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평화’노선을 확고히 틀어쥐고 나가자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은 지난 대선에 이어 한나라당 및 보수 정치세력의 압승으로 끝났다. 멀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깝게는 97년 12월 대선 이후 한국정치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정세를 발전시켜왔던 진보개혁세력들은 지난 대선과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였으며, 6월 항쟁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범 보수 세력들은 자신들의 승리에 희희낙락하며 전리품을 둘러싼 내부 투쟁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사태를 맞아 진보개혁세력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초래된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고민과 모색을 벌이고 있다.

1. 변혁적 정세인식은 새로운 출발의 시작

대선 총선 이후 한국사회의 외형적 보수화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 보수진영이 의석 2/3이상을 차지하였고, 6월 민중항쟁의 주역이자 민주개혁세력의 상징적 정치인들이 대부분 패배했다. 민주개혁의 상징인물이었던 김근태 의원과 뉴 라이트의 상징이었던 신지호의 대결에서 신지호의 승리는 이러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이제 민주주의 시대는 지났으며, 새로운 보수지배체제가 구축되었다는 평가는 결코 지나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만 바라보게 되면 현상의 배후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민심의 바다, 시대의 목소리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현상이란 왕왕 본질이 왜곡되고 전도된 채 나타나는 경우도 많거니와, 일시적 역류와 반동도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을 놓치고,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역사와 민중에 대한 믿음이 결여된 소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세와 상황의 엄중성과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 채 위와 같은 당위적 언사로 자위하고만 있는 것이야말로 더더욱 한심한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좌우경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심을 갖고 힘 있게 투쟁할 수 있는 변혁적 정세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결적인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민심이란 매우 변덕스럽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대의 기본흐름을 표현하며, 시대의 기본흐름에 따라 변화 발전한다. 그리고 시대의 기본흐름을 규정하는 요소는 사회 계급적 모순이다. 현재 한국사회 발전의 기본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개념은 ‘6.15시대’(주1)이다. ‘6.15시대’는 ‘분단시대’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기존 지배체제와 지배방식을 지탱해 왔던 분단체제가 실질적으로 와해되면서, 자주와 통일의 ‘새로운 체제’가 수립되는 변혁의 시대이다.

6.15시대란 한마디로 변혁문제가 현실적 문제로 등장한 시대이며, 이러한 시대에서는 대립 충돌하는 양 세력들 사이의 목숨을 건 사활적 투쟁으로 대립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전진과 후퇴, 승리와 패배가 매우 빈번하게 교차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어느 한 세력들의 조그마한 실수로도 정세가 급변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대선 총선을 거쳐 완성된 ‘친미보수지배체제’는 변혁적 정세로 치달아 가는 기본흐름에서 나타난 일시적 반동 국면이며, 진보개혁세력과 친미보수세력의 치열한 계급투쟁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전술적 패배로부터 귀결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전 사회적으로 기세등등한 친미보수세력들의 준동에 겁먹고, 주눅 들어 망연자실해 있을 것이 아니라, 시대의 기본흐름에 대한 확고한 인식 아래 전술적 패배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며, 대안을 찾아 투쟁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역으로 전술적 패배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채, 새로운 승리의 방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전술적 패배가 전략적 패배로도 연결될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위기상황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2.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총선

이번 4.9 총선은 친미보수세력과 진보개혁세력의 대결전선에서 친미보수세력이 완벽하게 승리한 선거였다. 친미보수세력은 대선 승리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의석 2/3이상을 차지함으로서 친미보수 지배체제를 명실상부하게 완성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전투다운 전투가 없었고, 진보개혁세력들은 선거과정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오히려 보수와 보수의 대결전선이 총선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진보개혁세력들에게는 더욱 더 뼈아프다. 더더군다나 진보정당의 분열은 진보와 개혁을 열망하는 민중들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희망까지 앗아가 버린 것으로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사태였다.

