한정한다면 그것은 총체적 반성이 아니라 부분적 반성으로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를 당의 선거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반성을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의 주체적 관점으로 폭을 넓혀 더 깊이 있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를 사회변혁운동의 주체적 관점으로 폭을 넓혀 반성할 때, 대선패배의 근본원인이 현 시기 사회변혁운동이 아직 넘지 못한 한계지점에 놓여있음을 알게 된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는 당의 계급득표전략에 대한 반성을 넘어서 현 시기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에 대한 반성이 사회변혁운동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을 넓혀야 하는 까닭은, 민주노동당이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역량을 구성하는 중심역량 가운데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에서 사회변혁운동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2007년 12월 27일에 쓴 글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민주노동당의 계급득표전략 실패에 대한 반성을 다루었는데, 이 글에서는 반성의 폭을 사회변혁운동 전반으로 넓힌다.


1. 진보연합정당의 의정활동과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

진보연합정당은 의회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생산현장과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을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벌여야 한다. 진보연합정당에게 현장정치활동이 선차적이고 전략적인 의의를 갖는다면, 의회정치활동은 부차적이고 전술적인 의의밖에 갖지 못한다.

그 까닭은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에서 찾아낼 수 있다. 정당구도는 사회계급관계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체제의 가장 꼭대기에 얹혀있는 최상층구조물이다. 진보연합정당이 의회정치활동으로 당의 전략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까닭은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를 인식할 때 자명해진다.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의 세 측면을 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본주의체제와 신식민주의체제를 가릴 것 없이, 자본주의공업화가 진척될수록 노동계급이 계층분화되고 중간계급이 비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노동계급의 계층분화가 노동운동의 분산을 유지하고 분열을 촉발하여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질곡으로 작용할 때, 수구우파정당에 대한 노동운동의 정치적 견제력은 크게 약화된다. 다른 한편, 중간계급의 비대화가 도시중산층의 정치적 진출을 재촉하여 그들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일어설 때, 중도우파정당이 출현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노동계급의 계층분화와 중간계급의 비대화는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에게 의회정치를 장악해 들어가는 지름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자본주의공업화가 진척될수록 정당구도가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분점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양당구도는 그렇게 고착되어 가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살펴보면, 좌파정당과 사민주의정당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진보연합정당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중도우파정당이 사민주의정당을 흡수하여 중도통합정당을 세우고 수구우파정당과 맞서는 변형된 양당구도도 있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멀어져 사회변혁강령을 저버리고 의회정치에 파묻힌 좌파정당이 중도우파정당과 야합하여 수구우파정당을 선거에서 누르고 중도연립정권을 세우는 변형된 양당구도도 있다.

둘째, 자본주의체제와 신식민주의체제를 가릴 것 없이, 자본주의공업화가 진척될수록 수구우파정권이나 중도우파정권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더욱 심층적으로 포섭해 들어간다. 그들의 심층포섭전략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의식을 끊임없이 몰계급화시키는 것이다. 물계급적인 사회정치의식에 포섭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은 자기들의 사회계급적 처지와 상반된 정치적 선택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 대선이나 총선에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구우파정당이나 중도우파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선택은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으로 되었다. 진보연합정당이 의회정치활동과 선거득표전략에만 의존해서는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분점, 장악한 양당구도를 영영 바꿀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셋째, 자본주의체제에 성립된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의 양당구도와 달리, 신식민주의체제에 성립된 양당구도는 제국주의반동정권의 지배력에 의해서 공고화된다. 제국주의반동정권이 신식민주의체제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면, 진보연합정당의 등장을 원천봉쇄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진보연합정당을 소수정당의 지위에 묶어두어야 한다. 제국주의반동정권이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을 번갈아 내세우는 교차집권전략으로 양당구도를 공고화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제국주의반동정권이 추진하는 교차집권전략이 신식민주의체제의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을 적대적 공생관계로 끌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의회정치를 장악해온 반동적 정치공학은 이처럼 사회계급적 기초 위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매우 견고하게 구축되고 다져진 것이어서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총선득표경쟁으로는 절대로 깨지지 않고,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를 허무는 강력한 타격을 가해야 깨진다. 사회계급적 기초 위에 견고하게 구축된 양당구도가 소수정당으로 출범한 진보연합정당의 의정활동으로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치현실을 알지 못하는 순진한 발상이다.

