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자유게시판  11월 2일)

우리식 전략전술로 민중승리를 안아오자.

-'민주노동당 당발전특별위원회 보고서' 비판-

2003년 11월 1일  황동우



1. 들어가며 - 변혁운동 안에서 민주노동당이 차지하는 자리

2. 비판
(1) 정세분석이 빈약하고 편향되어있다
(2) 사회주의 구호는 좌편향이다
(3) 사회민주주의 정책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4) 자주통일 정책이 빈약하다
(5) '민주노동당 강령' 비판

3. 대안 - 우리 현실에 맞는 우리식 전략전술을 세우자



1. 들어가며 - 변혁운동 안에서 민주노동당이 차지하는 자리

지난날 스스로 민중을 대표한다고 나선 진보 정당은 여러개 있었다. 하지만 정권의 탄압을 받거나 대중들의 무관심 때문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오늘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 중 가장 대중의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은 누가 뭐래도 민주노동당이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을 기반으로하여 시작한 민주노동당은 태어날 때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왔고 또 선거를 할수록 지지율을 높여 드디어 기성 정당과 한 자리에 앉아 방송토론까지 하는 위치가 되었다. 보수정당들만 보면서 지겨워하고 역겨워하던 대중들의 머릿속에서도 이제 민주노동당은 가능성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변혁운동 내에서도 합법정당이라는 특이한 위치에 있으면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세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민주노동당은 우리 변혁운동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까.

물론 민주노동당이 우리 변혁운동을 이끌고 나갈 전위당이 되지는 못한다. 전위당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올바른 변혁노선을 가진 운동의 정수로만 구성이 되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대중정당으로서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반 대중단체와 똑같지는 않다. 민주노동당은 합법정당으로서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음은 물론 매우 넓은 범위로 정치활동도 할 수 있고 다양한 계급계층, 정당, 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민주노동당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또한 대중들에게 쉽고 빠르게 운동노선을 퍼뜨릴 수도 있다.

이런 특성을 종합해 보면 민주노동당은 변혁운동을 합법적으로 대변할 수 있고 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민중의 정권을 세우는데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특히 통일전선, 연대연합운동에서 큰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민주노동당으로는 부족하며 당을 확대 강화하면서 올바른 운동노선을 갖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은 우리 변혁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당발전특별위원회에서 내놓은 보고서(이후 '보고서')를 보면 민주노동당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비판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민주노동당이 당장 내년의 총선부터 해서 앞으로 5년정도의 기간에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밝히는 중요한 글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의 내용을 바로잡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우리 변혁운동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뜻에서 이번 '민주노동당 당발전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비판하고자 한다.

2. 비판

(1) 정세분석이 빈약하고 편향되어있다

앞으로 5년 정도의 중단기 계획을 세운다면 한국사회성격분석이나 변혁운동의 지도사상 같은 거창한 부분까지는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중단기 정세는 자세히 밝혀야 한다. 정세를 정확히 분석해야 올바른 운동노선이 나오며 투쟁에서 좌우경 편향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정세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민중의 역동성을 중심에 놓고 정세를 바라봐야 한다. 정세에서는 객관정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체세력의 힘이 어느정도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옛 병법에도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그런데 객관정세를 결정적 요인으로 보는 낡은 정세관은 경제관계를 중심에 놓고 정세를 살펴보기 때문에 변혁운동의 주인인 민중의 역량과 준비상태를 정세의 주요 변수로 보지 못한다.

객관정세도 민중의 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민중의 준비정도가 정세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리고 이런 주관정세에 객관정세를 결합시켜 적아간의 역량관계를 자세히 타산해야 한다.

주관정세를 판단할 때는 민중의 정치사상적 각성과 실천능력을 살펴봐야 하며 객관정세를 판단할 때는 경제위기 정도, 통치체제의 상태, 사회적 모순의 대립 상황, 변혁에 대한 민중의 욕구분출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또 적아간의 역량관계를 타산할 때는 먼저 민중의 각성 정도와 대중단체 건설 정도, 단체들의 투쟁력, 주력군과 보조역량의 편성상태, 통일전선과 연대연합운동의 발전 정도와 실천력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정권의 통치능력과 공권력, 경제력, 이데올로기 선전력, 기득권 내부의 모순과 대중의 지지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처럼 주객관 정세를 치밀하게 분석해야 올바른 노선이 나오고 좌우경 편향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면 정세 분석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민중의 역량과 준비정도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 대부분 경제, 문화부분에서 민중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데 그치고 있다.

