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격돌과 2012년 시나리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철군문제 외면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자기의 세계군사전략에 따라 미국군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서유럽에 미국군을 배치하였고, 아시아에는 동북아시아에 미국군을 배치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군이 배치된 곳은 한반도와 일본이다. 한반도에 배치한 지상군은 서울 용산에 사령부를 두었고, 일본에 배치한 공군은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다(橫田) 공군기지에 사령부를 두었고, 일본에 배치한 해군은 도쿄만(東京灣) 나들목에 있는 요코스카(橫須賀)에 제7함대 해군기지와 해군사령부를 두었다.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있는 미국 해군사령부는 미국 영토 밖에서 유일한 해외배치 해군사령부다. 냉전시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필리핀의 수빅해군기지(Subic Naval Base)와 클락공군기지(Clark Air Base)에도 해군과 공군을 배치하였지만, 1992년 11월에 철군하였다.

미국 지상군이 배치된 한반도는 아시아대륙에 속하고, 미국 해군과 공군이 배치된 일본은 태평양지역에 속한다. 군산과 오산에도 미국 공군기지가 있지만, 그것은 일본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들과 연계된 전진배치기지들이다. 주한미국군은 지상군 병력을 중심으로 2만8천500 명이고, 주일미국군은 해군과 공군 병력을 중심으로 3만8천450 명이다.

다른 한편, 서유럽에서 미국군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영국이다. 지상군은 독일에, 해군은 이탈리아에, 그리고 공군은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 각각 배치되었다. 유럽주둔 지상군사령부는 독일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에 있고, 유럽주둔 해군사령부는 이탈리아 나폴리(Napoli)에 있고, 제6함대 기지는 이탈리아 가에타(Gaeta)에 있다. 유럽주둔 공군사령부는 독일 람스타인(Ramstein)에 있고, 주요 공군기지들은 독일 스팽달렘(Spangdahlem), 영국 레이큰헤스(Lakenheath)와 밀든홀(Mildenhall), 이탈리아 아비아노(Aviano)에 있다.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공군사령부는 미국 영토 밖에서 유일한 해외배치 공군사령부다. 그 밖의 유럽나라들에 산재하는 미국군 기지들은 보조임무를 수행한다. 독일에 주둔하는 미국 지상군과 공군은 6만8천950 명이고, 이탈리아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과 공군은 1만790 명이고, 영국에 주둔하는 미국 공군은 9천400 명이다.

군대의 최고 임무는 전쟁수행이므로, 미국군이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 본토에 배치된 미국군 가운데 지상군, 해군, 공군, 해병대가 모두 참가하는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한반도밖에 없다. 유럽주둔 미국군은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 산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에 모여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실시하기 힘들고, 유럽주둔 미국군의 실전연습에 대한 유럽나라들의 국민적 저항도 크다. 미국군은 다른 나라 군대가 미국 본토를 침략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본토에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미국군이 유독 한반도에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주기적으로,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한반도는 미국군이 건군 이래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을 3년 동안 벌인 곳이며, 56년이 지난 오늘에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대치하는 정전지역이다. 미국군은 정전지역에서 전쟁경험을 상기하면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주기적으로,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에는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실시하기에 매우 유리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상으로 제공받은 광활한 실전연습장이 있다. 미국군이 실시하는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위해 영토, 영해, 영공을 무상으로, 무조건으로 빌려주는 친미정부는 전 세계에서 남측 정부밖에 없고, 자기 정부의 그러한 친미행각을 안보의 이름으로 묵인해주는 무책임한 국민은 전 세계에서 남측 국민밖에 없다.

셋째, 미국군이 자기들의 주적인 북측의 조선인민군과 대치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과 러시아공화국 극동군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면, 한반도에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주기적으로,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미국 군부는 한반도에서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실시하기 위해 미국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사실 그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에 미국군을 주둔시키는 목적이 더 중요하다. 그 목적은 아래와 같다.