(1) 총선패배의 원인과 교훈

여기에서 진보 개혁세력들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 완벽한 패배를 당한 근본원인에 대해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분명 ‘6.15시대’는 자주와 통일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대이며, 진보와 개혁을 지향하는 세력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채 친미보수세력들에게 모든 권력을 빼앗긴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민생을 외면한 민주개혁의 필연적 귀결이다.

6월 항쟁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개혁을 주도해 온 정치세력들은 중도개혁세력과 중도보수세력의 연합세력이었다. 이들은 정치적 민주화(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대)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민생(경제적 민주화)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한마디로 무능했다. 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의 점진적 확대과정에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해 나가는 활동을 올바로 결합하고 배합해야 했지만 소홀히 함으로서 민생과 민주개혁이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97년 IMF사태 이후 사회적 양극화가 급격히 확대되고, 민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내수와 서민경제가 붕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매달림으로서 결정적으로 실착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진보개혁 세력은 민생문제에는 무능한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급격히 축소됐다(주2).

둘째, 낡은 세력들을 철저히 타파하지 못한 때문이다.

민주화 과정은 민주세력과 반민주세력의 치열한 계급투쟁 과정이다. 반민주세력들을 근본적으로 척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도 완성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이후 민주개혁을 주도해온 정치세력들은 반민주세력과의 비타협적 투쟁을 포기하고 타협을 통해 몇 가지 민주적 양보조처를 얻는 데 만족했다. 그 결과 낡은 반민주세력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지반을 거의 손상당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나마 추진됐던 민주개혁조처조차 형해화시켜 빈껍데기만 남도록 했고, 대부분의 민주개혁조처들의 추진을 힘으로 막아버렸다. 그 결과 민주화의 구체적 성과와 결실이 대중들에게 손에 잡히지 않았고 민주개혁에 대한 냉소와 체념만이 지배하게 됐다. 낡은 세력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반동적 이론을 앞세워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통해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해 갔고 진보개혁세력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데 성공했다(주3). 여기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단순히 몇 가지 법과 제도의 교체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반민주세력들의 정치적 경제적 토대를 타파하고, 척결할 때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셋째, 대중의식의 일대 전변을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6.15시대는 자주와 통일의 시대이다. 자주와 통일문제가 시대의 당면한 과제로 되는 시대이며, 이것은 광범한 영역에서 ‘민족문제’를 둘러싼 사회 계급적 모순이 급격히 격화되고, 표출되며, 대립과 갈등의 ‘주된 쟁점’으로 등장하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주와 통일의 시대라는 것을 주관적 개념규정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6.15시대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90년대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주와 통일의 영역에서 수없이 많은 정치경제적 쟁점(주4)들이 계급투쟁의 구체적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그에 따라 광범한 대중들은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시대적 조건에서 민중들이 역사를 자주적으로 개척해 나가려면 의식화되고 조직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광범한 대중들 속에 형성된 민주민권의식을 민족자주의식으로 질적 도약을 꾀하는 대중의식의 일대전변이 요구되었다. 특히 6.15시대에 들어와 대중들의 반공반북의식이 급격히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식민지 경제구조의 구조적 모순(주5)이 대중적 폭로되고 있었고, 이러한 것들은 대중들의 반미자주의식화와 조국통일의식의 일대고양에 매우 유리한 조건과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개혁세력들은 이러한 유리한 조건과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고, 대중의식화의 일대 전변을 이룩하는데 실패했다(주6).

(2) 새로운 가능성의 싹

진보개혁세력들은 이러한 한계로 인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진보개혁세력에게 뼈아픈 패배만을 안겨준 게 아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출발의 가능성도 역시 보여주었다. 우리들은 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새로운 출발의 가능성이란 두 가지이다.