또 변혁대상을 분석하는데서도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석만 있을 뿐 한국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상태나 미국의 동북아전략, 북미관계 등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있는 것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보수언론의 분석과 별반 차이가 없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런 정세분석으로는 강령과 시기별, 사안별 정책을 연결하는 '기본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정세분석이 이처럼 빈약하고 그나마도 편향된 분석이다보니 발전전략으로 내놓은 것들에도 문제가 많다.

잠시 변혁운동을 막 시작한 대학교로 눈을 돌려보자. 학생회 1년 노선이나 선거자료집을 보면 첫머리에 있는 정세분석에서 국제정세, 동북아정세, 남북관계, 운동단체들의 동향, 정권과 수구세력의 모습, 학내 현안 따위를 분석한다. 일개 대학 학생운동도 이 정도 분석을 해야 자기 정책이 나온다.

그런데 수개월에 걸쳐 준비된 '보고서'의 정세 분석이 왜 이렇게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단순한 준비부족이나 실수로 보이지는 않는다.

혹시 변혁운동과 정세에 대한 잘못된 관점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 대해서 민주노동당 당발전특별위원회 정치소위원회 간사인 이재영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의 해명을 듣고싶다. 이재영 국장은 과거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될 때 어떤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남북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절대로 통일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고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혹시 그 때 가졌던 그런 좁은 정세인식을 바꾸지 않고 이번 정세분석에 참여한 것은 아닌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분석하는데 '지니계수'와 '투표율 변화', '여론조사' 같은 것을 살펴보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변혁운동의 주체세력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객관정세를 가장 많이 뒤바꾼 것은 누가 뭐래도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이다. 그렇다면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분석과 이를 중심으로 변화된 한국사회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고서'에는 정상회담이나 공동선언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을까. 공동선언 발표 이후 이남의 변혁운동단체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투쟁 방향도 많이 바뀌었으며 민중들의 의식화 정도와 투쟁 참여도 크게 변하였다. 매향리 투쟁과 촛불시위 등 반미감정의 폭발도 이처럼 달라진 정세에서 나왔다.

또한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미관계도 급변했으며 기득권 사이의 혼란이 커졌다. 미국은 이남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 않으려고 속보이는 내정간섭에 안달이 났고, 파쇼기구와 악법을 대표하는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제자리를 잃어버렸다. 수구세력의 결집체인 한나라당은 연일 지지도가 떨어졌으며, 조선일보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방송사의 공격까지 받게 되었다.

한편 미국은 추락하는 국제 지위와 경제를 지탱해보려고 여기저기 전쟁을 벌였으나 오히려 국제적인 반미여론만 들쑤셔놨다. 이제 북미대결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북의 의연한 대응으로 곧 상황종료 종이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새천년 최고의 핵심 사건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중심으로 정세를 간략히 훑어보면 '보고서'의 정세 분석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무엇이 달랐을까. 민족문제와 미국문제를 보고 안보고의 차이였다.

'보고서'에서는 민족문제와 미국문제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무하다. 그러니 본질은 없고 껍데기만 있는 정세분석이 된 것이다. '보고서'의 정세분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분석으로는 아무런 투쟁방향도 내올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의 정세분석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는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진전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에서 분리되었으며, 양자의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임을 경고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에 의탁적이거나 단호하지 못한 정치적 태도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신자유주의에 수탈당하는 민중에 대한 범죄에 다름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민중운동은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거나 협력하여서는 안 된다." ('보고서' 가운데 일부)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정권이므로 개혁성에 속지 말고 단호히 반대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에 기울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권의 사대매국성과 반민중성에 대해서는 투쟁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민주주의 = 신자유주의가 되고 따라서 투쟁 대상이 된다는 것은 흑백논리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다녀와서는 '한국의 평화와 경제를 위해 부시 가랑이 사이를 기어갔다'는 식의 황당한 말을 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의 요구와 압력, 즉 내정간섭에 굴복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의 본질이 신자유주의 정권인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으로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대리 집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대미굴욕성, 반민중성에 대해서는 단호히 투쟁하되 동시에 미국의 내정간섭에 대한 투쟁을 더 앞세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게 된다. 즉, 줄기만 보고 투쟁할 것이 아니라 뿌리를 잘라내는 투쟁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열심히 반정부투쟁을 해서 노무현 정권을 몰아내봐야 한나라당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이는 미국이 바라는 '죽쒀서 개주는 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의 출범 이후 남북평화협력관계 및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것은 한미동맹을 남북관계의 진전 보다 우위에 두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대외정책전략기조, 북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북-미 관계의 악화와 북-일 관계 진전의 둔화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보고서' 가운데 일부)

남북관계의 정체가 오래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북미관계에서 이북과 미국이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분석해보면 다른 결론을 얻게 된다. 남북문제가 현재 느린 걸음을 걷는 것은 사실이나 북미관계가 풀리면서 곧 달음박질 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북은 올해 안에 북미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고, 미국도 부시의 재선이 얼마 남지 않고 이라크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북미문제를 질질 끌 수 없다. 물론 미국은 원래 북미문제에 계속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이 때문에 이북에서는 계속 공세를 취했고 미국은 마지못해 끌려나왔다.