그러므로 진보연합정당이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를 타격하지 않고, 의회정치활동과 선거득표전략에 열중하는 것은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는 헛수고이다. 진보연합정당이 정당구도의 사회계급적 기초를 타격하려면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 들어가서 현장정치활동을 결정적으로 강화하면서 기층당조직 건설운동에 매진하는 길밖에 없다.


2. 의회정치중심주의와 진보연대전선


지금 민주노동당 활동가들과 열성당원들의 관심은 여의도로 쏠리고 있는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그러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 있으나, 총선정국이 아닌 시기에도 의회정치에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해명될 뿐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이 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 확대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직접적이지도 확실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이 의회진출에 성공한 2004년 4월부터 오늘까지 당의 의정활동과 당의 대중지지율 사이에 조성된 상관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다른 정당 국회의원들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성실하고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벌여왔는데도, 지난 3년 반 동안 당의 대중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기는커녕 되레 연속적으로 추락하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민주노동당의 대중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9월 14.2%, 2005년 9월 10.8%, 2006년 6월 7.8%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더니, 결국 2007년 12월 대선에서 득표율 3%로 주저앉고 말았다. 2007년 12월 28일 마산 엠비씨(MBC)와 경남리서치가 경상남도 창원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권영길 의원의 의정활동을 잘 했다고 평한 비율은 34.2%이고 잘못했다고 평한 비율은 27.4%인데, 권 의원이 다시 출마하면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0%이고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40%이다. 민주노동당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진보연합정당의 대중지지율이 의회정치를 얼마나 잘 하는가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목하는 것은, 총선승리로 원내의석을 더 많이 차지할수록 사회변혁운동이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이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점이다. 의회중심주의 편향이 심해질수록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범위는 여의도로 축소되며, 정치활동시기도 대선이나 총선이 실시되는 선거정국에 편중된다.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여의도에는 노동계급의 생산현장도 없고 근로대중의 생활현장도 없다. 그 작은 섬에는 수구우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난잡하게 다투는 소란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 대한 정치적 배신과 능멸이 가득 차있을 뿐이다.

잘라 말해서, 민주노동당의 대중지지율이 의회진출 이후 4년 동안 계속하여 떨어진 근본원인은 민주노동당이 의회정치중심주의에 치우쳐 현장정치활동을 민심행보 식으로 부실하게 펼쳐왔기 때문이며, 민주노동당이 정파연합정당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의회정치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정파연합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를 가리켜 당의 정체라고 말하며, 그러한 정체현상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것을 당의 혁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의 혁신은 총선비례대표제를 정파적 이익에 맞춰 다시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을 혁신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으로 향해야 할 당활동가들과 열성당원들의 발목을 붙잡는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을 없애고 현장정치활동을 비상히 강화함으로써 정파연합정당의 틀에서 벗어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진정한 진보연합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의회정치중심주의에 치우쳐서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서 민심행보 식 현장정치활동을 펼치면, 사회변혁운동 안에서 선거혁명론의 환상이나 합법만능주의의 오류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사회변혁운동이 선거혁명론의 환상이나 합법만능주의의 오류에 말려들면, 사회변혁운동의 전진속도가 늦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이 변질되거나 와해되고 만다. 서유럽에서 100년 이상의 연륜을 가진 좌파정당들이 의회중심주의 편향에 빠진 결말이 어떠했는지는, 오늘 의사당 한 모퉁이에서 낡고 변색된 주홍깃발을 들고 소수의석이나 초라하게 지키고 있는 그 정당들의 몰골이 잘 말해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라고 해서 선거혁명론의 환상이나 합법만능주의의 오류에 휘말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민주노동당 활동가들과 열성당원들이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을 단호하게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주체적 관점에 서 있는 당활동가들과 열성당원들은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정치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정파연합정당의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민주노동당이 의회정치중심주의에 치우쳐서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서 펼쳐야 할 현장정치활동을 소홀하게 여기는 사이에, 사회변혁운동의 전진속도를 크게 떨어뜨린 또 다른 제약조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은 사회변혁운동을 밀고 나갈 주체역량을 진보연대전선으로 결집시키고 묶어세우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과업이 부실하게 수행된 것이다. 진보연대전선이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공동투쟁을 벌인다는 뜻에서 자주파가 통일전선이라고 부르고 평등파가 공동전선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전선이다.

