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와해시키려는 4단계 시나리오

 
<민중의 소리>  입력 2012-05-2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출→와해→파탄→재집권 4단계 시나리오

통합진보당에 몰아닥친 내분과 외압이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통합진보당 인사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당원명부를 압수한 것이다.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야당을 물리적으로 탄압하였던 사법적 폭거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사법당국이 통합진보당에게 자행한 사법적 폭거는,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에 수구우파정권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통합진보당 사태가 구당권파 대 신당권파의 분쟁구도를 넘어 통합진보당 대 이명박 정권의 대립구도으로 전화, 확대되었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수구우파언론은 마녀사냥식 음해모략으로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를 도려내려는 이른바 ‘적출공작’을 밀어붙였다. 수구우파언론의 ‘적출공작’은 통합진보당이 애써 구축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수구우파정권의 사법당국이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에 개입할 길을 터주었다. 통합진보당에게 자행된 사법적 폭거에 대해 대중들은 공분을 느끼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명백하게도, 수구우파정권이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에 직접 개입한 목적은 통합진보당을 와해시키는 데 있다. 수구우파언론의 구당권파 적출공작이 이제부터는 수구우파정권의 통합진보당 와해공작으로 증폭,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구우파정권이 통합진보당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를 파탄시키기 위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내분과 외압의 합병증으로 쓰러지거나, 또는 분당하거나, 또는 와해 직전의 극심한 혼란과 무력한 상태에 빠져들면 야권연대가 불가능하게 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수구우파정권이 야권연대를 파탄시켜야 올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막고 자기들의 재집권을 실현할 수 있는데, 야권연대를 파탄시키는 방도는 야권연대를 떠밀고 나가는 구동축 한 쪽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수구우파언론의 구당권파 적출공작→수구우파정권의 통합진보당 와해공작→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 파탄→수구우파정권의 재집권으로 이어지는 4단계 시나리오가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 4단계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표기하면, 적출→와해→파탄→재집권이다.

수구우파언론의 악의적 대중선동에 휘말려 구당권파에게 무모한 돌팔매질이나 할 게 아니라, 수구우파정권의 재집권이라는 최종 목적을 향해 날로 악화되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적 측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선무당들이 펼쳐놓은 굿판

미국식 저질영화의 총본산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는 때로 단역배우(extra)들이 모여드는 적이 있다. 그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고 영화촬영에 동원되는데, 영화감독은 단역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않으며, 단역배우들도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영화를 촬영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 단역배우들은 촬영장면 한 부분에 잠깐 동원되는 것이 전부다.

그런 영화촬영에 비유하면, 통합진보당 와해공작 시나리오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치는 악당 주역을 수구우파정권이 맡고, 구당권파를 해치는 악당 조역을 수구우파언론이 맡았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와해공작 시나리오를 총연출하는 영화감독의 정체를 알아내기 힘들지만, 촬영현장에 동원된 단역배우들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통합진보당 와해공작 시나리오가 가동되는지 알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단역배우들이다. 이를테면, 당내경선 부정의혹을 구실로 구당권파를 밀어내고 당지도부를 장악하려는 신당권파가 그런 단역배우들이고, 같은 자주파이면서도 당권관계의 이해득실에 따라 구당권파와 대립각을 세운 당내 자주파 일부가 그런 단역배우들이고, ‘자주파 혐오증’에 걸린 듯한 일부 지식인들 및 재야인사들이 그런 단역배우들이다.

예술적 기량이 없는 단역배우들이 단역밖에 맡을 수 없는 것처럼, 통합진보당 와해공작 시나리오를 간파할 만한 정치적 식견이 없는 그 세 부류의 사람들도 그 시나리오의 연출에 무분별하게 부화뇌동하였다. 통합진보당 와해공작 시나리오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촬영장면에 덜컥 출연해버린 단역배우들의 부화뇌동은 영화촬영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그 세 부류의 사람들이야말로 수구우파의 대중선동을 촉발시키거나 대중선동에 부화뇌동하며 통합진보당을 잡는 선무당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 선무당 굿판은 이제 그만 걷고, 수구우파의 악질선동과 정치탄압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