첫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에 미국군을 주둔시키는 목적은 미국군의 동북아시아 전쟁수행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면, 단일한 군사작전단위로 통합한 주일미국군(해군과 공군)과 주한미국군(지상군)의 전쟁전략체계에서 지상군이 떨어져나가 군사작전능력이 불구화될 것이다. 군사작전능력의 불구화는 전쟁수행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군은 2012년 4월 17일까지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을 한국군사령부에게 돌려줄 것이다. 그러나 전시작전지휘권을 반환하면, 주한미국군이 주일미국군과 한국군을 연계하는 새로운 작전임무를 수행할 것이고, 따라서 주일미국군-주한미국군-한국군 3자의 작전능력이 통합되어 전쟁수행력이 더 증강될 것이다. 이처럼 주한미국군을 연결고리로 하는 주일미국군-주한미국군-한국군 3자의 작전능력을 통합하여 전쟁수행력을 증강하는 개편작업을 추진해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철군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은 파괴와 점령이다. 해군과 공군은 공습작전으로 파괴임무를 수행하고, 지상군은 진격작전으로 점령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군부가 한반도에 지상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북진점령까지 상정한 전면전을 준비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면 북진점령을 포기하는 범위에서 군사작전능력이 불구화되는 것이지, 동북아시아 전쟁수행력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한미국군의 철군 가능성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국군의 북진점령을 포기할 때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군의 북진점령 포기는 곧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시키는 ‘열쇠’는 북측이 쥐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논한다.

둘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에 미국군을 주둔시키는 목적은, 주한미국군 철군이 미국의 주요동맹국인 일본에게 반발과 불안을 안겨주어 대일동맹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일동맹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을 매우 꺼려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손상시키면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지는 못한다. 미일동맹이 주한미국군 철군을 가로막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일본은 주한미국군 철군을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일본이 주한미국군 철군을 반대하는 까닭은, 그들도 주한미국군 철군이 자주화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놓으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만일 주한미국군이 철군한 이후, 한반도의 자주화와 평화통일이 실현되면 강력한 자주역량을 가진 통일국가가 한반도에 세워질 것인데, 일본은 자기들이 식민지로 지배했던 한반도에서 신흥강국이 출현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이 반발하건 불안에 떨건 상관 없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주한미국군을 철군해버리면 그것으로 철군문제가 끝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일본의 우파정권은 주한미군군 철군에 반발하여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것이다.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움직임을 적극 통제, 차단하겠지만, 주한미국군 철군은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촉발시킬 매우 유력한 명분으로, 가장 심한 자극제로 될 것이다.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과정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통제와 차단에 구멍이 뚫려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뒤집어엎고 동북아시아를 극도의 불안정에 몰아넣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핵개발을 억제할 ‘열쇠’는 북측이 쥐고 있다. 북측이 핵폐기를 단행하면, 주한미국군이 철군하더라도 일본은 핵개발 명분을 들고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북측이 핵폐기를 단행해도 미국이 폐기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은 검증할 수 없는 핵폐기는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핵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북측과 일본이 2002년 9월 17일에 발표한 평양선언에 따라 과거청산과 국교수립으로 나아가고,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이다. 2008년 7월 12일 제6차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언론발표문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안보체제의 지도원칙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힌 것처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세우는 문제는 역내 당사국들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 일본의 핵개발을 반대하는 남측과 북측 그리고 미국, 중국, 러시아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세우고 그에 의거하여 일본의 핵개발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측과 일본이 관계를 정상화하고 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은 철군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요하다.

2012년까지 철군문제 해결하려는 북측

1953년 10월 1일 남측 정부와 미국 정부가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군이 합법적으로 주둔한다고 생각하면, 주한미국군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만,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군이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남측에서는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북한’이라는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북측에서는 한반도에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한 나라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를 군사분계선 이북지역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북측의 영토개념에 따르면, 미국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를 강점한 점령군이다. 실제로 북측은 ‘남조선 강점 미군’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것은 북측이 철군문제를 영토주권을 완전히 실현하는 최고 과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북측은 ‘남조선 강점 미군’을 철군시켜야 영토주권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독도를 점령하였다고 가정하면, 남측은 독도의 영토주권을 찾기 위해 일본과 격렬하게 싸울 것이다. 또한 쿠바의 초대 대통령 토마스 에스트라다 이 팔마(Tomas Estrada Y Palma)가 1903년 2월 영구임대(perpetual lease) 형식으로 미국에게 넘겨준, 미국군이 해군기지를 설치하고 사실상 점령한 관타나모만(Gwantanamo Bay) 해군기지의 영토주권을 찾기 위해 쿠바는 100년이 넘도록 애쓰고 있다.