이제는 이북의 정치외교공세로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이 부시 대통령에게도 유리하지만은 않게 되었다. 때문에 올해 말까지 북미간의 대결은 극을 달릴 것이며 미국이 끝까지 물러나지 않는다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아니라면 이북의 주장대로 북미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서 동북아긴장은 풀릴 것이다.

즉, 긴장이 계속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한번 긴장이 풀리면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탄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나오고, 클린턴이 북과 대화하던 시기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상하면 된다. 북미관계가 풀리면 통일의 본질적인 걸림돌이 사라지므로 통일이 이뤄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기회도 잡기 전에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이 안이하게 정세분석을 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시대에 앞서갈 수 없다.

(2) 사회주의 구호는 좌편향이다

'보고서'에서는 당 정치활동의 첫번째 발전방향으로 "당 활동 전반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근거로 첫째, 신자유주의 국가정책 확산, 둘째, 민주화가 더 이상 변혁운동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셋째, 당이 당원과 지지세력에 대한 구속력을 높여야 함을 들고 있다.

사회주의 노선에 대한 이야기 전에 먼저 근거로 들고 있는 정세 진단부터 살펴보자.

'보고서'에서처럼 기성 정치세력의 경우 신자유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 노동자보다는 자본가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때문에 각 정치세력의 계급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성 정치세력의 계급성이야 과거에는 숨겨져 있다가 최근에 드러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과거에는 노골적이다가 최근에는 개혁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고 보는게 맞다.

사실 노무현 정권 초기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 수구세력은 노무현이 친노동자 정책을 편다고 연일 비판했고 이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과거 정권보다는 노동자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수구세력은 노골적으로 자본가와 기득권세력을 위한 정책을 주장하고, 노무현 정권 등 이른바 개혁세력은 본질에서는 같으나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세워 지지율을 관리하는 정도다.

이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사회주의당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자본가를 배제하고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부유세 신설'이라 하겠다. 즉, 경제정책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미 충분히 다른 정치세력과 구별된다.

오히려 정치세력의 구분은 민족문제에서 판가름난다. 즉, 미국과의 관계 문제, 남북관계를 대하는 문제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친미사대정권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남북문제 등 일부에서는 자기 고집을 세워 미국 대통령에게 욕까지 들어먹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초반에 민족자주를 강조하는 듯 하다가 결국 변신하여 미국 대통령에게 쉬운 사람(easy man)이란 칭찬(?)까지 받았다.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미 공화당의 한국 지부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 열린우리당은 전쟁반대, 평화 등을 주장하며 기성 정치권에서는 민족문제에서 다소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미국과의 관계문제,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남북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쟁점의 하나였다. 지금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가 정치권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남북문제와 반미, 친미 문제로 기성 정치세력은 선명하게 구분이 되며 국민들의 지지율도 여기에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정치활동 성격을 분명히 하려면 경제문제, 계급문제보다는 민족문제, 자주권 문제를 가지고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됐고 변혁운동의 독점물도 아니므로 부르주아개혁세력과 구별하기 위한 새로운 이념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성정치권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와 변혁운동세력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이름만 같을 뿐 차원이 다르다. 기성정치권의 민주주의는 부르주아민주주의로 지배세력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이고 변혁운동세력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민중민주주의로 민중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다. 이렇게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부르주아개혁세력과 구별될 수 있다.

또 한국 사회 민주화 상황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파쇼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 국민들의 레드컴플렉스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번 송두율 교수 사건만 봐도 우리 사회 민주화는 아직 정치적 민주화의 과정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노동운동을 비롯하여 민중들의 정당한 주장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모습은 아직도 여전하다.

파쇼사회인가 아닌가는 파쇼기구와 악법, 제도가 존재하는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땅에는 국정원, 기무사 등 파쇼기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 파쇼악법이 남아있다. 따라서 기존 민주화구호에서 한발 나아가서 경제민주화, 즉 경제의 사회주의적 성격 강화를 내세우는 것은 아직은 때이른 주장이다.