첫째는 6.15시대의 기본흐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광범한 대중들이 반북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투표행태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안보 보수’지역으로 불리는 충청도나 강원도지역에서 민주당이 비교적 선전한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반공반북이데올로기’는 외세나 친미보수 세력들의 권력유지의 사상적 토양이며, 이것이 붕괴된다면 장기적으로 외세와 친미보수 세력들의 사상적 지반이 붕괴되고, 사상적 지반이 붕괴되게 되면 권력의 지반도 약화, 붕괴의 길을 면치 못한다(주7).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대중의식 지형을 잘 보고, 대중들의 반미자주의식화 조국통일의식화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간다면 광범한 대중들을 전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적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종북정당 논쟁과 분당사태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총선을 맞이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2석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한사람도 없었다. 분당사태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역구 2석 고수는 객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내외분석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창원을과 사천지역에서 지역구 2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고 비례대표 3석과 함께 의석수 5석의 원내정당으로 살아남았다. 객관적으로는 17대 10석에서 5석으로 절반으로 축소된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것은 평면적 분석 평가이다. 보다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평가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광범한 기대와 희망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며, 진보정당의 대중적 계급적 토대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새로운 출발의 가능성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희망의 푯대로 삼아 군중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면 새로운 승리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

3.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단순히 가능성일 뿐이다. 어찌 보면 가능성보다도 진보운도진영 앞에 제기된 도전과 위기가 훨씬 더 크게 보이는 게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식에 빠지지 않고 자그마하게 보이는 가능성을 부여잡고, 그것을 현실성으로 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혁운동의 참 모습이다.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운동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문제이다.

(1) 활로는 ‘민생제일주의’로부터

진보운동의 활로를 개척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민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변혁운동이란 민중들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민중자신의 운동이라는 고전적 명제를 들 것도 없이 민중들의 생활적 처지와 조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자주적 요구와 지향을 파악하고, 이것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운동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첫걸음을 ‘민생’에서부터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진보개혁세력들이 광범한 민중들로부터 고립되게 된 근본 이유가 바로 민생과 민주개혁을 올바로 결합시키지 못하고 ‘민생’을 외면한 데 있다고 봤을 때,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룩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운동진영은 ‘민생제일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점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본다.

문제는 ‘민생제일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진보개혁진영이 민생을 외면했다고 평가했는데, 엄밀히 말해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진보개혁세력들은 민생을 소리높이 외쳤고,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실천을 펼쳤고,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범한 민중들에게 민생해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무능한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왜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민생제일주의’ 본질과 실현방도를 올바로 찾을 수 있다.

‘민생’문제에서 광범한 민중들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하지 못한 근본원인은 ‘민생’문제에서 ‘반미자주화 노선’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IMF사태가 발생한 것도, IMF사태 이후 민생이 악화되게 된 것도 다 미 제국주의 세력 때문이다. 현재 민생악화의 주범으로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란 본질적으로 미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서 미 제국주의 독점자본(주8)의 한국민중 수탈정책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자칭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민생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강행했으니 민중들의 거센 반발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진보운동진영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그 원흉인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규탄과 폐지 투쟁에만 머무르거나 개별 초국적 자본의 횡포에 대한 폭로와 규탄 투쟁만 있었으니, 민중들의 적극적 지지를 확대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서 반미자주화 노선을 확고히 앞세우고 주선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

‘민생제일주의’ 노선을 구현함에 있어 좌우경적 편향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광범한 대중들의 구체적 요구와 이익의 실현을 외면한 채 추상적이거나 전략적 구호와 요구만을 내세우는 것이 좌경적 편향이라면, 반대로 구체적 요구와 이익 실현에 매몰되어, 민생악화의 주범과 그 구조에 대한 총체적 폭로와 규탄, 새로운 사회의 전망과 실현방도를 제시하는 활동을 등한시 하는 것이 우경적 편향이라 할 수 있다.