그런데 독도(187㎢)나 관따나모 점령지(116㎢)처럼 영토의 적은 부분이 아니라 한반도(21만8천600㎢) 면적의 45%에 이르는 ‘남조선’(9만8천190㎢)을 미국군에게 점령당했다고 믿는 북측이 ‘남조선 강점 미군’을 철군시키기 위해 전력투쟁을 벌이는 것은, 자주성을 중시하는 그들로서는 당연하다. 북측은 미국군을 자기 영토에서 철군시키기 전에 미국과의 정전상태를 끝낼 수 없으며, 미국과 대결하여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이 미국군을 철군시켜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북측이 위성발사, 각종 미사일 발사훈련, 지하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예고 등으로 ‘위기지수’를 계속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2012년까지 철군문제를 기어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논한다.

설령 미국이 북측과 정전상태를 끝내기 위해 종전하자고 제안해도, 북측은 철군문제를 배제한 어떠한 종전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 북측은 전쟁종식과 관계정상화를 주한미국군 철군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전쟁이란 적대국 영토에 상륙하여 그 일부를 점령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대국의 수도로 진격하여 점령해야 승리로 끝난다.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 강점 미군’은 남측을 강점한 것으로 임무를 마친 것이 아니라 북진하여 수도 평양을 점령하고 전쟁을 끝내려는 침략군이다. 자주성을 중시하는 북측은 자기 영토의 절반을 강점하였을 뿐 아니라 자기 수도까지 점령하려고 대규모 전군합동 실전연습을 해마다 두 차례씩 실시하는 미국군을 무조건, 한시바삐 철군시켜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다.

그러나 위에서 논한 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는 주한미국군을 철군할 의사가 없다. 주한미국군을 주둔시키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결심이 너무 완강해서 북측이 그들에게 철군협상을 제안하지도 못할 판이다.

이처럼 꽉 막혀버린 철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측이 마지막으로 꺼낸 전략이 한반도 비핵화 전략이다. 누구나 아는 대로, 한반도의 비핵화란 북측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에 상응해서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는 주한미국군을 한 명도 남김없이 철군하는 것을 뜻하며, 북측에게 완전철군은 영토주권의 완성을 뜻한다.

이 땅의 진보정당과 진보운동권은 철군과 자주화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철군이 곧 자주화가 아니라 자주화를 실현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구식민주의체제에서는 점령군 철군이 곧 자주화를 실현하는 것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식민주의체제에서는 점령군 철군으로 자주화가 실현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미국군이 주둔하지 않거나 미국군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나라들 가운데서 미국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예속된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 민족적 자주성과 계급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진보정권을 세워야 자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2012년까지 완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측이 2012년까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시키고, 영토주권을 완전히 실현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한반도 비핵화 전략의 완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영토주권의 완전한 실현은 철군문제 해결에 따라 그 성사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북측이 2012년까지 철군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2012년 12월 31일까지 철군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2012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철군협상을 타결한다는 뜻이다.

북측이 철군협상을 2012년까지 타결하려는 까닭은, 한반도의 정세를 뒤바꿔놓을 중대한 전환계기들이 묘하게도 2012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러한 절호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2012년까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력투쟁에 나섰다.

2012년에 몰려있는 한반도의 중대한 전환계기란 남측에서 실시될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그리고 미국에서 실시될 11월 대선이다. 남측과 미국에서 각각 정권이 교체되는가 아니면 기존 집권세력이 집권을 연장하는가를 결정하는 해가 2012년이다.

요즈음 남측 언론들은 북측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67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 10월 10일에 7차 당대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예측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북측의 관례를 보면, 대체로 5년이나 10년을 맞는 ‘꺾어지는 해’에 중요한 정치행사를 개최하는데,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를 맞는 해는 2015년이지만, 북측이 2012년까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한다고 선포한 것을 보면, 남측 언론들이 그러한 예측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남측 언론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북측은 1980년 10월 10일 6차 당대회를 열었던 때로부터 32년만에 당대회를 여는 것이다.

북측에서 당대회는 몇 해에 한 차례씩 주기적으로 행하는 관례적 정치행사가 아니라, 획기적인 성과를 내오고 확실한 발전전망을 열어놓은 대전환기에 거행하는 최고의 정치회합이다. 북측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면,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에 의거하여 사회역사발전의 확실한 발전전망을 열어놓은 대전환기에 7차 당대회를 여는 것이다.