이제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 강화'에 대해 살펴보자.

자본주의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로 바뀌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하지만 모든 자본주의 나라가 지금당장 다 사회주의 혁명 구호를 내걸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라고 다 똑같은 자본주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미국에게 철저히 예속된 사회다. 이는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미국에게 예속됐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친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은 모두 미국이 시키는데로 결정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군사작전권을 미국에게 넘겨준 나라다. 자기 나라 군대의 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식민지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를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 문화를 직수입해 뒤범벅이 되어있으며 친미사대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이처럼 모든 영역에서 미국에게 철저히 예속되어 있다. 이는 경제구조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경제구조를 보면 일면 자본주의사회와 비슷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발달된 자본주의국가와는 많이 다르다. 이는 미국이 만들고 키운 기형적인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는 다른 자본주의국가와 똑같은 형태의 독점자본이 없다. 오직 미국이나 일본에 예속된 매판자본이 있을 뿐이다. 이런 매판자본이 성장하여 독점성을 갖게 되기도 하였으나 그런다고 매판자본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으며 매판성과 독점성 중 매판성이 규제적 성격이다.

그리고 미일독점자본과 매판자본에 가려져 자기 목소리를 못내는 민족자본이 있다. 경영규모로 보면 매판자본은 대개 대자본이고 민족자본은 중소자본으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자본은 만년중소자본이고, 매판자본은 미군정 시기부터 식민지 미끼인 원조물자에 대한 독점을 보장 받으면서 성장해 왔다.

처음에는 중소자본이었으나 기술력, 자원확보력등을 통해 다른 중소자본을 먹으면서 독점자본으로 성장하여 국가경제 전반과 세계 경제까지 장악하려고 하는 발달된 자본주의국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매판자본은 이윤의 일부를 상전인 미일 독점자본에게 상납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더 많이 착취해야 한다. 그래서 이 땅의 노동자들은 더 많이 착취당하고 있으며, 그만큼 노동자와 자본가의 투쟁도 격렬하다.

그리고 한국사회 매판독점자본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미제의 침략, 약탈정책에 위협이 되는 분야에는 진출하지 못한다. 군수산업이 대표적이다. 우리 나라에서 자립적인 군수산업이 전무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사회 매판독점자본은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 독점자본처럼 자기가 정권을 장악하고 자기 이윤 극대화를 위해 권력을 운영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 한국사회 정권은 미국 것이기 때문이다. 매판독점자본 진영에서 일부가 권력의 요직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이는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서 독점자본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는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 성격 자체가 다르다.

한국사회 지배구조는 미제를 정점으로 하여 한쪽에 민족반역자들을 모아놓은 매판정권이, 또 한쪽에 매판자본가들이 수직적으로 편제되어 있으면서, 매판정권과 매판자본이 서로 결탁하고 있는 모습이다. 독점자본이 권력을 장악통제운영하는 일반적 자본주의 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기형적인 자본주의 체제에 있기 때문에 다른 발달된 자본주의 나라들처럼 사회주의혁명을 바로 내걸 수 없다. 그래서 자주를 앞세운 민중민주주의변혁, 혹은 진보적 민주주의변혁을 내걸어야 하는 것이다.

민중민주주의변혁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민족해방의 과제에 규제받으며 존재한다. 왜냐하면 한국이 기형적인 자본주의가 된 이유가 미국의 예속정책 때문이므로 미국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민중민주주의변혁도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변혁운동의 현단계를 민족해방민주주의변혁이라 부른다. 민주주의변혁의 과제를 살펴보면 먼저 파쇼기구와 악법인 국정원, 기무사, 국가보안법 등을 없애 민중의 사회정치생활에 민주화를 가져오는 것이며, 둘째 매판자본가와 지주를 몰아내고 반동관료를 쫓아내 민중적인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며, 셋째 매판자본을 국유화하고 토지개혁을 실시하며,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여 경제생활을 민주화하는 것이며, 넷째 노동법령, 남녀평등권 등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적 사회개혁을 하는 것 등이다.

이런 과제들은 자주화가 실현되어야 완료할 수 있는 것들이다. 미국은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는커녕 이 정도의 민주주의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내걸어야 하는 구호는 '반미자주'와 '민중민주주의'이지 '사회주의'가 아니다.