좌우경적 편향을 빠지지 않고 ‘민생제일주의’ 노선을 관철하려면, 분노와 전망, 구체적 성과를 통일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첫째, 광범한 대중들의 계급적 분노를 조직하는 것을 앞세워야 한다. 계급적 분노야말로 투쟁의 동력이며, 운동발전의 기본적 토대이다. 계급적 분노 없는 운동발전이란 허구이다. 변혁운동이란 한마디로 계급적 분노를 조직하는 과정이외에 다름이 아니다. 계급적 분노를 조직하려면 민생파탄의 주범을 명확히 낙인찍고, 민생파탄을 야기하고 있는 지배와 착취구조를 군중적으로 폭로해야 한다(주9). 특히 민생파탄의 원흉은 미 제국주의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주10)란 미 제국주의세력들의 한국민중 수탈을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와 지배방식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둘째,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실현방도를 제시해야 한다. 광범한 대중들이 투쟁에 광범하게 떨쳐나서려면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낡은 민생파탄 체제를 극복하고 민생안정의 새로운 사회가 가능하며, 그것을 자체의 힘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과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외피를 쓰고 있는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 경제구조(주11)를 타파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고, 민족경제의 자주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경제의 상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실현가능성과 방도를 밝혀주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신념과 승리에 대한 신심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셋째, 손에 잡히는 성과를 조직해야 한다. 광범한 민중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귀 기울이고, 민중생존권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요구를 제기하고, 그것을 반드시 쟁취해 민중들에게 손에 잡히는 구체적 성과를 안겨주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구체적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없이 추상적 전략적 구호만을 내걸고 투쟁하게 되면 민중들을 투쟁에 적극 동참시켜 낼 수 없고, 민중들의 투쟁과 의식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 또한 구체적 요구를 내걸고 그것을 쟁취하는 투쟁 없이 ‘투쟁을 위한 투쟁’에 매몰된다면 대중들은 짜증을 내고, 운동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2) 놓칠 수 없는 ‘평화수호’ 노선

진보운동의 활로를 열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민생제일주의 구현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첫 번째 요구라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평화수호 노선’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다. ‘민생’과 ‘평화’는 진보운동진영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할 양대 과제이며,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하거나 다른 하나에 종속시키게 될 경우 활동상에서 편향이 발생하며, 민중들의 지지와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진보운동진영이 대중들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민생제일주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이유로 한반도 평화실현투쟁에 소홀히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역사적 경험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강고한 주체역량이 구축되지 못하게 되면, 민생투쟁역량마저도 튼튼히 꾸려질 수 없고 그 결과 민생투쟁마저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생투쟁을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민생투쟁에 매몰된다는 것은 천양지차가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현 정세는 ‘한반도 평화문제’가 중대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시기이며, 우리나라는 ‘전쟁과 평화’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정세의 요구를 외면하게 되면,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워지며, 전쟁위기가 다시 격화되고, 그렇게 될 경우 ‘민생의 안정’도 공염불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수호’ 문제는 진보운동진영에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정치적 과제로 된다.

현 시기 ‘한반도 평화문제’는 주로 다음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쟁점들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은 현재 ‘행동 대 행동’ 2단계 행동조치 이행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테러지원국 명단삭제’와 ‘핵 불능화 및 완전한 신고’를 동시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10.3합의(9.19공동성명 이행 2단계 행동조치)가 북한 시리아 핵커넥션 의혹으로 교착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이것이 최근 싱가포르 합의로 해결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10.3합의가 이행되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핵 폐기 단계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핵 폐기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주12)가 중심 문제로 부각되게 될 것이다.

둘째로 21세기 한미동맹 재편강화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던 21세기 한미동맹 재편강화문제는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통적인 친미노선을 표방하며,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 전략의 첫째 과제로 내세우고, 종속적이며 예속적인 한미동맹 강화를 앞장서고 있다. 이에 고무 받은 미국은 MD체제 참여, PSI참여, 방위비 분담금 확대, 주한미군 감축 중단, 한국군 해외파병 강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 및 환태평양 공동방위체제 구축, 미군기지 이전 비용 전가 등 종속적 굴욕적 요구들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태세이다. 이러한 미국 측의 요구들은 대부분 민생과 직결된 것들로서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대미 퍼주기’로 인한 민중들의 부담과 고통이 증대될 것이 명백하다.

