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쟁위기 ] 동북아패권에 전력을 기울이는 미국

김성훈 상임연구원

 2011년 11월 7일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호주 의회 연설,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이 발표된 지 1년이 되어 가면서 미국의 새로운 동북아 전략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지난 2011년 11월 17일 호주 의회 연설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선포했다. 오바마는 이 연설에서 “미국은 재정 문제로 국방비를 삭감할 계획이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방예산은 결코, 거듭 말하지만, 결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특히 북핵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며 새 독트린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꼽았다.

미국이 이토록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이 이 지역의 무궁무진한 경제 잠재력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국에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경제규모는 2012년부터 미국을 추월하고, 2020년에 유럽연합(EU)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세계 경제위기로 미국과 유럽이 휘청대는 가운데 유일하게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패권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부를 거머쥐어 왔지만 2008년부터 심각한 경제위기,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한 미국이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생사존망이 걸린 문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기구(에이펙, APEC)를 강화하는 한편 ‘환태평양 동반자협정’(TPP)이라는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담보할 군사 패권을 유지하기위해 이 지역의 국방비를 “결코”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아시아로의 귀환” 선언한 미국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미국의 전략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을까. 먼저 미국은 오바마 독트린 발표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대일본 군사기지나 베트남전 당시 군사기지로 사용했던 주요 아시아
태평양 군사거점을 재건하고 나섰다

가장먼저 재건된 미군 기지는 호주 다윈 기지다. 호주 다윈은 필리핀 마닐라까지 4150㎞, 대만까지는 4300㎞ 거리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남태평양 최후 보루’를 담당했던 지역이다. 미국은 2011년 11월 호주 정부와 다윈 지역에 군함, 전투기, 2500명의 해병대를 배치하는 군사협정을 체결하였다.

미국은 1992년까지 해군기지로 사용하다 철수한 필리핀 수비크만 항구 이용권도 다시 확보했다. 필리핀 수비크만 항구는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와 이어진 미국 태평양 함대의 주요 거점이자, 남중국해를 봉쇄하는 미국의 발판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필리핀 수비크만에는 미국 핵잠수함이 드나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2012년 6월 3일 베트남의 캄란만 기지 사용을 위해 베트남과 협상을 벌였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최대 군항이었던 캄란만 기지는 수심이 깊은데다 남중국해의 왼쪽에 위치해 있어, 지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병참·발진 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은 2012년 6월부터 타이(태국) 우-따파오 해군 기지와 비행장 이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우-따파오 해군 기지와 비행장은 미국이 베트남전 당시인 1966~75년 B-52 폭격기 기지로 활용했던 곳이다.

이처럼 “아시아로의 귀환”을 외친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주요 거점을 미군기지화 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6월 3일 보도한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새롭게 꾸려지는 미군 기지들은 “항공모함 6척을 비롯해 순양함, 구축함, 연안전투함, 잠수함과 신무기”로 채워질 전망이다.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2020년까지 미국 군함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60%로 늘리겠다”면서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늘리고 더 많은 미 해군 함정을 기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시아에 거대한 전쟁무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재편
강화에 나선 미국

그런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 패권을 유지하는데 관건이 되는 지역은 호주나 필리핀, 베트남, 태국이 아니라 바로 동북아, 한반도다. 한국에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최전방, 대북 군사기지가 있다. 세기에 세기를 거듭하여 미국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군사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바로 “신흥 핵보유국 북한”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의 경제, 군사적 부상도 견제해야 하겠지만, 북한은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미국에게 중국과 러시아가 “적성국가 후보”라면 북한은 명실상부한 이른바 “적성국”인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군사 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며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습니다.”라고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선포 하였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 이후 미국에게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방면적인 교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오바마가 호주 연설에서 북한을 특별히 언급한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은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재편작업을 수정하였다. 먼저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애초 예정된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3년 이상 연기했다. 한호석 통일학 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연기한 이유에 대하여 “전작권 반환을 연기한 결정적 요인은, 한반도 정세가 전작권 반환 연기를 요구할 만큼 변화되었다고 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호석 소장이 말한 “한반도 정세” 변화란 바로 ‘북한 요인’이다.

