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92)
 
 
꼼수행진 막아선 노동자 당원 5,300명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그들의 꼼수행진, 어디까지 가나?

통합진보당을 둘로 쪼개놓으려는 우경파벌주의자들의 분당소동이 절정에 이르렀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뽑아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통합진보당에서 뛰쳐나가서도 그대로 유지해보려고 자기들끼리 제명해주는 우경파벌주의자들의 자작제명촌극이 참으로 가관이다.
 
우파수구세력의 악랄한 제명공세에 당당히 맞서 싸우며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향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원직에 집착한다고 비아냥대던 당내 우경파벌주의자들은 이번에 불법적으로 의원총회를 강행한 것도 모자라서 불법적인 의원총회에서 자작제명추태를 부렸다. 진보정당이 분당소동으로 망하건 말건 상관 없이 그 알량한 의원직을 내놓는 게 그리도 아까워 의원직 유지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꼴은 누가 봐도 추잡하게 보인다.
 
세계 진보정당사에 전무후무한 자작제명촌극을 연출한 이 땅의 우경파벌주의자들은 진보정치를 감히 농락하였다. 농락하였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민중의 소리>가 폭로한 우경파벌주의자들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그들은 분당을 모의한 8월 12일 '혁신모임 회의'에서 구체적인 분당행동계획까지 만들어놓고 이를 추진해왔다. 자기들끼리는 분당을 음모적으로 추진하면서, 취재진 앞에서는 '혁신재창당'이라는 위장구호를 중얼거리며 세상을 기만하였으니, 이를 어찌 농락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세계 각국의 진보정당사를 살펴보면, 우경파벌주의자들에게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의 특징은, 정치를 정치사상으로 하려는 게 아니라, '꼼수'로 하려는 것이다. '꼼수'에 매달려 자기 이익을 꾀하기 때문에, 당원들과 지지자를 자꾸 속이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까지 속이게 된다. 비열한 자작제명촌극이야말로 '꼼수'의 극치가 아닌가. 지금으로부터 9개월 전만 해도, 우경파벌주의자들은 통합원칙을 존중하고 그 원칙에 따라 민주노동당과 통합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을 함께 건설하였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통합에서 분당으로 180도 돌아섰으니 9월 전의 자신까지 속인 것이다.
 
우경파벌주의자들을 통합에서 분당으로 돌아서게 만든 요인은 파벌주의에 독버섯처럼 피어난 패권장악음모다. 그들의 패권장악음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태가 바로 그들이 일으킨 분당소동이다. <민중의 소리> 보도기사가 그들의 패권장악음모를 밝혀놓았는데,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에 진행된 당사수파와 우경파벌주의자들의 비공개협상에서 우경파벌주의자들이 꺼내놓은 요구조건은 이른바 '구당권파'가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및 대의원대회에서 자기 파벌에게 과반수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당내 비례대표 선거부정을 자기들 쪽에서 저질렀으면서도, 무슨 '진상조사'라는 것을 실시한다고 한바탕 떠들더니 진상을 왜곡한 조사결과를 공개하여 선거부정 책임을 이석기, 김재원 의원에게 뒤집어씌운 우경파벌주의자들이 속에 품은 것은 '구당권파'를 제거하고 통합진보당을 통째로 먹어보겠다는 파벌주의적 패권장악음모였던 것이다.
 
그러나 패권장악음모가 통하리라고 예상하였다면 오판이다. 우경파벌주의자들이 제아무리 패권장악에 날뛰며 제거소동을 일으켰지만, 부화뇌동하는 몇몇 기회주의자들에게서만 호응을 받았을 뿐 그들의 제거소동은 건강한 당원들에게 통하지 않았고 되레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우경파벌주의자들은 제거소동을 분당소동으로 급히 전환시킬 수밖에 없었다.
 
제거소동에서 분당소동으로 이어진 꼼수행진, 그 난잡한 행진의 끝은 어디일까? 우경파벌주의자들이 통합정신을 팽개치고 당을 뛰쳐나가서 또 다른 정당을 창당한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민주통합당에 끼어들어 분파세력으로 변신한다 해도 존재감을 상실하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이치다. 꼼수행진의 끝은 자연도태일 것이다.

왜 그들에게 당의 영도권을 맡길 수 없었는가?

우경파벌주의자들이 속에 품은 패권장악음모는 당사수파와의 협상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영도권에 대한 요구로 제법 점잖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당의 영도권을 맡길 수는 없다. 당사수파가 우경파벌주의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당을 이끌어갈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당권을 전부 맡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왜냐하면, 우경파벌주의자들에게 통합진보당을 맡기는 경우 그들이 당의 진보정체성을 탈색시키고 당을 우경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잠시나마 통합진보당 운영에서 한 축을 맡았던 우경파벌주의자들은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라는 두 종류의 우경사상을 혼합영양제로 받아먹으며 자라난 정치파벌이다. 세계 각국의 진보정당사를 살펴보면,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선진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사회변혁열망을 제거하는 이단사상이며, 사회역사적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고 사그러질 불임사상이며, 자기들끼리 무원칙하게 뒤엉킨 잡탕사상이다.
 