셋째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쟁점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에서부터 기존 정부의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주창했다.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미공조우선’ ‘선 핵폐기’ ‘엄격한 상호주의와 전략적 개방노선’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핵 개방 3000’(주13)이라는 정책 프로젝트로 제시하며, 이에 기초해 남북경협 4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정책 하에서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최악의 대결국면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상과 같은 현 시기 주요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문제들은 모두 민생문제들과 직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운명문제와 긴밀히 결합돼 있고 , 더 나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지형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진보운동진영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외면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등한시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고, 광범한 대중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실현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실현투쟁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 민생문제와 긴밀히 결합해야 한다.

(3)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진군

6월 민중항쟁의 승리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성취물들을 지키고, 더 나아가 보다 높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단순한 여야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이란 파쇼통치세력들이 정권을 다시 장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권을 장악한 파쇼 통치 세력들은 지금까지 민중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 성과물들을 부정하고, 다시 과거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리려 할 것이 명백하다(주14). 이러한 반역사적 행위들을 간과한 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소홀히 하게 되면, 우리사회는 어느 순간 절차적 민주주의마저도 껍데기만 남고, 파쇼통치의 암흑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다.

민주주의적 성과물들을 무효화하고,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광범한 대중들과 함께 민주수호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어야 한다. 그런데 민중들은 그동안 민주개혁조치에 대한 실망과 좌절로 인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한 꺼풀 꺾여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중들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분기시키려면, 새로운 희망과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개혁과정이 민생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밝혀주고, 민생과 결합되고, 민중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상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는 ‘민중주체’의 민주주의이다. 지금까지 민주개혁의 한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계급적 성격의 한계로부터 온다. 민중이 주체로 되고,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민주주의가 되지 못했던 데서 온 것이다. ‘민중주체’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기본 특징과 구체적 상, 주요한 강령과 정책들을 밝히고, 그것들을 광범한 대중들 속에 전파해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열망과 기대를 폭발시켜야 한다.

4.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

이상에서 살펴본 바대로 진보운동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민생제일주의’ 기치 아래 민생과 평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을 통일적으로 펼쳐나가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답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자!’이며, 둘째는 ‘전투적 활동태세를 구축하자!’이다.

진보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투쟁하는 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보운동진영은 민생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대중들의 생활과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가 대중들과 함께 생활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며 출발의 기본전제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전투적 활동태세’를 구축하는 문제이다. 모든 운동은 주체의 운동이며, 주체의 주동적인 활동과 투쟁의 힘에 의해 발생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진보운동을 새롭게 부흥시키려면, 주체의 태세를 새롭게 갖추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진보운동진영의 단결된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전투적인 활동태세를 갖추지 않고서 진보운동의 활로를 열어나갈 수는 없다.

여기에서 핵심은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진보운동진영을 조직적으로 재편하는 데 있다.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대중단체 연합체인 한국 진보연대와 조직적으로 긴밀히 결합하고, 한국진보연대의 활동에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며 책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연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모든 진보운동 세력들이 대동단결해 일치된 활동과 투쟁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적 참여 수준에서 벗어나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조직적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모든 대중단체들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고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을 철칙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집행한다’는 조직적 규율을 확립해야 한다.