지금 한국사회변혁운동에서 사회주의 구호는 또한 현실성도 없다. 사회주의혁명의 동력은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과 도시빈민, 진보적 지식인 정도인데 그나마도 현재 사회주의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사회주의혁명의 대상은 미제국주의 침략세력과 반동관료배, 매판자본가와 민족자본가, 소자산가 전체, 지주가 해당된다. 누가 봐도 승산이 없다.

거기다 지금 국민들은 사회주의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혁명을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민중들이 지지하지도 않는 사회주의혁명을 무슨 힘으로 어떻게 하겠는가. 따라서 지금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실현 불가능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를 내건다면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선 변혁역량을 최대한으로 묶어세울 수 없게 한다. 변혁운동은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결집하여 단결할 때 승리한다. 그런데 지금 사회주의를 내걸면 변혁운동을 하겠다는 민족자본가나 지식인, 종교인, 시민단체 등 중간계층이 운동에서 대거 이탈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등 주력군 세력 중에서도 사회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역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또 사회주의를 내걸면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민족자본가를 변혁의 적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즉, 우리편을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을 늘려주어 운동을 몇배로 힘들게 만든다.

사회주의 주장은 또한 변혁운동세력 내의 분열을 초래한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이미 겪었던 일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준비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이 사회주의를 당의 노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워서 당 내 격론이 벌어졌으며 결국 당의 강령 등에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넣게 되었다. 이 때문에 자주, 민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여 창당 직전에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현실성 없고 잘못된 주장 때문에 당의 지반을 축소했음에도 교훈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또한번 자살골을 넣는 행위다.

우리는 사회당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회당은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데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는 무효표보다도 표를 못얻었다. 그럼에도 사회당은 좌경적이고 반북적인 내용을 주장하고 다니면서 변혁운동세력을 분열시키고 운동세력과 민중을 갈라놓고 있다. 민노당은 결코 사회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주장은 적들의 탄압을 불러올 뿐이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있다. 최근 송두율교수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이북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구속이 되는게 국가보안법이다. 그런데 민중의 지지도 얻을 수 없는 사회주의 주장을 했다가 불법으로 판결받고 강제 해산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구세력들은 기회는 이때다 하면서 뛰어나와 '공산당이 대통령 후보까지 나오다니 말세다!' 하고 외치며 변혁운동세력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주의 주장은 불필요한 탄압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에 비해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변혁 주장은 민중들에게 지지를 받기 때문에 함부로 탄압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보고서'의 사회주의 주장은 한국사회변혁의 지금 단계에 맞지 않는 좌편향된 주장이다. 물론 '보고서'에서는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 정당으로 자신의 성격을 규정하거나, 국민 정치 차원에서 대대적인 선전을 추구하기에는 무리이다. 이는 사회주의에 관련한 이론적 해명이 부족하거나 국민들의 레드컴플렉스가 아직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주요하게는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나라와 사회 운영의 이념적 경험 축적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동당에서 사회주의 이념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면 변혁단계와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사회주의 정당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된다. 사회주의를 내걸고 민중들로부터 소외받는 정당은 사회당 하나로도 충분하다. 민주노동당마저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를 내팽개치고 사회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3) 사회민주주의 정책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보고서'에서는 사회주의 성격 강화의 방법으로 '공공성 강화'를 내세웠다. 공공성 강화란 복지, 공공재, 즉 통신, 운수, 병원, 학교 등의 영역에서 사적 소유를 제한하고 공공부문의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에서는 공공성을 탈자본주의 대안사회, 즉 사회주의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로 보고 공공부문에서 공공성이 강화, 확대되면 다른 경제영역까지 공공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회주의 사회란 사적 소유가 없고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회이므로 공기업을 늘려나가면 언젠가 사회주의 사회가 된다는 논리는 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내세운 '공공성 강화'는 사회주의 성격 강화가 아니라 사민주의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체제와 사회주의 사회의 경제체제는 질적으로 다른 체제이지 양적으로 다른 체제가 아니다. 공공성이 얼마나 큰가를 기준으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공공성의 대소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냐 사회민주주의냐다. 신자유주의의 특징은 정부의 자본 통제를 최소로 하여 공공산업까지 사유화하는 것이며,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은 반대로 정부의 자본 통제를 최대로 하여 공공산업을 모두 국유화하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으면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분리하였으며, 의회 투쟁으로 사회주의 변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사회주의 변혁에 제동을 걸고 자본주의에 투항하게 만들었다.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화해를 주장하는 개량주의, 수정주의의 대표적 흐름이다. 게다가 사회민주주의의 경제정책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쓴 케인즈의 '케인즈주의'와 대표적인 노동착취이론인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주의의 한 형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형태다. 이는 오늘날 사회민주주의를 내걸고 있는 정당과 국가의 모습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 공공성 확대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제시한 데는 민주노동당 안에 있는 사회민주주의 흐름이 작지 않은 것과도 연관된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장상환 교수는 '민주적 사회주의와 민주노동당의 실천'이란 글에서 "사회주의의 종별로서 국가사회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처럼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사회주의의 하나로 보면서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면 사회주의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제목은 '사회주의'를 달고서 내용은 '사회민주주의'를 담았는데 먼저 사회주의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사회당을 봐도 '사회주의'는 내걸었지만 실상을 보면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도 정의하지 못하고 있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여기서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하겠다.

