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신]
최근 <프레시안>이 일본 도쿄대에서 초빙교수(현재)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헌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천안함 조사, 더 이상 과학이란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프레시안 : 민군 합동조사단에도 윤덕용 민간 측 단장을 비롯해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있다. 그런데 흡착물 분석 결과의 불일치 같은 문제를 왜 검토하지 않았을까?

이승헌 : 윤덕용 단장이 하버드대 박사 과정 시절 썼던 페이퍼를 보니, 그 분은 시차열분석(Differential Thermal Analysis) 분야에 관한 전문가인 것 같다. 그런 분야를 전공한 분이 합조단장이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 분은 엑스레이 산란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그 데이터에 드러나는 불일치를 잡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승헌 교수는 선제 및 어뢰 추진체 흡착물에 대한 에너지 분광기 분석에서 나타났던 알루미늄이 엑스레이 회절기 분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합조단은 폭발 직후 생기는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비결정질(amorphous)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실제로 있다는 보고서와 논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헌 : 간단히 설명하자면, 폭약에는 상당량의 결정질 알루미늄이 들어가는데 이 알루미늄이 폭발 후 온도가 올라간 후 냉각이 되면 어떤 물질이 되는 지가 중요한 핵심 문제 중의 하나다.

합조단은 그 결정질 알루미늄이 폭발 과정에서 100%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되어 엑스레이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화알루미늄은 비결정질화 되는 게 아주 어려워서 100% 비결정질화 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알루미늄의 일부만 비결정질물로 산화되면 나머지 결정질 알루미늄에서 나오는 뾰족한 피크가 엑스레이 회절에서 나와야 한다.

만일 100% 비결정질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엑스레이 회절에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결정질 물질에서 나오는 뾰족한 피크는 아니지만 넓은 피크가 특정한 위치에서 보여야 한다. 천안함 선체 외 어뢰 추진체에서 나온 흡착물의 에너지 분광 데이터와 엑스레이 데이터는 서로 상충하며, 이 불일치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자세한 과학적인 논증은 내가 영어로 쓴 페이퍼를 참고하기 바란다.

프레시안 : 폭발 상황은 평형상태가 아니라 매우 극단적인(extreme)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승헌 : 극단적이든 어떻든 원자들은 남아 있다. 극단적인 상황이 지나간 다음에 온도가 낮아지면 어딘가에 원자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다른 원자와 결합해 어떤 물질을 만들었더라도 엑스레이 회절기에서 나타나야 한다. 이 경우에는 에너지 분광기에는 나왔는데 엑스레이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어뢰 추진체에 써 있는 ´1번´ 글씨에 관한 분석에서, 어뢰 추진체에 최소 325℃의 열이 발생했고, 잉크 성분 중 비등점이 가장 높은 크실렌의 비등점이 138.5℃이기 때문에 잉크가 다 타버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폭발은 물속에서 일어났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아직까지 나온다.

이승헌 : 복잡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는 반론이다.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가져온 어뢰 추진체의 표면이 녹이 슬어 있었다. 그건 폭발이 나서 어뢰 밖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가 타 버렸다는 것이다. 잉크보다 비등점이 높은 페인트가 탔는데 잉크가 하나도 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잉크와 흡착물 문제 외에 추가로 제기할 문제는?

이승헌 : 다른 전문가 분들이 여러 가지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이 없다.나는 단지 합조단이 ´과학적인 증거´라고 제기한 것들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의 입장에서 그 ´과학적인 증거´들의 타당성을 살펴보았을 뿐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천안함은 왜 침몰했다고 생각하나?

이승헌 : 정보가 충분치 않아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합조단이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면, 여러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어느 누구도 납득할 만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보가 닫혀있는 상태이다.

프레시안 : 왜 합조단의 발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이승헌 : 합조단이 과학의 이름을 내세워 결론을 내렸고, 그 파장이 대단하다. 그러면 과학자의 입장에서 결론이 타당했는지, 데이터가 타당했는지 검증을 해봐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최근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나에게 자문을 구해서 일부 정보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만약 한국에서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이 이 데이터를 봤다면 나와 같은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문제점이 나오고, 며칠만 공부해 보면 맞는지 틀린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보가 차단되어 있으니까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 말씀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문순 의원이 천안함 특위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보를 다 받지는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본 정보조차도 특위에서 여러 차례 요청을 한 이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부분의 자료가 비공개로 되어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열린 민주주의 사회라면 반드시 자정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대한 가능한 자료가 공개되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를 합리적인 사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천안함 문제로 한국 사회의 이성과 합리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있다.

이승헌 : 사실 가슴이 아프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1980년대 초 고대를 다녔다. 정부에 대한 반대가 전혀 허용되지 않았을 때다. 학생들이 교정에서 유인물을 뿌리면 5분 이내에 교내에 상주하던 경찰들에게 목덜미를 잡혀 끌려갔다. 나는 전혀 운동권이 아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한국 사회가 그런 분위기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목덜미를 잡혀 끌려가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천안함 결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신상철 씨, 박선원 박사, 도올 김용옥 선생, 심지어 이정희 의원까지도 국회에서 했던 말 때문에 고소됐다.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예를 들어 도올 선생. 그 분의 주장을 전적으로 따르고 말고를 떠나서, 그처럼 생각이 깊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한국에 있고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생각과 말에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런 분들은 사회적으로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분이 자기와는 다른 생각을 강연에서 말했다는 이유로 고소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합리적인 사회라는 게 모두가 진보적이여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건전한 진보, 건전한 보수가 서로 존경하면서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며 사회의 이성적인 토론 과정이 없이, 불일치하는 점이 많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 후 그 결론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하려고 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으로 보았을 때는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바라는 것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계획은?

이승헌 : 내 지식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문제를 푸는데 힘을 보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