한국진보연대의 결성은 사회변혁운동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상설연대체를 결성하였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갖지만, 그 결성을 명실공히 강고한 진보연대전선을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한국진보연대는 "조직적 대중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역량이 하나로 결집"하는 "진보운동진영의 총단결"을 결성목표로 삼았으나, 이전에 있었던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통합한 것 이상의 성과를 찾기 힘들며, 민주노총은 한국진보연대 가입결정안건을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 까닭은,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진보연대전선이 구축되면 좋고 구축되지 않아도 민주노동당이 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면서 자기들의 제한된 역량과 자원을 민주노동당에 집중하면서도 한국진보연대 결성사업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민주노동당에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이 생겨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은 진보연합정당의 정치활동을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이 아니라 의회와 선거정국에 편중시키기 때문에, 자연히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대중조직들이 결집하는 진보연대전선을 홀시하거나 심지어는 무시하는 오류를 불러온다. 그러한 편향과 오류에 더하여, 진보연대전선이 구축되면 좋고 구축되지 않아도 진보연합정당이 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안일한 발상이 진보연대전선 구축사업에 앞장서야 할 활동가들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였다.


3.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의 관계

진보연합정당이 있으니 진보연대전선이 구축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전망을 흐리게 만드는 무지와 편견이다. 그러한 무지와 편견을 청산하지 못한 까닭은,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해명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이 참에 다시 강조하건대, 사회변혁운동은 진보연합정당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이 반드시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비유를 들어 말하면, 사회변혁운동이 전진하는 궤도에서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은 마치 기관차를 움직이는 두 바퀴처럼 상호연관되어야 강한 구동력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동당이라는 왼쪽 바퀴와 한국진보연대라는 오른쪽 바퀴가 하나의 구동축으로 연결될 때, 사회변혁운동의 기관차는 전진궤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의 관계를 기관차의 두 바퀴에 비유한 것은, 양자가 서로 떨어질 수 없게 하나의 구동축으로 연결되어 사회변혁의 궤도를 따라 전진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지, 실재하는 기관차 바퀴들이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이 서로 같다는 상호동질성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명백하게도, 상호연관성과 상호동질성은 다른 개념이다.

사회변혁운동에서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은 서로 다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한다.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의 상호관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할 때, 그리하여 정당운동과 전선운동이 불균형상태에 있을 때, 사회변혁운동이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진보연합정당과 진보연대전선이 균형적으로 강화, 발전되고 있는가 아니면 불균형상태에 놓여있어서 사회변혁운동의 전진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는가에 대한 판별은, 진보연대전선에 대한 평가에서 가능하다. 현 시기 진보연대전선 수준은 구체적으로 한국진보연대 수준에 반영되므로, 평가는 자연히 한국진보연대로 향하게 된다.

원래 진보연대전선이란 노동조합, 근로대중조직들, 각계층 사회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공동투쟁을 밀고 나가는 전선이므로, 한국진보연대라는 상설연대체에는 노동조합, 근로대중조직들, 각계층 사회단체들이 폭넓게 망라되어야 하는데 현재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진보연대는 진보성향을 지닌 노동조합, 근로대중조직들, 사회단체들을 포괄하였으나 개혁성향을 지닌 노동조합, 근로대중조직들, 사회단체들까지 포괄하지는 못하였다.

