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고]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

-박근혜의 역사관을 파헤쳐보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 매우 삐뚤어져 있다.

지난 10일 그녀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라며, 『앞으로의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일축했다.

2005년 12월 정보원 과거사 진상규명위에서 인혁당 사건이 조작,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였을 때도 박은 『한마디로 가치 없는 것이고 모함』이라 했다.

인혁당 사건이란 박정희 유신정권이 1974년 4월, 당시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한 민청학련을 『인혁당 재건위』 가 북의 지령밑에 조종했다는 혐의를 씌워 긴급조치 및 보안법 위반으로 몰아 구속 처형했던 사건을 말한다.

2007년 1월 23일 서울지방법원 합의 23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판결에서 8인의 사형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3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고 명예가 다소나마 회복되었다.

그 것은 사건발생당시 중앙정보부가 도예종 등 23명이 북의 지령을 받아 『인혁당 재건위』를 구성하여 학생들을 배후조종하고 정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했지만, 법원조사결과 이를 입증할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범죄혐의는 모두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등을 위조하여 조작하였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를 정점으로 하는 유신정권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법살인이었음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것이다.

뒤늦게나마 사법부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상, 박근혜는 역사와 국민 앞에 아버지의 죄과를 사과하고, 죽은 영령들과 그 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녀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급기야 지난 10일 『두 가지 판결』 운운하면서, 법원의 판결마저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였다.

사법부의 권위마저 능멸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자신을 초헌법적 존재로 여기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유신독재자와 무엇이 다른가.

아니 오히려 더하다.

박 후보의 이번 발언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는 3월 13일 지역민방 초청토론회에서『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저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며, 그분들께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정책이 옳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 있었으므로 이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도 『5.16이 오늘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07년 대권 도전 때에도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며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일련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박근혜는 『파쇼독재에 의한 산업화→민주화』의 발전론에 입각하여 역사를 이해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산업화가 되어야 민주화가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면, 산업화를 일구었다고 주장하는 박정희 독재정치하에서 자행된 각종 불법적인 압수, 수색, 구금, 연금, 고문 등의 인권탄압과 초법적인 납치, 테러, 암살, 사법살인 등 야만적인 폭력들이 모두 민주화를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합리화된다. 또한 박정희 정권시기에 자신들의 생존권 확보, 또는 경제민주화나 사회변혁을 위해 희생한 노동자 농민들 투쟁의 역사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수세력들은 산업화 시기의 민주화운동이 산업화의 걸림돌이 되었을 뿐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이는 식민지시기 항일독립운동이 근대문명화의 길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2008년 5월 26일 박근혜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걱정을 덜었다』며 축사하였다. 그가 극찬한 대안교과서는 『일제식민 지배는 축복이며, 친일도 독재도 불가피한 선택』 이라며, 친일 분단세력과 반공독재세력을 근현대사의 주인공으로 등극시켰다. 민주주의를 축소왜곡하고 친일독재를 찬양함으로써, 역사정의의 정식화를 파괴하려는 사명을 띠고 발간된 책이다.

바로 그런 교과서를 정의로운 것으로 찬미했으니 그야말로 파쇼와 친일, 부정의가 체질화된 유신독재자의 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권을 꿈꾸며 지금부터 대권행보와 권력찬탈 분주탕을 피우는 그가 장차 권력을 쥔다면 어떤 미친 짓을 벌일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경제발전을 떠들며 파쇼독재와 반북대결을 일삼고 관계정상화를 떠들며 일본침략세력에게 재침의 대문을 더 크게 열어줄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한마디로 박근혜는 치마두른 유신독재자이며 그의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역사를 제2의 유신독재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각계 민중은 박근혜의 정체를 바로 보고 그의 당선을 결사저지시켜야 한다.

(교사 정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