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기자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

1945년 12월 29일

 

나는 당신들이 왔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38선을 넘어 먼길을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당신들은 내가 조선독립을 위하여 일제와 오래동안 싸우느라고 많은 고생을 하였겠다고 하였는데 별로 고생한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손에 무장을 잡고 일제와 싸운것은 조선의 아들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한것입니다. 나의 고생보다 악독한 일제의 학정밑에서 시달린 우리 동포들의 고생이 더 심하였습니다. 나는 일본제국주의자들과 싸우면서 언제나 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행에 대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당신들이 나를 보고 장군님이라고 하는데 그저 동무라고 불러 주기 바랍니다.

물음: 지금 남조선인민들은 장군님께서 개선하시였다는 소식을 듣고 무한한 기쁨에 휩싸여 있으며 하루빨리 서울로 오실것을 몹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언제 서울에 오실수 있겠습니까?

대답: 해방된 조국땅에서 그립던 동포형제자매들과 만난 나의 기쁨은 한량 없습니다.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로 가서 남조선동포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라의 정세가 그것을 허락치 않습니다. 우리 조국은 남북으로 갈라 져 있으며 남북조선에는 판이한 정세가 조성되여 있습니다. 북조선에서는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을 숙청하고 정치, 경제, 문화 생활을 민주화하기 위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으나 남조선에서는 미군정의 비호하에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머리를 쳐들고 애국적민주력량의 진출을 저애하려고 온갖 책동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동분자들의 모략을 분쇄하고 하루빨리 3천만 겨레가 다같이 잘 살수 있는 통일적민주주의 자주독립국가를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나라가 해방되였는데도 그리운 남조선동포들을 만나보지 못하는것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남조선동포들과 만날수 없지만 남북의 겨레들이 서로 만나게 될 그날은 반드시 올것입니다.

물음: 남조선인민들은 해방된 조선이 어느 길로 나가야 할지 잘 알지 못하여 좌왕우왕하고 있습니다. 남조선인민들은 조선혁명의 옳바른 로선을 밝혀 주실분은 오직 장군님뿐이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번에 서울을 떠날 때 장군님을 찾아 뵈옵고 조선이 나아갈 길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가지고 오라는 인민들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장군님, 앞으로 조선은 어느 길로 나가야 하며 우리들은 어떻게 투쟁하여야 하겠습니까?

대답: 일제의 식민지통치기반에서 해방된 우리 나라가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것인가 하는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민족반역자인 리승만은 해방된 우리 나라에 부르죠아공화국을 수립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비롯한 반동분자들을 비호하며 그들을 중심으로 하여 반인민적인 정부를 세우려는 미국의 야망을 드러내놓은것입니다. 《부르죠아공화국로선》은 우리 인민에게 또다시 식민지노예의 멍에를 들씌우며 빈궁과 무권리를 가져다 주는 암흑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로 그 길을 걸을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것처럼 사회주의혁명의 구호를 들고 당장 그길로 나아갈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혁명의 길은 우리 나라의 현실적조건을 고려함이 없이 혁명의 단계를 뛰여 넘으려는 좌경적인 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하겠습니까? 우리 나라는 장기간 일제식민지통치하에 있었으며 오늘 조선사회는 일제잔재와 봉건잔재를 다분히 가지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해방된 우리 인민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여야 하며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먼저 각계각층의 모든 애국적민주력량을 망라하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을 굳게 형성하여야 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하여 힘써야 합니다. 전체 인민이 굳게 뭉쳐 새 조선건설에 떨쳐 나선다면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비롯한 모든 반동분자들을 숙청하고 민주주의 새 조선을 성과적으로 건설할수 있을것입니다.

우리가 건국사업을 하는데서 특히 중요한것은 외부세력에 의존하려는 사상을 배격하는것입니다. 지금 남조선에는 타국의 세력에 의존하여 독립국가를 건설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사상은 매우 위험한 망국사상입니다. 우리는 자기 힘으로 모든것을 해나가려는 확고한 주견을 가져야만 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쟁취할수 있으며 혁명을 옳게 수행할수 있습니다.

건국사업을 잘하기 위하여서는 전체 인민이 분초를 다투어 몸 바쳐 일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를 내세우려고 할것이 아니라 오직 인민의 충복으로서 묵묵히 일해 나가야 합니다.

물음: 지금 남조선인민들은 장군님께서 축지법을 쓰시며 일제침략자들과 싸우시던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무척 알고 싶어 합니다. 장군님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에 대하여 말씀하여 주실수 없겠습니까?

대답: 별로 자랑할만 한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친 항일무장투쟁행정에 우리는 수많은 전투도 하고 지하정치공작도 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체험하였습니다. 동무들이 그 이야기를 꼭 들어야 하겠다면 나와 함께 투쟁한 동무들을 만나도록 해주겠으니 그들에게서 듣는것이 좋겠습니다.

물음: 장군님의 사진을 한장 주실수 없겠습니까?

대답: 사진은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내가 무슨 한 일이 있다고 신문에 사진을 다 내겠습니까. 사진이 정 요구된다면 있는가 알아 보고 주도록 하겠습니다.

물음: 장군님께서 남조선인민들에게 전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대답: 당신들이 남조선에 돌아 가면 인민들에게 나의 열렬한 인사를 전하여 주기 바랍니다. 나의 몸은 비록 여기에 있으나 마음은 언제나 남조선인민들과 함께 있습니다.

북조선인민들은 인민주권을 세우고 새 생활을 창조하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으며 남조선 겨레들과 굳게 손 잡고 단합된 힘으로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할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남조선동포형제자매들에게 통일적민주주의정부를 하루빨리 수립하기 위하여 힘차게 싸워 달라는것을 전하여 주기 바랍니다.

지금 남조선에서 북조선에 대한 이러저러한 외곡된 선전과 반공선전이 벌어 지고 있는 조건에서 당신들이 서울에 돌아 가면 여기에 와서 보고 들은것을 사실 그대로 남조선인민들에게 알려 주기 바랍니다.

해방된 새 조선의 기자들은 어디까지나 인민의 편에 서서 인민대중의 리익을 위하여 복무하여야 하며 국내외의 온갖 반동분자들을 반대하여 견결히 싸워야 합니다. 기자들은 방관자의 립장에서 글을 쓸것이 아니라 조국과 민족의 리익을 위하여 글을 써야 하며 허위와 과장을 배격하고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시켜 혁명투쟁에로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요즘 날씨도 찬데 돌아 가는 길에 몸조심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다시 만납시다.