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설악산이 아니다!

김삼석(군사평론가)

 

금강산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동안 금강산을 관광하고 돌아온 관광객들에게 "금강산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오해 마시라. 금강산 피살사건의 박왕자씨 처럼 사고당하지 않고 무사하게 돌아왔느냐라는 인사가 아니다. 다른 차원의 인사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박씨의 안타까운 사고에 조의를 표한다.

지금까지 무사히 돌아온 또는 머지않아 관광이 풀리면 다녀올 관광객들에게 앞으로 '금강산'만 관광하지 말고 첨예한 군사대치상태가 지속되는 민족의 현실을 제대로 잘 관광하고 다녀왔냐고 묻고 싶다.

잘 알다시피 금강산 관광을 위해 비무장지대를 건너자마자 양쪽으로 포진하고 있는 이북의 군사시설을 단지 우스운 관광거리로만 생각하면 대단한 착오다. 큰 코 다친다. 어떻게 관광객에게 총을 쏠 수 있냐고 입에 거품물고 대북성토하기 십상이다.

휴전선을 넘자마자 버스 안에서 안내원의 설명에서부터 관광하면서 조심해야 되는 부분을 꼭 설명하는 긴장감 넘치는 군사 긴장지역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창문너머 손가락으로 가르키지 말라거나 사진촬영을 하지말라는 가르침까지. 그래서 동남아의 푸켓이나 설악산, 안면도 해수욕장 같은 관광지와 다소 차원이 다른 지역이다. 관광지면서도 펜스만 넘으면 군사지역인 셈.

이북의 대부분이 미국.일본과 대치하는 첨예한 군사지역

주한미군 사령부의 자료에 따르더라도 이북의 군사시설의 50%는 지하에 있고, 지하 군사시설의 총길이는 금강산에서 제주도까지의 길이인 500Km 정도가 된다. 이북의 군사시설은 무엇인가. 이북의 무력은 100년 이상 이북과의 전쟁을 거두지 않는 숙적인 미국과 일본이 북을 향해 전쟁을 불사한다는 데 대한 자위적인 수단이다.

그중에서도 금강산 지역은 특별하다. 해로관광시 관광선 정박항구였던 고성항은 원래 이북의 잠수함 기지가 있었던 자리였고, 포진지가 있었던 고성봉에는 푸른 잔디가 바다와 어우러진 골프장이 건설되었다. 그뒤 포탄 대신에 하얀 골프공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곳을 이남에게 문을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남과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이북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호시탐탐 이북을 노리는 미.일의 첩보전 앞에 금강산 관광지역 주변이라고 해서 경계를 게을리한다는 것은 보통의 군의 상식상으로도 있을 수 없다. 금강산 관광지역주변이라고 해서 관광객만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이남의 '짐작'일 뿐이다.

인터넷 자주민보의 필자 ‘중국시민’은 "일본의 민간인 정탐요원들이 중국의 군사시설 좌표를 측정하다가 체포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지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사이에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자주민보는 "물론 이들 중에 군복 입은 사람은 거의 없다. 체포하고 보면 모두 관광객이거나 무슨 학자, 사업가들이다. 위장한 것도 아니고 본래 직업이 그런데 첩보 임무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은 소박한 관광을 뛰어넘은 '긴장된' 관광임을 실감나게 한다.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는 대북 적대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붙고 있다. 급기야 서해교전을 연평해전으로 격상시켜 정부 차원에서 추모했다. 통일정책은 없고, 적대적인 대북정책으로 일관해 제2의 서해교전을 언제든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긴장된 분위기다. 이 즈음 1차적으로 박 씨는 금강산 해수욕장 모래탑을 넘어 군 통제구역으로 넘어가는 큰 우를 범한 셈이다.

그렇다면 김영삼 정부 때의 강릉잠수함 사건을 돌아보자. 12년전 1996년 9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소속 군인들이 강릉앞바다 정찰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면서 발생했다. 이북 잠수함은 좌초되어 침투요원들이 육지로 탈출했고 군경합동체포작전을 통해 13명을 사살함으로써 종결됐다.

북측은 당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유감 및 재발방지 약속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이북은 외무성대변인은 성명(96.12.30)에서 "막심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잠수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수함이 기관고장으로 이남의 영해를 침범했을때, 남측은 대량살상으로 화답했다. 그뒤 이북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상황이 바뀌어 12년뒤 7월, 남측의 한 사람이 금강산 통제구역을 침범하자 이북은 사살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제 이남이 유감을 표시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되는 순서가 아닌가.

