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입]

 헌정질서에 반하는 한국군 정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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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33만 ~ 53만여 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적으로 규정하였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국방부가 ‘종북세력’으로 지목하고 적의를 드러낸 제거대상은 누구일까? 국방부의 ‘종북실체 표준교안’에 따르면, 그들이 지목한 ‘종북세력’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이를 통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이다.

지금까지는 국정원, 경찰청 보안수사대, 공안검찰 등이 ‘종북세력’을 탄압해왔는데, 오늘에는 군부까지 나서서 ‘종북세력’을 제거하는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공언한 셈이니 정치탄압에 군사행동을 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문제를 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종북실체 표준교안’에서 국방부는 주한미국군 철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실현을 ‘종북세력’의 ‘대북추종 전략목표’라고 규정하였다. 국방부의 눈에는 주한미국군 철군 요구가 ‘남침위기’ 유발로 보일 것이고, ‘국가보안법’ 철폐요구가 ‘국가안보’ 훼손으로 보일 것이고, 연방제 통일 실현 요구가 ‘적화통일’ 동조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국군 철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실현은 이 땅의 진보적 대중이 지향하고,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당한 요구다. 물론 북도 주한미국군 철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실현을 요구하지만, 북측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연방의원들이나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미국 국무부마저도 1990년 이후 계속하여 ‘국가보안법’ 철폐를 남측에 요구하고 있고,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국제단체들도 많다.

그런데 국방부의 귀는 이 땅의 진보적 대중과 국제사회에서 들려오는 주한미국군 철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실현의 요구는 전혀 듣지 못하고, 오직 북에서 들려오는 주한미국군 철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실현의 요구만 듣고 그것을 ‘종북세력’의 전략목표로 몰아가고 있다. 정상인들의 청각기능과 달리, 국방부의 청각기능에는 어느 특정대상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만 자동적으로 가려듣는 놀라운 초능력이 있는 듯하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종북시험’ 관련 문서에 따르면, “2000년대에는 종북세력이 제도정치권,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에 안착해 친북, 사회주의활동을 민주화, 평화애호운동으로 미화하며 그 영향력을 국가 전반에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종북세력’의 영향력이 남측 사회 전반에 확산되었다는 그들의 이상한 표현을 정상적으로 바로잡으면, 진보정치의 영향력이 남측 사회 전반에 확산되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오늘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땅에서 진보정치의 영향력은 아직 강력하게 발산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이 10% 선을 밑도는 낮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이 그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군대까지 나서서 ‘종북세력’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으니, 진보정치에 대한 군부의 두려움이 이만저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경계근무 소홀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원래 겁이 많은 군부라서 그런 것일까?

셋째, 위에서 언급한 ‘종북시험’ 관련 문서에 따르면, “종북세력이 전국 단위 조직만 80여 개 단체에 이르고, 핵심세력이 3만여 명, 종북동조세력이 30만~50만여 명, 부동세력이 3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추산하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의 추산에 따르더라도 ‘종북세력’으로 지목된 대상은 최소 33만여 명에서 최대 53만여 명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산은, 군부가 33만~53만여 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적으로 규정해놓았음을 말해준다.

군부가 수 십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정치적 중립성을 파기하느냐 하는 문제를 넘어 자기들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민간인에게 적의를 드러낸 끔찍스러운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