한국진보연대 결성과정에서 자주파와 평등파가 논쟁에 몰입하는 바람에 개혁파가 결성과정에 참가할 수 없었고, 따라서 자주파, 평등파, 개혁파 삼자가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강령수준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라, 자주파와 평등파의 논쟁이 생산적 결과를 내지 못하고 평등파마저 발길을 돌렸다. 한국진보연대가 진보연대전선 수준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사실상 범자주파 상설연대체 수준에서 멈추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적 체계로 결합한 정당조직이고, 한국진보연대는 상설연대체로 결합한 전선조직이므로, 양자의 지위, 역할, 임무가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는 역할과 임무에서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양자의 상호연관성이 상호동질성으로 바뀐 듯하다. 이처럼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가 서로 같은 역할과 임무를 수행한다면, 왜 두 종류의 유사한 정치조직을 내와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강령수준과 조직수준에서 상설연대체는 대중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유연성을 가진다. 진보연합정당의 강령이 진보연대전선의 강령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수준에서 작성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정당조직체계가 한국진보연대의 전선조직체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결합도를 보이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진보연대가 민주노동당보다 강령수준과 조직수준에서 유연성과 포괄성을 더 가져야 민주노총과 전농 이외의 대중조직들을 결집시킬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개혁성향을 지닌 각계층 사회단체들까지 포괄할 수 있다.


4. 세 정파와 세 노선


현 시기 사회변혁운동에서 정파구도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므로, 폭넓은 진보연대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를 논할 때 정파구도를 빼놓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에서 자주파와 평등파가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돋보이는 바람에, 진보연대전선을 구축하는 문제가 자주파와 평등파의 양대 정파구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굳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자주파와 평등파가 공유한 사고관행이다. 폭넓은 진보연대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를 정파구도로 설명하려면, 자주파와 평등파가 공유한 사고관행에서 벗어나서 개혁파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정파구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파구도에 따르면, 자주파의 왼쪽에는 평등파가 있고 자주파의 오른쪽에는 개혁파가 있다. 평등파와 개혁파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두 정파 사이에 가로놓인 노선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러하다.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평등파는 계급노선을 따르고, 개혁파는 대중노선을 따른다.

계급노선이란 노동계급의 계급적 이익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면서, 사회변혁운동을 계급투쟁동력으로 밀고 나가는 정치노선, 조직노선, 투쟁노선이다. 그에 비해, 대중노선이란 근로대중의 이익과 요구를 앞세우면서, 근로대중 전체의 힘을 발동시켜 사회변혁운동을 밀고 나가는 정치노선, 조직노선, 투쟁노선이다.

그러나 평등파가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대치시키고 계급노선만 내세우는 것도 오류이고, 개혁파가 계급노선을 배제하고 대중노선만 주장하는 것도 오류이다.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서로 대치시키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대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포괄하여야 하는 까닭은, 그 두 노선을 하나의 통일적 사회변혁노선으로 포괄하는 것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전개되는 민주주의혁명의 근본요구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민주주의혁명은 계급투쟁과 반제투쟁을 포괄한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계급노선에 의거하여 계급투쟁으로 발전하고, 신식민주의무역협정 반대투쟁은 대중노선에 의거하여 반제투쟁으로 발전한다. 만일 비정규직 철폐운동을 대중노선에 따라 밀고 나가면, 그 운동은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전망을 잃어버린 생존권사수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만일 신식민주의무역협정 반대운동을 계급노선에 고착시키면, 그 운동은 계급노선을 배타적으로 주장하는 소수정파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자주파는 양자포괄노선을 따른다. 자주파의 양자포괄노선이란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결합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거대한 잠재역량을 최대한으로 발동시켜 사회변혁역량을 강화하는 정치노선, 조직노선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정치적으로 연대시키고 전선으로 결집시키는 연대노선, 투쟁노선이다. 진보연대전선은 양자포괄노선에 따라 구축되어야 한다.