모든 승리의 열쇠는 대중과 함께 전투적으로 투쟁하는 데에 있다.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 대중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전투적으로 투쟁해 나간다면, 일시적으로 조성된 보수지배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쟁취할 수 있다.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자.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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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6.15시대’라는 개념에는 한반도적 차원의 의미와 국내적 차원의 의미가 통일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한반도적 차원의 의미로 볼 때 6.15시대란 우리 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이 전면화 되면서 민족공조 시대가 실천적으로 열린 시대라면, 국내적 차원의 의미로 볼 때에는 한국사회의 근본모순(민족모순)이 전면화 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첨예화되고, 진보정치 시대가 실천적으로 열린 시대이다.
그리고 6.15시대의 뿌리에는 경제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들인 비정규직과 사회적 양극화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필연적 귀결이며,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란 종속(예속)적 신자유주의 체제로서 미 제국주의의 경제적 지배와 수탈 체제이며 지배방식인 것이다. 현재 민중들의 삶의 고통의 근원들을 해소하려면 미 제국주의 지배체제인 신자유주의 체제를 타파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 체제 타파는 민족자주화 전략에 의해서만 성공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6.15시대라는 개념 규정과 신자유주의 시대라는 개념규정을 상호 대립시키거나 상호 선택적인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6.15시대라는 개념 규정을 속류화하는 것이다.

2) 진보세력들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지만, 자체의 정치적 역량의 한계로 인해 민생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지 못했고, 최근 년간 중심적 민생투쟁이었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자체가 추상적 구호에 머무르거나, 민생악화의 주범을 명확히 밝혀주지 못함에 따라, 중도개혁세력이 주도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에 머물렀다.

3) 최근 나타나고 있는 반동적 상황은 타협주의적 노선의 한계를 그대로 노정시키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낡은 지배세력들을 척결하지 않는 한 초보적 민주화조차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의 상황이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화란 다름아닌 민주세력과 반민주세력의 비타협적인 계급투쟁을 통해 민주세력이 권력을 장악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4) 1990년대 말부터 주요한 정치적 쟁점들로 부각된 자주통일영역의 문제들을 열거해 보면, 정치군사적 영역에서는 노근리학살사건,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문제, 미선이.효순이 사건, 한국군 이라크 파병, 서해교전사태, 북핵문제, 남북정상회담, 남북교류협력(금강산관광, 개성공단사업)등이 있었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환율위기와 IMF사태,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미국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초국적 독점자본의 한국경제 장악), 한미FTA 협상, 남북경협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5) IMF사태는 한국의 식민지 경제구조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것이며, IMF 처방은 환율위기를 초래했던 식민지 경제구조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순을 더욱 더 확대재생산하고 식민지적 경제 예속을 더욱 더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현실은 광범한 대중들에게 민생악화의 주범이 미 제국주의와 그 앞잡이들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폭로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과 계기로 된다.

6) 광범한 대중들 속에 반미자주의식화를 비약적으로 확산시켜 대중의식의 일대 전변을 이룩하는데 실패한 요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은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말하면, 첫째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중도개혁세력들의 사상적 계급적 한계로 인해 반미자주의식화 확대발전에 대해 겁을 집어먹고, 이를 억압하려고 했고, 둘째 진보세력들은 반미자주의식화에 노력했지만, 정치 조직적 한계로 인해 광범한 대중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했을 뿐만 아니라 반미자주의식화 방법과 방도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특히 진보운동진영은 좌우경적 편향으로 인해 민생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반미자주의식화를 전개하는가 하면, 민생문제를 반미자주의식화와 올바로 결합하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민생이 악화되게 되면 대중들은 급진화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민생악화가 보수정치세력 득세를 초래했는데, 그것은 민생악화의 근본원인과 그 원흉들에 대한 대중적 폭로와 선전이 잘 조직되지 못한 때문이다. 반면에 친미보수세력들은 그것이 바로 중도개혁정권의 설치기 개혁으로부터 초래된 것이라는 대중선동을 줄기차게 벌였는데, 이러한 악(惡)선동이 대중들에게 통하게 됨에 따라 진보개혁세력들이 대중적으로 고립되게 된 것이다.

7) 그들은 ‘안보 보수’ 대신 ‘시장 보수’ 이데올로기로 대체하려고 하지만, 양자는 편의적으로 구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위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 통일적 이데올로기로서 어느 하나가 붕괴된다면 다른 하나도 유지하기 어렵다.