어찌되었든 사회주의는 지금의 변혁단계에 맞지 않고, 사회민주주의는 변혁이 아닌 개량, 수정이므로 변혁운동노선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내걸 변혁노선은 무엇인가. 그것은 위에서 이미 설명한 민족해방민주주의변혁이다. 민중민주주의변혁의 과제로 위에서 소개한 것을 보면 사회민주주의 과제와 비슷한 것도 있지만 본질에서 완전히 다르다.

민족해방민주주의변혁이 '변혁'으로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의 주권을 민족자주세력이 차지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권은 미국이 쥐고 있으며 이를 반동관료들이 대리하고 있을 뿐이다. 민족자주세력은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을 비롯하여 진보적 지식인, 도시빈민, 민족자본가, 소자산가, 양심적 종교인 등 민족자주를 지향하는 전 민중이 하나의 통일전선체를 형성한 것으로 미제와 반동관료들을 몰아내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건설하여 국가 주권을 되찾을 것이다.

둘째, 국가 주권을 차지한 민족자주세력은 민주주의 변혁을 철저히 시행하여 노동자 민중이 완전한 주인이 되는 새사회 건설을 위한 넓은 길을 열어놓는다.

먼저 자주적 민주정부는 매판자본을 몰수하여 국유화한다. 이로서 공공산업과 기간산업 등 주요 산업이 국유화된다. 여기서 국유화란 국가의 주인인 민중의 소유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토지개혁을 통해 농민들에게 땅이 분배된다. 또한 민족자본가들은 외래독점자본과 매판자본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물론 사적 소유가 인정되며 민족자본가와 소자산가도 그대로 유지되므로 아직은 자본주의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족자주정부의 주도권을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의 주력군이 쥐고 있으므로 민족자본가들을 점차 개조변혁하여 자연스럽게 다음단계 변혁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민족해방민주주의변혁은 엄연히 국가 주권의 주인을 바꿔내고 주요 산업의 생산수단 주인도 바꿔내는 하나의 완결된 변혁단계다.

민주노동당은 좌편향도 조심해야 하지만 사민주의라는 개량주의도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하겠다.

(4) 자주통일 정책이 빈약하다

'보고서'에서는 기본정책으로 '공공성 실현'과 '자주평화 실현' 두가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주평화 실현'에 대해 한국 사회의 운명을 건 최대의 쟁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서' 전체를 놓고 보아도 '사회주의적 성격 강화'를 주장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자주평화 실현'은 별 내용도 없다. 마지못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오늘날 '평화=전쟁반대=미국반대'의 등식이 성립하므로 자주평화 실현을 정책으로 삼은 것은 옳다. 그러나 미국반대를 전 민족이 단결하여 해야하며 따라서 이는 민족공조와도 일맥 상통하고 통일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이남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북을 공격하려는 것이며 이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민족 전체가 된다. 따라서 전쟁반대투쟁은 이남 따로 이북 따로가 아니라 남북해외 전 민족이 힘을 합쳐 해야한다.

이렇듯 민족공조를 통해 미국의 전쟁음모를 막아내면 미국의 한국 지배도 그만큼 약해지고 통일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통일로 이어지게 된다. 위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했듯 통일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가까운 몇년 안의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통일은 아직 멀었다며 넋놓고 있을 때 통일은 훌쩍 되버리는 것이다.

또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달라진 남북관계를 보면 통일이 생각만큼 더디고 차분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재깍 실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중의 역동성이다. 지금 남북 당국은 물론이고 민간 교류와 경제 협력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이남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수구반통일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보고서'에서는 통일은 멀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주평화는 이야기하면서 자주통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것은 정세에 대한 예견성 부족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혹시 민주노동당 내에 통일을 달갑게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다. 자주통일은 현실이며 대세이고 오늘날의 최고 애국이다. 민주노동당이라면 사회당보다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진보적이어야 한다.