북측의 외부세계에서는 북측이 수행 중인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과업을 인민경제를 발전시켜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과업으로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북측이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문제를 논할 때마다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측이 수행 중인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과업에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측이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서 명료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철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북측의 시각에서 보면, 자기 영토의 절반을 미국군에게 점령당한 조건에서 경제발전이 큰 제약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영토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당한 상태에서 설령 경제발전을 이룬다 해도 그 의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어 군사력을 증강하더라도 ‘남조선 강점 미군’을 철군시키고 영토주권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

지금 북측에서는 ‘150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009년 4월 말에 시작된 ‘150일 전투’는 다섯 달 동안 박차를 가한 끝에 9월 말에 마감된다. 북측의 보도에 따르면, ‘150일 전투’는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 초에 발표한 연간생산목표를 최고 120%까지 초과달성하여 인민경제부문에서 생산력과 기술력을 증대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150일 전투’가 경제문제만 해결하는 투쟁이 아니라 철군문제도 해결하는 투쟁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를 쏘아올리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동해와 서해에서 각종 미공개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5월 25일에는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고, 뒤를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준비에 들어간 것은, 2012년에 7차 당대회를 열기 전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오바마 정부가 2012년에 임기를 마치기 전에, 철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속타격과 끝장공세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내대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측이 내대는 연속타격과 끝장공세를 반격공세로 막아내면서 위기국면을 넘기려 하고, 북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위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외교수단을 배제하고 강도높은 강공책을 쓰면서 정치적 굴복을 요구한다.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대격돌은 언제 어떻게 끝날까? 북측은 2012년에 조성될 중대한 전환계기를 일정에 계산하고 연속타격과 끝장공세를 내대었으므로 대격돌은 2012년 이전에 끝날 것이다. 치열한 공방전이 지속되는 격돌과정에서 결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군문제를 협상하기 시작할 때, 대격돌이 막바지에 오를 것이다. 이번에 기어이 결말을 보려는 치밀한 사전준비와 강한 의지로 연속타격과 끝장공세를 내대는 북측의 위세 앞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수세에 몰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민과 불안은, 북측이 내대는 끝장공세를 반격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에서 생긴다. 북측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거나 자금통제를 재개하는 식의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모르나, 그것은 대응효과가 떨어지는 궁여지책일 뿐이다. 북측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반확산정책, 비확산정책, 미사일방어정책을 유지해온 최후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지경까지 끝장공세를 밀고 나가면 벼랑 끝에 몰린 그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은 전면전이 아니면 정치적 굴복 뿐이다. 핵보유국들끼리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상호공멸이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반격공세를 가하다가 결국 정치적으로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철군문제는 5년, 10년 뒤에 제기될 장래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3년 뒤에 제기될 당면문제이다. 이 땅의 진보정당과 진보운동권이 철군문제를 숙고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대격돌 이후, 2012년 시나리오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북측과 미국의 양국관계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협소한 인식이며, 철군문제를 남측의 정권문제와 연관해서 생각해야 전체 구도가 보인다. 철군문제와 정권문제를 통합한 커다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 2012년에 실시될 대선에서 우파정당이 승리하여 집권을 연장하는 경우, 또는 중도우파정당이 승리하여 정권을 탈환하는 경우, 또는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반이명박 전선의 공동집권으로 중도연립정권을 세우는 경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 반미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2012년 이후에도 남측 정권은 대미동맹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12년 대선결과를 예견하면 한미동맹관계의 미래에 대해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2012년 대선결과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철군문제에 대한 세 가지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집권연장에 성공한 우파정권은 철군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고, 정권탈환에 성공한 중도우파정권도 우파정권처럼 격하지는 않지만 철군반대로 기울어질 것이고,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공동집권으로 창출한 중도연립정권은 철군문제에 대한 찬반논란에 휘말릴 것이다. 이것은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수구세력, 중도세력, 진보세력 3자 사이의 충돌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런데 북측이 주한미국군 철군에 상응하여 핵포기를 단행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남측 정권과 적극 협력하면,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혼란과 충돌을 억제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억제방도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이란, 6.15 공동선언 제2항에 명시된 대로,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들어있는,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는 “공통성”이 현실화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단계는 남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정치군사적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단계인 것이다. 그 단계에 이르면, 10.4 선언에 명시된 대로, 남북 두 정부가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4 선언은 제2항에서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의회회담을 개최하고, 제3항과 제4항에서 군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국방장관회담과 한반도 종전회담을 개최하고, 제5항에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제6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상호협력하고, 그 모든 문제해결을 남북총리회담과 남북정상회담에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10.4 선언에서 명시한 대로, 남북총리회담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남북정상회담이 “수시로” 열리게 되면,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상설협의체 설립을 남북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적극 이행하는 단계에 이르고, 북측이 주한미국군 철군에 상응하여 핵포기를 단행하면,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할 때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혼란과 충돌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2012년 대선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는 우파정권이 집권연장에 성공하는 경우,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질 전사회적인 혼란과 충돌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철군문제를 둘러싸고 혼란과 충돌이 벌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군하면 그것으로 철군문제가 끝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만일 그러한 혼란과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철군하는 경우, 철군으로 핵우산 제공공약이 자동폐기되는 것에 충격을 받은 우파정권은 각종 우파세력들로부터 지지와 지원을 받으며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것이다.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은, 위에서 논한 대로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것이지만, 2012년에 우파정권이 집권연장에 성공한 조건에서 철군하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측에 대항하는 남측의 우파정권에게 핵개발을 촉진시키는 계기를 안겨주는 것이 된다. 철군으로 북측의 핵포기와 남측의 핵개발이라는 상충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2012년에 우파정권이 집권을 연장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파탄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남측의 핵시설을 사찰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남측의 핵활동을 감시하는 데 우파정권이 설마 핵개발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지난 시기 역사적 경험을 보면, 철군으로 곤경에 빠진 박정희 정권이 국제사찰과 미국의 감시를 따돌리며 핵개발을 서둘렀던 사례가 있다.