금강산은 관광특구이면서 군사지역

금강산 인근의 삼일포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너무나 평화로운(?) 동해는 미국의 첩보 잠수함들이 일년 내내 대북정보를 수집하느라 바쁘다. 박 씨가 피살된 그 새벽 시간에도 말이다.

동해를 비롯한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하거나 비무장지대에서 미국의 정찰기, 헬기, 첩보함이 나포, 피격되는 사례가 수십, 수백 건이 넘는 것은 바로 첨예한 군사대치상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북에서 보기에는 금강산특구는 관광지다. 하지만 특구를 벗어나면 첨예한 군사지역. 관광지가 가까이 있어 더더욱 밤낮으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지역인 셈이다. 특구 밖은 관광과 관계없는 군사지역으로 정전협정에 의해 그동안 총성이 멈춘 상태일 뿐이다.

그런 군사지역에 대한 경계는 어느 나라 군이나 마찬가지다. 이북의 초병 경비 수칙도 예외가 없다. 민간인이든, 관광객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민간인으로 가장한 군인이든, 안내원으로 가장한 국가정보원 관계자이든 조선인민군의 관할인 군 통제구역을 침범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한 예로 박 씨가 조선인민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곳과 같은 장소에서 지난 해 6월 이북에 억류된 뒤 풀려난 김홍술 목사는 다음날 5일 점심을 먹으며 자신이 겪은 일을 함께 방북했던 국가정보원 관계자에게 이야기했다는 보도가 있다. 금강산은 민간인만 관광가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관계자도 정보수집 차원에서 관광(?)을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남측의 대북 정보는 상당 부분 미군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국방부가 운용하는 정찰기와 전방 전자전장비 등 대북 첩보 장비와 휴민트(HUMINT, 인적정보)를 통해 수집하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미군의 첨단장비를 이용한 대북정보와, 남측의 군과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인적정보 간 보완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북에 대한 불법적인 정찰로 대표적인 이중성을 보여왔다. 미국은 지금 이 시각에도 한 달에 160회 정도 한(조선)반도 상공을 고성능 정찰기로 불법적인 대북 군사 정찰을 하고 있다. 미국이 이북 상공에서 정보수집활동을 시작한 것은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발생 이튿날인 68년 1월 24일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달 50회에서 최근에는 150~160회 이루어지고 있다. '왕비늘`(Giant Scale)계획이라는 명칭아래 전략정찰기 SR-71을 이용한 정찰비행이다.

지금도 미군은 KH-11 군사위성과 U-2 고공전략정찰기, RC-135 정찰기, 해상의 이지스함 등을 이용해 수집한 유.무선 신호 및 영상 정보와 통합.관리함으로써 24시간 수집 및 감시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강산 특구와 인근 지역, 동해도 마찬가지다.

남측 군은 금강정찰기의 영상정보탐지장비(SAR)를 이용해 휴전선에서 80km 이북지역의 영상정보를 얻고 있다. 참고로 이북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기 전에 금강정찰기 영상정보탐지장비를 다시 틀어보면 될 것이다.

이렇듯 그저 금강산 지역이 관광지역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이 긴장의 끈을 늦출 리가 없다는 것은 이남의 정보기관과 군당국이 더 잘 안다. 국가정보원도 금강산을 관광(?)하고, 통일부 역시 현대아산 등 이북과 교류하는 각종 민간 기업 및 단체와 탈북자 등을 통해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 뿐만아니라 휴전선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숱한 의혹을 가지고 터진다. 정보를 가진 자들이 어떻게 활용하기 나름이다. 일반 사람들의 상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04년 10월25일(월, 음력 9월12일) 밤과 26일 새벽에 휴전선 철책선 절단의혹 사건이 있었다. 파월 미국 국무무장관이 방한하기 사흘 전에 터진 사건이다. 진상은 알 길이 없다. 문제는 파월이 미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한국을 방문했고, 그 시점에 미국판 북풍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무엇을 했나

문제는 이남의 합참본부가 박씨 사건을 총격사망을 질병사망이라고 보고했다. 왜 그랬을까. 청와대 관계자가 “오전 11시40∼50분에 합참에서 총격 사망이 아니라 질병 사망이라는 보고가 들어와 혼란이 있었고 진상 파악까지 더 시간이 흘렀다”며 말한 부분. 합참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대북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고, 이는 합참의 정보참모본부에서 취합해 통합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나라의 안전과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이 정도면 제2의 박씨 사건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일본한테서 독도를, 미국한테서 우리 밥상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하거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남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측의 대북 군사관련 정보가 모두 모이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총격사망을 '질병사망'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초동 첩보수집 단계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는 2004년 10월 25일 휴전선 철책선 절단의혹 사건이 처음에 ‘간첩 침투 가능성’에서 오후엔 ‘민간인 월북’으로 12시간 만에 바뀐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한 번의 실수는 여러 번 반복되었다.