8) 민중생존권 파탄에 책임이 있기 초국적 독점자본 중에는 미 제국주의 독점자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 초국적 독점자본의 절대다수는 미국계 제국주의 독점자본이며,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방식(자본의 자유로운 활동보장)에 의한 수탈방식만을 택하는 게 아니라 미국정부를 앞세워 한국의 경제구조 자체를 종속적 예속적인 경제구조로 바꾸고, 미국정부를 앞세워 한국의 경제정책을 음양으로 좌지우지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초국적 독점자본에 대한 투쟁은 미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투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9) 계급적 분노를 조직하는 활동을 뒤로 미룬 채 구체적 이익 실현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대중투쟁을 조직한다면, 그것은 실용주의, 개량주의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대중들의 계급의식을 발전시키기보다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변혁운동의 주체역량 강화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10)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올바른 선전 교양이 절실하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질은 종속(예속) 신자유주의 체제이며, 여기에서 본질적 측면은 종속성(식민지성)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게 되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 주적이 없거나 잘못 설정됨으로서 대중적 계급적 분노를 오도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은 이러한 측면을 소홀히 해왔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과 집행자가 한국의 정부당국자라는 점 때문에 정부당국에 대한 분노와 반대만을 조직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정부당국에 대한 분노와 반대를 조직하는 것을 빼놓고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얘기할 수 없지만 반대로 미제국주의의 지배 수탈양식이라는 점을 빼놓고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것도 또 다른 편향과 왜곡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주된 적으로 폭로하고 투쟁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사숙고해야 하며, 그 점에서 반미자주화 투쟁을 주선으로 세우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11)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질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논점으로 된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미국 영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와 그 형태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식민지적 지배와 수탈의 이데올로기이며, 체제라는 점이다. 우리들은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형태의 동일성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차이성(식민지 지배국과 식민지 종속국)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영국 등 서구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주주자본주의 체제 극복이 중심적 과제라면,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주주자본주의 체제 극복이 중심과제가 아니라, 경제의 ‘식민지성’의 극복이 중심적 과제이다. 또한 한국 경제의 발전의 역사에서 그 이전 체제와의 차이성이 본질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의 종속성과 예속성(식민지성)이라는 공통성이 본질적 측면이다.

12)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6자회담 내에서 한반도 평화포럼을 구성해 여기에서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평화포럼과 별도로 북미군사회담을 개최해 여기에서 미국의 군사적 적대정책의 철폐문제를 다루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북미군사회담과 한반도 평화포럼의 상호관계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진행방식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북미간의 협상과 담판에 따라 결정될 확률이 높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의 대립점은 분단지향적 평화체제인가 통일지향적 평화체제인가의 대결로 되며, 그 핵심 쟁점은 주한미군 문제이다.

13) ‘비핵 개방 3000’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한국이 적극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000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비핵 개방 3000’ 구상의 주된 내용이다.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될 경우 비핵 개방 3000구상을 가동해 북한 경제를 수출주도형 경제로 전환해 매년 15~20%의 성장(평균17%)을 지속해 10년 후 국민소득 3000달라 경제로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300만불 이상 수출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30만의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경제적 인프라 구축(고속도로와 에너지 시설)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억불 상당의 국제협력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북경협 4원칙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월 1일에 제시한 것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 △경제성 △재정부담 능력과 가치 △국민적 합의를 말한다. 이 당선인은 이러한 4원칙에 따라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대북경협사업 중 “‘우선 할 것’, ‘나중에 할 것’, ‘못할 것’을 구분하겠다”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협력사업은 취임 후에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4) 이명박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구호로 내걸고, 공안통치 기구의 강화, 각종 민중들의 민주적 권리의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대한 엄격한 대응, 불심검문 불응시 연행조치 시행, 간첩색출활동 강화, 보안사령부 강화 등의 조처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개별적으로 우리들 앞에 다가오지만, 하나씩 하나씩 과거의 파쇼적 통치행위들을 되살려나가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들을 중단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또 다시 위기상황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