평등파는 한국진보연대가 계급노선을 저버리고 우경화되었다고 비판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한국진보연대가 왜 계급노선만을 전적으로 따를 수 없는지를 알지 못하는 무지와 편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만일 평등파가 요구하는 대로 계급노선에 따라 사회변혁역량을 조직하면 진보연대전선이 아니라 선진노동계급의 사회주의정치연합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변혁운동은 선진노동계급만 참가하는 정파활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여 정치적으로 고립된다. 진보연합정당이 겨우 3%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한계를 보면서도, 선진노동계급의 사회주의정치연합을 건설하여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평등파가 1980년대 이후 20년이 넘도록 계급노선을 주장하면서 사회주의정치연합을 건설하기 위해서 힘써왔으나 정파활동의 범위를 뛰어넘지 못한 까닭은, 그들이 자주파보다 현장정치활동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계급노선이 현 시기 사회변혁운동의 현실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개혁파는 한국진보연대가 대중의 직접적 요구와 생활상의 이익을 멀리하고 정치투쟁에 기울어지는 바람에 1980년대 식 '낡은 진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비판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한국진보연대가 왜 대중노선만을 전적으로 따를 수 없는지를 알지 못하는 무지와 편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만일 개혁파가 주장하는 대로, 한국진보연대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정치투쟁을 멀리하고 대중의 몰계급적 요구에 따라 사회변혁역량을 조직하면 진보연대전선이 아니라 대중단체총연합회 같은 것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진보연대는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전망을 잃어버린 시민사회운동으로 전락한다.

만일 한국진보연대가 양자포괄노선을 성공적으로 관철하여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이외에 더 많은 근로대중조직들을 결집시키고, 진보성향과 개혁성향을 지닌 각계층 사회단체들까지 포괄한 그야말로 광범위한 진보연대전선을 구축하였더라면, 2007년 11월의 민중대회는 선거판세를 뒤흔드는 위력을 발휘하였을 것이며, 2007년 12월의 대선결과는 크게 달라져 대선패배 후유증으로 대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쯤 민주노동당은 총선승리를 위한 계급득표전략을 밀고 나갈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진보연대가 진보연대전선을 강고하게 구축하지 못한 것이 민주노동당의 선거패배로 이어졌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5. 서로 다른 역할과 임무


진보연합정당은 두 개의 기반 위에 성립한다. 하나는 당의 대중적 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다.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 기층당조직을 더 많이 건설하여 당원대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당의 대중적 기반이 강고해지고, 진보연대전선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끊임없이 강화, 발전시키는 것으로 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확대되는 것이다.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진보연대전선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으로 확대된다는 말은, 진보연대전선의 지위를 진보연합정당을 도와주는 보조역량 또는 지원부대 같은 것으로 낮춰본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진보연대는 민주노총이나 전농 이외에도 더 많은 근로대중조직들을 결집시키고 개혁성향을 지닌 각계층 사회단체들까지 포괄함으로써 가장 광범위한 연대사업과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고유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결성된 전선조직이다. 민주노동당이 한국진보연대의 그러한 고유한 역할과 임무를 대행할 수 없다.

이를테면, 2007년 11월에 열린 민중대회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모이는 정치집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사회정치세력들이 모이는 가장 폭넓은 공동투쟁의 장이다. 만일 민중대회를 민주노동당이 열었다면, 당원들과 지지자들만 모였을 것이다. 민중대회는 한국진보연대가 이끄는 가장 폭넓은 공동투쟁의 장이다.

사회변혁운동에서 한국진보연대가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과 임무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한국진보연대는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결합시킨 양자포괄노선의 추진거점이자 강화진지이다. 만일 한국진보연대가 대중노선에서 벗어나면 좌편향 정파활동으로 고립되고, 계급노선을 저버리면 우편향 시민운동으로 변질된다. 한국진보연대는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을 결합시킨 양자포괄노선에 의거해야 좌우편향에 빠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양자포괄노선의 관철은 한국진보연대가 수행할 첫째 가는 임무이다.

둘째,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전망에서 민중봉기형 대중항쟁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민중대회가 가지는 사회변혁적 의의를 중시해야 하며, 따라서 민중대회를 이끌어 가는 한국진보연대의 고유한 역할과 임무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진보연대가 헌신분투하지 않으면 민중대회의 결정적 승리를 기대할 수 없고, 민중대회와 총파업투쟁이 결합하여 폭발력을 갖지 못하면 민중봉기형 정권퇴출투쟁이 일어날 수 없고, 민중봉기형 대중항쟁의 가능성을 배제하고서는 사회변혁운동의 전략적 승리를 전망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회변혁운동에서 한국진보연대의 역할과 임무가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임무만큼 중요하면 중요하지 덜 한 것이 아니다.