설령 북측이 미국과 철군협상을 벌여 2012년까지 철군문제를 해결해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파정당이 승리하는 경우, 단계적 철군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철군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철군에 상응하여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인데, 그러한 시나리오는 2012년 대선에서 중도연립정권을 세워야 가능하다.

2012년까지 철군문제가 해결되고, 북측이 철군에 상응하여 핵포기를 단행하고, 2012년 대선에서 중도연립정권이 세워지고, 남측과 북측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면, 그것이 바로 한반도의 자주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의 자주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파정권의 집권연장을 저지하는 민주주의 실현문제에 직결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반도의 자주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노동열사들의 희생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에게 분노하고, 민생경제파탄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등을 돌린 노동자, 농민, 서민, 도시중산층이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을 중심으로 총결집한 거대한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느냐 형성하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반이명박 전선에서 정권퇴진운동과 공동집권전략을 밀고 나가 중도연립정권을 세우느냐 세우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 땅의 진보정당과 진보운동권에게 반이명박 전선형성, 정권퇴진운동, 중도연립정권 수립은 시급하고 사활적인 과제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여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고 중도연립정권을 세우는 문제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제로만 이해하는 것은 협소한 인식이며, 철군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로 넓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측에서 철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제군사전선을 밀고 나간다면, 남측에서는 정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2012년 이후에도 이어진다. 2012년 대선에서 중도연립정권이 세워지면,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역행을 저지하고 민주주의 실현단계를 중도와 진보의 중간수준에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측과 북측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실현속도를 부쩍 높일 것이며, 그 실현수준이 높아지면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남북상설협의기구를 내올 것이다. 평화통일을 실현해가는 긴 과정에서 이 땅의 중도연립정권에게 주어질 역사적 임무는 정부 차원의 남북상설협의기구를 내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남북상설협의기구를 강화발전시켜 한반도 통일정부를 세우는 역사적 임무는, 중도연립정권이 수행하지 못하며, 2017년 대선에서 등장할 새로운 정권에게 넘겨질 것이다.

2017년에 등장할 새로운 정권이 중도연립정권의 평화통일정책을 이어받아 한반도 통일정부를 세우는 경우, 한반도 통일정부는 영세중립노선을 추구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한미동맹은 막을 내릴 것이다. 영세중립화를 실현한 한반도의 통일국가는 남측의 기존 친미관계나 북측의 기존 반미관계를 폐지하고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인데, 새로운 대미관계의 성격은 한반도의 통일국가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북측과 미국의 관계에서 제기된 한반도 비핵화문제와 철군문제, 남북관계에서 제기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문제, 그리고 남측에서 현안으로 제기된 정권교체문제는 정치적 상상력으로 그 앞길을 전망해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이나 정세분석가들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반도 정세변화를 예상한 각종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처럼, 이 땅의 진보정당과 진보운동권도 자기들의 반이명박 전선이 변화시킬 정세와 북측의 반제군사전선이 변화시킬 정세를 총체적으로 전망한 2012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진보담론은 자주, 민주, 통일의 앞길을 총체적으로 전망하는 정치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정치적 상상력과 정치적 신념이 만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