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기로에 섰던 6자회담과 북한의 선군공세에 맥을 못추는 미국

2008년 1월 16일  현주경

 

1. 북핵시설의 신고 문제로 촉발된 북미갈등

지난 12월 5일, 부시가 힐을 통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북미관계의 주동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뚜렷이 보여 주었다. 그동안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고 대화마저 일절 거부해오던 부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것은 자신들의 대북적대정책의 파산과 대북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를 확연히 보여준 것이다. 북한 역시 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 부시가 친서를 보내온 것에 대하여 조선중앙통신을 통하여 즉각 공개하였다.

미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였는데 12월 6일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친서의 내용은 충분하고도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수, 무기급 핵물질 생산량, 핵 기술 및 물질 이전 공개 등을 강조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외교담당자들은 이번 부시의 친서는 북한의 결단, 완전한 핵물질, 핵무기 신고를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밝히고 있다. 6자회담의 합의에 의한 2단계 조처, 핵시설 불능화와 핵시설 신고 단계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미국의 압박이라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압박은 실제로 12월말 경에 집중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과학자들이 북한이 제공한 알루미늄관에서 용해된 농축 우라늄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해묵은 농축우라늄 시설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도 21일 2007년 한해를 결산하는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고 하였으며 그 전날에는 북핵문제가 중대한 국면에 도달하였다고 하였다. 

내막을 좀더 들여다 보면 최근의 이런 대결이 북핵시설에 대한 신고 내역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불능화단계에 들어선 만큼 북에 지원하기로 되어 있는 중유 45만톤과 50만톤 상당의 에너지 설비가 빨리 들어와야 하며 핵심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행동 대 행동에서 미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교토 통신에 따르면 작년 12월 25일 북한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25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및 중국의 3자 북핵 대북설비지원 협의를 마친 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북한은 불능화의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핵심 현안인 북핵 신고와 관련하여서도 신고서를 제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준비한 신고서의 내용이 103합의에 명시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에 미치지 못한다며 접수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쪽이 준비한 신고서에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관련 내용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합리화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2차 방북 및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12월3~5일)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공방의 과정을 보면 미국은 지금 북한의 핵개발 능력과 실제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부시가 직접 친서를 쓰고 자신들의 대외외교라인을 총 발동하며 북한 군부와의 접촉도 계획하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대북태도가 BDA와 같은 사태를 빚거나 북핵 6자회담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북미대결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태도는 힘이 없다.  

2. 결국 미국의 무능으로 결론지어지는 형국

미국이 대북압박공세를 펼치는데 국제기구를 동원하지도 대외여론을 내돌리지도 않고 친서를 먼저 보냈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압박이라는 것이 대화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조심스럽다는 점을 보여준다. 알루미늄관에서 농축우라늄이 검출되었다거나 시리아와 핵커넥션이 있다거나 하는 것도 미국정보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지 못한 조건에서 전면적인 공격의 빌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발견된 파키스탄제 알루미늄관의 농축우라늄이 결국 파키스탄에서 묻어온 것으로 확인되어 미국 정보기관의 이라크 핵활동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전례가 있어 미국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미국의 이런 저자세는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인 12월 31일을 넘기면서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연말 휴가차 머물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기자들에게 (북핵) 신고 시한이 지켜지지 못했지만, 협상 절차가 진전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며, 그럴 기회가 있다며 북한이 충분하고 완전한 신고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 지연에 따른 제재와 관련해 다른 조처들에 대해서는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히 눈치보며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북핵 협상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이번과 같은 지연은 전에도 있었고,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며 신고 지연의 의미를 축소하고,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결국 미국은 큰소리만 치고 자신들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비판여론의 방향만 돌려놓았을뿐 무맥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부시는 앞으로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만 해 놓았을 뿐 6자회담이 북한의 주도하에 핵불능화와 북미적대관계 청산으로 나가는 흐름을 막아서지 못한 것이다.  

3. 자주통일의 새시대

물론 부시의 이런 태도가 대북적대정책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명박의 당선으로 미국에서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 반제국가로 남아 있는 한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을 지구상에서 없애려 들 것이다.

뉴욕 필하모니가 평양공연을 하고 지저분한 핵소동도 자신들이 먼저 접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세국면에서의 대응전략이자 북한에 대한 새로운 공세의 준비단계인 것이다. 그리고 6자회담에서 미국은 핵시설 신고문제를 들고나와 새로운 난관을 조성하려 들 것은 불을 보듯 명확관화하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딴지에도 6자회담의 바퀴는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6자회담이 1월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12월 27일 밝혔으며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한 회담에 대해 낙관적"이라며북한 핵시설을 최종 폐쇄하는데 제약을 초래하는 일부 요인들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중유 등의 지원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이런 기류를 근거로 6자회담이 1월 중내에 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돌아보면 이명박의 당선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의 복원, 한일관계 강화를 통한 대북압박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에게 이런 도발을 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1년 남겨둔 부시와 다시금 정권을 탈환할 자신감에 넘쳐 있는 민주당이라는 미국내 정치역관계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도발 요소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등장 이후 전과정이 핵억제력, 선군의 위력 앞에 결국 미국도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으며 자주통일의 새 길이 열린다는 것을 확증해 주었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보수로의 회귀를 노리는 한국의 친미보수세력에게도 던져주는 준엄한 경고라고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