진보연대전선이 진보연합정당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하는데 비하여, 진보연합정당은 진보연대전선의 강화, 발전을 위하여 복무한다. 진보연합정당이 진보연대전선의 강화, 발전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말은, 진보연합정당이 진보연대전선의 지도방침을 따르는 하부단위라는 뜻이 아니라, 진보연합정당이 진보연대전선에 주동적으로 참가하여 투쟁방향의 중심을 잡고 전선역량을 강화하여 전선을 정권퇴출투쟁으로 이끌어 간다는 뜻이다.

진보연대전선은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사회정치세력들이 총결집하였으므로 투쟁방향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에 한정되거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따라 산만해지기 쉽고, 그래서 자칫하면 사회변혁운동의 전략목표가 흐리게 보일 수도 있다. 진보연합정당의 역할과 임무는, 신자유주의세계화의 재앙 속에서 생존권사수투쟁을 벌이는 근로대중조직들, 그리고 수구우파정권에 맞서 개혁정치활동을 벌이는 사회단체들이 사회변혁운동의 전략목표인 진보적 정권교체를 향하여 나아가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다.


6. 사회변혁운동을 흔드는 분열파동


민주노동당을 대혼란에 빠뜨린 '종북주의 소동'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 소동을 일으킨 원인이다. 그 원인은 당권경쟁에 눈이 어두워 자주파를 공격하는 맹목적 증오심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평당원들의 집단탈당을 선동하여 이른바 '진보신당'을 세워보겠다는 정치적 욕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북주의 소동'을 일으킨 평등파 가운데는 사회주의계열과 사민주의계열이 있는데, 분열파동에 앞장선 쪽은 후자이다.

당내 사회주의계열은 집단적으로 탈당하여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고 싶어도 그러한 의도가 수구우파정권이 등장한 정치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계급의 계급의식화와 근로대중의 진보의식화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사회주의정당의 건설은 수구우파정당과 적대적 언론에게 비방거리로 될 뿐이며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무모한 시도이다.

그와 달리, 당내 사민주의계열은 민주노동당을 저버리고 사민주의정당을 건설하려는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분당파를 모으기 위해서 열린 토론회에서 분열파동 주동자는 "주사파와 싸울 노력과 에너지를 신당에 쏟아야 한다"고 하면서, "즐겁게 신당을 만들어가자"고 선동하였다. 그들은 당내 분열파동을 최대한으로 확대한 뒤에 탈당할 것이다. 그들이 분열파동에 열중하는 까닭은 그들에게 아래와 같은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당내 사민주의계열은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면서 사회당, 녹색당, 노동운동단체, 시민운동단체와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을 세울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

둘째, 그들은 스웨덴 식 사민주의정치이념을 내걸고 이른바 노동친화적 경제성장과 사민주의복지국가 건설을 전략목표로 내세울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한 전략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정치적 파산선고를 받은 중도개혁강령을 인권, 평화, 사회연대, 환경의 담론으로 치장한 사민주의강령으로 되살리려는 것이다.

셋째, 사민주의정당은 정치적 무능에 빠진 중도우파정당이 포섭하지 못하는 도시중산층, 또는 중도우파정당의 정치적 무능에 실망과 환멸을 느끼고 지지를 철회한 도시중산층을 끌어당기면서 중도우파정당을 추격할 것이다.

넷째, 진보연합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중도우파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대중의 눈에 민주노동당과 사민주의정당이 간판만 다른 진보정당으로 비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조건에서 자기의 전략적 차별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사민주의정당은 민주노동당을 '급진좌파정당'으로 비방하면서 '종북주의 소동'을 더 확산시키려고 할 것이고, 민주노동당이 망하기를 바라는 수구우파정권과 적대적 언론은 그들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할 것이다.