(5) '민주노동당 강령' 비판

'보고서'의 발전전략은 어디까지나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민주노동당 강령에 대해서도 몇가지 비판을 하려고 한다.

가. 사회주의변혁 주장

'사적 소유라는 족쇄로부터 ... 해방되어',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 '생산수단을 사회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 (민주노동당 강령 가운데서)

민주노동당의 강령에는 이처럼 사회주의변혁을 주장하는 내용과 표현이 자주 나온다. 사회주의변혁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위에서 설명했으므로 다시 하지는 않겠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강령에서 이미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할 것이다'라고 밝힌 만큼 자주적 민주정부에 대한 자세하고 확실한 상을 그리고 더이상 사회주의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겠다.

나. 자주통일 영역에서

'그렇지만 대내적으로는 남과 북의 사회경제적 역량이 너무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서해 교전 사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남한의 지배세력은 아직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일 통일기반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통일을 추진한다면 이는 오히려 남북간의 갈등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대외적 조건으로는 통일이 시급한 과제이지만, 대내적 조건에서는 통일기반이 여전히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궁극적인 통일체제는 남한 자본주의의 천민성과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이 극복되면서 민중의 권익과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체제'
'우리는 한반도 냉전구조 청산과 평화체제 수립, 더 나아가 동북아 협력안보체제를 이루어 외적 통일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통일을 성취하는 민족사적 책무를 이행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령 가운데서)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남북의 이질감이 통일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남북간에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통해 남북간의 차이는 통일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을 것임을 확신할 수도 있었다.

남북이 갈라진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당연히 서로 다른 점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통일의 장애물일까? 이는 남북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통일을 추진할 때 장애물이 될 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민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치는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할 때에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강령에 연방제 통일방안을 확실히 밝히고 남북사이의 차이점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물론 6.15 남북공동선언이 나온 이후 통일방안을 말하는데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으므로 연방제방식보다는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성을 살려 통일하자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둘째는 남북 모두 바뀌어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한층 더 무서운 논리다. 통일은 변혁운동이 승리하기 전에도 될 수 있고, 후에도 될 수 있다. 변혁운동이 승리하기 전에 통일이 되면 변혁운동의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고, 변혁운동이 먼저 승리하면 통일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변혁운동이 승리해야 통일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통일은 뒤로 미루고 변혁운동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것 역시 연방제 통일방안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결론이다.

변혁운동이 승리해야 통일이 된다는 것은 결국 사회체제가 같아야 통일이 된다는 이야기이며, 통일을 체제통합으로 보는 논리다. 연방제방식은 체제통합이 아니라 민족통합을 이야기하며 남과 북의 사회체제는 그대로 두고 서로 인정하면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만 힘을 합칠 것을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남북이 서로의 체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간섭이 된다. 이런 간섭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만 낳게 한다. 민주노동당이 설령 이북 사회 체제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조선일보식의 '북한민주화운동'을 한다면 이는 황장엽을 추종하는 결과밖에는 안된다. '북한민주화운동'이야말로 미국의 대표적인 공작활동이다.

민주노동당 일부에서 이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는 데에는 '국가사회주의 사회의 형식적 국유화의 한계', '국가사회주의의 오류' 같은 강령 문구에도 드러나듯 이북 사회를 '국가사회주의 사회'로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국가사회주의론'의 핵심은 바로 구소련이나 이북을 독재체제로 보는 것이다. 이북 사회가 과연 조선노동당 독재체제일까?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이북에 가서 '인민'들을 만나고 오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제는 평양도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으니 망설일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나 수구반통일세력의 반북모략선전을 그대로 믿고서 이북 사회에 대하여 여러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정책을 세우려면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연구하는게 맞다고 본다.

셋째는 평화체제를 수립한 다음에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이런 주장의 대표선수인데 실은 미국과 수구반통일세력도 비슷하게 주장하는 내용이다. 통일이 되어야 평화체제가 수립되는데 평화체제를 먼저 수립하자는 것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미국과 수구반통일세력은 통일을 한시라도 늦추기 위해 이렇게 사탕발린 주장을 내놨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문제를 정확히 연구해서 올바른 통일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은 민족통일 문제에서는 많은 오류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밖에도 몇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군사비를 대폭 감축하고 상호군축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여 남북한의 군사적 대결을 종식' (민주노동당 강령 가운데서)

이북은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사이의 상호군축 보다는 주한미군 철수와 이북 군축 연계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상호군축 이야기를 하면서 주한미군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치군사 정세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한과 미국 3자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 (민주노동당 강령 가운데서)

이 또한 평화협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평화협정은 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협정이다. 따라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미간에 체결하는 것이 옳다. 또한 이남의 군사작전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도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협정이라는 것은 국가간에 맺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고 동북아 패권을 잃게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남북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며 자꾸 도망다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절충하여 남북미 3자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다면 이는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게 된다.

