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 성
 
재서독교포 윤이상일행과 한 담화
 
(주체79(1990)년 10월 24일)

 

    나는 윤이상선생과 이렇게 다시 만난데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가 선생이 작곡한 교성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1987년 10월초에 관람하고 선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후에는 오늘 처음 만나는 것 같습니다.

    윤이상선생이 이번에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준비하여 진행하느라고 수고를 많이 하였습니다. 평양에서 진행된 범민족통일음악회는 우리 조국 역사에 뜻깊은 장을 기록한 민족의 축전이었습니다.

    나는 선생이 건강이 좋지 못한데도 범민족통일음악회를 발기하고 그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통일음악회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힘쓴데 대하여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생은 범민족통일음악회의 성과를 통하여 조국통일위업에 커다란 공적을 쌓아올렸습니다.

    우리는 선생이 범민족통일음악회를 발기하고 남조선에서 14명이나 되는 서울전통음악가들이 평양에 들어오도록 한 그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지난 8월에 진행된 범민족대회에 단 한명의 남조선대표도 참가하지 못하게 가로막았습니다. 그런데 선생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진행한 범민족통일음악회에는 기자들까지 합쳐 남조선에서 1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판문점을 통해 평양에 와서 참가하였습니다.

    선생은 범민족통일음악회를 통하여 북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악예술 전통과 유산을 없애고 있다는 남조선당국자들의 기만선전을 깨는데도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지금까지 북에서 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풍습, 문화유산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허위선전을 벌이면서 남과 북의 《동질성회복》이요 뭐요 하며 떠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했던 남조선과 해외동포들은 북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악예술 전통과 유산을 매우 귀중히 여기며 그것을 우리 인민의 현대적 생활감정에 맞게 개화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한 남조선사람들은 유구한 역사적 과정에 창조된 우리 민족의 문화가 북에서가 아니라 남에서 적지 않게 변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문화가 마구 밀려들어 판을 치는 남조선에서는 오늘 민족문화가 어지러워지고 그 발전이 저애를 받고 있습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옳게 계승발전시켜나가려면 북과 남의 인민들이 자주 모여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실속있는 협력과 교류를 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국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북과 남의 인민들이 자주 모여앉으면 서로 의사가 소통되고 민족적인 화해와 단합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민족의 대단결과 통일에도 좋을 것입니다.

    선생은 음악예술분야에서 북과 남, 해외의 여러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앉게 하는데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음악예술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높은 권위를 이용하여 해내외동포들의 음악예술교류를 직접 조직할 수 있고 선생이 직접 참가하지 못한다 해도 선생의 이름으로 해내외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앉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선생이 조국통일을 위해 앞으로 자기의 힘과 재능을 다 바치겠다고 하는데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나는 선생이 이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 믿습니다.

    지금 정세를 보면 우리 나라의 통일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라의 통일이 이루어지려면 미군이 남조선에서 물러가야 하는데 미국은 우리 나라가 분열된채로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계속 남조선에 틀고 앉아있습니다. 남조선을 깔고 앉은 미국은 남조선당국자들을 틀어쥐고 민족영구분열에로 부추기고 있습니다.

    남조선당국자들이 미국에 단단히 얽매어 아무 일도 독자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2차 북남고위급회담에서 또다시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이번 제2차 북남고위급회담 때 우리는 북과 남이 불가침선언을 채택할데 대한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남조선《국무총리》는 그런 선언을 채택하는 것이 자기의 권한밖의 일이라고 하면서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무원총리는 남조선《국무총리》에게 당신자신은 불가침선언의 채택을 찬성은 하는데 거기에 수표할 권한이 없다고 하니 그렇다면 우리 총리들끼리 불가침선언채택을 찬성한다는 합의를 보고 가조인하자, 그리고 후에 쌍방 최고위급의 비준을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고 하면서 거듭 그 채택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는 조인할 권한을 못가지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그 무슨 《국회비준》이요, 《국무회의비준》이요 하며 시시하게 놀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무원총리는 당신에게 권한이 없다면 옆방의 직통전화로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가조인하면 되지 않는가고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남조선 《국무총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회담 마지막까지 뻗치었습니다. 우리 총리는 권한이 없다는 남조선 《국무총리》가 창피해할까봐 더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는 회담 마지막날에 남조선《국무총리》를 만났습니다. 나는 그에게 북남고위급회담이 잘되면 당신네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다, 당신네 《대통령》이 나를 자꾸 만나겠다고 하는데 나도 여러번 연설을 통해 그를 초청하였다, 나는 그를 아무 때나 만나주겠다, 그런데 둘이 만나 술이나 한잔씩 마시고 헤어질 수야 없지 않는가, 두 최고위급이 만나면 민족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놓아야 한다,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연방제라도 합의를 보아야 만날 멋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총리들끼리 먼저 불가침선언 같은 것을 서로 합의하여 채택하여야 한다, 총리회담에서 진전이 있어야 최고위급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남조선 《국무총리》는 끝내 못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건대 북남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문제는 그의 말대로 남조선《국무총리》의 권한밖의 일이고 남조선《대통령》도 결심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국입니다. 남조선 《국무총리》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데 가조인할 결단도 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의 사전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안에 불신과 대립을 조장하고 분할하여 통치하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입니다.

    북남회담장에 나오는 남조선측 대표라는 사람들은 미국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꼭두각시는 말그대로 조종사가 당기는 줄에 의해 움직일 뿐 자체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일처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남조선당국자들은 《교류》요, 《협력》이요 하면서 떠들어대지만 그것은 모두 실속이 없는 거짓말입니다. 그들이 《대화창구일원화》라는 미명하에 통일을 위한 민간대화와 민간교류를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사실이 이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앞으로 민족의 화해와 대단결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북과 남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를 더욱 활발히 진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