명백하게도, 민주노동당의 분열파동과 사민주의정당의 출현은 진보정치운동의 분열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갈라서야 할 정파가 좀 일찍 갈라져나간 것이므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민주노동당의 분열파동은 한창 과열된 당권경쟁열기를 식혀줄 선선한 바람이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에 몰아치는 맵짠 삭풍이다. 만일 여러 정파들이 여러 유형의 진보정당들로 갈라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합당을 추진해도 사회변혁역량이 턱없이 모자랄 판인데, 정파연합형태로 통합되어 있던 민주노동당을 '종북주의 소동'을 일으켜 분열파동으로 갈라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열파동은 사민주의정당을 출현시킴으로써 각계층 사회단체들이 진보연대전선에 참가할 가능성을 앗아갈 수 있고, 그로써 진보연대전선의 강화, 발전에 혼란과 난관을 조성할 것이다. 이처럼 진보연대전선의 강화, 발전이 어려워지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사민주의정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진보담론으로 위장한 창조한국당이 나타나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을 잠식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잠식활동을 선거정국마다 어김없이 벌일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분열파동으로 촉발되는 사회변혁운동의 분열이 사회변혁운동역량이 더 장성하기 전에 분열공작으로 그 운동을 궤멸시키려는 제국주의반동정권의 신식민주의지배전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제국주의반동정권이 사회변혁운동의 분열을 부채질하는 비밀공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당내에서 소수 분열주의자들이 일으킨 분열파동이 민주노동당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변혁운동 전반에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예고한다.

그러나 분열파동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소수 분열주의자들이 일으킨 분열파동을 막고, 동요하는 당원대중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며, 현장정치활동에 힘을 기울여 진보연대전선을 더욱 강화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사회변혁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옹호, 고수할 것이다.


7. 단독집권전략의 폐기


지금 민주노동당에는 한국진보연대를 강화, 발전시키는 과제를 무심히 대하는 태도가 있고, 진보연대전선과 무관하게 민주노동당이 단독으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낼 것으로 생각하는 관념이 있다.

그러나 진보연대전선을 견고하고 폭넓게 구축하지 못하고, 진보연합정당의 단독집권전략으로, 그것도 의회정치중심주의 편향을 청산하지 못한 허술한 집권전략으로 사회변혁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진보연합정당이 진보연대전선을 강화, 발전시키기 위하여 복무하지 않으면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단독집권전략은, 노동계급의 생산현장과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장정치활동을 홀시하고, 민중대회에서 출발하여 정권퇴출투쟁을 거쳐 민중봉기형 대중항쟁으로 나아갈 사회변혁운동의 발전경로를 외면하는 선거혁명론의 환상과 합법만능주의의 오류와 내통할 위험성이 있다. 진보연합정당의 집권전략에는 반드시 진보연대전선의 고유한 역할과 임무가 전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물론 진보연대전선이 견고하게 구축되지 못한 조건에서, 진보정당이 선거승리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단독집권 성공사례도 있다. 예컨대 베네주엘라, 볼리비아, 에꾸아돌에서 진보정당이 선거승리로 집권에 성공한 경우를 손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나라들에 세워진 신식민주의체제의 강도는 이 땅에 세워진 신식민주의체제의 강도보다 훨씬 약하다는 사실이다. 그 나라들에는 제국주의점령군도 없고, '핵우산'을 동원한 제국주의전쟁위협도 없으며,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수탈강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그 나라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이전부터 시작된 진보정치운동의 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오랫동안 계승되었으며, '국가보안법'이 없으므로 사회주의정당이 합법적으로 활동해왔다.

이처럼 신식민주의체제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에서 진보정당의 불안정한 집권이 가능하기는 하나, 불안정하게 집권한 진보정당은 브라질 노동자당의 경우처럼 민주주의혁명의 길에서 탈선하거나, 베네주엘라의 제5공화국 운동당의 경우나 볼리비아의 사회주의운동당의 경우처럼 진보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에도 제국주의반동정권과 수구우파세력이 가하는 정권전복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그 나라들에 세워진 신식민주의체제의 강도보다 훨씬 강한 이 땅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 진보연대전선을 견고하고 폭넓게 구축하지 못하고 진보연합정당이 단독으로 집권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근거 없는 기대와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다른 나라 진보정당의 불안정한 집권사례를 모방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단독집권전략을 폐기하고 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집권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08년 1월 1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