남북은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 민족관계이고 통일의 과정에 있는 특수한 관계이며, 엄밀히 말하여 한나라 안의 두 개 지역이다. 때문에 남북간에는 무슨 협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기간 남북간에 체결된 문서들은 다 '합의서' '선언' '공동성명'이지 '협정' '조약'은 하나도 없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강령에서 '정부 당국이나 재벌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의 가장 큰 희생자인 민중이 주체로 나서 수행'하자고 주장한 것처럼 민족통일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며 적극 임해야 한다.

3. 대안 - 우리 현실에 맞는 우리식 전략전술을 세우자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노동당이 변혁운동세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전략전술을 제시하고 그에 맞게 투쟁해야 한다. 올바른 전략전술이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식 전략전술이다.

다른 나라 변혁운동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그건 그 나라 사정이다. 그 나라 전략전술을 직수입해서는 우리가 소화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외세의 침입을 물리쳐 왔으며 지난 백년 사이에도 이 땅을 지배한 일제를 몰아내고 미제와 지배세력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왔다.

이렇게 뛰어난 우리 민중은 이미 스스로의 전략전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기대지 않고 우리 실정에 맞게 우리식 변혁운동에 나서며, 우리 힘을 믿고 우리 민중의 힘으로 변혁운동을 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보고서'를 대신할만한 내용은 다 담기 어렵지만 대안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만 간단히 제시해보고자 한다.

'보고서'에서는 기본 정책을 정하기 위해 다음 두가지 문제를 고려했다. 첫째는 제도의 차원과 주체의 차원, 즉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둘째는 현재의 지평과 미래의 지평, 즉 지금의 모순점과 앞으로 주목할 점이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정리하자면 변혁의 동력과 대상, 당면 목표와 차후 목표 혹은 궁극적인 목표를 고려했다.

그런데 이런 분석틀로는 기본 정책을 내오는데 한계가 있다. 전략전술을 세우자면 모름지기 3대 요소인 목적, 수단, 방법, 다시말해 변혁운동의 목표달성과 변혁역량 편성, 변혁투쟁의 방법 문제를 밝혀야 한다.

여기서 목표는 다시 타격목표와 쟁취목표, 주되는 목표와 보조적 목표, 당면 목표와 차후 목표로 나뉜다. 또, 변혁역량을 편성할 때는 먼저 투쟁이 벌어지는 전선을 주공전선과 보조적 전선으로 나누고, 이에 맞게 동력편성을 주력부대와 보조역량으로 나누어야 한다. 변혁투쟁의 방법은 먼저 변혁의 시기부터 구분한 뒤, 정세와 민중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파악하여 여러 투쟁방식을 적절히 배합배치해야 한다.

이처럼 목적, 수단, 방법에 대해 다시 세분하여 표를 만들고 빈 칸을 채워나가면 기본 정책을 올바로 내올 수 있다.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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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면 목표                                차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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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되는 목표          보조적 목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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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취   자주적 민주정권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목표        수립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          민주주의적 변혁을
        사회의 자주화                                    철저히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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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미제 침략세력       매판군부, 매판관료                지주
목표  미제의 식민지 통치   파쇼기구, 파쇼악법              매판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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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주적 민주정권을 수립하고 사회의 자주화를 이루는 것이 당면한 주되는 쟁취목표가 된다. 여기에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를 결합해야 한다. 한편 외세를 몰아내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적 변혁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은 자주적 민주정권을 수립한 후 이 정권의 성격과 기능을 더욱 강화, 발전시키는 식으로 한다.

이 과정은 타격목표를 살펴봐도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우리 변혁운동의 주되는 타격목표는 미제 침략세력과 그들의 식민지 통치체제다. 이와함께 매판군부, 매판관료, 파쇼기구, 파쇼악법으로 구성된 파쇼권력체를 타격해야 한다. 한편 반지주반매판투쟁은 변혁운동의 전과정에서 진행하는 계급해방투쟁의 주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자주적 민주정권을 수립할 때까지는 전략적인 주선에 내세우지 않되 소홀히 해서도 안되며 이 투쟁은 민족해방을 이룬 다음에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