우경파벌주의자들이 입만 벌리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주문처럼 외워대며 무슨 '혁신'이라는 소리를 자꾸 늘어놓는 것은 자기들의 사상적 결함을 '상식과 원칙'이라는 말로 슬그머니 포장하고 자기들의 우경화 충동질을 '혁신'이라는 말로 슬그머니 포장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그런 사상적 결함을 지닌 우경파벌주의자들의 손에서 좌지우지된다면, 그들이 당의 진보정치강령을 '국민의 눈높이'로 끌어내려 하향평준화한 '민주통합당 2중대'로 당을 전락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통합진보당 같은 진보적 대중정당의 영도권은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온 당사수파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당내 우경파벌주의자들의 탈선위험을 막고, 당의 진보정체성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으며, 변혁과 진보의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패권장악음모를 속에 감추고 당의 영도권을 요구하는 우경파벌주의자들과의 협상에서 당사수파가 그들의 가당찮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진보정치의 원칙을 고수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당의 재기희망, 거기서 찾아야 한다

우경파벌주의자들이 통합진보당에서 분당소동을 일으키며 뛰쳐나가면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걱정으로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지 못한다. 당의 앞길을 가로막는 시련과 역경이 엄혹해도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합심전력하여 노력하고 투쟁하면 재기의 승리적 국면을 열어놓을 수 있다.
 
당의 재기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분당 반대! 통합진보당 사수를 위한 노동자운동본부'가 2012년 9월 5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뜻깊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통합진보당 노동자 당원들인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묵묵히 당을 지켜온 노동자들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나섰다"고 하면서, "하나로 힘을 모아달라, 마지막까지 단결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현장의 간절한 요구"라고 밝히고, "분열 분당을 넘어 단결하고 진보정당을 지키는 것과 함께, 노동중심의 당혁신에 모두가 나설 것을 노동자의 이름으로 간곡히 촉구"하였다. 지난 8월 14일부터 시작하여 9월 5일 당일까지 추진된, 분당 반대와 통합진보당 사수를 위한 노동자 선언운동에는 5,300명에 이르는 노동자 당원이 동참하였다.
 
시련과 역경에 빠진 통합진보당을 사수하고 혁신하려는 노동자 당원 5,300명은, 지난 8월 14일 민주노총 제1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한다는 해괴망측한 결정을 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27명과 얼마나 다른가! 진보정치의 원칙을 고수하는 노동자 당원 5,300명과 우경파벌주의자들의 분당소동에 부화뇌동하는 노조 상급단체 집행부 27명의 극적인 대조양상은, 선진적 노동자와 파벌주의적 노동자의 대립구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노동자 당원 5,300명이 당을 사수하고 혁신하자고 절절하게 호소하였지만, 이미 8월 12일부터 밀실에서 분당모의를 꾸미던 우경파벌주의자들의 꽉 막힌 귀에 그 호소가 들릴 리 만무하였다. 노동자 당원 5,300명이 이제서야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고, 그래서 그들의 진정 어린 노력이 우경파벌주의자들의 분당소동을 비록 저지하지는 못하였건만, 노동자 당원 5,300명의 일치된 행동은 소중하고, 그들이 제기한 혁신요구는 정당하다.
 
노동자 당원 5,300명은 누구인가? 그들은 시련과 역경에 빠진 통합진보당을 다시 일으킬 힘을 당에 공급해줄 활력의 원천이며, 통합진보당이 자기 활동을 의거해야 할 존재의 근거다. 노동자 당원 5,300명은 '선언'에서 멈출 게 아니라, 당을 다시 일으키는 재기활력의 공급원천으로 되어야 하며, 당활동을 추진하는 존재의 근거로 밑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분당소동을 반대하고 통합진보당을 사수한 모든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보내는 한결같은 소망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분당으로 화를 입은 통합진보당이 그 화를 복으로 바꾸는 새로운 싸움은 이제 시작되었다. 그 복구투쟁의 앞장에 노동자 당원 5,300명이 나선다면, 통합진보당은 전화위복 계기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우경파벌주의자들과 맞서 악전고투한 통합진보당의 진보정치활동가들과 통합진보당의 깃발을 견결히 사수한 선진적 노동자 당원들이 합심전력하면, 시련의 걸림돌도 단숨에 떠옮기고 역경의 웅덩이도 능히 메울 수 있으리라. 당의 재기희망은 그들의 합심전력에 있다. (2012년 9월 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