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115)


광란적 폭압과 변혁적 진출, 야수와 인간의 대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현 국면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

 
2013년 늦여름,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압살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이 광란적이다. 눈을 뜨고서는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너무 광란적이다. 난폭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수많은 야수들의 포위 속에서 맨주먹을 쥐고 홀로 맞선 통합진보당의 모습이 실로 조마조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통합진보당을 내란음모집단으로 중상모략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고 그 당의 핵심세력을 제거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만이 언론의 보도와 대중의 시야에 가득하다.
 
그러나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만 바라보는 것은 현실의 어느 한 쪽만 보고 다른 한 쪽을 외면하는 인식착오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 국면에서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진정으로 직시해야 하는 것은, 수구집권세력이 광란적 폭압으로 가로막지 못하는 진보정치세력의 변혁적 진출이다.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이 일방적이고 압도적이어서, 진보정치세력의 변혁적 진출이 시야에 쉽게 들어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한 쪽만 바라보고 다른 한 쪽을 외면하는 인식착오에 걸려 넘어져서는 안 된다. 원인과 결과의 순환적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원인은 원인으로 고착되는 게 아니고, 결과도 결과로 고착되는 게 아니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또 다른 원인으로 전화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는 인과관계가 순환되며 변화발전을 끝없이 거듭하는 것이 우리가 생활하는 현실의 일면이다.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하면, 대미예속적이고 계급착취적이고 민족분열적인 낡은 체제를 원인으로 하여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가 정치세력화된 결과를 낳은 것이며, 수구집권세력은 그 결과가 더 이상 장성되지 못하도록 광란적 폭압을 자행한 것이다. 국정원의 내란음모모략소동으로 터져나온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수사, 체포동의안 가결, 종북몰이여론재판 등은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가 진보정당으로 세력화되고 차츰 힘을 얻어가는 변혁적 진출을 가로막으려는 일련의 반진보적, 반변혁적 행위들이다.
만일 이 땅의 진보정치세력이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를 세력화하여 통합진보당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오늘 보는 것과 같은 저들의 광란적 폭압은 애초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변혁적 진출과 광란적 폭압은 인과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며, 바로 그런 인과관계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수구집권세력에게 내습한 체제불안정,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이 그 반대쪽에서 생성시킨 사회변혁역량이 현 국면에 각각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네 가지 정세변화요인과 내란음모혐의조작
 
광란적 폭압과 변혁적 진출이 격돌하는 현 정세의 변화요인을 좀 더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현 정세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단일적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복잡하게 결부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각종 변화요인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신흥핵강국으로 등장한 북이 미국의 핵독점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대북핵위협을 차단한 여세를 몰아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으로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려는 공세적인 정치군사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국가경제발전과 과학기술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인민생활향상의 실질적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국가재정파탄위기에 휘말려 심한 내상을 입고 대폭적인 군비삭감을 강요당하는 미국이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로써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조성된 한반도정세에 전략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8월 말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을지프리덤가디언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였지만, 미국은 그 대북전쟁연습을 벌이면서 이전에 비해 맥이 빠진 자기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였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실시된 대북전쟁연습을 현장취재한 언론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은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위에서 언급한 북미관계의 역량변화를 원인으로 하여 미국의 대남지배력이 점진적 퇴조기에 들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와 수구집권세력이 각종 미국산 신형무기를 전례 없이 대량수입하고 작전통제권 환수시점을 또 다시 연기하려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대남지배력 퇴조를 막아보려는 그들 나름의 수세적 대응조치들이다.
 
네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이명박정권의 반민주적 불통정치와 민생경제파탄으로 민중의 사회정치적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수구집권세력이 집권연장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가 지난 201212월 대선에서 국정원이 대선개입공작을 자행하였고, 그 범죄사실이 폭로되자 그에 분노한 각계층 대중이 투쟁열기를 뿜어내며 집단적 저항의 광장에 진출한 것이다. 국정원대선개입공작을 규탄하는 대중투쟁은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고 전개되었지만, 그런 자연발생적 대중투쟁을 야권과 대중이 총결집한 위력적인 반정부운동으로 폭발시키는 투쟁의 중심축에 서 있는 선도세력이 바로 통합진보당이다. ‘촛불바다로 흔히 상징되는 반정부운동이 힘을 얻어가자, 통합진보당과 수구집권세력의 격돌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세변화요인에 둘러싸여 위기감을 느끼게 된 수구집권세력은 황급히 위기탈출로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통합진보당을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으로 짓누르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국면전환의 옹색한 위기탈출로인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지금 수구집권세력이 자행하는 모략과 폭압이 현행형법상 극형을 예고하는 내란음모에 직결되었다는 점이다. 수구집권세력이 국면전환을 위해 보안법위반혐의를 뒤집어씌웠던 과거행동과 달리, 33년 만에 처음으로 내란음모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극단행동으로 광란하는 것은, 오늘 저들이 처한 위기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다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성의 빛나는 승리, 인간의 최종적 승리
 
추악한 부패와 비리의 대명사로, 악랄한 폭정과 착취의 대명사로 존속되어오는 이 땅의 낡은 체제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로 교체하려는 통합진보당은 그 추악하고 악랄한 체제를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으로 유지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 앞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역사발전의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은 느닷없이 부풀어 올랐다가 물거품처럼 꺼지는 반짝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한반도정세의 변화방향은 절대로 그들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며, 되레 그들을 점진적인 쇠락으로 떠밀어가는 중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한편,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 앞에서 통합진보당의 위태로운 모습도 일시적인 돌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반도정세의 변화발전을 전망하는 통찰의 안목으로 오늘 통합진보당에게 발생한 돌출현상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점진적 쇠락에로 떠밀려가는 수구집권세력의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은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질 광란의 돌풍이고,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통합진보당의 투쟁은 미래에로 나아가는 전진의 열풍이다.
 
한반도정세가 급변하는 날, 머지않아 그 날이 오면, 전진의 열풍은 광란의 돌풍을 단숨에 뒤덮어버릴 것이며,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영구히 잠재울 것이다. 이성과 우상의 대결, 인간과 야수의 싸움은 우상을 해체하는 이성의 빛나는 승리, 야수를 제압하는 인간의 최종적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런 미래의 승리를 향한 맹세와 신념이 통합진보당에게 없었다면, 오늘처럼 엄혹한 정세 속에서 어찌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깃발이 그 당의 앞길에 변함없이 휘날리고 있겠는가. (201394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