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신]

시국선언유죄판결에 대한 전교조입장

2009년 여름, 이명박 정권 집권 일년 반 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혼란의 늪에 허우적거렸다. 초보적인 민주주의는 부정되고, 집권세력은 소통을 거부하였다. 가진 자는 천국이고, 없는 자는 지옥 같은 교육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사회의 정의는 실종되었고, 국민 대다수는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거대한 촛불의 민심에서도 권력자는 반성하지 않았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한 정책은 강행되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해준 것은 억압과 굴종의 강요뿐이었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양심 있는 교사들이 일어섰다.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교사들이 힘을 모았다. 4만 5천여 교사들이 두 차례에 걸쳐 ‘교사 시국선언’과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을 진행하였다. 교사들의 요구에 정권은 고발과 대량징계로 맞섰다. 89명 교사들의 목을 자르고 학교에서 쫓아내는 교사대학살을 자행하였다. 교사들을 법정에 세우고 범죄를 입증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모조리 짓밟고 능멸하였다. 이것도 모자라 별건수사를 진행해 정당 후원금을 문제 삼아 134명의 교사를 기소하고 다시 이들의 목을 자르려 하고 있다.

그러던 권력자가 이제는 ‘공정한 사회’를 얘기한다. 무엇이 공정한 사회인가?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교사들은 정권에 묻는다. 공권력 남용을 중단하라, 헌법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 대운하추진 의혹 해소하라, 경쟁만능교육 중단하라, 교육복지 확대하라는 시국선언의 요구 중 그 어떤 주장이 잘못되었는지 묻는다. 그 어떤 주장이 권력자가 얘기하는 공정한 사회와 부합하지 않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전교조가 시국선언에서 주장했던 것과 다를 것 없는 ‘공정한 사회’ 주장에 우리는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비록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전교조가 국민께 호소하고, 권력에 요구했던 정신은 이미 시대의 정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랑스럽다. 비록 시국선언으로 15명이 해임되고, 50여명이 중징계를 받았지만, 잔인한 이명박 정부에 저항해 일어났던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이 땅 민주주의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전교조는 오늘의 판결에 굴하지 않고 전교조를 창립한 그 정신에 따라 권력의 오만과 독선에 맞서, 특권층만을 위한 교육정책에 맞서,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교육민주화를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2010년 9월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