또 이상희 남측 국방장관은 지난 3월 3일 오후 중부전선 최전방 5군단 6사단 GP(감시초소)를 방문하기 직전 5군단 지휘통제실에서 현황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휘관들에게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 지휘관이 현장의 합동전력으로 작전을 하면서 현장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만약 현장에서 단시간에 작전을 종결하지 못하면 확전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경계태세는 '작전'이며 '현장 종결'이다. 4개월 전 이런 발언을 한 남측 국방장관이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사뭇 궁금하다. 조선인민군이 '단시간에 작전을 종결한' 사안(?)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말이다.

국방부는 21일 "우리의 최대 주적(主敵) 국가는 북한"이라고 밝히는 데는 주저하지 않다가, 지난해 일본 방위백서를 번역하면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적고, 있지도 않은 일본 레이다 기지가 있는 것처럼 표기했다. 자국을 위한 국방부인지 일본을 위한 국방부인지 분간이 안 간다.

누가 개성관광까지 뒤흔드나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다. 그는 2004년 휴전선 철책선 절단의혹 사건이 일어난 즈음 주한 미국대사였다.

바로 이남의 철책선이 뚫린 날,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민화협 특강에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겠다”고 폄하한 적이 있다. 개성관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4년뒤의 상황은 미국도 돌이킬 수없을 만큼 북미관계는 진전되었다. 2006년 7월 이북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시험이 있었다는 상황이 작용하고, 6자회담의 진전도 작용한다.

그러나 가끔은 틈틈이 긴장 조성을 놓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박씨 사건을 빌미로 개성관광까지 재검토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역지사지는 중요하다. 금강산 관광이 설악산으로 옮겨져, 이북인민을 상대로 한 설악산 관광특구였다면 하는 생각을 거꾸로 해보자. 이북의 관광객이 설악산 인근의 군사시설 통제구역을 넘어 갔다면 이남의 합참과 미국의 국방 당국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해본다.

동해안 철조망 인근은 둘째 치고, 서울 가운데에 있는 남산과 사당동의 수도방위사령부 군사시설은 접근을 엄금하고, 유사시 발포한다. 서해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27일에야 58년만에 육군은 제3군야전군사령부를 투입, 시화호와 화성호 주변 철책과 초소, 소초(적은 인원으로 중요 도로나 지점의 경계 임무를 맡은 부대) 등 유휴시설물 철거작업에 착수했을 정도다. 58년 만에 말이다. 수원 광교산 꼭대기에 있는 미군 미사일기지 철책도 마찬가지다. 접근 엄금이다. 유사시 발포한다. 군사시설은 이게 보통이다.

그러나 더욱 겁나는 것은 촛불정국에서 보았듯이 이 정부는 이미 국민의 안전과 생명, 건강권을 미국의 육우업체 손에 맡기며 검역주권을 포기한 정권이다. 일본에 독도마저 빼앗길 위험에 처한 채 영토주권을 포기한 정권이다. 고인인 박씨의 안전과 생명을 말할 자격이 있나.

지난 ’99년 연평해전과 ’02년 서해교전 당시에도 금강산 관광이 지속되어 상호 긴장을 화해의 발걸음으로 돌이켰다는 사실을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금강산을 하루에 1,300~1,500여명이 관광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셈인가.

진정 대북 적대정책 허물기는 무엇인가

이북에서도 어찌되었건 이남의 민간인이 희생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였다. 이제 촛불정국을 피하기 위해 이 정부가 박씨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8월 11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핵심중의 하나인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 대북 적대정책이 뿌리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 언제든지 이남의 민간인까지 피해대상이 될 수 있고, 핵무기 전장으로 만들 태세가 되어 있는 적대정책의 최대 무력인 미국의 군대를 세계 최고의 고밀도 군사대치지역에서 거둬내는 것도, 이남 전체를 군통제구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이다. 이는 생활속에서 적대정책을 드러내고 있는 이남 곳곳의 핵무기를 감싼 미군 철책선과 군통제구역을 해제해야 진정으로 테러지원국을 해제하는 적대정책 허물기다.

그럴때 관광을 관광으로만 살아남게끔 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금강산'과 설악산은 다를 게 없다.

머지않아 "금강산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다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