한호석 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시기를 연기하면서 한국을 대북 전초기지로 한층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호석 소장은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연기 협상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미사일방어체계(MD)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려 했던 것으로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한국에 MD 참여를 요구해 온 미국은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이를 관철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 내 해군기지 확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새롭게 건설될 제주 강정 해군기지가 그 실체다. 민주통합당 장하나의원은 9월 7일 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의에서 “제주해군기지 설계의 대상선박은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는 핵추진항공모함(CVN-65급)을 전제로 설계됐고, 설계적용은 주한미해군사령관(CNFK)의 요구를 만족하는 수심으로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제주 강정 기지가 미 태평양 함대용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MD를 설치할 유력한 후보지도 제주 강정 해군기지로 알려져 있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가 기존 일본 샤리키 기지에 이어 건설될 일본 남부 MD기지와 더불어 미국의 최신예 대북 미사일 기지로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15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울릉도 해군기지도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울릉도 해군기지는 “독도 수호”를 명분으로 추진되면서, 미군의 이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울릉도 해군기지 역시 최신예 이지스함이 정박할 수 있는 거대한 군사항구로 계획되어 있다. 만에 하나 울릉도 해군기지에 미국 해군 함정이 정박한다면, 울릉도는 북한 침공을 위한 전초기지로써 기능하게 될 소지가 다분해진다.

미국은 한국에서 군사기지를 강화하는 한편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한미군 부대를 확대강화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오는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더라도 한미 연합사령부를 존속시키는 방안을 한국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은 당초 2016년까지 경기도 동두천에서 평택기지로 재배치될 예정이었던 포병여단(210 화력여단)을 동두천에 잔류시키는 방안도 한국 정부에 타진했다고 한다. 이 포병여단은 사거리 45km의 다연장 로켓(MLRS) 30여문을 보유한 대북 포병 핵심 전력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예 한술 더 떠, 미 해병대의 한국 주둔까지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사전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아시아태평양 미군배치 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이 중부전선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바다에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면서 미 해병대 주둔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위 보고서에서 “전투헬기 부대의 한반도 복귀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제안은 “대체로 CSIS의 권고에 대해 찬성한다”는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미루어보아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해체가 예정된 한미연합사를 존속하면서 후방 배치가 예정된 포병부대를 전방에 잔류시키커나 미 해병대까지 한반도에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한미연합사’가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지휘체계의 핵심이자 상징이기도 하거니와, 주한미군 육군 무력을 강화함으로써 대북 적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려는 미국

미국은 주요 거점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확장해나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북아에 강력한 군사동맹인 ‘한미일 삼각동맹’까지 완성하려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본격적으로 용인하는 전략이자, 한반도 분단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는 과정은 2012년 6월 14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차 2+2”회담을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2+2회담”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 국방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합동회담이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 국방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 합동 회담을 여는 이유는 단연 북한 때문이다. 한미당국은 “제2차 2+2 회담” 직후 발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도발행위, 군비 증강, 군사 능력 및 활동 증대”를 당면한 주요 해결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북 정치 공세까지 강화하였다.

이 회담에서 한미당국은 이른바 “북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당국은 “2+2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 “해양안보, 항행의 자유, WMD 비확산을 포함하여 한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심지어 ▶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른바 ‘한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려는 구체적 움직임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추진으로 나타났다. “제2차 2+2회담”직후인 6월 말, 이명박 정부는 국민 몰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려다가 국민적 비난 여론에 밀려 보류한 상태다. 2012년 9월 7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계획이 중단된 직후인 2012년 7월 12일 한미일 상설 군사협의체도 만들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안보협력을 위해 일본, 한국 정부와 실무급 운영그룹을 구성하여 워싱턴에 두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당국이 일제 침략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익히 알면서도 한미일 삼각동맹을 계속 추진 완성하려 하는 사실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그중에서도 군사 열점지대인 동북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정상화’를 끝내 거부하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위해 군사 전초기지인 한국과 그 주변 군사 전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선포로 북미대결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반면, 미국은 여전히 경제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면서 “아시아로의 회귀”를 부르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확장에 매달리면서, 한 때 ‘동시행동’에 기초한 관계 정상화 과정을 밟는 듯 했던 북미 관계는 2012년 내내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를 끝내 거부하려 하는 것일까. 향후 미국의 행보에 한반도의 운명, 아시아의 운명이 달려있다. (2012-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